00030 사랑이 뭐길래 =========================================================================
로이는 왜 이렇게 등짝에 칼침을 꽂아 넣은 것 마냥 섬뜩섬뜩하나 싶어 뒤돌았다. 그러자 검은 머리의 살인마 잭이 살짝 고개를 숙이고 핏물이 툭툭 떨어질 것 같은 눈으로 ‘죽고 싶냐?’ 눈을 부라린 채 한쪽 입꼬리만 실룩거리고 있었다. 너무 놀라 뒤로 자빠져 엉덩방아를 찧고 엉엉 울었다. 그리고 하수연 뒤에 숨어 ‘언니야 나 살려줄 거징? 난 연약한 로이야.’라는 걸 눈물로 호소하며, 그 싫던 여자를 방패삼아 미친 듯이 바들바들 떨었다. 물론 그래봤자 자신은 덩치 큰 먹이이니 잭에게는 다 보일 테지만, 그녀의 어깨를 꼭 붙들고 있으면 언제든지 잭이 다가올 때 하수연을 내밀어 방어할 수 있으니 말이다.
수혁이 큰 키였다는 게 여실히 느껴졌다. 자신들의 앞에 선 큰 그림자가 흉포한 괴물 마냥 시야를 완전히 뒤덮었다. 눈을 꼭 감고 부들부들 떨고 있자 공중으로 들어 올려졌다.
“로이~, 무슨 일이신가요?”
그런데 너무 달달한 목소리가 어서 눈을 뜨라는 것이다. 그러면 분명 잭이 칼빵을 먹을 텐데, 이 마성의 보이스가 CF에서 시청자들 홀려 지갑을 열 듯 자신의 눈꺼풀을 들어 올리게 했다. 어라? 그런데 잭이 어디 갔는지 잘생긴 톱스타만 보였다. 수혁이 살포시 눈웃음치며 많이 피곤한가 봐요, 라며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데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들어 룡룡이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말았다. 어떻게 그 검은 걸 흰 걸로 지울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김수혁이라는 남자는 참으로 신비한 능력을 지닌 자임이 틀림없었다.
자신의 엉덩이를 팔로 단단히 받쳐준 그가 웃으면서 코끝을 비벼댔다. 헐~. 지금 촬영장인데 템페스트 남자배우들이 눈 맞아 게이 됐다는 소문 돌게 생겼다. 하수연이 벌떡 일어나 ‘아무리 수혁씨라 해도 로이는 절대 양보 못해요!’라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수혁이 참으로 가식적인 미소로 자신의 귀를 막더니 ‘あまっちょ(계집년), ふざけるな(까불지 마.) ぶち殺す前に(쳐죽여버리기 전에.)’라는데 굳이 귀 막을 필요 없었을 듯싶었다. 뭔 말인지 알아야 말이지.
자신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너 방금 무슨 말했어?’라 바라보자, 수혁이 수줍게 ‘지금 로이 무지 귀여운 거 알아요?’라며 마구마구 뺨을 비벼댔다. 이 늙은 후배가 감히 하늘같은 선배랑 맞먹으려고 들었다. 그녀는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고 그런 남자의 품에서 뛰어내려 정우에게 달려갔다. 그러자 돼지 삼촌이 자신을 꼭 껴안아줬는데, 이 인간이 언제 씻었는지 의심스럽게 땀 냄새 쩔었다.
“삼촌, 아무래도 나 이 드라마 이만 하차해야할 것 같아.”
“그게 무슨 말이야, 꼬맹이! 삼촌이 피자 사줄까? 그래, 우리 어서 피자 먹자.”
자신의 말에 한 감독이 핸드폰을 얼른 꺼내 여기 피자 한판만 보내달라고 했다.
“치즈 듬뿍! 고구마무스로 스테이크 피자 사줘.”
그리고 신이난 자신이 전화하는 털보의 폭신폭신한 팔에 대롱대롱 매달려있자, 수혁이 자기도 피자 사줄 수 있다며 종류별로 주문했다. 로이는 ‘이 인간이 호구였구나, 에헤라디야.’하며 콜라랑 텐더 치킨, 스파게티도 추가하라 옆에서 짱알짱알 간섭을 했고 주문내역들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다. 그러자 삼촌이 그 모습을 보며 슬그머니 ‘방금 주문한 거 취소할게요.’라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오늘 피자 20판 먹게 생겼다.
스텝들이 자신에게 일제히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잘했어 로이! 말하지 않아도 안다. 자신이 바로 그 초코파이 CF를 찍은 여자다. 로이는 까치발을 세워 수혁의 머리를 토닥여줬다. 잘했다고 쓰다듬어줬다가는 가발 벗겨질까봐 토닥토닥 아주 조심히 했다.
“로이, 제 팔에도 매달려주세요.”
피자 사주는 속셈이 그거였나 보다. 하여간 정신세계가 정말 독특했다. 그래도 착한 짓을 했으니 상으로 그의 팔에 매달려줬다. 삼촌이랑 다르게 근육이 단단해 철봉에 매달린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가 제자리를 뱅글뱅글 돌아 몸이 풍 떠올랐다. 처음에는 조금 무서웠지만 짱 재미난 것 같아 더 팍팍 돌아보라하니 정말 열심히 도는 룡룡이었다.
“하하하하. 하하.”
그런데 지금 우리가 미친 커플로 보이지 않을까 심히 걱정되었다. 수혁이 너무 좋아해 계속 하하하 웃어대는데 그가 아무리 미친 비주얼이라 해도 진짜 미친놈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로이는 어지럽다 말하며 흑룡 허리케인을 멈춰 세웠다. 잘못했다가는 지구 돌 듯 평생 돌 뻔했다. 자신이 이마를 짚고 비틀거리자 그는 무슨 큰 병이라도 걸린 양 어서 병원에 가야한다며 소란을 피워 좀 닥치라고 했다.
“즐~, 치킨 더치야.”
“치킨을 만지고 싶다고요?”
그런 바보를 상대하느라 자신이 고생하고 있자 박수를 치며 자신들에게 걸어온 김 작가가 자신은 로수커플이 진짜라 믿었다며, 응원해주겠노라 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그런데 수혁이 드라마 작가한테 꾸벅 인사하는 것이 아닌가. 이 인간이 미쳤나 싶어 등짝을 때리고 사람들 오해하게 무슨 짓이냐 화내니, 그가 자신을 진지한 얼굴로 바라보며 ‘저 가지고 노신 겁니까. 로이? 우리 엔조이였습니까.’라며 자신을 게이로 만들어냈다.
“흑…, 나 게이 아니란 말이야.”
다행히 메소드 연기의 달인 김수혁이 뛰어난 연기력을 발휘해 울먹이는 자신의 정수리를 꾹 누르고 ‘형, 여친 있어. 걱정 마!’라는 발언으로 로수 스캔들을 잠재워줬다. 어쩐지 김 작가가 심히 실망한 듯했지만 배우 김수혁의 재발견이라며 다들 놀라워했다. 저 인간이 평소 젠틀하고 진지하기로 유명한데 자신이랑만 있으면 완전 개구쟁이로 변해버린다며, 다들 ‘너희 진짜 친하구나?’란다.
자신이 아니라고 고개를 젓자, 그가 자신을 백허그하고 어깨에 턱을 올린 채 ‘로이는 짱 귀여우니깐.’이라는 달달한 대사를 읊어줘 여자 스텝들이 여친 따위 버리고 둘이 사귀라 아우성을 질러댔다. 그런데 수혁이 그걸 또 좋아라 받아치며 ‘곧 그녀랑 결혼할 거라 안 됩니다.’라는 핵폭탄을 투하했다. 한류스타의 연이은 연애설에 결혼설까지 합해지자 템페스트 스텝들은 ‘진짜? 진짜예요 수혁씨?’라 물었고, 분위기는 삽시간에 왕진지해지고 말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상견례를 조만간 할 것 같다며, 내년쯤에 식을 올리려고 마음먹고 있단다. 아직 정식으로 프러포즈하진 못했지만 거절하면 보쌈해버릴 거니 이제 자기 품절남이란다.
그거 참 놀라웠다. 그런데 이 남자 어리고 예쁘고 섹시하기까지 한 자신이랑 사귀기로 해놓고서 결혼은 다른 여자랑………. 하긴 자신은 남자 아이돌로 활동하고 있으니깐………….
로이는 갑자기 울컥 눈물이 나 얼른 눈을 가렸다. 그러자 못된 바람둥이가 자신을 끌어안고 무슨 일이냐 물어 정강이를 걷어차 줬다.
“야, 이 개자식아! 너야 말로 나랑 엔조이였나! 엉엉. 이 나쁜 놈. 죽어버려. 나 말고 다른 여자를 만나?”
자신이 이러면 로수 커플 의혹에 아주 석유 뿌려 캠프파이어를 하는 짓이겠지만, 앙탈난 여자 마냥 자꾸 자신을 끌어안으려는 그를 주먹으로 때리고 밀어내버렸다. 그러다 수혁이 거칠게 자신의 팔을 잡아내 눈치를 보자, 그가 숙인 고개를 억지로 들어 올려 진한 키스로 자신의 흥분을 가라앉혔다.
남자는 ‘그게 바로 너잖아. 이 바보야!’라 버럭 소리를 질렀다. 갑작스런 고백에 깜짝 놀라 자신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그가 자신을 어깨에 짊어지고 촬영장을 벗어났다. 팔 다리를 버둥거리며 어서 돌아가라 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수혁이 자신을 뒷좌석에 던져버리고 차 문을 닫았다. 지금 뭐하는 짓이냐 화를 내니, 자신의 위에 올라타 웃통을 벗어던졌다. 잠시 자신이 군살 없는 조각 같은 몸매에 넋이 빠져 그의 단단한 가슴과 로마의 검투사 마냥 치밀하게 짜인 배 근육, 섹시한 치골을 바라보고 있자 그가 다시 입을 맞췄다. 그런데 아까와 다르게 입안에 혀를 집어넣고 입천장을 문지르며, 그가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만졌다.
이런 게 어른의 키스라는 걸까? 차안을 가득 채운 헐떡임에 자신의 젖꼭지가 서버리자 그가 엄지를 세워 그것을 문질러댔다. 그리고 키스만으로 이미 벅찬 자신이건만 남자는 다른 손으로 자신의 청바지를 풀러 그곳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길고 마디가 굵은 수혁의 손가락이 닫혀져있던 자신의 뻑뻑한 음부에 박혀 꽃잎을 열기 위해 왔다 갔다 하며, 앞에 달린 꽃망울을 잡아당겼다.
“아앗, 안 돼. 이 바보야.”
하지만 로이는 말과 달리 살짝 다리를 벌려 그의 손가락이 더 깊게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그녀는 자신이 아랫입으로 우물우물 꽃물을 뱉어내고 있다는 사실에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 수혁을 바라봤다. 그러자 준비를 끝마친 자신에게……….
“로이 괜찮으십니까?”
당근 안 괜찮았다. 어서 들어오라고!
눈을 번쩍 떠 ‘빨리 하지 못할까!’ 버럭 소리를 질렀다가 그가 ‘뭘요?’라고 묻는 말에 잠이 던 깬 상태로 ‘섹스.’라 답했다. 그러자 수혁이 ‘………진짜 해도 돼요?’라고 물어 로이는 갑자기 잘 나가다가 뭐하나 싶었다. 그런데 위치가 좀 달랐다. 자신이 지금 무릎베개를 하고 누워있는 듯싶다.
“키스…해도 될까요?”
갑자기 자신의 뒤통수를 엄청 이상한 막대기가 튀어나와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벌떡 일어나 차안을 살피니, 그가 자신에게 다가와 키스를 하려고 해 손바닥으로 그 잘생긴 상판대기를 밀어냈다.
“우아악. 농담. 농담이야. 내가 아직 꿈인 줄 알고. 아니, 그러니깐…. 힝~. 훌쩍.”
자신이 급히 입을 가리고 울자, 그래도 어른이라고 수혁은 이해한다는 듯 그런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걱정 말아요. 전 로이가 준비될 테까지 기다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무슨 꿈을 꾸신 겁니까. 저랑…했나요?”
“아니, 그건 아니고. 형이 거길 만져주긴 했지.”
“……제 자신에게 질투 나기는 처음이네요.”
그는 어서 잠을 자 그 뒤를 자신이 이어보겠노라며 눈을 감았다. 로이는 황당해서 그런 수혁 보고 ‘나 언제 기절했어?’라 물었다. 다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리얼해 헷갈렸다. 그러자 그가 자신이 귀를 막자 잠들어버렸다고 했다. 그럼 하수연이 자신의 매력에 홀라당 빠져 넘어진 거는 진짜인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 아맛쵸 어쩌고는 무슨 뜻이야?”
“……들으셨나요?”
“어, 다 들리던데. 아맛쵸, 후자케루나 부치코로스마에니.”
“어머 넘어졌습니까. 조심하세요. 라는 뜻입니다.”
“어쩐지 나도 그런 줄 알았어. 하수연이 넘어질 때 엄청 아파 보이더라고.”
수혁은 아무것도 모르고 해실거리며 웃는 순진한 로이에게 어디 가서 그 말, 사용하지는 말라고 했다.
“왜에?”
그녀는 푸른 눈망울을 똘망똥망하게 뜨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남자는 그런 자신의 여자가 너무 귀여워 주먹을 꾹 쥔 채 부들부들 떨며 ‘나는 고자다. 나는 반신불수라 움직일 수 없어.’라 암시를 걸었다.
“사실 조심하세요가 아니라 팬티 보입니다 였습니다.”
“헐~, 일본 가서 사용했다가 하마터면 변태될 뻔했다. 그런데 형 진짜 변태구나. 여자 팬티나 보고. 완전 실망이야.”
로이는 이런 변태와 더 이상 밀실에 같이 있다가는 자신의 순결이 위험해질 것 같아 얼른 차문을 열고 나왔다. 그리고 자신이 나자빠져 하수연를 먼저 촬영해주고 있는 감독에게 가 꿈에서처럼 ‘아무래도 나 이 드라마 이만 하차해야할 것 같아.’라 했다. 그러자 정우가 ‘위약금이 출연료 10배다. 잘 선택해.’라는 것이다. 피자, 내 피자!
로이는 코를 훌쩍이며 피자도 안 사주는 못된 자린고비 삼촌을 버리고 타깃을 바꿔 카니발에서 내린 수혁에게 달려가 ‘나 피자 안 사줘?’라고 물었다. 그런데 자신은 변태이니 가까이 오지 말란다. ‘그대로 끌려가 잡아먹히기 전에 도망가는 게 좋을 겁니다.’ 라며, 어차피 여자랑 여자는 끝까지 못하니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겠단다. 뭘? 뭘 못하는데?
자신이 고개를 갸웃하며 도망가는 수혁의 뒤를 졸졸 쫓자 오케이를 받아낸 수연이 자신에게 가슴을 출렁거리며 뛰어와 ‘로이 괜찮아요?’라며 걱정해줬다. 로이는 그런 여배우의 따뜻한 미소에 내가 그리 모질게 대했는데 이렇게 잘해주다니, 라는 생각이 들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라도 잘해줘야겠다.
“컴백 준비로 잠을 못 잤더니 그만 폐를 끼치고 말았네요. 누나, 기다려줘서 고마워요.”
인기 아이돌은 ‘난 짱 잘나가지. 하지만 배려 많은 스타야.’라는 표정으로 금발을 쓸어 올렸고, 수연이 두 손을 모은 채 ‘사르르 초코!’라 했다. 그거 12살 때 아무 이유 없이 바다를 배경으로 초코 쿠키 먹는 CF로 얻은 별명이었다. 어쩐지 자신한테 엄청 들이대더니만 이 슈퍼 스타의 팬이었던 모양이었다. 그럼 진작 말할 것이지.
로이는 직장에서 조우한 승냥이의 어깨를 감싸주며 ‘누나, 그거 알아요? 누나 짱 귀엽다는 거?’라 작업멘트 좀 날려줬다. 그러자 화장 다 지워지게 여배우가 엉엉 울며 ‘로이님 사랑해요. 루시퍼 스펠!’을 외쳤다. 하여간 이 놈의 인기가 어지간해야지 싶다.
스타는 숨을 꺽꺽거리며 우는 자신의 팬에게 ‘나 배고파. 자기야. 피자 사줘.’라 귓가에 속삭였다. 보통 자신이 이런 식으로 주변사람들한테 조공을 받아냈다. 아직 미성년자라 용돈으로 사니 어쩔 수 없었다. 그러자 이 미친 여자가 로이님 목소리에 임신한 것 같다며 책임지란다. 우리 이제 결혼하는 거냐며, 핸드폰을 꺼내들더니 피자 가게가 아니라 ‘강 기자님. 저 로이 테일러랑 사귑니다! 결혼할 거예요! 기사 좀 내주세요. 저 임신했습니다.’라 비명을 질러 얼른 빼앗아 수화기에 대고 아니라고 말했다. 자신이 깜빡했는데 얘 스토커였다. 그것도 초강력 거머리.
피자 한번 얻어먹으려다가 진짜 큰일 날 뻔했다. 로이는 걸음이 나 살려다 도망쳤고, 뒤에서 수연이 뛰어오며 ‘로이이이이~, 같이 가요.’ 하며 자신한테 욕먹기 전 상황으로 돌아가 있었다. 누가 로이 테일러 팬은 연예인 되면 안 된다는 법 좀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자신은 평범한 아이돌이 아니라 승냥이들의 신이라 너무 괴로우니 말이다.
그나저나 피자 한번 먹기 되게 참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