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28 사랑이 뭐길래 =========================================================================
로이는 눈이 가려진 수혁의 코와 입술과 뺨, 턱, 귀, 심지어는 목젖까지 잘생겼음을 깨달았다. 휘어짐이나 굴곡 없이 잘 빠진 콧대가 미국인 아빠를 닮은 자신처럼 높다는 건 왠지 사기 같기는 한데, 그도 일본이기는 하지만 혼혈이니 그렇다 칠 수 있었다. 그런데 은근한 미소를 머금은 듯 살짝 올라간 단아한 입술은 그 섬나라가 엄청 덧니가 많다는 걸 고려해 볼 때 이건 완전 유전적 돌연변이였다. 거기다 두 뺨은 29이라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여배우들이 어려보기 위해 보톡스 맞고 부기 빠져 최고의 미모를 뽐낼 때의 탄력을 지니고 있었고, 턱은 날렵하게 잘 빠져 전체적으로 온화한 인상을 지닌 배우가 남성적이게 만드는 화룡점정이었다. 어쩜 이 남자는 귀도 이렇게 섹시하게 생겼는지, 빨갛게 달아오른 게 아주 예뻐 보였다.
그녀는 여자 보다 아름다운 남자에게 살짝 다가가 코끝을 마주쳐봤다. 물론 수혁이 호영 같은 기생오라비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말 그래도 성별을 떠나 어떤 여배우 보다 우월했다. 과연 톱스타다웠다. 자신이 다가가니 숨을 멈추고 조용한 차안에서 미친 듯이 심장을 두근거리는 수혁 때문에 기분이 묘해졌다. 그러다 묻득 로이는 그런 후배의 태도에 장난기가 들어 ‘선물 줄 테니깐 눈 가리고 있어.’라 했다.
그는 두 말 않고 제 손으로 눈을 가린 채 갑자기 긴 다리를 꽜다. 이거 참 이 아저씨가 은근히 에로에로 늑대인가 보다. 로이는 키득키득 웃으며 ‘입 벌려봐.’라 했다. 그러자 수혁이 입을 벌리고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철없는 아이돌은 그런 남자의 모습에 한번 섹시한 신음소리를 내줬다.
“하아아아~, 수혁씨 맛있게 먹어.”
자신의 달큰한 속삭임에 그의 아담스 애플이 크게 출렁였다. 로이는 청바지에서 소시지 하나를 꺼내들었다. 그녀는 수혁의 코밑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봐 아직도 숨을 안 쉬나 확인해보고, 그의 입술을 치즈봉으로 살짝 건드려줬는데 이 남자가 무슨 상상을 하는지 몰라도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다리를 한 번 더 꼬는 것이다.
수정이 그런 자신과 수혁의 모습을 보고 황당하다는 듯 입을 벙끗 ‘뭐해?’라고 물어서 로이는 검지로 입술을 가렸다. 쉿! 이제부터 재미있어진다고.
그녀는 입을 벌린 채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사내의 위에 올라타 소시지로 혓바닥을 살짝 건드려줬다. 그러자 이 바보가 입가로 침을 질질 흘려 말랑말랑한 치즈봉으로 닦아줬다. 로이는 청바지를 뚫고 들어올 것 같은 사내의 것에 너무 웃겨 그것을 엉덩이로 꾹 눌러버렸다. 그런데 더 커져버렸다. 어째 다리 꼬기도 소용없는 모양이었다. 물론 장난기 넘치는 사악한 천사에게는 그런 어른의 사정 따위야 알 바 아니었고, 그저 자신을 상대로 거시기를 배우는 게 웃길 뿐이었다.
로이는 ‘이제 완전히 집어넣을 게. 잘 먹어줘.’라 수혁의 목덜미를 코끝으로 훑은 다음 그의 입에 소시지를 넣고 혀에 문대줬다. 그러자 얇은 기둥을 혀로 휘감으며 뭔 짓을 하려던 수혁이 손을 내리고 자신을 원망을 담아 노려봤다. 이에 그녀는 아무것도 모른 척 ‘어때. 맛있지?’라며 후배에게 ‘원래 내 간식이지만 너 다 먹어.’라 했다.
“………감사합니다. 로이. 아주 잘 먹었습니다.”
아저씨 주제에 삐져서 어린 자신에게 앙탈이라니, 고거 참 귀여웠다. 로이는 자신을 모른 척 창밖을 바라보는 남자의 얼굴을 잡아 쪽! 뽀뽀를 해줬다. 그러자 수혁의 눈이 커질 때로 커져 ‘…화, 화장실! 화장실 가게 차 세워!’라 버럭 소리를 지르고 자신을 밀치며 밖으로 뛰쳐나가버렸다. 음~, 게이 사장 물건도 벌떡벌떡 세우는 미모라 이 남자도 그런 줄 알았는데 그냥 변소가 급했던 모양이었다. 수정이 그런 자신에게 ‘로이야, 수혁씨 너무 불쌍하잖아.’라며 뭐라 했지만, 그러기에 차 타기 전 화장실 가는 거는 습관화해야하는 거였다.
“누나도 소시지 먹을래?”
그가 먹다 만 침에 젖은 치즈봉을 내미니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고개를 저으며 ‘너나 많이 먹을 세요.’라 친절한 수정씨가 되었다. 그거 개봉했을 때 자신은 못 보는 영화였지만, 그런 것쯤은 깔끔히 잊어주기로 했다. 왜냐하면 이 몸은 한국 최고의 섹시 아이콘 로이 테일러이니 말이다. 섹시함에도 연구가 필요한 법이었다. 고로 이 나이 때의 아이들이 국영수 공부할 때 아이돌인 자신은 내사랑로이 팬픽이랑 붕가붕가하는 영화를 봐야하는 거였다. 자고로 노력하는 자는 따라올 자 없는 거였다.
로이는 화장실 한번 갔다 오자 영혼이 빠져버린 듯 허우적거리는 수혁을 보며 혀를 쯧쯧 찼다. 아직 재미있는 게 한참 남았는데 말이다. 그녀는 차에 올라탄 남자가 더 이상 골려먹을 상태가 아니어서 역시 주안몰이가 최고인데 싶었다. 그나저나 민호는 어찌 됐나 싶었다. 맨날 임산부 마냥 옥옥거려 위장약을 달고 사는 사람이라 위 천공 일어난 거 아닌가 걱정됐다.
“로이, 무슨 걱정 있으십니까.”
저나 챙길 것이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자신에게 ‘스캔들이라면 제가 노력해보겠습니다.’라는 말을 해 로이는 피식 웃었다. 전직 조폭이라 하기에는 완전 순진했다. 그거 자신이 흘린 건데 말이다.
“그래서 그건 어떻게 잠재워줄 건데.”
“……최후의 수단이 있습니다. 언론 통제. 할아버지께 연락드려 최대한 막아보겠습니다.”
점점 이 남자의 정체가 의심스러워졌다. 그냥 흑룡의 후예라고 하기에는 일단 잘생겼고, 연기력도 놓고, 매너도 좋고 성격까지 좋았다. 돈이야 남의 돈 삥땅 쳐서 모을 것도 없이 이미 CF로 어머어머한 수입을 올리고 있으니 빽도 좋은 거 같고, 데뷔작부터 대박 작품만 줄줄이 주연을 맡고 있었다. 연예계가 조폭이랑 아예 연관이 없는 것도 아니니 그의 행적이 아예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이상할 정도로 잘 나가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은 할아버지한테 말해서 언론을 막아보겠다고 하니………설마……….
로이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수혁을 바라봤다. 이 남자……, 아무래도 방송국 사장 손자 같다.
그녀는 방송국 국장들한테 불려가 루시퍼가 어쩌구 저쩌구, 어린 것이 어쩌구 저쩌구를 실컷 들었기 때문에 비싼 돈 처발라 만든 안무를 못 추게 되었는지라 오늘 심히 슬픈 굴욕을 겪어야만 했다. 아이돌에게 섹시 춤 빼면 팥 없는 붕어빵과 같은 것. 거기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원하는 이미지가 있으니 팬들은 ‘로이가 여자랑 사긴데. 그 여자 죽여버리자.’라는 식으로는 덤벼들어도 무대에 선 자신에게는 미친 듯이 사랑한다 외쳐대는 거였다. 왜냐하면 자신은 모두에게 이미 발랑 까진 소년이니 말이다.
“로이 루시퍼 방송 부적격 판결 받었어용. 오빠야가 풀어줘용.”
로이는 꽃받침 만들고 금색 속눈썹을 팔랑팔랑 부채질하며 수혁을 바라봤다. 이러면 푸른 눈의 타락 천사는 아기 마냥 귀여워져 모두들 자신의 노예가 되었다. 이걸로 크림치즈 광고를 20년째 우려먹고 있으니 효과는 이미 전국민이 보장하고 있었다. 물론 ‘그래, 이 맛이야.’ 한 마디로 27년째 쇠고기 국물 우리듯 이미지를 푹 우려먹고 있는 우리 김혜진 선생님을 따라가려면 멀었지만, 로이 테일러만이 그 뒤를 잇는 사골의 후계자로 적합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뿅가서 해롱대는 톱스타를 보며 뿌듯함에 턱을 치켜든 채 ‘훗, 가소로운 것.’하고 비웃어줬다. 고작해야 연예계 신생아 주제에 자신의 CF를 놀이는 꼬락서니가 제법 귀엽지만, 아직 자신한테는 멀었다.
그녀는 수혁이 반드시 해내보이겠노라 다짐하는 것을 보고 우히히 웃었다. 언제 방송국 사장이랑 식사라도 한번 해볼까 했는데 이 기회에 인사치레 좀 하게 자리 주선 좀 해보라고 할까 싶었다. 아무리 자신이 잘나가는 스타라 해도 윗사람들한테 찍히면 한 방에 훅가는 거였다. 그에게 일이 잘 마무리되면 할아버님께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하니, 자신의 손을 꼭 잡고 ‘언제 날 잡을까요?’란다.
“뭐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
“예. 로이. 저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수혁이 너무 웃어대 기분 나빴다. 뭔가 자신이 기쁘게 해준 것 같아 그가 가발에 룡룡이를 숨기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한 대 때려주니, 바보 같이 맞고도 좋단다. 하여간 못 말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