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아이돌이다-22화 (22/104)

00022  마피아는 싫어  =========================================================================

주안이 예약한 부산의 호텔에서 목욕을 하고 나오니, 자신의 스타일리스트가 양복을 다림질하고 자고 있었다. 빳빳하게 잘 다렸다 칭찬이라도 해주고 싶은데 체한 게 많이 아픈 지 얼굴색이 너무 아파 보여 그냥 계속 자라고 놔두기로 했다. 그런데 자신이 목욕 가운을 입고 나왔다고 매니저가 길길이 날뛰며 어쩜 그럴 수 있냐, 왜 이렇게 조심성이 없냐, 화를 내는 것이다.

요즘 왜 이러나 싶었다. 그래서 발정기냐 물으니 ‘잇! 잇! 잇!’만 외치고 나가버렸다. 수정이 그런 동생을 보며 말하길 민호가 상대를 안 해줘서 그런 거 같다며 얼른 화장하게 앉으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젖은 머리를 드라이해주는 데, 그녀가 핸드폰을 돌려줬다.

“앞으로 비밀 패턴 하지 마. 뭘 숨길 게 있다고 그렇게 꽁꽁 숨겨놔.”

“즐! 누나도 해놨잖아. 스타에게도 프라이버시라는 게 필요해. 아무리 소속사라도 이건 터치하지 마.”

그러면서 아이돌은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머리 손질을 하는 동안, 그 과정을 찍어 트위터에 올렸다. 젖은 머리에 목욕 가운을 입고 있으니 오죽 섹시하랴. 아직 정신은 못 차린 로이였다.

“그런데 나 다크서클 완전 심한 거 같아. 컨실러로 잘 좀 지워봐.”

“오키. 우선 머리부터 하고.”

스타는 방금 전 납치 사건 보다 어떻게 하면 영화제에서 더 빛날 수 있을까만 생각했다. 반면 소속사의 이사는 이번 사건으로 천방지축인 자신의 스타가 자제해주길 바랬지만 로이 앞에선 그저 일개 메이크업아티스트일 뿐이라 동생을 타이르듯 언론에 그만 노출하라 했고, 검색어 순위에 목을 메는 그녀는 듣질 않았다.

“누나, 스타 되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알아? 내가 오늘 무슨 일이 있었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 사람들은 내가 웃고, 섹시하게 다리 꼰 사진을 보고 싶지. 질질 짜며 무서웠어요, 이제 그만 할래요, 라고 말하는 거 따위 듣고 싶지 않다고. 인기라는 거? 그거 한순간이야. 안 보이면 사라지고, 얼굴 내비치지 않으며 떨어져. 남자 연예인들 왜 기 써서 군대 빠지려고 하는지 몰라? 그거 한번 다녀오면 전성기 시절은 그대로 끝이야. 아무리 잘나가는 스타도 한풀 꺾이지.

그런데 한번 떨어지면 다시 올라가는 거 무지 힘들어. 연예인들은 새롭게 너무나 많이 생겨나고, 아무리 자주 얼굴을 비치더라도 질리면 버림받아. 내가 왜 해외에서 공연만 하는데 인기 있는 줄 알아? 바로 소셜테이너라 그래. 난 일일이 방송 안 해도 내가 찍은 사진하나, 글 한 구절로 로이 테일러라는 이름을 팬들에게 노출시킬 수 있어. 매일 새롭고, 방송으로는 접하지 못한 면을 보여줘 스타이지만 내 동생 같아. 친구 같아. 아들 같아. 뭐 그런 말을 하게 만드는 거지. 섹시한 이미지는 금방 질려. 모두들 헐벗고 나오니깐 차별성이 없지. 그럼 적어도 친근감이라도 만들어야 해.

내가 스타가 된 걸 우습게보지 마. 결코 쉬운 바닥 아니고, 그런 물렁하게 빠진 생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곳도 아니야. 주안한테도 전해줘. 내가 그 방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방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무도 모르게 하는 게 네 역할이라고. 사람들이 만약 내가 납치를 당해 병원에 갔다며 처음에는 걱정하겠지. 어떻게, 로이. 우리 로이 많이 아픈 거 아니지? 그런데 참 희한하게 그럼 내가 더러운 놈으로 이미지가 굳는다는 거야. 피해자? 그거 불쌍하지. 그런데 다들 혹시 무슨 일 있었던 거 아니야, 뒤에서 수군거리겠지. 나, 할 수 있으면 내가 여자라고 밝히고 여자 아이돌로 활동하고 싶어. 그런데 안 해. 왜냐고? 그럼 내 팬들 중 대다수가 떨어져나가거니, 안티가 될 거거든.

어떻게 팬을 못 믿느냐는 말은 하지 마. 누나도 FOA 알지? 90년대 최고의 아이돌. 그런데 지금 그 형들 뭐하는지 알아? 중국에서 국빈 대접까지 받았던 인간들이 하나는 불법 도박으로 재산 다 탕진해서 빚 독촉에 시달려, 다른 하나는 지 예전 인기 가지고 사기 치다가 감방 갔고, 다른 하나는 동대문에서 옷 장사하고 있어. 그 형 마누라가 별(스타)을 사람으로 만들었거든.

어때? 왜 그렇게 된 거 같아? 영원할 것 같은 인기가! 모든 연말 시상식에서 상을 독차지하던 최고의 인기스타가 왜 그렇게 되었을까? 그거 이유 없어. 그냥 약빨 다 되서야. FOA 보다 더 노래 잘하고 춤 잘 추고 잘생긴 애들이 너무 많이 있어서 밀린 거야. 인기는 한순간이야. 지금 위에 있으면 최대한 누리고, 뽕빨을 뽑아두는 게 좋지. 최대한 더러운 스캔들은 없어야 해. 단기간으로 보면 여기저기서 이름나오니 유명해는 것 같아 이익 보는 거 보이지만, 장기간으로 보면 스타의 생명력이 끝이니깐. 왜 노이즈 마케팅이 한창 붐이었다가 쏙 사려졌는데. 그거 하면 상품에 흠집이 나기 때문이야.”

수정은 언제나 개구지고 생각 없는 철없던 동생이 진지하게 자신을 바라보자 아무 말도 알 수 없었다. 그녀가 말하는 것 중 틀린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저 잘나가는 아이돌이니 제 잘난 맛에 젖어 사는 줄 알았던 로이 테일러는 사실 언제 자신이 밑으로 추락할까를 걱정하는, 수면 위로 아름답게 보이지만 물속에서는 미친 듯이 발로 헤엄쳐야 해는 백조였던 것이다. 기껏 다 세팅해놓은 머리를 쓸어 넘긴 로이가 한숨과 함께 먼 곳을 응시했다.

“사장님께 전해주세요. 이사님. 전 당신의 상품이지 개인적인 감정이 생겨선 안 되는 물건입니다. 라고.”

그러더니 로이가 다시 활짝 웃으며, 얼어붙은 자신의 얼굴을 양 손으로 잡더니 장난스럽게 쪽 뽀뽀를 했다.

“누나, 내가 이거 직접 형한테 말하는 일 없도록 해줄 거지?”

수정은 복잡한 생각 때문에 머리가 팽글팽글 돌았지만, 자신의 게이 동생이 처음으로 좋아한 여자가 소속사 연예인이라는 것과 그녀는 결코 주인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실에 차라리 쭉 게이로 있지 왜 갑자기 제정신으로 돌아왔나 싶었다. 로이가 자신에게 어서 다시 머리랑 화장해달라고 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수분 크림이 잔뜩 발라져 반짝거리는 연예인의 얼굴에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아차! 메이크업 베이스 안 발랐다 싶었다. 그걸 매일 화장 받는 로이도 알아차려 지우고 오겠다며 화장실로 갔다.

우리 불쌍한 주안이 어떻게. 그냥 너 게이로 있으라고!

누나는 동생이 걱정돼 민호를 바라봤다. 둘이 그저 공생관계라는 것쯤은 자신도 알고 있지만, 저 잠만보랑 주인이가 어떻게 해서든 사랑에 빠지게 만들리라 싶었다. 수정은 화장실에서 나온 금발의 섹스 스타가 문틀에 기댄 채 ‘자기~ 오늘밤, 어때?’라며 치는 장난에 차라리 정색하는 것보다 장난치는 게 낫다 싶어 ‘어머, 어머~. 오빠. 수정이는 몰라.’라며 도도도 달려가 안겼다.

***

로이는 영화제에 참가하는 스타로서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찍히기 위해 카니발이 아니라 뽀대나는 마이바흐로 갈아탄 채 자신의 차례가 될 때까지 1시간이나 기다렸다. 다른 스타들도 모두 미리 도착해 도로를 마비시키는 민폐를 부리고 있었다. 이 순간이 너무나 중요하기에 시민들이 불편할지언정 부산시에서 공식적으로 자신들에게 허용해준 일이었다. 그들은 하나 둘씩 천천히 차바퀴를 굴리며 나아갔다. 그리고 연락을 받으면 차에서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가, 짠하고 ‘지금 도착했어요.’라는 듯 차안에서의 지친 기세 없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입장 순서는 당연히 인기순이었다. 제일 잘나가는 연예인이 뒤고, 별 볼 일 없는 이들은 앞이었다. 부산 영화제는 우리나라에 이렇게 영화배우들이 많았냐, 하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자리였다. 그런데 이름도 없는 신인 하나가 스폰서의 힘이 막강한지 자신의 앞 순서였다. 차안에서 그녀가 내리는 걸 지켜보자, 다리가 벌어지며 갈라진 치마 사이로 허벅지가 다 보였다. 그러나 여배우는 아무렇지 않게 당당한 포즈로 걸어 나갔다. 부드러운 소재라 그녀가 걸을 때마다 4갈래로 갈라진 틈으로 허연 다리가 드러났다. 등판은 완전히 드러났고, V자형으로 가슴을 가리는 앞판은 양면테이프로 고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옆에서 보면 젖가슴과 천의 사이가 붕 떠 다 보였다.

“허걱. 야, 재 완전 미쳤나 보다. 아주 벗고 나와라 벗고.”

운전석에 앉은 주안이 이름 모를 신인을 욕하며 ‘나는 내 연예인한테 저렇게 안 입히지.’라는 전혀 소속사 사장 같지 않은 말을 했다. 로이는 그런 그의 말에 피식 웃으며 ‘그러니깐 네가 망하는 거지.’ 했다. 대부분 아무리 소속사관계자와 연예인이 친하게 지낸다고 해도 그들 사이는 엄연히 비니지스 관계라 그 선이 무너지면 서로에게 서운 것을 토로하며 소송을 걸고 말들이 많아졌다. 그런데 자신의 사장은 연예인이 마치 가족인 양 짧은 치마 입은 여자아이돌들에게는 ‘똥꼬치마 같은 거 입지 마. 네 스타일리스트 나한테 좀 혼나야겠다.’라며 챙겨줘 오히려 자신들이 뜨고 싶다며 노출을 하려 들었다.

로이는 핸드폰으로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쳐다봤다. 아직 자신도 그녀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이 자리의 아무도 그녀의 이름이 호명되어 나왔음에도 몰랐다.

“형, 나랑 내기할래? 저 애 이름 알아맞히기로.”

“야, 그걸 어떻게 아냐? 아까 뭐라 부른 거 같던데. 뭐라 했지?”

그는 잠시 생각해봤지만 떠오르지 않는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로이는 어느 정도 지점까지 걸어간 여배우를 보며 속으로 카운트다운을 셌다. 5, 4, 3, 2, 1. 땡!

아마 그녀는 자신이 노출 있는 드레스를 입으면 주목을 받을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건 앞선 여배우들이 너무나 많이 했다. 신인의, 그것도 무슨 영화를 들고 오는지도 모르는 존재를 사람들이 신경 쓸 리 없었다. 그러니 넘어지는 거다. 꽈당. 진짜 구두에 드레스 자락이 걸려 넘어지는 이들도 종종 있지만, 저런 부류는 벼락까지 내몰린 이들이었다. 이미 할 만큼 다하고 이 기회를 얻었으니 죽어도 대중에게 자신의 이름을 세겨야 했다. 그것이 바로 주홍글씨라 할지라도 말이다.

로이는 잠시 기다렸다. 우선 인터넷 기자들이 사진을 찍었으니 급하게 기사를 올리더라도 한 줄의 내용은 있어야 하니깐. 신문의 지면과 달리 인터넷 기사는 속보가 생명력이라 일단 올린 후 고치고 봤다. 그래서 정보의 신뢰성은 낮고, 내용은 저질에 언론인의 자긍심은 담겨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그들이 살아남는 방법이었고, 저 방법은 우리들이 살아남는 방법이었다.

이제 어느 정도 시간이 되었다 싶어 폰을 확인하니, 김우리가 떴다. 연예인으로서의 이름이 별로다. 사람들이 전혀 기억해낼 만한 특징이 없어 각인시키기 힘드니 말이다.

“로이, 스텐바이 하래. 정확히 55분에 맞춰 내려. 4, 3, 2, 1.”

“형, 재 김우리래.”

문을 열고 나왔다. 사람들의 환호성 때문에 귀가 먹먹할 정도였다. 카메라 셔터 빛에 눈이 멀고, 긴장감으로 입안이 바짝 말랐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듯 웃으며 레드카펫을 걸었다. 그리고 바닥에 엎어져있는 신인 여배우에게 자켓을 벗어 걸쳐줬다. 그녀의 어깨를 안아 일으키니, 자신을 보며 놀라했다.

“괜찮아요?”

“……로이?”

“오늘 일은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이것으로 금발의 매력적인 톱스타는 모두의 앞에서 신사적인 이미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로이는 처음 만나는 사이였음에도 우리와 같이 포토존에 올라 사진을 찍고 입장하였다. 카메라 앞에서 손을 흔들며 자상한 선배 역할을 해줬다. 이슈 메이커라 봐도 좋았다. 이게 로이 테일러가 19년 동안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방법이었다.

이제 오늘 영화제의 주인공은 넘어진 김우리가 아니라, 그녀를 도와준 아역스타의 어른스러움에 초점이 맞춰진 로이 테일러일 것이다. 모두들 언제 로이가 저렇게 자랐지, 라 말하겠지.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조련사가 받는 격이었다. 불쌍한 것.

그런데 사진 촬영이 끝났는데도 자신의 팔에 매달려 전혀 놓으려하지 않는 우리였다. 설마 그것가지고 반했나 싶었다. 로이는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으려하는 그녀에게서 디올 자켓을 돌려 달라 하고 자리를 피했다. 이거 협찬이라 잃어먹었다가는 민호가 자살한다.

개막식을 위해 지정석에 앉으니, 옆에 한국 최고의 섹시 여배우 류예진이 낮아있었다. 그런데 자신 눈에는 여전히 풋풋한 뽀미언니로 보였다. 같은 뽀뽀뽀 출신이라 그런지 몰라도 글래머 스타라는 수식어가 예진에게 붙을 때면 그 간극에 웃음이 나오곤 했다. 마치 집에서 다 늘어난 추리닝을 입던 엄마가 밖에서 짧은 치마 입어 사람들로부터 섹시하다는 말을 듣는 것처럼 말이다,

“왔어? 로이야.”

“예. 누나. 오늘 완전 섹시한데요.”

자신의 말에 어느덧 40대가 된 여배우는 농염한 미소를 지으며, 손으로 입을 가린 채 귓속말을 해왔다.

‘방금 개 완전 웃기다. 그 방법 내가 20년 전에 써먹은 거 알지? 하여간 그런다고 아무나 다 스타 되는 줄 아나.’

예진의 말대로 위험부담이 컸다. 일단 섹시=저렴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져 야한 영화 쪽으로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었다. 이 방법은 인지도는 높아지지만 결국 소속사로부터 쓰고 버려지기를 당한다. 섹시 화보도 쫌 찍고 누드도 찍고, 뭐 그런 거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건 이미 단물이 다 쪽쪽 빨렸다는 뜻이었다. 잘 나가는 이들 중 몇몇 찍기는 하지만 보통 위험하다 싶을 때 섹시 화보를 찍어 이슈를 만들어냈다. 모바일 화보는 촬영비용도 적게 들고 돈은 많이 벌지만, 이미지로 먹고 사는 이들에게는 시한폭탄을 안고 뛰는 행위이니깐.

예진이 섹시스타로서 자리 잡고, 모두가 무시하지 않은 위치에 올라선 거는 섹시어필뿐만 아니라 그녀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거였다. 사극부터 시대극, 현대 드라마, 영화, 모든 분야와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에게 씌워진 섹스하다는 이미지가 저렴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그녀는 연기력을 쌓았다. 과연 김우리가 이 이후에 잘 헤쳐 나갈지 궁금했다. 이 점은 자신도 아직까지 고군분투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하수연이 너 좋다고 진상 부렸다며? 누나가 혼내줄까?”

하여간 이 업계가 뭔 일만 있으면 다 소문이 나 버렸다. 로이는 피식 웃으며 자신의 얼굴에 클로즈 업 된 카메라를 향해 웃어보였다. 어느새 자신 쪽으로 몸을 틀었던 예진이 교태로운 몸짓으로 허리를 꺾은 채 아무 일 없는 듯 시치미를 뗐다. 그리고 카메라가 지나가자 자신보고 그 여우가 수상한 짓하면 얼른 말하란다. 로이는 자신을 걱정해주는 이가 있다는 사실에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무대 위에서 인사를 끝낸 조직 위원장을 봤다.

“제20회 부산 국제 영화제 화려한 개막을 선언합니다.”

그의 말에 폭죽이 터지고 하나 같이 하늘을 바라봤다. 저 빛나는 폭죽들이 이 순간만은 아름답듯 이 자리를 위해 스타들은 언젠가 자신들의 빛이 사라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 몸을 불태웠다. 이제 영화제가 시작되었고, 로이 테일러는 자신의 역할을 다 마친 거였다. 사람들이 화약 냄새가 사라진 하늘을 언제 처다 봤냐는 듯 자리를 이동했다. 예진도 자리에서 일어나 ‘나중에 밥 한번 먹자.’라며 사라졌다.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나가는 걸 멍하니 지켜보고 있자 바지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수혁이었다.

『로이, 제 무대 인사 보러 와주실 거죠?』

그런데 나 이 남자한테 폰 번호 준 적 없는데 말이다. 뭔가 섬뜩한 로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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