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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돌이다-21화 (21/104)

00021  마피아는 싫어  =========================================================================

로이는 늙은 아저씨 주제에 꽤나 귀엽게 우는 수혁의 등을 토닥여주며 인생 상담을 해줬다.

“형, 사람이란 자고로 남자는 여자를 좋아하고, 여자는 남자를 좋아해야하는 거야.”

자신의 설교에 열심히 끄떡이며 경청하는 그였다. 그녀는 그런 후배의 태도에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게이가 되기에는 이 세상에는 너무 예쁜 여자가 맞지.’라 했다. 그러자 수혁이 고개를 저으며 ‘네가 제일 예뻐.’란다. 물론 그렇기는 하지만, 자신은 남자 아이돌이니 남자 배우와 사귈 수는 없는 거였다.

“게이라면 저 게이도 있고, 이 게이도 있으니 이 참에 셋이 로맨스를 찍어보는 것도 좋겠지. 하지만 난 아쉽게도 게이가 아니야.”

그런데 수혁이 자신도 게이가 아니란다. 이제와 무슨 말을 하나 싶었다. 로이는 스캔들이 무서운 건 연예인의 숙명이지, 하며 그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선배가 말하면 잘 들어. 이게 그냥 얻어지는 어록들이 아니라고. 형, 주안이랑 민호는 멋진 섹 라이프를 즐겨도 소문날 문제없는 자들이라고. 알간?”

“……그래서 지금 나보고 게이 새끼들이랑 뒹굴라고?”

그녀는 갑자기 섬뜩한 살인자 잭으로 돌변하여 29년 동안 이 순간을 위해 눈빛을 갈아 칼을 만들었다는 명인 김수혁에게서 도망쳤다. 그러자 그가 자신의 끌어안고 귓가에 소근, 한 마디 하더니 다시 웃으면서 자신을 놓아줬다.

‘이 세상 여자 중 네가 제일 예뻐 로이야.’

로이는 그 비밀을 어떻게 알았을까 싶어 멍하니 혹시 내가 찌찌를 공개해서 알게 되었나,  그 전에는 어땠지? 고민해봤다. 이 납작한 가슴을 보고 그 사실을 알아보다니 혹시 병아리 감별사 마냥 여자 감별사인가 싶었다. 그런데 이 무서운 후배가 나는 지 선배이고 저는 엄연히 내 쫄다구면서 하극상을 벌였다. 수혁이 백허그로 자신의 배를 꼭 끌어안았다. 그런데 완전 섬뜩한 것이 조폭 아저씨들이 그런 자신과 그를 보며 ‘경축드립니다. 도련님.’하며 미친 듯이 박수를 쳐대는 거였다. 뭐, 뭐지? 나 지금 이 아저씨랑 엮인 거야?

“로이, 저도 이만 씻고 영화제 준비를 해야 하니깐 아쉽지만 이따가 만나요.”

수혁이 자신의 허리를 풀어주고, 뺨에 쪽 뽀뽀를 했다. 아무리 잘생긴 남정네라지만, 그 달달한 목소리와 겉모습에 속기에는 가끔 섬뜩할 정도로 살기가 느껴지는 눈을 해대니 그의 온화한 미소가 그것을 가려내기 위한 연막탄이라는 걸 깨달은 지금, 예전에는 그저 ‘저 사르르 미소가 내 CF를 빼앗아갔어. 완전 여우야.’하며 짜증을 낼 수 있었던 것 같은데 그 시절이 꿈결 마냥 아늑히도 멀리 사라져버리려 자신은 그 앞에서 쭈구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주안에게 어서 도망가자 눈치를 줬고, 이 멍청한 게이가 ‘우리 소속사는 연애 금지야!…예요. 수혁씨. 방금 정한 거 아니에요. 진…짜…일지도 몰라요.’라 비굴함을 보여 그 옆구리를 꼬집어가며 엘레베이터로 도망갔다.

그런데 수혁이 타지도 않을 거면서 엘레베이터 앞에서 멀뚱히 서 있는 거 아닌가. 로이는 문이 닫히려는 사이로 보이는 그에게 손을 흔들어줬다. 룡룡이님, 부디 다음 거 타고 오세요. 그러자 수혁이 버튼을 눌러 자신을 보고 배시시 웃는 거 아닌가. 고 놈 참 잘생겼네.

로이는 그의 정체가 무시무지한 살인마 잭이라는 걸 알았음에도 저절로 광대가 승천하는 걸 느꼈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지 부끄럽다는 듯 속눈썹을 내리깔고 ‘그냥 보고 싶어서요.’라며 잠깐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찰나마저 그리웠노라 고백하는 바보의 말에 저도 모르게 뛰쳐나와 그를 끌어안아버렸다.

“아, 진짜. 아저씨 주제에 왜 이렇게 예뻐. 내가 미치겠다.”

그의 목에 팔을 두른 채 안기자, 수혁이 엉덩이를 받쳐줘 그의 허리를 다리로 감아냈다. 가까이서보니 이 남자가 왜 톱스타가 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요즘 워낙 성형수술이 발달돼 웬만해서는 대중들이 잘생겼다는 말을 안했다. 그런데 그는 자연 미인 사이에서든 성형 미인 사이에서든 모든 연예인을 통틀어 자신 빼고 최고의 미모를 자랑했다.

일단 남자다운 생김새를 가지고 있었는데 마초라는 느낌이 아니라 신사의 품격이 느껴지는 젠틀함이 묻어나 호감이 갔다. 턱은 날렵해 전체적으로 차가운 느낌이었지만, 눈매는 항상 웃고 있어 온화하니 얼굴 보면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물론 정색하면 후덜덜하게 무섭지만 일단 입매도 항상 올라가 다정한 인상이었다.

거기다 요즘 연예인들이 다 같은 의느님의 힘에 의해 탄생된 얼굴이라 형제 마냥 구별하기도 힘들고, 시간이 지나면 보수공사를 해줘야해 부자연스러워진다는 단점이 있는 반면에 데뷔 이례 한결 같은 미모를 자랑하는 수혁이었다. 엄마 아빠가 열심히 코는 내거로 하고 이마는 당신거로 해, 하며 자신들의 장점을 모아 만들었는지 무엇 하나 어긋나는 거 없이 잘났다.

그래도 요즘 하도 신의들이 많아 설마 이 코가 가짜는 아니겠지 싶어 그에게 돼지코를 해보니 자연산이었다. 헐, 대박.

로이는 높은 콧대도 쪼물거려 보고 이마에 조형물을 넣은 거 아닌가 싶어 꿀밤도 때려보고, 턱은 안 깎았나 관절 확인도 해봤는데 유전자 돌연변이 마냥 특출하게 태어난 자신처럼 그도 ‘하나님이 보우하사 얼굴 만세.’였다. 확실히 이 남자랑 결혼해서 애 낳으면 최강 비주얼 가족이 탄생되리라 예상되지만, 그러기에는 자신들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 룡룡이가 있어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이 먹지도 못하고 버리지도 못할 떡을 어쩔까 싶어 빤히 바라봤다. 그런데 이 발칙한 후배가 자신에게 쪽 뽀뽀를 하는 거 아닌가. 이걸 확! 손을 올려 한 대 때릴까 했다가 검은 아저씨들이 너무 무서워 ‘룡룡아 룡룡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하며 어색하게 웃었다. 나 절대 때린 게 아니라우.

수혁이 그런 자신을 창틀에 올려놓고 남의 오피스텔 건물에서 뭐하는 거냐 신고 들어오게 쪽쪽쪽 자신의 입술을 빨아댔다. 흑흑. 아니 이 사람들이 왜 멀쩡히 집 안에 있으면서 이렇게 소란 피우는데 집밖에 안 나오는 거야. 이러니깐 우리나라에 강력범죄가 판을 치는 거 아니야!

로이는 계속된 버드 키스에 발정난 늑대의 정수리를 때리려다가 검은 용이 째려보는 것 같아 손을 내려 그의 어깨를 밀어냈다. 다행히 순순히 밀리는 수혁이었다. 그런데 이러다 결혼하자고 덤빌까봐 무서웠다. 무슨 남자가 틈 한번 보여주니 미친 듯이 덤벼드는지 모르겠다. 아이돌 인생 19년 간 이런 적 처음이었다. 물론 다들 남자로 아니 데쉬 받을 때마다 ‘나 게이 아님. 꺼져. 즐~ 엿 드셈.’하면 다들 갔다. 그런데 수혁은 자신이 여자라는 걸 알아 그 방법도 쓸모없었다.

그녀는 이러다 로이 테일러가 게이로 소문나겠다 싶어, 그와 사귀기로 한 것도 아닌데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냥 친한 형동생 사이로 지나자고 했다. 뭔가 아까부터 굉장히 말려들어간 기분이었다. 그러자 수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오늘부터 1일인데 기념으로 영화제 끝나면 우리 파티해요.’라 확신 사살을 날려, 내가 정신 나갔을 때 사귀자고 말해놓고 기억 못하는 건가 싶어 멘붕으로 가만히 있자 조폭 아저씨들이 ‘축하드립니다. 도련님.’이라 또 합창을 해 오들오들 떨었다. 자신이 싫다고 한 마디라도 했다가 ‘감히 네까짓게 우리 도련님을 울려?’하며 조 팰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아까 나 좋다고 이 바보가 울 때 아저씨들 눈빛이 살벌했다.

“……알았어. 형.”

자신의 대답에 수혁이 세상을 다 얻은 것 마냥 행복하게 웃으며 또 뽀뽀를 했다. 이 놈의 남자가 무슨 뽀뽀 못해 환장을 했나 싶다. 물론 자신이 뽀뽀뽀 출신이라 2년 내내 뽀뽀뽀를 외쳐댔다. 그때 자신이 뽀뽀 해달라고 노래 부른 수를 지금까지 세고 있다가 지금 몰아서 뽀뽀를 해대는 건지 아주 끝이 없었다. 그냥 뽀뽀만으로 입술이 퉁퉁 부어오를 것 같았다. 그런데 욕망의 눈동자를 자신을 보며 고작 뽀뽀로 참아주는 건 고맙기는 한데, 티셔츠 안에 놓은 넣는 건 오버다.

로이는 수혁의 손등을 때리며 ‘이런 식이면 오늘 놀아주지 않겠어.’라 경고했다. 그러자 수혁이 충격을 받았는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서 ‘이게 바로 납치의 트라우마인가요. 연인이 뽀뽀를 해주는 게 싫어져버린다니.’라며 손으로 제 얼굴을 가리고 고뇌에 가득 찬 지킬 박사에서 손을 내리자 사악한 하이드로 변신해 납치범이 실신한 방으로 달려갔다. 뭔가 꾸엑꾸엑 돼지 멱따는 소리가 들리지만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하는 건 무서우니, 얼른 복도 창틀에서 내려와 자신을 기다리는 스텝들에게 갔다.

“안녕히 가십시오. 아가씨.”

거 참 무서운 후배한테 코가 꿰어버렸다. 조폭 아저씨들이 90도 인사를 하며 제 딸뻘 되는 자신에게 잘 가라고 했다. 그런데 그게 마치 자신이 오야붕이 된 기분이라 어린 시절 보았던 일본 영화에서처럼 ‘히자오 오레.’라 외치자 그들이 진짜 무릎을 꿇었다. 헐~.

깜짝 놀라 그냥 버튼 누르고 도망쳤다. 이러다 수혁한테 헤어지자는 말이라도 했다가는 ‘조직의 배신자다. 배때기를 칼로 쑤셔버려!’라 덤벼들까봐 무섭다. 나 이대로 결혼까지 해야 하나 보다. 거머리라 절대 떨어질 것 같지 않았다. 완전 똥 밟았다. 그런데 결혼하면 무조건 은퇴인가? 그거 참 쏠쏠한 제안이었다.

로이는 신분 세탁 후 숨겨진 여동생이어요, 하며 등장하는 상상을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사람들이 바보도 아니고 속을까 싶고, 그게 먹혔으면 진짜 했지 싶다. 그들이 원하는 건 꽃소년 로이 테일러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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