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1 프롤로그 =========================================================================
나는 아이돌이다. 그런데 남자 아이돌이다. 이 모든 것은 19년 전 갓난아이였던 내가 찍었던 단 한편의 영화로 시작되었다. 당시의 하이틴 스타 김주원이 찍었던 ‘아빠가 아니야.’에 갓난아기인 내가 출연했더랬다. 물론 기억이 없다. 아기에게 뭘 바란단 말인가. 그런데 이 영화가 쫄딱 망한 주제에 어린 나의 미모에 모두가 뻑이 가 졸지에 CF 스타가 되어버린 것이다. 문제는 내가 여자 아기인데 사람들이 남자 아이로 안다는 거였다.
엄마는 분명 처음 인터뷰에서 ‘로이는 여자아이여요.’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런데 무슨 놈의 인간들이 귀를 장식으로 달아놨는지 ‘로이가 자라면 완전 장우혁의 뒤를 이은 국보급이겠다.’라는 말을 해대니, 당시 살림살이가 힘들었던 엄마는 약간의 유혹을 받았다고 했다. 물론 그 유혹에 아주 살짝 고민을 하고 넘어가 주셨다. 그래서 나는 10살까지 방송에서 같은 여자 아이를 여자 친구라 소개하고 내 성별을 남자라 알고 있었다.
이게 다 망할 혼혈이기 때문이겠지 싶다. 그냥 평범한 한국 아기였다면 예쁠 일도 없어 영화 출연과 각종 방송 활동이 없었을 텐데, 딸을 아들로 만들어버린 엄마의 만행에 질려 미국으로 돌아간 아빠 리처드를 닮아 뽀얀 하얀 피부와 금발의 푸른 눈을 지닌 인형 같은 외모를 가진 꼬마로 태어났는데 누가 그런 나를 사랑하지 않겠는가. 덕분에 지금 대한민국은 나를 모두 남자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망할 ‘아빠가 아니야.’ 이후 내 출생신고를 해서 주민번호도 1이다. 젠장, 나 여자인데 이러다 나중에 군대 가게 생겼다.
엄마! 나 아이돌 싫어! 딸 팔아서 명품 가방 사면 좋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