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0화 〉엘프의 마을로 떠납니다. (80/81)



〈 80화 〉엘프의 마을로 떠납니다.

“누구냐.. 지금 누가 있는 거야!!”
“..................”

휘익!


가슴이 메어질  답답한 기운. 그런 살기의 중압감을 버티지 못한 료스알브는 주위를 둘러보며 발악하듯 소리쳤으나 그 살기의 주인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은 채 료스알브조차 눈치 채기 힘든 속도로 료스알브의 등 뒤를 지나갔다.

“뭐야?!”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뒤의 기척에 료스알브는 뒤를 돌아보았으나 이미 정체불명의 존재는 그곳에서 사라진 후였다.

“한여름  귀찮은 모기 같은 녀석....”

뒤를 돌아보자 사라진 존재에 료스알브는 욕지거리를 하며 다시 한 번 감각을 집중시키려 하는 찰나

“............다.”
“!?”


바로 자신의 옆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살기와 무언가의 중얼거림에 료스알브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으나 그곳에는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


분명히 느껴지는 살기. 그러나 보이지 않는 존재. 거기에 감각을 아무리 세워도 도무지 잡히지 않는 수수께끼 존재의 기척. 그런 존재의 섬뜩함에 료스알브는 식은땀이 조금씩 흐르기 시작했다.

“후우..... 하. 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


감각을 날카롭게 세운 채 주변을 조사하던 료스알브는 전혀 보이지 않은 채 느껴지는 압박감 때문에 정신이 미쳐버린 것일까?


잠시 심호흡을 한 료스알브는 호탕하게 웃으며 다시  번 주위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여전히 주위엔 아무런 생명체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으며 인기척역시 느껴지지 않았다.

“확실히 은폐에는 뛰어나군.... 하지만, 고작 그런 겁쟁이 같이 숨어있는 능력으로 이 몸을 계속 압박하는  크나큰 착각에 불과하다는 걸 알려줘야겠군.”

그렇게 말한 료스알브는 등 뒤에 달린 4개의 날개를 한계까지 쫙 펼치며

“주위에 숨어 보이지 않는다면 주위를 쓸어버릴 뿐이야.”


가볍게 읊조리듯 말하며 료스알브는 펼친 날개를 휘둘러 발생한 강력한 바람으로 주위에 모든  휩쓸었다.


“크하하하!! 꼴이 어떠냐! 쥐새끼 같은 녀석. 이제 숨을 곳은....”

꽈아악!


“커흑...”


료스알브가 주위의 모든 사물을 휩쓸자 언제 료스알브의 뒤로 온 것인지 어느새 료스알브의 등 뒤에 나타난 마왕이 료스알브를 노려보며 그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어.. 어느 틈에...”
“그런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야....”

갑작스럽게 나타난 마왕에 당황한 료스알브가 목을 졸리며 말하자 마왕은 료스알브가 말을 하지 못하게 목을 쥔 손에 힘을 주며 조용히 읊조렸다.

그리곤 료스알브의 어깨에 걸쳐있는 성녀를 자연스럽게 빼앗아 바닥에 내려놓곤 나머지 손에 마력을 주입하였다.

“그래서.... 유언은?”
“컥... 크헥...”
“잘 알았어.”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료스알브가 컥컥거리자 마왕은 그런 료스알브의 반응에 개의치 않은 채 손에 든 마력을  날의 형태로 바꾸어 그대로 료스알브의 배 쪽을 노렸다.


“케헥!!”


마왕의 공격에 젖먹던 힘을 짜낸 료스알브는 마왕의 공격이 닿기 전 날개를 휘둘러 마왕의 자세를 무너뜨려 마왕의 구속에서 벗어났다.


“커헉... 크헥....”

마왕에게서 급히 벗어난 료스알브는 졸린 목을 매만지며 숨을 골랐고 마왕은 그런 료스알브의 모습을 보며 말하였다.

“오늘은 정말 좋은 날이었어. 용사가 머리도 쓰다듬어주고 용사의 칭찬도 받고..... 이런 날에 이런 짓을 벌인 넌....”

눈을 감고 오늘 있던 일을 회상하던 마왕은 그런 말을 하며 고개를 정면으로 향한  번쩍 눈을 떠 푸른색의 여러 가지 무개 빛이 섞인 에메랄드 같은 드래곤의 눈동자를 빛내며


“내 손에 죽어야지.”

자신의 뺨과 팔뚝을 푸른색의 드래곤 비늘로 뒤덮은 채 마왕 특유의 검고 찰랑이는 머리를 푸른색의 뻣뻣한 날카로운 머리로 바꾸었다.

“푸른 머리에 푸른 눈... 거기에 용의 비늘.... 네놈 설마....?”
“지금은 유언을 허락한 적 없어.”

마왕의 바뀐 모습을 보고 료스알브가 놀라자 마왕은 정면으로 손을 뻗어 그대로 료스알브의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버렸다.


갑작스럽게 시작된 마왕의 금력 묶기에 료스알브는 재빨리 마법을 풀기 위해 힘을 주었으나 마왕의 힘이 료스알브를 상회하는지 료스알브의 행동은 아무 의미 없는 발버둥에 지나지 않았다.

“이대로 죽여줄게.”
“멍청한 녀석... 어차피  이 하이엘프 녀석의 몸에 기생한 사념체에 지나지 않아. 네놈이 아무리 이 녀석을 죽인다 한들 육체가 실존하지 않는 사념체인 나는......”
“그래서?”
“?!”

퍼엉!!

최후의 발버둥으로 료스알브가 말하자 마왕은 그런 료스알브의 말은 같잖다는 듯 눈썹을 꿈틀거리고는 그대로 다른 주먹을 쥐어 하이엘프의 몸에서 폭발이 일었다.

“그딴 싸구려 협박은 사람을 봐가면서 해야지.”


하이엘프의 몸에서 폭발이 인  정작 하이엘프의 몸 상태는 아주 깨끗한 상태로 그대로 공중에서 떨어졌고 마왕은 그런 하이엘프의 몸을 받아냈다.

“애초에 나는 직접 영체나 사념체에 공격할 수 있거든.”

하이엘프를 받아낸 마왕은 방금 전 폭발로 일어난 연기를 바라보며 말하였고 마왕이  흩날리는 연기를 바라보고 있자 서서히 연기가 모이기 시작하여 구름같은 형체가 되어 그 곳에 료스알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말도 안 돼!! 영체가 직접 간섭이 가능한건 알브헤임의 신족 이외엔 딱히 존재하지 않을 텐데?! 역시 네놈은......”
“흥.”


료스알브가 당황하며 말하자 마왕은 그대로 팔을 휘둘러 구름처럼 모인 연기 료스알브에 파이어볼을 날렸다.

퍼엉!


또 한 번의 폭발과 함께 다시 한 번 주변이 연기로 뒤덮이자 마왕은 이제 완전히 끝났다는 생각에 받았던 하이엘프를 내려놓으며 변했던 모습을 풀어 다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제 대충 끝난 건가..”
“아직... 아직이야!!!”

상황이 끝났다고 생각한 마왕이 순간 방심하는 순간 끈질기게도 죽지 않은 료스알브는 그런 말을 하며 연기상태인 그대로 마왕에게 돌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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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용사!!”
“끄으.... 여기는?”
“다행이다 용사! 깨어났구나!”

기절해있던 용사가 눈을 뜨자 용사를 애타게 부르던 공주가 눈물을 머금은 채 상체를 일으킨 용사에게 안겼다.

“다행이야 용사... 완전히 쓰러진 줄 알았어....”
“나는 그저 기력이 다했을 뿐이라서....... 아니, 그건 그렇고 다른 사람들은?”

공주의 걱정에 용사는 공주를 토닥이며 안심시켜 주었고 다른 쓰러진 모두의 안부를 물었다.

“모르겠어.... 나도 그냥  소리가 울려서 여기 왔는데.... 큰 싸움이라도 있었는지 여기저기 박살나고 무너져있고... 내가 왔을 때 마왕님은 갑자기 무서워져서는 하이엘프쪽으로 돌진하고.. 일단 나는 용사를 제일 먼저 찾은 거라 미약하지만 힐을 쓴 거야... 나도 전혀 지금 상황을 못 따라잡겠어. 지금 하이엘프가 이런 거야?”
“우선 이것저것 설명하자면 여러 가지 길어져.. 그러니까 공주. 우선은 설명은 나중에 해줄 테니 공주 너는 나머지 사람들을 찾아서 치료해줘.”
“하지만 내 치료능력은 별로 그렇게 강하지 않아...”
“괜찮아. 지금 모두들 쓰러져있기 때문에 미약한 힐이라도 무조건 도움이  거야. 오히려 공주가 이렇게 미약하나마 힐을 해줘서 다행이야.”
“그렇다 해도....”
“걱정하지마. 이건 지금 공주만이   있는 일이야. 부탁할게.”
“그럼 용사는?”
“나는 일단 하이엘프쪽으로 달려갔다는 마왕님을 찾으러 가야지. 급하니까 대략적으로 말하자면 긴급 상황이야.”


자리에서 일어난 용사는 공주에게 말하며 몸을 풀었고 그런 용사의 모습에 공주는 불안한 듯 용사의 옷소매를 잡아 당겼다.


“공주?”
“용사... 긴급 상황이라고 무리하다 죽으면 안 돼..?”

상황을 따라가지 못한 채 주변의 모습을 보고 불안에 사로잡혀 있는 공주가 떨리는 눈빛으로 말하였다. 용사는 그런 공주의 불안한 기색에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안심시키듯 공주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걱정하지 마. 여차하면 바로 도망칠 테니까.”
“용사 성격상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걸...”


용사의 말에 공주는 불신의 눈빛을 보내며 말하였고 그런 공주의 말에 정곡을 찔린 용사는 얼굴을 긁적이며 말하였다.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마왕님이 강하시니까 내가 죽는 일은 없을 거야.”
“하긴 마왕님이라면 용사를 죽게 두지 않을 테니까.”
“어째 나에 대한 믿음보다 마왕님에 대한 믿음이  커?”
“용사가 믿을 만해야 믿지..”
“그런 가슴 아픈 말을....”

약간의 농담을 주고받자 불안이 조금 가신건지 자리에 주저앉아 있던 공주도 자리에서 일어나며 용사에게 말하였다.

“그럼, 나도 나머지 사람들을 찾아서 치료할 테니까 용사도 마왕님 찾아서 이 긴급사태를 해결하도록 해.”
“아아. 최대한 빠르게 끝내보도록 할게.”

공주의 말에 힘차게 대답을 한 용사는 곧바로 료스알브의 탐색을 위해 달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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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윽.... 크허억!!”
“무슨.....”


마왕에게 돌진하는 줄 알았던 료스알브는 순간적으로 보호막을 만들어낸 마왕을 피해 생각지 못한 쓰러진 성녀를 향해 빙의를 시도하였다.

분명 자신을 공격하거나 빙의할거라 생각한 마왕의 허를 제대로 찌른 전략이었으나  결과는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크윽... 무... 무슨...?!”


빙의된 상태가 고통스러운지 머리를 부여잡은 채 신음하고 있는 료스알브.

그런 료스알브의 모습에 당황스러운지 마왕 역시 고통에 겨워하는 료스알브를 멍하니 바라만 볼 뿐이었다.


“이제 그만 두시죠. 료스알브..”


온몸에 전류가 흘러 감전된  료스알브는 바닥을 꿈틀거리며 움찔움찔 몸을 떨었고 그런 료스알브를 가엽게 여기는 듯 료스알브의 위 정확히는 료스알브가 빙의된 성녀의 몸 위에 반투명한 성녀의 영체가 나타나 료스알브에게 말을 걸었다.

“무슨....”
“제 아무리 신의 자격이 박탈당했다고는 하나  모습은 너무 추한 것 아닌가요?”
“네놈이 뭘 안다고 떠들어..!!”
“글쎄요. 굳이 깊은 이야기는 모르지만... 당신의 알브 종족이 신의 힘을 가지기 위해 저희 천족 아이들을 많이 고생시켰다는 것 정도는 아는군요.”


평소 나긋나긋 웃은 얼굴의 성녀가 정색을 하며 료스알브에게 말하자 주위의 공기가 얼어붙은  차갑게 느껴지며 료스알브는 성녀의 언급에 놀라며 무언가 찔리는 게 있는 듯 료스알브를 바라보는 성녀의 시선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그런 일을 겪고 나서도 신의 힘을 지니기 위해 망령이 되어 이런 짓을 벌이고 있다니, 굉장히 꼴사납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어... 어쩔 수 없잖아!! 나에겐 신의 자격을 얻어 신의 생활을 하는 것이  전부였어! 그것이 내 긍지였고 그것이  삶의 이유였으며 그것이  자부심이었어! 그런데... 그것이!!  종족 아이들에게 그런 기쁨과 즐거움, 행복을 알려주고 싶었던 게 뭐가 잘못되었단 거야!”
“의도가 잘못되었다고 말한  없어요. 료스알브. 잘못된 것은 그 방법이죠.”

필사적인 료스알브의 말에 성녀의 영체가 료스알브의 눈앞에 다가가 상냥한 말투로 그에게 말하였다.

“그리고 잘못된 그 방법을 써서 천족을 위협에 빠뜨린 당신이....”

다정하게 료스알브의 뺨을 어루만지며 말하는 성녀. 그런 성녀의 다정함 때문이었는지 료스알브는 들지 못하던 고개를 들어 눈앞의 성녀를 바라보았고 료스알브가 성녀를 바라보자 성녀는 상냥하게 옅은 미소를 띄던 표정을 지우며


“정말 증오스러워 미칠 것 같아요.”


딱딱하고도 강렬한 정말 상대가 미워 죽을  같은 느낌을 그대로 전달해주는 정색한 표정으로 료스알브에게 말하였다.


“......!!”

그런 성녀의 압박감에 료스알브는 방금 전 마왕의 살기보다 더욱 심한 섬뜩함을 느끼며 몸을 움찔 떨었고 성녀는 그런 료스알브가 도망치지 못하게 하겠다는 듯 료스알브의 어깨를 꽉 움켜잡았다.

“도망가려하지 말아요.”
“..........”
“그 때.... 제가 당신을 철저히 잡았더라면 이렇게 망령이 되지는 않았을 텐데...”
“너... 뭐야?”
“가르쳐드릴 의무는 없죠. 아아.. 원래 이건 레미엘의 일인데 뭐 그녀석이 일을 제대로 안 해서 당신 같은 망령이 남은 거니 상관없겠죠.”
“네녀석... 설마?”
“네네. 유언을 남기라고 한 적은 없어요.”

파아아아앙!!


성녀의 중얼거림에 료스알브가 무언가 눈치 챈 듯 놀라며 이야기하려 했으나 성녀는 그런 료스알브의 이야기가 시작하기도 전 거대한 순백의 빛을 내뿜으며 자신의 몸에 빙의되어 있는 료스알브를 없애버렸다.

“뭐, 신이 아닌 망령단계의 당신은 고작 이정도 이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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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마왕님! 성녀님!!”

다급히 마왕을 찾던 용사는 마왕과 성녀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곤 반갑게 둘을 맞이하러 달려갔다.

“너... 정체가 뭐야...”
“여러분이 알고 계신 성녀입니다~ 라고 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겠죠?”

마왕과 성녀에게 다가가 반갑게 맞이하려던 용사는 마왕과 성녀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류에 차마 더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우선 조금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기로 하였다.

설마 료스알브가 이번엔 성녀에게 빙의한 것일까? 걱정스러운 생각이 들었으나 우선은 상황을 먼저 확인해보는 것이 중요했다.


“제대로 설명하시지?”

마왕 쪽에서 성녀에게 적대적인 기운을 보내자 성녀는 마왕의 적대심에 억울하다는 느낌 없이 이해한다는 분위기로 마왕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고위 천사라 해도 방금 전 료스알브를 쓰러뜨릴 때 나왔던 그 정도 힘까진 나오지 않아. 게다가 아까 언급했던 레미엘과 친분이 있는 듯한 말투. 너... 일반 천사가 아니지?”

료스알브를 쓰러뜨린 것인가..? 그것도 성녀님이? 용사는 성녀가 료스알브를 쓰러뜨렸다는 점에서 조금 의문을 느꼈으나 우선 쓰러뜨렸다는 것이 중요하기에 잔뜩 긴장하며 전투태세를 준비하던 몸에 힘을 풀었다.

“네.. 뭐, 이해하신대로. 저는 일반 천사가 아닌 제 7대 천사 중 하나 라피엘이라고 합니다.”

마왕의 질문에 성녀는 숨기는 것 없이 자신의 정체를 털어놓았고 성녀의 대답에 마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였다.


“그런가.. 알았다.”
“.....어라? 별로 놀라지 않으시네요?”
“어차피 첫 만남 때부터 네놈이 이상한 천사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고, 질문에 순순히 답했으니 별로 뭐라 할 것도 놀랄 것도 없지.”
“하지만 수긍이 너무 빠른 걸요~? 악마에게 천사는 그야말로 적 아닌가요? 그것도 7대 악마 중 하나이며 마왕서열 1위인 레비아탄님 당신에겐?”
“별로. 내가 좋다고 7대 악마에 들어간 것도 아니고, 주변에서 7대 악마니, 마왕서열 1위니 떠들어대는 거지 나는 그런 것에 신경 쓰는 타입이 아니라고. 애초에 네가 갑자기 정체가 밝혀졌다고 해서 지금까지 같이 생활한 경험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잖아?”


마왕이 말하며 묘한 기류가 사라지자 용사는 이제 슬슬 둘에게 인사하기 위해 서서히 다가가려 하였으나 성녀의 돌발행동에 용사는 다시금 멈추고 말았다.

“멋지시네요. 남자였다면 홀딱 반할 멘트에요~”

성녀가 눈을 반짝이며 마왕에게 달라붙으려하자 마왕은 조금 거북하다는 듯 손을 절래 흔들며 성녀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막았다.

“다가오지마라. 나는 그런 쪽에 취미는 없다.”
“어라~?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는데요~? 아. 그러고 보니 제가 기억을 잃었을 때 찾던 여신님이 혹시 마왕님이 아닐지~?”
“그럴 리가 없지 않느냐! 그리고 다가오지 말라고 경고했다!”
“아앙~ 빼지 말아주세요~ 여왕님~”
“뭔가 여신에서 여왕으로 바뀌었는데 말이지?! 게다가 둘의 의미 차이가 엄청 다르게 느껴지는데 말이지?!”

마왕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성녀가 계속해서 들러붙자 힘으로 성녀를 밀어내며 마왕이 계속해서 태클을 걸었고 성녀는 그런 마왕의 태클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마왕에게 들러붙으려 하였다.

여기서 용사는 어떡하면 좋은 것인가. 둘이서 해결하게 두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가서 말리는 것이 좋을까? 용사는 그런 고민에 휩싸인 채 우선 둘의 모습을 지켜보기로 하였다.

“네놈!! 뭔가 제대로 정신을 차리고 나서 나사가 더욱 빠지지 않았느냐?! 애초에 기억은 또 어떻게 찾은 게냐?!”
“글쎄요~ 여러 이야기의 흔한 전개처럼 힘이 빨려 죽을 위기에서 무언가 각성해서 다시 돌아온 게 아닐까요~? 그리고 저는 이상하지 않아요. 이상한 게 있다면 이 세계의 상식정도일까요?”
“그런 거라면 네가 이상한 게 맞다!!!”


성녀의 계속되는 구애에 마왕이 거부하자 성녀는 재밌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마왕에게 떨어져 말하였다.

“뭐, 장난은 여기까지 하겠어요.”
“전혀 장난이 아니라고 느껴졌다만....?”
“어머~ 착각이라구요? 제가 좋아하는 건 제게 계속 어울려주고 챙겨주신 용사....”
“...............”
“어라.....? 아까 느낀 적대심을 넘은 살기가 느껴지는데요?”


성녀의 말에 마왕의 몸에서 아까 전 료스알브에게 보낸 살기보다 더욱 강력한 살기가 주변에 퍼져나갔다.

마왕의 살기에 주변의 공기가 차가워지며 그 모습을 바라보던 용사마저 몸이 조금씩 떨릴 지경이었다.

“용사에게 손대지 말도록..”
“왜 저에게 그러시는 건가요..?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제 슬슬 확실히 말할 생각이다. 용사는 나의 것! 내 남편이다! 어릴 적 결혼 약속도 확실히 해뒀으니 다시 마왕 성을 복구했을 때 용사에게 그 이야기를 확실히 할.....”
“에에에?!!”
“.............?!”
“..............!!”

마왕의 발언에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용사가 깜짝 놀라며 소리쳤고 용사의 외침에 마왕과 성녀가 놀라며 용사 쪽을 바라보았다.


“.............”
“.............”
“.............”

용사의 등장에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고 용사는 그런 침묵에 부담감을 느끼며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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