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화 〉엘프의 마을로 떠납니다.
“감사합니다. 맛있게 잘 먹었어요.”
“육식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아 육식은 변변찮은 식사가 되지 않았을지 걱정이네요.”
“아니요. 육식도 정말 맛있었어요.”
식사가 끝난 뒤 하이엘프와 용사는 서로간의 예의를 차린 인사를 나누었고 아직 식사에 미련이 남은 것인지 엘프는 아쉽다는 눈치로 치워가는 빈 그릇들을 바라보았다.
“그럼 이제 돌아가도록 할까”
식사가 끝나자 자리에서 일어난 용사는 일행에게 그리 말했고 용사의 말을 따라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공주, 법사, 마왕과 달리 엘프와 성녀는 붊나이 있는 듯 자리를 버티고 앉아있었다.
“엘프.... 성녀님.... 둘 다 뭐하는 겁니까....?”
엘프와 성녀가 자리에 앉아 버티자 용사는 당황스러운 모습으로 둘에게 물었고 자리를 버티는 엘프와 성녀는 각각 용사에게 말하길....
“채소요리 더 먹고 싶어요!”
“좀 더 여신님과 함께 있고 싶어요!”
“...............하아.”
엘프와 성녀가 버티자 용사는 다시 피곤해질 미래가 머리에 그려져 두통이 오는 듯 했다.
한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한숨을 쉰 용사는 처음엔 설득해보고 안된다면 강경대응으로 끌고 가기 위해 왼손에 흑룡소환 준비와 법사에게 슬립마법 준비를 시켰다.
“엘프... 채소 음식은 내가 돌아가서도........”
“여기 음식이 더 맛있어요!!!”
“크윽....”
대놓고 말하는 엘프의 말에 용사는 가슴을 후벼파는 상처를 입은 듯 아픈 가슴을 부여잡으며 쓰러지지 않기 위해 다리에 힘을 주며 버텼다.
물론 엘프들이 용사들보다 채소에 대한 조예가 더욱 깊을 뿐 아니라 오랜만에 맛보는 고향음식(?)에 대한 정겨움도 있어 엘프가 용사의 음식보다 이곳 음식이 더욱 맛있다고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실력적으로도 용사가 요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지는 반년정도밖에 되지 않았기에 이곳 요리사들의 실력이 더욱 뛰어나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요리를 하는 입장에서 대놓고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에 상처가 되는 것은 어찌 할 수 없는 것이다.
“난 이제 틀렸어....”
엘프의 말에 충격을 입은 용사가 비틀거리자 그런 용사를 받쳐주며 공주가 말하였다.
“괜찮아. 용사. 확실히 우리 궁전 요리사들보다 맛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용사의 정성이 느껴져서.....”
“.........”
“용사?!”
공주의 말에 빈틈을 찔려 더욱 큰 상처를 입은 용사는 그대로 힘이 풀려 공주에게 기대었고 그런 용사의 반응에 공주는 깜짝 놀라며 용사가 쓰러지지 않게 힘을 주며 버텼다.
“그건 무슨 확인사살이더냐....”
“아니, 나는 그런 생각으로 말한게.....”
그런 용사와 공주의 모습을 보며 마왕이 말하였고 공주는 마왕의 말에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하였으나 마왕은 그런 공주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절래절래 저을 뿐이었다.
“아무튼 성녀. 아무리 여신과 함께 있고 싶다곤 하나 이제 슬슬 돌아가야......”
“저는 여기 좀 더 있을거예요!!”
“........!”
엘프와 공주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은 용사가 재기불능상태가 되자 이번엔 마왕이 나서 성녀를 설득하였으나 돌아오는 반응은 떼를 쓰며 하이엘프를 끌어안는 성녀였다.
“성녀.. 하이엘프도 곤란해 하지 않는가....”
“그럴 리 없어요!! 여신님이라구요! 여신님께서 신의 사자인 저를 부담스러워하거나 곤란해 하실 리 없어요!”
“.............”
“.............”
성녀의 여신을 향한 굳센 믿음에 마왕과 하이엘프는 동시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특히 성녀에게 굳게 끌어안긴 채 마치 아이에게 보호받는 인형이 된 듯한 상황의 하이엘프는 더더욱 곤란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그럼.... 모두들 여기에 하룻밤 묵고 가는 건 어떠세요?”
엘프와 성녀가 떼를 쓰자 곤란하게 되어 버린 나머지 용사일행들에게 하이엘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하였고 하이엘프의 말에 마왕이 되물었다.
“괜찮겠나?”
“네. 괜찮아요.. 어차피 넓은 성이라 방은 많이 남아있고.....”
일단은 그렇게 해주시는 게 지금 상황보다는 덜 곤란해요....
“............”
끄덕
말은 하지 않았지만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는 하이엘프에게 마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안쓰러운 표정으로 하이엘프를 바라보았고 성녀에게 안긴 하이엘프는 여전히 조금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고는 있으나 미소는 잃지 않고 있었다.
“와아~! 그럼 여신님이랑 같이 잘 수 있는 건가요?”
“와아아!! 맛있는 요리를 또 먹을 수 있어요!!”
하이엘프의 제안에 성녀는 등에달린 날개를 파닥이며 기쁜 듯 말하였고 엘프 역시 하이엘프의 제안에 눈을 반짝거리며 만세삼창을 외쳤다.
“에....? 저기... 같이 자는 건 조금 곤란할지도.....”
“안 되는 건가요....?”
성녀의 동침 발언에 하이엘프가 말하였으나 하이엘프의 말에 성녀는 금세 등에 달린 날개를 추욱 늘어뜨리며 울상을 지었고 눈물에 약한 하이엘프는 어쩔 수 없이 동침을 허락하고 말았다.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여신의 대한 집착이란 말이냐...”
“히히~ 여신님 너무 좋아요~!”
“아하하.... 사실 여신이 아니지만요....”
하이엘프를 마치 부모처럼 따르는 성녀의 모습에 마왕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말하였고 하이엘프는 그런 성녀의 애정에 조금 곤란한 듯 눈썹을 아래로 내린 채 조용히 중얼거렸다.
“야식은 언제 먹는 건가요~?!”
“..........정숙.”
그리고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엘프가 즐거운 듯 외쳤고 그런 엘프를 법사가 분위기를 읽은 듯 지팡이로 톡 쳐 잠들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