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4화 〉엘프의 마을로 떠납니다. (74/81)



〈 74화 〉엘프의 마을로 떠납니다.

“정말 이런 대접을 받아도 괜찮을까요?”
“물론이죠. 저희 엘프 일족의 손님은 엘프 일족의 여왕인 하이엘프. 즉 저의 손님이기도 하니까요.”


시끄럽던 엘프네 집에서 벗어나기 위해 하이엘프는 어쩔 수 없이 오해로 빚어진 여신 취급을 받아들인 채 신의 사자인 성녀와  이야기가 있다는 것으로 엘프마을의 주민들에게 이야기를 마치고 자리를 빠져나왔다.


자리를 빠져나오는 도중 다행히 용사일행들은 하이엘프를 따라 곧잘 자리를 빠져나갔으나 엄마 엘프와 친분이 있던 다른 엘프들은 엄마 엘프에게 신의 사자와는 어떻게 알게 된 사이인지 알려달라며 반강제적으로 엄마 엘프를 끌고 가버렸다.

사실 어떻게 알게 되었냐 물어도 알게된 지 하루는 되었나 싶을 정도의 얕은 사이라 할말도, 애초에 성녀가 신의 사자라는  알지도 모르기에 (신의 사자조차 아니지만....) 어떻게 될지 불안하기만 하였다.


어쨌든 일이 그렇게 되어 하이엘프의 안내를 받은 용사일행은 하이엘프의 성에 도착하여 식사를 대접받고 있었다.

“그런데 이거 괜찮나요?”
“네?  말씀하시는거죠?”
“여기 고기.....”

용사가 식탁에 나온 고기요리를 가리키며 물었고 용사의 질문에 하이엘프는 별  아니라는  용사에게 웃어보이며 말하였다.


“물론 괜찮죠. 저희도 손님께 대접해드릴 고기정도는 비축하고 있답니다.”
“아니.. 엘프라고 하면 주로 채식주의라고 알고 있어서....”

실제로 지금 식사를 하고 있는 엘프도 식탁에 있는 고기에는 전혀 손도 대지 않은 채 채소, 과일만을 열심히 입으로 옮기고 있었다.

“확실히 엘프는 육식을 하지 않지만 다른 종족과의 교류를 위해 육식을 준비해 두는 것은 중요하답니다.”
“하지만 그래선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엘프들에게 죄송.....”
“그럴 필요는 없답니다.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한다는 것은 자연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지 저희가 지배자의 입장에서 자연을 보호하고 지켜간다는 그런 의미가 아니니까요. 비록 이런 육식도 저희는 하지 않지만 그건 저희는 체질적으로 채소나 과일류를 더욱 선호하는 체질이라 그런 것이지 육식을 하지 않고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러는 것은 아니에요. 게다가 다른 종족 분들과의 교류  이러한 음식들을 대접하여 관계를 좋게 해 놓는 것이 후에 마찰이 일어나 약탈을 당하는 것보다 피해가 적을 것이고요.”
“과연.....”


하이엘프의 설명에 용사는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을 편히 가지고 식탁에 놓인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건 그렇고....”

용사의 질문이 끝나자 하이엘프는 이번은 자신의 차례라는 듯 질문을 던졌다.

“저 성녀라는 분은 여신님인가요?”
“에..... 그게, 저도  모르겠어요. 본인은 일단 부정하고 있는데....”

하이엘프의 질문에 용사는 성녀와의  만남과 성녀가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는 설명을 해주었고 하이엘프는 그런 용사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헤에.... 그럼 우선 저 날개로 봐선 천사인 것으로 짐작이 가지만 아직 정확한 정보는 없다는 거군요.”
“네. 아무래도 보자마자 기억상실이기도 했고 본래 성격인지 모르겠지만 본인 성격도 조금 광신도적인면이 있어서....”


음식을 먹으며 기쁜 듯 날개를 조금씩 팔락거리는 성녀를 보며 용사는 지금껏 성녀에게 휘둘린 날들이 생각나 조그맣게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다니.... 이 모든 건 여신님 덕분이에요! 여신님! 다시 한 번 부탁드리지만 사인해 주세요!”
“성녀님. 밥 먹는 중에.....”
“아뇨. 괜찮아요. 해드리도록 할게요.”
“하이엘프님...”

사인을 안 해 드리면 사인 요청이 안 끝날  같구요.....

의외로 성녀의 부탁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하이엘프는 용사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속삭이며 말하였다.


“여기. 사인이에요.”
“와아~! 사인이다~! 여신님의 사인이에요~!”


하이엘프가 날개에 사인을 해주자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는 성녀를 보며 용사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저기... 그런데 하이엘프님.”
“네?”
“혹시나 해서 묻는거지만..... 저기 진짜 여신이지는.....”
“확실히 제가 엘프의 ‘여왕’이긴 하지만 신적인 존재까지는 아니에요. 확실히 엘프의 왕족들은 엘프가 모시는 신인 료스알브님을 계승받는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론 왕가의 권한을 계승받는 것이지 예전 료스알브님의 힘을 계승받는 것은 아니거든요. 조금 다른 엘프들에 비해 순수한 혈통일 뿐이에요.”
“엘프의 신. 료스알브..?”
“네. 료스알브님은 예전 하늘에 있다는 신들의 낙원 알브헤임에서 내려왔다고 전해지는 엘프의 시초가 되시는 분이세요. 전승에 따르면 료스알브님이 지상에 내려오셨을 때 그분의 과실로 신의 자격.  날개를 박탈당해 지상에 정착하게 되어 알브족에서 발전한 것이 엘프족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어요.”
“신의 자격을 박탈당할 정도의 과실이라면.....”
“글쎄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전해오는게 없어서요.. 그래도 료스알브님의 전승들을 들어보면 저는 료스알브님께서 좋지 않은 의도로 인한 과실이라 생각되지 않아요. 좋은 의도였지만 무언가 틀어져서 그런 것이라고...”
“그렇군요... 그건 그렇고 신기하네요. 엘프의 시초가 그런 것이었다니.....”
“네. 저도 처음 들었을  매우 흥미로웠답니다. 여기에 더해지는 이야기로는 천족 천사와 엘프가 만나 아이를 낳으면 본래의 엘프. 알브가 태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어요.”
“그건 꽤나.....”
“하지만 그렇진 않겠죠... 아무리 알브가 날개를 단 엘프족이라 해도 이제는 옅어진 핏줄들이 더욱 반으로 옅어지니 본래라고는 부르기 힘들다고 생각해요.”
“그렇군요.”
“순수혈통의 엘프가 천족의 힘이나 날개를 완전히 흡수한다면 모를까 말이죠.”
“그런....”
“뭐, 하지만 순수혈통이라곤 이제 저밖에 안 남은 데다 저는 그럴 마음이 없으니 알브가 다시 나타난다는 이야기는 이젠 전설 속 이야기일 뿐이죠.”

그렇게 전설  이야기를 나누며 용사일행은 하이엘프의 만찬을 즐기면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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