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화 〉엘프의 마을로 떠납니다.
“하아....”
다행히 성녀의 신자(?)들에게서 도망간 용사 일행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각자 긴장을 풀었다.
“대체 어떻게 힐 마법 하나를 사용한 것만으로도 이런 소동을 일으킬 수 있는걸까...”
긴장을 푼 용사는 바닥에 주저앉으며 자꾸만 이상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자신의 운명에 무언가 있다며 좌절감을 느꼈으나 일은 그곳에서 끝나지 않았다.
“저기.....”
“응? 엄마. 무슨 일이야?”
“그게.... 엘프 네가 잠시 잊었을까싶어서 말하는건데....”
“뭔데 엄마?”
“우리 엘프 마음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서 웬만해선 전부 아는 사이인건 알지....?”
“응! 알지!”
“그리고 방금 다친 엘프는 우리 옆집 이웃 벨씨라는 것도 알지...?”
“아! 그랬어? 잠시 못보고 있어서 조금 헷갈렸어. 그런게 그게 뭔가 문제라도 있어? 엄마.”
“아직 이해 못한거야....?”
“......?”
“설마.....”
“그럼.....”
엄마 엘프와 엘프의 대화에 엘프는 엄마 엘프의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 하였으나 용사와 마왕은 엄마 엘프의 이야기를 알아차린 듯 불길한 표정을 지었고 그 순간....
“여신님!! 부디 저에게 축복을!!!”
한 엘프가 엘프의 집 문을 박차고 들어오며 소리쳤다.
“역시!!”
엘프의 대화 속에서 이미 이런 상황을 눈치 챈 용사는 집으로 박차고 들어오는 엘프에 그렇게 소리쳤으나 차마 어떻게 손을 쓸 방법은 없었다.
지금은 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지만 저래도 마을사람.
아무런 죄도 없는(?) 무고한(??) 마을 사람을 건드리는 것은 아무래도 조금 마음에 걸렸다.
용사가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 점점 엘프의 집에 침입하는 엘프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성녀에게 축복을 바라는 이들 역시 점점 늘어만 갔다.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지?’
점점 늘어가는 성녀의 신자(?)들에 용사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자 성녀는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더니 화가 난 듯 이내 등에 달린 날개를 쫙 펴며 신자들에게 소리쳤다.
“그러니까 저는 여신님이 아니라니깐요!!!”
“그쪽?!”
아직까지 자신의 여신취급을 완고히 부정하는 성녀에게 용사가 소리쳤으나 성녀는 용사의 태클에도 굴하지 않은 채 이야기를 이어갔다.
“여신님은 제가 아니라.... 바로 저분이라구요!!”
현관쪽을 가리키며 외치는 성녀의 말에 모두의 이목이 현관으로 집중되었다.
“에....? 저 말인가요?”
현관에 이목이 집중되자 보이는 것은 여신님이 강림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엘프마을의 여왕. 하이엘프였다.
“네! 맞아요! 바로 당신을 말하는거예요!”
지목당한 하이엘프가 당황하며 말하자 성녀는 하이엘프의 질문에 동의하며 확인사살을 하였다.
“........”
「............」
“........?”
성녀의 선언에 모두들 침묵에 잠겼고 성녀는 그런 분위기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ㄴ.....”
“우오오오오!!!”
“역시 하이엘프님!!!”
“하이엘프님은 우리와 무언가 다르다 생각했더니 역시나 여신님이란 존재셨어!!”
“부디 저에게 축복을 내려주세요! 하이엘프님!!”
여기 마을사람들은 죄다 바보밖에 없는거냐아!!!
성녀의 선언에 침묵에 잠긴 상황을 깨기 위해 용사가 태클을 걸려 하였으나 이윽고 모두들 성녀의 발언을 믿는지 곧장 하이엘프에게 달려가 방금 성녀에게 그랬던 것처럼 축복을 구걸하였다.
갑작스러운 여신 대접에 당황한 하이엘프는 자신을 그렇게 선언한 성녀와 용사일행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냈으나 용사일행은 차마 그런 하이엘프와 시선을 마주할 수 없었다.
“에... 저기.....”
크게 당황이 느껴지는 하이엘프의 말투에 용사는 고개를 숙인 채 차마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으나 용사의 이런 마음을 모르는 듯 성녀는 확인사살에 쐐기를 박듯 하이엘프에게 다가가 말하였다.
“사인해주세요! 여신님!!”
“에? 사인이라니.... 저기...?!”
“성녀니임!!”
성녀의 돌발행동에 용사는 당장 하이엘프에게 내미는 날개를 붙잡아 성녀를 끌어내었고 성녀는 그런 용사의 행동에 발버둥을 치며 말하였다.
“와앙~! 무슨 짓이세요. 용사니임~! 여신님의 사인이라구요! 이런 건 받아두지 않으면 안된다구요오~!”
“아니..!! 여신이라는건 성녀님이 일방적으로 선언한거구요!! 실제로 지금 저 엘프님이 상황을 따라잡지 못하고 당황하고 있잖습니까!!”
“와앙~~! 맞는데에~!! 꿈속에 나온 여신님의 계시는 틀린 적이 없는데에~!!”
“지금까지 충분히 많이 틀렸거든요!!!!”
성녀의 외침에 용사는 이제껏 일어났던 일들을 순간적으로 회상하며 성녀에게 소리쳤고 이내 힘 싸움에서 이긴 용사는 성녀를 끌어내는데 성공하였다.
“하아... 하아.... 죄송합니다. 저희 성녀님이 조금... 이상하신 분이라.. 당황스럽게 하셔서 조금 놀라셨죠...?”
“이상하다니요! 이상하다니...읍!!”
용사가 성녀를 대신하여 하이엘프에게 사과하자 뒤에서 용사의 발언에 항의하는 성녀를 마왕이 자연스럽게 성녀의 입을 틀어막아 뒤로 끌어내었다.
“으음! 읍!!”
“가만 있거라. 성녀! 법사. 미안하지만 성녀를 조금 진정시켜주지 않겠나?”
“........슬립.”
“우읍!!!!!!!!!! ............zzz"
마왕의 손아귀에 걸린 성녀가 발버둥치자 성녀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 마왕은 법사에게 부탁하였고 마왕의 부탁에 법사는 금방 알아들었는지 지팡이를 성녀의 머리에 톡 쳐서 난동을 부리던 성녀를 잠재워버렸다.
이것으로 잠시 안정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
용사는 잠들어버린 성녀를 보며 드디어 찾아온 잠깐의 평온함에 잠시 심호흡을 한 뒤 하이엘프와의 대화를 이어갔다.
“조금 진정된 상태에서 다시금 이야기하겠습니다. 당황스럽게 해서 무척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물론.... 조금 당황스러운 점도 있었지만...”
성녀가 잠들자 하이엘프도 진정했는지 아까 전 당황한 태도를 지우곤 금세 침착한 태도로 용사의 사과에 답했다.
“그건 그렇고......”
“....?”
용사에게 대답한 하이엘프가 걱정스러우면서도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운을 띄우자 용사는 불길함을 느끼며 하이엘프의 말에 집중하였다.
“이곳은 조금 장소가 시끄러우니 잠시 자리를 이동해도 괜찮을까요....?”
“아...”
“하이엘프님!! 축복을!!”
“저에게도 축복을!!!”
“하이엘프! High Elf! Hail Elf!”
하이엘프의 말에 방금 전 성녀의 선언으로 오해를 받아 하이엘프를 여신으로 숭배하고 있는 지금 이 상황을 보며 대답했다.
“부디 그러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