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1화 〉엘프의 어머니가 오셨습니다. (71/81)



〈 71화 〉엘프의 어머니가 오셨습니다.

“.........”
“.........”


어색한 공기


마왕이 부엌에 들어와 여러 여자들에게 둘러 쌓인 용사를 보고 흐르는 공기였다.


“저, 정말이지.... 진짜 잠이 덜 깼나 보구나....”

어색한 침묵을 깬 마왕이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 앉았다.

현실을 부정했어?!


자리에 앉으며 눈을 비비적거리는 마왕의 모습에 용사는 그런 생각이 들었으나 굳이 지적하여 괜히 소란을 피우지 않기 위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자. 공주. 얼른 마왕님께서 현실을 부정하고 계실 때 얼른 나에게서 떨어져.”
“에~? 싫어. 어째서 나만 떨어져야 하는 건데? 다른 애들은 아직까지 잘만 붙어 있잖아.”

마왕이 아직 현실부정을 하고 있을 때 용사는 얼른 이 타이밍을 이용해 여자들을 떼어내기 위해 우선 공주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말하였으나 돌아오는 것은 조용한 목소리에 맞춰 들려오는 조용한 투정뿐이었다.


“다른 애들은 내가 어떻게든 떼어낼 테니까! 공주 너도 알지만 마왕님께서 폭주하시면 큰일 난단 말이야!”
“그리곤 또 용사가 저 마왕님을 달래주고?”
“에?”


공주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용사가 공주에게 묻자 공주는 토라진 듯 용사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아니, 지금 이럴 시간이 없는데?!

공주의 토라짐에 시간이 촉박한 용사는 공주의 기분을 풀기 위해 공주를 다시 불렀다.

“공주. 그러지 말고. 뭔가 원하는 것이라도 있다면 뭐든지 한 가지 들어줄 테니까.”
“정말로 뭐든지 들어줄 거야?”

용사의 제안에 흥미가 돋은 듯 고개를 돌리며 용사를 바라보는 공주에게 용사는 고개를 끄덕였고 공주는 그런 용사의 제안에 조금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조심스럽게 용사에게 말하였다.


“그럼..... ‘아이’를....”
“죄송합니다!! 뭐든지는 무리였습니다!!”


공주가 말하자 재빠르게 자신의 말에 사과하는 용사.

그러자 너무도 빠른 용사의 반응에 공주는 볼을 부풀리며 용사에게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용사는 나랑 아이 만드는  싫어?”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직 결혼도 안  상태에서 아이부터 만들자니..!?”
“그럼 결혼하면 아이를 만들어 줄 거야?”
“아니아니아니, 확실히 결혼하면 만들지도 모르지만....?! 아직 결혼을 생각해본 적 없으니까?!”
“그럼 나랑 결혼....”
“죄송합니다. 그런 무거운 장래의 이야기를 고작 이런 소원으로 들어주기엔 무리였습니다!!”
“치이.... 뭐든지 들어준다고 해놓곤..”
“말실수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할 수 있는 곳에서는 뭐든 할 테니 제발 부탁드려요...”
“그럼 키스해 줄  있어?”
“키, 키스라니......”
“뭘 어렵게 생각하는 거야. 이제까지 두 번이나 키스했으면서.”
“아니.... 그 키스.. 두  다 내가 원해서 했다기 보단 갑작스럽게 공주가 먼저...”
“그러니까 이번엔 용사가 해달라는 거 아냐~”
“...............”

불타는 투지의 눈동자로 용사를 노려보며 공주가 말하자 용사는 마왕의 폭주와 공주와의 키스에 대한 부끄러움, 부담감을 놓고 마음속에서 잠시 저울질을 해 보았다.

“그럼.. 보, 볼이라면......”
“좋아.”


잠시 마음속에서 저울질을 하던 용사는 조심스럽게 공주에게 키스의 범위를  쪽으로 줄이는 제안을 하였고 의외로 공주는 그런 용사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저, 정말? 정말이지?”


의외로 흔쾌히 받아들이는 공주의 태도에 용사는 당황하며 다시  번 확인하였고 공주는 그런 용사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 번 볼에 키스를 받아들였다.

“지금 그렇게 해서 익숙해지고 다음부터는 자연스럽게 제대로 진한 키스를 하면 되는 거니까.”
“............”


해맑은 공주의 말에 용사는 ‘다음에 대체  언제 키스를 강요받게 되는 날이 오기에....’ 라는 불안감이 들었으나 일단 을의 입장의 용사로서는 어쩔 수 없는 계약의 성립이었다.

“그럼 나중에 키스해주는 걸로 알고 있을 테니까 기대하고 있을게~”


용사에게 키스를 날려 보내며 언제나 앉은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해맑은 표정으로 용사에게 이야기하는 공주의 태도에 용사는 왠지 모를 불안감과 부담감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성녀님도 이제 떨어져 주시죠....”
“네에~?”
“..........”

가장  번째로 공주를 해결한 뒤 용사는 다음으로 성녀를 해결하기 위해 성녀를 바라보며 말하였으나 성녀는 용사의 말에도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인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왜 떨어져야 하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 듯하였다.

애초에 어째서 달라붙어 있는 것인지도 모르는  같지만.....


“그게..... 하, 그러니까 성녀님. 이번엔 진짜 여신님의 계시가 내려왔다고 하셨죠?”
“네!! 한  들어보시겠어요?”
“네. 들을 테니까 떨어지셔서 자리에 앉아 주시지 않으시겠어요? 그런 중요한 이야기는 식사를 하면서 듣는  좋을  같아서 말이에요.”
“그럴까요?”
“네. 물론.”


용사가 말하자 흥분하여 날개를 파닥이던 성녀는 용사의 말에 얼른 자신의 자리를 찾아 얌전하게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얌전하게 앉은 몸과는 달리 얼른 여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흥분감이  것인지 등에 달린 날개를 조금씩 파닥이며 몸을 움찔 움찔 하였다.


“.......하아.”


자리에 앉은 성녀를 보며 용사는 어느새 이런 일이 익숙해진 자신이 너무 싫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아직 일은 끝나지 않았다.

물론 법사나 엘프는 언제나 다들 달려와 안기는데다 사실상 둘 다 어린애 (엘프는 지능 쪽이...)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는 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안전을 중시하는게, 거기에 엘프가 우리 엘프가 아닌 처음 보는 엘프라고 들키기 전 떼어놓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 용사였다.

“용사...오늘은 커피를 평소보다 진하게 타주지 않겠나?”
“아. 예... 그러겠습니다.”

눈을 비비적거린 후 탁자에 팔꿈치를 얹은 채 자신의 얼굴을 가린 마왕이 용사에게 말하였고 용사는 그런 마왕에게 대답하며 법사와 엘프를 끌고 커피를 내리기 위해 움직였다.


“저기 법사. 커피를 타면 조금 위험해서 그러는데 조금 비켜주면 안될까..?”
“...............”

마왕의 부탁에 커피를 타려는 용사는 뜨거운 물에 법사가 데일까 걱정이 돼 법사를 바라보며 말하였고 이런 용사의 걱정스러운 마음을 알아준 것인지 가만히 용사를 바라보던 법사는 다행히도 용사의 품에서 내려와 주었다.

“고마워 법사.”
“..........합”

용사가 법사에게 감사를 표하자 법사는 갑작스럽게 기합을 외치고는 바닥에 마법진와 빛이 순간적으로 새어나오더니 곧장 참새정도의 크기로 작아졌다.


“에? 법사?!”
“...........흥!”


참새 정도의 크기로 변한 법사는 그대로 엉금엉금 용사의 품안으로 기어오르더니 용사의 어깨에 앉아서는 뿌듯한 듯 콧김을 크게 내뿜었다.


뭐, 본인이 좋다면 좋은 거겠지.....?

용사는 참새크기로까지 변해 자신의 어깨에 앉는 법사를 보며 차마 태클은 걸지 못한 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뿌듯해하는 법사를 이해해 주었다.

“그런데 뭔가 잊고 있는 기분이 드는데.....?”


자신의 어깨에 올라온 법사를 둔  평소보다 조금 진한 커피를 내리기 시작한 용사는 무언가 허전한 기분에 그런 말을 하였고 그 말이 도화선이 되었는지 저 멀리서 무언가 소리가 들리며 용사 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하였다.


“아.....”
“............인니이이이이임!!”
“에, 엘ㅍ....”
“주인니이이이이잉이이임!!!”
“잠깐 엘프! 멈......!!”
“배고파요!! 밥시간이에요!!!!”
“우읍!!!”

용사가 달려오는 엘프에게 스톱을 외쳤으나 엘프는 여전히 전속력으로 달려와 커피를 내리고 있는 용사를 점프해 끌어안았다.


“배고파요!! 샐러드 냄새가 나요!! 그리고... 그리고.......”
“딸내미!!!”
“엄마 냄새다!!!!”

코를 킁킁대며 말하던 엘프는 용사의 등에 있던 엘프가 딸내미라 소리치자 엄마라 맞장구치며 용사의 등 뒤에 있는 엘프를 보았다.

“엄마다!! 엄마~!!!”
“딸내미~! 딸내미이이이!!”

기뻐하며 서로 부르지만 한 쪽은 천진난만한 기뻐하는 투였으며 한 쪽은 애달프면서 반가운 투로 조금은 다르게 서로를 부르며 반겼다.


“딸내미이~ 어디갔다 여기로 왔어어어~”
“웅~ 맛있는 풀을 찾아다니다보니 여기로 왔어!”


엄마 엘프가 용사의 등에서 벗어나 용사에게 매달려 있는 엘프의 손을 잡으며 이야기하자 엘프는 팔을 휘적휘적거리며 엄마 엘프에게 말하였다.


“으웁! 읍!!”
“아. 맞아. 비켜줘야지.”
“꺄앗~ 주인님~ 아읏~ 가, 간지러.... 와아앗!!”
“으읍!!”


엄마 엘프와 엘프가 이야기를 하는  엘프이 품에서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용사가 발버둥을 치며 엘프에게 항의하였고 이야기를 나누던 엄마 엘프는 침착하게 말하며 엘프에게서 손을 떼었으나 엘프는 용사가 발버둥치는 배 쪽에 간지럼을 느끼며 몸을 이리저리 비틀다 결국 무게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용사와 함께 쓰러졌다.

“용사! 이제  잠이 깬 것 같다!”

용사와 엘프가 넘어지자 그 와중 흘러나오는 커피 냄새를 맡고 조금 저신을 차린 마왕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하였으나 용사는 그 말을 들을 틈이 없었다.

“용사~ 커피는  끓이고 있느.....”
“으으.... 아파요오~”
“엘프! 가슴.. 가슴이.....”
“저, 저기... 팔... 팔이요오...!!”

커피의 향을 따라 마왕이 용사에게 다가가자 용사는 엘프에게 얼굴을 가슴으로 짓눌린 채 옆에 엄마 엘프를 조금 깔아뭉갠 채 팔뚝은 엄마 엘프의 가슴에 손은 엄마 엘프의 스커트 안쪽에 있는 미묘한 자세가 되어있었다.


“..........”
“.......응?”


용사가 자세를 잡아 일어나려하자 무언가 이상한 느낌에 주위를 둘러보았고 그 눈앞에는.......

“용사............?”
“마, 마왕님.....?!”
“아! 마왕님!!”
“히읏.....”


지금껏 본 적 없는 무언의 압박감을 지닌 마왕이 용사의 눈앞에 서 있었다.


“지금 이게 무슨 일일까?”
“에...? 아니, 그.... 단순한 사고입니다...”
“사고.....? 그래. 그렇겠지. 나의 용사가.... 설마 일부러 그런 짓을  리 없겠지...?”
“무, 물론이죠.”


‘나의’ 라는 소유욕을 지닌 무언가 신경 쓰이는 단어가 있었으나 그런 단어를 신경  만큼의 여유가 생길만큼 마왕의 압박감은 녹록치 않았다.


“그럼. 그런 거지? 용사가 그렇게나 가슴에 집착하고 가슴을 좋아해서 그런 일이 벌어진 건 아닌 거지?”
“그, 그럼요.... 에, 엘프의 가슴이 얼굴에 닿은 것도.... 여, 여자들이 저를 껴안아서 가슴이 제 팔에 닿은 것도....  제가 가슴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전부 사고로...... 아..”
“...........................”


마왕에게 변명하던 와중 용사는 방금 전 마왕이 현실을 부정하며 애써 넘겼던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용사의 변명을 듣던 마왕은 더 이상 참을  없었는지 몸에서 검은색의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하더니...


“마.....”

콰앙!

엄청난 폭발과 함께 마왕성이 붕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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