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화 〉엘프의 어머니가 오셨습니다.
“냠”
이른 아침 오늘분의 이불빨래를 끝낸 용사가 마왕성의 정원을 청소하고 있자 이른 아침부터 정원의 풀을 뜯어먹고 있는 엘프의 뒷모습이 보였다.
“엘프... 내가 정원의 잔디는 뜯어먹지 말라고 했지!”
잔디를 뜯어먹는 엘프의 모습에 용사가 호통을 치며 엘프에게 다가가자 용사의 호통을 들은 엘프는 엘프 특유의 길다란 귀를 쫑긋 세우며 놀라고는 마치 토끼처럼 후다닥 도망쳤다.
어라? 갑자기 이건 무슨 반응이지?
평소 같았으면 아저씨같이 넉살 좋은 미소를 지으며 잘못을 넘어가려는 엘프가 오늘은 어째서인지 작은 소동물 같이 자신에게서 도망갔다.
이런 반응은 처음 엘프를 만났을 때에도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이라 용사는 무언가 신기함을 느끼며 자신에게 도망친 엘프를 뒤쫓았다.
“어이~ 엘프.”
“...힛!”
용사가 엘프를 뒤쫓자 계속 깜짝깜짝 놀라며 겁쟁이 토끼처럼 이리저리 피해다녔다.
도대체 쟤가 왜 저러는 거지....
나무 뒤에 숨어 나무들 몰래 그 길다란 귀를 슬쩍 내놓은 채 빼꼼 눈만 살짝 내밀어 용사를 경계하는 엘프.
그런 엘프의 반응을 보무지 이해할 수 없는 용사는 끝이 나지 않는 이 술래잡기를 멈추고 우선 자리에 서서 생각을 해보기로 하였다.
어차피 다가가면 엘프는 사자를 만난 토끼마냥 후다닥 도망가버린다.
그렇다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엘프가 자신을 경계하고 있다는 것.
그렇다면 우선 그 경계심을 풀어줄 필요가 있다.
거기까지 생각한 용사는 엘프가 평소 가장 좋아하는 바나나를 주머니에서 꺼내 엘프에게 향하였다.
“자. 엘프~ 이리오렴. 네가 제일 좋아하는 바나나야~”
무언가 강아지나 애완동물을 부르는 듯 한 조금은 엘프로서는 안쓰러운 취급을 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우선 그곳은 깊게 신경 쓰지 않기로 하였다.
용사가 바나나를 내밀자 바나나의 냄새를 맡은 엘프는 나무 뒤에서 코를 킁킁거리며 용사가 내민 바나나에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서서히 바나나의 유혹에 넘어오기 시작한 엘프에 용사는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조금씩 경계를 풀며 바나나에 관심을 보이는 엘프를 지켜보았다.
용사가 가만히 바라보자 조금씩 조금씩 용사에게 다가올 듯 말듯하던 엘프는 그래도 아직은 경계이 더 위인지 용사에게 오려던 행동을 멈추곤 다시 나무 뒤에 숨었다.
그런 엘프의 모습에 용사는 안타까움의 한숨을 뱉으며, 어쩔 수 없이 주머니에 있던 엘프가 두 번째로 좋아하는 당근을 꺼냈다.
움찔
용사가 당근까지 꺼내자 나무 뒤로 삐져나온 뾰족한 귀가 반응하였고 용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엘프 쪽으로 바나나와 당근을 내밀었다.
가장 좋아하는 것과 그 다음으로 좋아하는 것 2개가 동시에 남와있는 셈이다.
제아무리 지금의 엘프가 이상하게 경계심이 많다고 하더라도 이 유혹을 이길 순 없을 것이다.
확신에 찬 얼굴로 용사는 그렇게 바나나와 당근을 내민 채 나무 뒤의 엘프를 기다렸고 조심조심 경계하던 엘프 역시 바나나와 당근의 유혹에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용사가 내민 바나나와 당근에 달려들었다.
“당그은~! 바나나~!”
“좋아! 잡았다 엘프!”
엘프가 용사가 내민 바나나와 당근에 달려들자 용사는 빨리 바나나와 당근을 공중에 던진 채 달려오는 엘프를 품안에 낚아채었다.
“자. 이제 도망 못 간다고 엘프.”
엘프를 붙잡은 용사가 그렇게 말하며 엘프의 얼굴을 보자 그곳에는 용사의 품안에 귀를 축 늘인 채 공포에 오들오들 떨고 있는 처음보는 엘프가 있었다.
“누... 누구세요...?”
“우으.... 머, 먹을 걸로 속이다니... 비, 비겁하다아~!”
투욱
처음보는 엘프의 얼굴에 당황한 용사는 방금 전 자신이 날린 바나나와 당근을 잡지 못한 채 떨어지는 당근을 그대로 머리에 맞았고 용사의 품안에 있던 엘프 역시 떨어지는 바나나를 머리에 맞고 울상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