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1화 〉엘프가 배탈이 났습니다 (61/81)



〈 61화 〉엘프가 배탈이 났습니다

“우응... 저 이제 죽는 건가요? 주인님?”

엘프의 방. 침대에 드러누운 채 평소의 활발한 모습과는 달리 안색이 좋지 않은 엘프가 용사에게 말하였다.


“아니, 단순한 배탈이니까 말이지...?”

그런 엘프의 말에 용사는 방금 만든 야채스프를 엘프의 근처에 놓아둔 채 가벼운 태클을 걸었다.“


“으응... 배가 너무 아파요~”
“그러게 내가 잔디 뜯어먹지 말라고 했지! 애초에 말이야... 내가 항상 엘프 네 음식을 안 챙겨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맛없는 음식을 주는 것도 아닌데.......”

배가 아프다며 고통을 호소하는 엘프에게 용사는 마침 잘 됐다는 듯 잔소리를 시작하였다.


“으우... 주인님이 냉정해요오...”

아프다고 칭얼거리며 어리광을 부리려던 엘프는 돌아오는 용사의 잔소리에 그렇게 울먹거렸다.

엘프에게 잔소리하던 용사는 엘프가 울먹이는 모습을 보자 마음이 약해졌는지 말을 멈추곤 아까 가져온 야채스프를 한 숟갈 떠 후후 불어주었다.

“아무튼 몸 관리를 잘하라는 말이야. 이렇게 아파서 걱정 끼치지 말고.”

아까 전까지 잔소리하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며 엘프에게 야채스프 한 숟갈을 건넸다.

용사가 건넨 야채스프에 울상이던 엘프는 미소를 지으며 용사가 건넨 야채스프를 받아먹었고 용사는 그런 엘프에게 ‘옳지 잘한다.’ 라며 아이를 다루듯 엘프를 칭찬했다.


“에헤헤~ 주인님이 먹여주니까 더 맛있는  같아요.”
“거짓말 하지 마. 이거 처음 먹어보는 거면서.”


실제로 용사가 스프를 만드는 것 자체가 이번이 처음이었다.

엘프의 말에 태클을 걸며 용사가 다시 한 번 야채스프를 뜨자 그런 용사의 태도에 엘프는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용사를 바라보았다.


스프를 식히고 있던 용사는 그런 엘프의 표정을 눈치 챘는지 뾰로통한 표정의 엘프에게 왜 그러냐는  의문의 표정을 보내었고 엘프는 여전히 그런 모습의 용사를 바라보며 한마디 하였다.

“주인님은... 왠지 저한테만 냉정한 것 같으세요.”
“응?”

엘프의 말에 용사는 의미를 모르겠다는 듯 한마디를 내뱉었으나 엘프는 토라진 표정으로 용사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아니, 내가 뭘 그렇게 냉정하다고...

엘프의 말에 용사는 그런 생각을 하며 엘프가 말하는 냉정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냉정하다고 느끼는 것이면 아무래도 태클을 걸거나 잔소리를 많이 한다는 의미일 것이리라.

그렇게 생각한 용사는 자신이 평소에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가 생각해 보았다.

마왕님. 이따금씩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을 할 때가 있지만 이렇다 할 태클을 걸만하게 이상한 행동을 하는 분이 아니다. 거기다 애초에 가정부에 노예인 용사가 마왕에게 강한 태클이나 잔소리를 하다니, 큰일 날 소리였다.

공주. 확실히 평소에 태클을 많이 거는 언동을 보여주지만 그렇다고 기이한 행동을 보이거나 잔소리를  만큼의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 일단은 공주라 그런 것인지 의외의 기품이 드러날 때도 많았다.


법사. 반응이 크지 않고 말 수도 그렇게 많지 않아서 별로 태클 걸만한 것도 없다. 게다가 자신의 일은 착실히 하기에 딱히 잔소리할 일이 없다.

성녀. 확실히 이래저래 존재 자체부터 태클을 걸 게 많지만 여신님의 관련된 일 이외에는 기이한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 애초에 요즘엔 태클을 걸기보다는 무시 쪽으로 반응하기에 오히려 착실한 행동을 해서 관심을 얻으려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눈앞의 엘프..

엘프는 항상 정원 청소를 도와준다면서 잔디를 뜯어먹질 않나 청소 중 갑작스럽게 복도에서 달려와 용사 자신에게 안기질 않나, 어떤 날은 갑작스럽게 냄새를 맡고 싶다며 코를 킁킁거리는 이상한 행동까지 보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용사는 엘프에게 태클과 잔소리를 할 것이 많아졌고 자연스럽게 엘프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냉정하다고 느껴질 만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이 또한 따져보니 모든 원인은 평소 엘프의 행실. 용사는 그런 엘프에게 그러니까 네 탓이잖아?! 라고 태클을 걸고 싶었으나 지금 상태의 엘프에게 그런 태클을 걸었다간 더욱 토라질 모습이 눈에 보였다.

이런 경우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토라진 엘프의 모습에 용사는 어떤 식으로 말해야 좋을지 잠시 고민하다 무언가 생각이 난 용사는 토라진 엘프를 불렀다.

“엘프.”
“?”


용사가 엘프를 부르자 고개를 돌린 엘프는 용사를 바라보았고 용사는 그런 엘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에?”
“내가 엘프한테 태클이나 잔소리를 많이 하는 건 말이지 딱히 엘프가 싫어서 그러는 게 아냐.”
“그러면...”
“그건... 아무래도 엘프에게 관심이 많으니까 그런 거지. 왜? 잔소리도 관심이 있어야 한다고들 하잖아? 부모님들이 잔소리가 많은 게 다 사랑하고 관심이 있어서 그렇다고들 하는 것처럼.”


일명 ‘이것이 사랑의 매!’ 라는 논리를 내세우며 용사가 엘프에게 말하였다.


용사의 말에 엘프는  말에 납득을 한 것인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용사의 쓰다듬을 받았고 왠지 얌전해진 엘프의 모습에 용사는 신선함을 느꼈다.


“그럼 주인님은 절 가장 사랑한다는 말이네요~!”
“응?”

얌전하던 엘프에게 갑자기 그런 말이 나오자 용사는 놀란  눈을 크게 뜨며 엘프를 바라보았다.


눈을 반짝거리며 긍정의 말을 호소하는 엘프의 얼굴. 그런 엘프의 모습에 용사는 어째서 갑자기 그런 논리가 일어나는지 궁금해져 쓰다듬던 손을 멈춘 채 엘프에게 물었다.


“아니, 어째서 그게 그런 말이...”
“가장 관심이 많으니까 가장 사랑한다는 말이잖아요! 게다가 용사님은 저희 부모님보다 잔소리가 많으시니 저희 부모님이 절 사랑하는 것보다  절 사랑한다는 말 아닌가요?”


무슨 그런 궤변이...

엘프의 말에 그런 생각을 하는 용사였으나 너무도 환하게 웃으며 기대하고 있는 엘프에게 용사는 차마 태클을 걸 수 없었다.

“뭐.. 그렇다고 할까....”

말끝을 흐리며 엘프에게 대답하는 용사의 목소리는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느낄만한 미묘함이 섞인 흔들림이 있는 목소리였다.

그러나 그런 정도의 눈치가 없는 엘프는 그런 용사의 말에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예~ 주인님이 절 좋아하....으윽!!”
“엘프?!”


기쁨의 환호를 지르다 갑작스럽게 고통을 보이는 엘프에게 놀란 용사가 엘프를 불렀다.

그러자 엘프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은  식은땀을 흘리며 용사를 바라보았고 용사는 그런 엘프를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았다.


“엘프.. 갑자기 무슨 일이야?”
“배가.... 아파요....”
“..........”


배를 감싸 쥔  엘프가 용사에게 말하자 걱정했던 용사는 한숨을 쉬며 ‘걱정 좀 끼치지 말라’며 결국 엘프에게 잔소리를 시작하였으나 그런 용사의 잔소리에도 불구하고 엘프는 여전히 기쁘다는 미소를 지으며 눈앞의 잔소리를 하는 용사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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