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화 〉성검의 봉인을 풀었습니다.
“오랜만이지?”
“흑룡 아저씨!”
“이런이런.. 어릴 때부터 그렇게 아저씨가 아닌 오빠라고 부르라 교육시켰는데....”
씨익
한쪽 입 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짓는 흑룡을 마왕이 반기자 흑룡은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마왕의 아저씨라는 호칭에 중얼거렸다.
오빠라니.... 좀 양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만?
호칭에 투덜거리는 흑룡의 모습에 용사는 흑룡의 실제 나이는 모르겠으나 풍기는 분위기로 보아서는 중년 아저씨급은 되어보이는 흑룡이 20대(처럼 보이는) 마왕에게 오빠를 강요하는 듯한 분위기로 느껴 속으로 태클을 걸었다.
그러나 마왕은 그런 투덜거리는 흑룡의 모습이 익숙한 듯 가볍에 웃어넘기며 대화를 이어갔고 흑룡 역시 언제나의 가벼운 농담이었는지 가볍게 호칭을 넘기는 마왕에게 구태여 바꿔 불러달라며 떼를 쓰지 않았다.
“성검이라니 갑자기 어떻게 된 일이예요?”
“갑자기라니. 이렇게나 예전 일을 기억해주지 못하다니. 레비아탄한테 좀 섭한걸.”
마왕의 질문에 흑룡은 그리 말하며 어울리지 않는 우는 시늉을 하였고 마왕 역시 이 모습이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했는지 우는 시늉을 하는 흑룡에게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안 어울려요. 아저씨.”
“어이구~ 차갑구만 아가씨.”
마왕의 냉담한 반응에 흑룡은 우는 시늉을 그만두며 마왕의 질문에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그러니까 말이지... 예전에도 말했지만, 이 아저씨는 말이다.. 전 세계에 이름을 널리 알리는 그런 멋진 드래곤이 되는 게 꿈이야.”
콧김을 내뿜으며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흑룡의 말에 마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흑룡의 말을 경청하였고 마왕의 반응을 확인한 흑룡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래서 성검이 됐어.”
“네?”
어딘가 이야기가 많이 건너 뛰어간 흑룡의 말에 마왕은 당황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고 옆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용사와 성녀 역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전 세계에 이름을 널리 떨치기 위해 성검이 되었어. 왜? 뭔가 설명이 더 필요해?”
“에.....”
“당연히 더 필요하잖습니까!!?”
흑룡이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이야기하자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는 마왕이 모습에 용사가 옆에서 태클을 걸었고 그런 용사의 태클을 멋진 설명이었다는 듯 만족하며 팔짱을 끼고 있던 흑룡이 고개를 돌려 용사를 바라보았다.
“응? 이렇게 간단명료하면서 시원스런 설명이 이 세상에 더 어디 있다고?”
“너무 간단명료해서 이야기를 못 따라가고 있잖아요?!”
용사의 태클에 흑룡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용사를 바라보았고 용사는 그런 흑룡의 모습에 한숨을 쉬며 처음부터 차근차근 이야기를 해보기로 하였다.
“그러니까........ 댁의 소원이 이 세계에 이름을 널리 알리고 싶다.. 맞죠?”
“그래. 그래서 성검이 되었지.”
“그러니까 왜!!!!”
이야기의 정리를 시작하자마자 곧바로 결론을 내어버리는 흑룡과의 대화에 용사는 다시 한 번 흑룡에게 태클을 걸었고 결론을 낸 흑룡은 오히려 용사와의 이야기를 못 따라가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용사를 바라보았다.
“아니, 그러니까 도대체 이름을 널리 알리는 거랑 성검이랑 어떤 관련이 있는 겁니까!!”
“아하~ 그걸 이야기하고 싶던 거냐 애송이!”
용사가 흑룡의 소원과 성검과의 관계성에 대해 질문하자 그제야 질문의 의도를 파악한 듯 한 흑룡이 한 쪽 입 꼬리를 올리며 용사에게 말하였다.
“그거야 성검은 이름을 널리 알리기 쉽잖아?”
“네?”
“성검 엑스칼리버라든가, 성검 라그나로크라든가, 그런 용사들이 사용한 성검은 몇 세기가 지난 지금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이름을 널리 떨치고 있어. 그런데 생각해보자고. 이 성검들이 자신의 힘을 이용해서 이름을 떨쳤느냐? 대답은 No다. 이 녀석들은 단순히 무언가의 특수능력을 가진 쇳덩어리일 뿐이야. 결국엔 사용자의 능력이 뛰어나서 녀석들은 힘을 들이지 않고 몇 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역사에 길이 남을 명검으로 세상에 이름을 널리 떨치고 있지. 거기서 난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나 정도나 되는 블랙 드래곤의 힘을 지닌 검이면 그 정도의 고작 용사, 영웅들의 버프를 받아 이름을 날린 것들보다 더욱 위대한 추앙을 받는 검이 되지 않을까! 거기다그 검이 위대한 추앙을 받으면 검에 깃든 드래곤 나 바이토르역시 추앙을 받으며 이 바이토르님의 이름을 널리 알릴 기회가 되지 않을까하고 말이다!!”
“.............”
“............”
“헤에~”
흑룡의 설명이 끝나자 마왕과 용사는 잠시 할 말을 잃은 채 멍하니 자신만만한 상태의 흑룡을 바라보았고 흑룡의 설명을 들은 성녀는 그런 흑룡의 말이 뭐가 감동이었는지 눈을 반짝이며 두 손을 모은 채 감동받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뭐야? 누님! 감동 받았어?”
“멋져요! 자신의 꿈을 위해 철저히 조사하고 노력하는 그런 모습. 게다가 그 꿈이 위대한 성검이라니~ 아아~ 이 만남은 역시 위대한 여신님에 의한 필연적인 만남 이었어요~!”
두 손을 모은 채 다시금 여신을 찬양하기 시작하는 성녀의 모습에 의미는 모르겠지만 왠지 기뻐하는 분위기의 성녀에 맞춰 맞장구를 치는 흑룡.
그런 둘의 모습에 마왕과 용사는 더더욱 할 말을 잃은 채 멍하니 둘을 바라보았고 침묵을 지키던 마왕이 입을 열어 용사에게 말을 걸었다.
“.....용사.”
“.....네? 마왕님?”
“그러니까 저 검을 얻은 건 날 쓰러뜨리기 위해 얻은 성검은 아니란 말이지...?”
“애초에 저는 그냥 성녀님이 찾자고 해서 억지로... 그것도 우연히 슬라임이 찾아줘서 얻은 것뿐이고... 딱히 저 검을... 아니, 저 드래곤님? 을 제대로 다룰 자신도 없습니다.”
“뭐, 그럼 됐다..... 용사가 나를 쓰러뜨릴 생각이 아니라면...”
“아니, 왜 쓰러뜨리겠습니까.”
‘이길 수도 없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용사가 말하자 마왕은 놀란 듯 고개를 돌리며 용사에게 물었다.
“용사? 그건 무슨......”
“네? 말 그대로의 의미입니다만....”
‘이길 수도 없을 뿐더러 공주도 찾았는데 굳이 쓰러뜨릴 이유가.....’
“그러니까 무슨 의미인 게냐!”
용사가 말하자 마왕은 용사의 어깨를 붙잡으며 강하게 물었고 마왕의 기세에 눌린 용사는 그런 마왕의 질문에 우물거리며 마왕에게 말하였다.
“아니... 그러니까... 마왕님과는 싸우고 싶지 않다는....”
‘내가 굳이 왜 싸우냐? 이런 식으로 건방지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그런 걱정을 하며 용사는 말을 흐렸고 그런 용사의 말에 마왕은 용사를 잡고 있던 어깨에 힘을 풀며 헛기침을 하였다.
“크, 크흠. 그, 그렇느냐...”
‘싸우고 싶지 않다니.. 그건 무슨 의미? 마왕님이 소중하니까? 마왕님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서? 아니면, 지금 이 관계를 깨고 싶지 않다?’
용사의 말을 너무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마왕은 헛기침을 하며 그런 생각들로 고민에 빠져들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