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화 〉산책하는 도중 성녀에게 전도(?) 당했습니다!?
“.........용사.”
“.............네. 공주님.”
“.......내가 저번에 ‘단 둘’이 산책을 가자고 하지 않았던가?”
마왕성의 어느 맑은 날 오후
용사와의 산책을 기대하며 평소보다 더욱 치장에 힘을 주고 나온 공주는 뒤늦게 나온 용사를 팔짱을 낀 채 노려보며 말하였다.
그런 공주의 질문에 용사는 면목 없다는 듯 메마른 웃음을 지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하.... 하하..... 아니 그게 말이지 공주? 그게 내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단은 어찌보면 단 둘의 산책이라는 알 수 이ㅆ...........”
용사는 자신을 노려보는 공주에게 어떻게든 최대한 변명을 해보려 하였으나 이미 차갑게 얼어붙은 채 노려보는 공주의 표정에 용사는 고개를 숙이며 다시금 공주에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 어쩌다보니 이렇게 되었습니다.”
공주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면서도 용사는 ‘그렇지만 어쩔 수 없었는걸!!’ 이라며 속으로 비통하게 외쳤으나 공주에게 용사의 마음의 소리가 들릴 리 없었다.
‘하아.... 어쩌다 일이 이렇게...........’ 공주에게 들릴 리 없는 마음의 외침을 내뱉은 용사는 방금 전 까지 일을 되뇌어 보았다.
오늘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용사가 공주와의 약속을 위해 도시락과 돗자리 등 산책에 필요한 준비물들을 준비하고 있을 무렵 도시락을 만드는 중이던 용사에게 엘프가 다가왔다.
“주인님~ 뭐하고 계세요~?”
“아. 응. 저번에 공주랑 약속한 산책에 필요한 도시락 준비를 좀......”
“헤에~ 도시락 만드시는 건가요~? 메뉴가 뭐예요~?”
“일단 간단하게 샌드위치 정도로 하려고. 어차피 여기 정원을 산책하는 정도니 그렇게 힘써서 만들 필요는 없겠지.”
“샌드위치~ 맛있겠네요~”
“도시락용 말고 확실히 다른 사람들 몫까지 만들어두고 갈 테니깐 걱정하지마.”
“우음...... 그냥 다 같이 산책가면 안 되나요? 주인님?”
“아... 확실히 나도 그게 편하긴 한데 말이야.. 공주가 ‘단 둘’ 이라는 거에 이상하게 집착해서 말이지... 만약 공주가 원하는 대로 단 둘이 아니면 나중에 공주가 삐쳐서 괜히 더 피곤해진단 말이야.”
“우응..... 그런가요......”
용사의 말에 엘프는 기운이 빠진 듯 그 엘프 특유의 길고 뾰족한 귀를 축 늘어뜨리며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용사는 엘프의 그런 표정을 보며 공주에게 엘프도 함께 데려가 보자고 권유하려는 생각을 잠시 하다 ‘단 둘’이라고 했잖아.....? 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무서운 기운을 풍기는 공주의 모습을 생각하곤 금방 포기하고 말았다.
“뭐, 굳이 오늘이 아니라도 괜찮잖아. 내일이라도 괜찮다면 바로 가줄테니깐.”
용사는 그렇게 말하며 아쉬운 마음에 기운이 빠져있는 엘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엘프를 달랬고 그런 용사의 행동에 엘프는 기분이 풀린 듯 헤실헤실 미소를 지었다.
“헤~ 그럼 주인님~ 내일은 저랑 함께 마왕성 산책을 가시는 건가요~?”
“뭐, 내일이라도 가고 싶다면야 딱히 같이 산책하는 것 정도야 어렵지 않으니까.”
“야호~~!! 내일~ 주인님이랑 함께 산책이예요~!!”
내일 함께 산책을 가준다는 말에 엘프는 마치 강아지가 산책을 가기 전 주인이 벽에 걸려있는 목줄을 푸는 것을 보며 꼬리를 흔들며 기뻐하듯 만세를 하며 기뻐하였다.
“내가 없는 사이 뭘 노닥거리는 거지? 용사?”
엘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엘프가 만세를 하는 중 갑작스럽게 부엌에 나타난 마왕이 용사를 노려보며 물었다.
“마, 마왕님...? 아, 아니 그런게 아니라....”
“흐흥... 뭐, 뭐 확실히 용사가 주인님이라고 불려서 느끼는 우월감과 여자에게 주인님이라 불려져 기뻐하는 변태성을 부정하진 않겠지만.....”
“아니?! 부정해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그거 절대로 오해입니다만?!?”
팔짱을 낀 채 조금 토라진 표정으로 용사에게서 시선을 돌린 마왕이 말하자 용사는 그런 마왕의 말에 오해가 있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소리쳤으나 마왕은 모른다는 듯 흥! 하고 콧방귀를 끼며 용사의 말을 무시하였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엘프. 정원으로 산책가고 싶은가?”
“네~ 가고 싶어요~”
마왕이 엘프에게 묻자 엘프는 마왕의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힘차게 대답하였고 마왕은 그런 엘프를 잠시 바라보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엘프가 가고 싶어 하니 어쩔 수 없는 것이지...... 용사!”
“네?”
엘프의 대답을 들은 마왕이 잠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리다 용사를 부르자 멍하니 마왕을 바라보고 있던 용사가 화들짝 놀라며 대답하였고 마왕은 그런 용사에게 말하였다.
“엘프가 마왕성 정원을 산책하고 싶어 하니 어쩔 수 없구나. 공주와 네 몫의 도시락만 싸지 말고 나머지 인원의 도시락도 준비하도록 하여라.”
“에....? 아, 아니.. 그렇지만 공주가 산책은 저랑 단 둘이만 가자고.......”
“흥. 알게 뭐냐 그런 것. 게다가 여기 마왕성의 주인은 바로 나다. 내가 내 성의 정원을 산책하겠다는데 뭐가 문제가 되느냐.”
“물론 확실히 그렇기야 하겠습니다만......”
“게다가 엘프도 저렇게 산책을 가고 싶어 하지 않느냐. 거기다 어차피 너, 너희들의 다... 다, 단 둘의 산책 따위 전혀 시, 신경 쓰지 않으니까 말이야!! 그, 그렇게 신경 쓰이면 너희 몫은 따로 싸서 우리랑 따로 다니면 되지 않느냐!”
“뭐.... 확실히 그렇죠...........”
마왕의 말에 용사는 마왕의 말에 수긍하면서도 나중에 모두 함께 나올 때 화를 낼 공주의 모습에 저절로 한숨이 내쉬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