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9화 〉용사의 일을 도와줍니다! (29/81)



〈 29화 〉용사의 일을 도와줍니다!

“이렇게 하면 되나요. 주인님?”
“그러니까 잔디를 먹지 말라니깐?! 그리고 주인님이라 부르지도 마!”


마왕성의 평화로운 아침.


언제나와 같이 마왕성의 정원을 청소하던 도중 엘프가 용사를 돕겠다고 나서며 잔디를 뜯어먹고 있었다.

“흐응~ 하지만 주인님 최근 저에게 존댓말도  해주시고 처음 만났을 때에 비해 살짝 막대하시는 경향이 있는데 이건 주인님이 저의 주인님이 되었다고 인정하신거 아닌가요?”
“아? 아.. 아니.....”

엘프의 지적에 용사는 잠시 당황하며 엘프의 말을 생각해 보았다.

처음 엘프를 만났을 때에는 이제껏 만나보지 못한 엘프라는 신비한 생물체라는 것에 경이로움을 느끼며 조금 귀하게 대한 점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러나 실제 엘프를 만난 후 잔디밭의 잔디를 뜯어먹고 있질 않나 샐러드를 만들어 주었다고 주인님으로 모시지를 않나 툭하면 강아지같이 달라붙어 마왕과 공주의 분노를 사게 만들지..


애초에 어째서 마왕과 공주가 분노하는지는 모르는 용사였지만...

어쨌거나 여러 가지 면에서 딱히 용사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준 적 없는 엘프가 처음 만났을 때의 용사의 태도와 비교해 조금 막대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다고 용사가 엘프를 완전히 싫어하게 되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거야 매일 혼날 짓만 골라하니까 그렇지. 비유하자면 아이를 혼내는 어머니 같은 느낌이랄까...”
“오~! 부모님의 마음... 즉 저의 주인님인거군요!”
“그럴 리가 없잖아!!”

눈을 반짝이며 순진한 얼굴로 용사에게 말하는 엘프에게 용사는 목에 힘을 주어 강력하게 딴지를 걸었다.

“잘 들어... 정원 관리라는 건 말이지... 그런 식으로 잔디를 먹는 게 아니라 여기 꽃에 붙어있는 해충을 잡아낸다던가 이렇게 아무렇게나 돋아난 잡초를 뽑아내거나 해서....”
“아앗!! 그런..... 잡초가 너무 아까워요!”
“아까워하지 마!  흘리지도 마!”
“우으... 그렇지만 아까운걸요...”
“하아.... 오늘 아침 샐러드에 바나나도 올려줄 테니까 이제 그만 제대로 일하자....”
“우와! 바나나도 올려주시는 건가요?!”


용사가 샐러드에 바나나를 얹어준다고 하자 방금 전까지 시무룩하던 태도는 어디 갔는지 마치 금은보화라도 발견한 해적같이 반짝거리는 눈으로 용사를 바라보며 바나나가 들어간 샐러드를 생각했는지 엘프는 꿀꺽 침을 삼켰다.

그런 엘프의 모습을 보며 용사는 ‘애초에 바나나가 들어간 샐러드는 매일 만들어주는데 어째서 항상 저런 신선한 반응인걸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래도 어린아이 마냥 순수한 엘프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띄어졌다.

“좋았어요!! 그럼 열심히  정원의 풀들을 모조리 뽑아버리겠어요!”
“모조리 뽑으면 안 되지....”

의욕이 넘치는 엘프가 주먹을  쥐며 힘차게 외치자 용사는 땀을 삐질거리며 정말로 정원의 모든 풀을 뽑을 것만 같은 기세의 엘프에게 태클을 걸 수밖에 없었다.

“우선 여기 바로 눈에 띄는 잡초부터!!!”
“어어!!”

쿠당

의욕이 과했던 것인지 엘프는 잡초를 잡아당기고는 발이 미끄러져 그대로 풀밭에 고꾸라져버렸다.

“에... 엘프!!! 괜찮아?”


벌떡

엘프가 고꾸라지자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용사가 깜짝 놀라 엘프에게 묻자 엘프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벌떡 일어나 용사를 바라보았다.


용사는 갑작스럽게 벌떡 일어나는 엘프의 모습에 잠시 움찔 하였으나 이내 다시 진정을 하곤 엘프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기 시작했고 엘프는 잠시 멍한 표정으로 계속해서 용사를 바라보더니 이내 배시시 웃으며 용사에게 말했다.


“에헤헤... 넘어져 버렸네요.”
“너무 힘주면서 움직이니까 그렇지.. 자,  잡아줄 테니까 일어설  있지?”
“네~”

용사가 넘어져있는 엘프에게 손을 내밀자 엘프는 그런 용사의 손을 붙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용사는 자신의 손을 잡고 일어난 엘프의 몸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주며 잔소리를 하였고 그런 용사의 모습에 엘프는 용사에게 한마디 던졌고 용사는 그런 엘프의 말에 다시 한 번 큰소리로 딴죽을 걸었다.

“용사.... 넘어지면 몸을 만져주는구나....”

그리고.. 엘프의 몸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주는 모습을 전혀 다른 쪽으로 해석하고 계신 공주가 한 명 있었다.

“그런데 주인님. 왠지 이마에서 땀이 너무 흐르는 것 같은데 닦아주실 수 있으신가요?”
“아아... 그 정도야 물론.........!! 땀이 아니잖아!!”


배시시 웃으며 말하는 엘프의 부탁에 용사는 자신의 허리춤에 차고 있던 수건을  엘프의 땀을 닦아주려 하였으나 엘프의 이마에서 흐르는 것은 땀이 아니라 넘어진 충격에 의해 흘러내리는 붉은색의 피였다.


“엘프 뭐하는 거야! 피가 심하게 흐르고 있잖아!”
“헤에~? 주인님. 뭐라고 말씀하시는지 제대로 모르겠어요~”
“머리를 박아서 헤롱헤롱 거리는거였냐!!!”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마저 딴죽을 걸게 만들다니 엘프 무서운 녀석...


용사는 그런 생각을 하며 얼른 엘프의 이마에서 흐르는 피를 수건으로 닦은 뒤 꾹 눌러 지혈하며 엘프를 마왕성의 치료실에 데려가려 하였다.

“주인님....”
“왜? 엘프? 혹시 뭐 이마말고 다른 아픈 곳이라도 있어?”
“이왕이면 공주님 안기로 데려가 주세요.....”
“이 상황에 지금 농담할 때야?!”
“농담 아닌데요? 저, 아플 때 공주님안기로 실려가보는 게 소원이었어요~”
“지금 그런  따질 상황이.....”
“안 되나요?”
“크... 으읏...”

이마에 피를 흘리며 애절한 표정으로 용사에게 부탁하는 엘프의 모습에 엘프를 부축하던 용사는 마음이 약해져 어쩔  없이 엘프를 공주님 안기로 안아들고 마왕성의 치료실에 향했다.


“용사...... 다치면 공주님 안기를 해주는 것이냐.....”

그리고 여기... 또 다른 오해를 하는 여성분이 하나 더 있었다.

“하아... 정말이지.. 사람 놀래키지 말라고...”
“헤헤... 하지만 다쳐서 공주님 안기도 받아보고 좋았어요!”
“그런 걸로 좋아하지 마!”


엘프의 이마에 치료를 끝낸 용사는 한숨을 쉬며 엘프에게 말하였으나 엘프는 여전히 헤실헤실 웃으며 용상에게 말하였다.


“히~ 그럼 용사님! 저... 오늘 용사님의 일을 도와드렸으니까!”


헤실헤실 웃으며 이마의 상처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엘프를 보며 용사가 다음부턴 절대 엘프에게 일을 돕게 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할  갑자기 엘프가 용사에게 머리를 들이밀었다.


엘프의 행동을 용사가 이해하지 못한 채 가만히 머리를 들이민 엘프를 바라보고 있자 엘프는 살짝 볼을 부풀리며 용사를 바라보았고 용사는 그런 엘프의 모습이 어리둥절하기만 하였다.

“으우... 용사님! 왜 머리를 쓰다듬어주지 않는건가요!”
“갑자기 무슨 소리야?!”
“주인님의 일을 도와드리거나 귀여운 짓을 하면 주인님이 저를 쓰다듬어 주는 것 아닌가요!”
“네가 강아지냐!! 그리고 나는 너의 주인님이 아니라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
“.......안 쓰다듬어 주시는건가요?”

엘프의 말에 반박하며 태클을  용사는 얼른 엘프 때문에 하지 못한 정원관리를 위해 치료실을 나가려 하였다.


그러나 치료실을 나가기 위해 엘프에게 등을 돌린 용사의 옷소매를 잡은 엘프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용사를 올려다보며 물었고 용사는 그런 엘프의 모습에 잠시 갈등하다 결국 엘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하아... 자 이제 됐지?”
“네!”


용사가 결국 엘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엘프는 용사의 손길을 받으며 기뻐하였다.


“...........”

그리고..... 용사와 엘프의 그런 모습을 마침 치료실 앞을 지나가던 법사가 바라보며 무언가 생각에 잠기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