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8화 〉엘프를 만났습니다. (28/81)



〈 28화 〉엘프를 만났습니다.

“가, 갑자기 무슨 말을 하시는 겁니까? 엘프씨!”

엘프의 갑작스러운 주인님 발언에 용사는 말을 더듬으며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였다.

당황한 용사의 질문에 엘프는 이런 용사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식은땀을 흘리는 용사를 바라보았고 용사는 그런 엘프의 모습에 역으로 엘프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엘프를 보았다.


“새, 샐러드   만들어드린 것만으로 가, 갑자기 주인님이라니 강아지
도 그런 식으로 주종관계를 성립시키지 않는다구요.”


엘프의 주인님 발언에 그 자리에 굳은 채 왠지 불길한 기운을 풍기는 마왕의 눈치를 보며 엘프에게 말하였다.


용사가 엘프에게 말하자 뒤에서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용사를 노려보고 있던 마왕은 약간 안심된  한 표정으로 조그만 한숨을 쉬었고 용사는 그런 마왕의 한숨에 마왕의 기분이 나빠졌다는 착각을 하였다.


“에? 그렇지만 저희 어머니께서는 밥을 주는 인간을 만난다면 당장 그 인간을 주인님이라고 부를 것이라고 당부하셨는걸요?”
“네!?”


엘프의 말에 용사는 황당함을 느끼며 엘프에게 되물었고 엘프는 그런 용사의 반응에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엘프 자신의 어머니가 해주신 말을 용사에게 해주었다.


엘프의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길.. 엘프는 예로부터 그 뛰어난 미모와 정령을 다루는 신기한 능력으로 인간들의 노예 혹은 마법연구를 위해 납치당하는 일이 있었다. 그렇기에 엘프에게는 인간들을 만나거나 혹은 납치당했을 때를 대비한 교육들이 있었는데 그 교육 중 하나가 인간을 만났을 때 만약 자신에게 밥을 주거나 보살펴 주는 사람이 있다면 무조건 그 인간을 주인님으로 모시도록 해라. 이 말은 인간에게 납치당해본 적 있는 엘프들이 가르친 것이다.

엘프의 말이 끝나자 용사는 엘프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하였다.


“뭔가 죄송합니다... 괜히 저희 인간들이 몹쓸 짓을 해서.....”
“아뇨. 별로 용사님이 사과하실 게 아니죠. 그것보다 지금 중요한건....”
“중요한건?”
“그래서 저의 주인님이 되어주시는 건가요?”


기대감에 가득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엘프가 용사를 바라보자 엘프의 눈빛에 부담감을 느낀 용사는 그런 엘프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


그러자 용사가 시선을 돌린 그곳에는 강렬한 눈빛의 마왕이 용사를 바라보고 있었고 마왕의  눈빛을 이해하지 못한 용사는 왠지 모를 마왕의 시선에 다시 한 번 부담감을 느끼며 등에서 식은땀을 흘렸다.

‘주인님이 되어준다고 하면 알지?’

엘프의 말을 거절하라는 의미의 눈빛을 마왕이 계속해서 보냈으나 눈치 없는 용사는 마왕의 눈빛의 의미를 알아듣지 못한 채 계속해서 식은땀만을 흘릴 뿐이었다.


‘어째서 나한테는 이런 이상한 일들만 발생하는 걸까.....’

왠지 모를 기대감이 가득한 엘프의 눈빛, 왠지 모를 위압감이 가득한 마왕의 눈빛. 그  사이에서 고민을 하는 용사는 자신에게 이런 상황을 주는 신을 원망하였으나 상황은 바뀌지 않고 엘프의 제안을 받아드릴 것인가 아닌가의 선택을 해야만 하였다.


“그... 그건 말이죠.......”

마왕과 엘프의 시선에 드디어 결단을 내린 용사가 일을 열자....


“용사! 어째서 굿모닝 키스를 해주러 오지 않는 거야?”
“.............바압.”

잊고 있던 공주와 법사가 들어오며 공주는 아침부터 팔팔한지 용사에게 안기려 달려들며 말하였고 아직 잠이 덜  것 같은 법사는 눈을 비비며 용사에게 말하였다.


“굿모닝 키스라니... 그런 거 해 준적 없잖아 공주?!”

자신에게 안기려 달려드는 공주는 살짝 피한  용사가 말하자 공주는 그런 섭섭한  하지 말라며 다시 용사에게 달라붙으려 하였다.

그리고  모습을 바라보던 마왕은 공주의 굿모닝 키스 발언에 살짝 살기가 깃든 날카로운 눈매가 되어 눈동자에서 붉은 빛을 내뿜으며 용사를 바라보았고 용사는 그런 마왕에게 오해라며 빠르게 변명하였다.

그러나 그런 변명을 하는 것도 잠시 공주가 용사에게 키스를 하려 달려들었고 용사는 마왕의 눈치를 보며 공주의 굿모닝 키스를 피하였다.


“고... 공주!! 구, 굿모닝 키스 같은 건 나중에...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그 말은.... 나중에 나한테 키스해 준다는 말이야?”
“에?!?! 아, 아니 내 말은 그런......”
“.............”

공주의 행동을 저지시키기 위해 한 말이 자신이 생각한 의미로 다르게 변하자 아차 싶은 용사는 머리가 아픈 듯 이마에 손을 짚었고 그런 공주의 기대감어린 목소리와 표정을 본 마왕은 이미 눈동자에 빛이 사라진 채 공주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럼 나중에 키스 받을 테니 각오해 둬! 용사~”
“아니!? 그러니까 이건 그런 의미가.......”

용사에게 키스를 받는다는 것이 기쁜 듯 기대감으로 가득찬 얼굴의 공주가 용사에게 말하자 용사는 얼른  오해를 풀기 위해 공주에게 말을 걸려 하였으나 뒤에서 누군가 자신의 옷깃을 당기는 느낌에 용사는 말을 멈추고 뒤돌아 보았다.


“..........용사.”
“아... 으, 응? 법사?”
“...........바아압.”
“아... 응. 알았어. 지금 금방 차려줄 테니까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

꾸욱. 법사의 말에 용사는 지금 이 상황에서 도망갈 구실이 생겼다는 생각에 얼른 부엌에 들어가 법사의 아침밥을 준비하려 하였으나 어째선지 법사가 용사의 옷깃을 놓아주지 않았다.


“버, 법사? 옷을 놔줘야 밥을 만들러 가지...?”
“............나도 굿모닝 키스.”
“에.... 에에에?!!?!”


용사의 말에 법사는 옷깃을 잡은 채 잠시 우물거리는 것 같더니 이내 평소의 무표정인 얼굴로 용사의 얼굴을 바라보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였다.

“............용사. 공주한테 굿모닝 키스 해준다고 했어. ..........그러니까 나한테도 평등하게 굿모닝 키스.”
“아, 아니..... 버, 법사? 나, 나.... 딱히 공주에게 굿모닝 키스를 해 줄 생각이.......”

톡톡...


법사의 말에 당황한 용사가 법사를 설득하기 위한 말을 꺼내려 하자 이번에 또 다시 뒤에서 누군가 용사의 어깨를 건드렸다. 어깨서 느껴지는 감촉에 용사가 뒤를 돌아보자 이번엔 순진한 표정의 엘프가 용사의 양 어깨를 잡으며 말하였다.


“주인님!! 그럼 공평하게 저에게도 굿모닝 키스를 해주세요!!”
“그러니까 굿모닝 키스 안 해준다니깐요?!!?”


용사의 양 어깨를 붙잡은 채 얼굴을 들이대려고 하는 엘프를 뿌리친 채 어떻게든 엘프의 구속에서 벗어나자 이번에 마왕이 용사의 뒤에서 용사의 목줄을 소환시켜 목줄을 잡아당겼다.

“크... 크ㅁㄴ얼... 마, 마왕님?”
“용사..... 지금 뭐하는 짓이냐....?”
“에... 마, 마왕님... 아니, 저기... 이건...  잘못이 아니라..... 그게... 저 여러 가지 오해가.....”


용사의 목줄을 잡아당긴 채 감정이 없는 표정으로 용사를 바라보며 말하는 마왕의 모습은 지금까지와는 명백히 다른 거대한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용사는 그런 마왕의 모습에 금방 기절할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어떻게든 이 상황을 이해시키기 위해 최대한 변명하였고 마왕은 그런 공포에 경직된 용사의 얼굴에 손을 잠시 얹는 듯 하더니.....

“...................”
“마, 마왕님.....?”
“................!!”

용사의 얼굴을 잠시 쓰다듬다 입술 쪽에 손을 이동한 뒤 마왕이 잠시 굳어지는 듯 싶더니 이내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용사를 바닥에 내팽겨쳤다.


“커헉.....”
“너, 너희들!!! 뭐, 뭘 제대로 모르나 본대! 요, 용사는 나의 노예다!! 용사의 굿모닝 키스를 받고 싶으면 우선 나부터 쓰러뜨리란 말이다!!”
“뭐?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이 할망구마왕! 용사는 내 결혼상대니까 신부인 나에게 굿모닝 키스를 해주는 것 정도야 당연한 거라구!”
“............바압.
“이럴 수가?! 주인님 위에 또 다른 주인님이 있다니!! 그럼 주인님 위의 주인님은 뭐라고 불러야 하는 거죠? 주인 주인님인가요?”

마왕이 말하자 공주는 마왕의 말에 반발하며 강하게 소리쳤고, 법사는 마왕의 말에 신경쓰기 보단 자신의 주린 배를 부여잡으며 밥을 외쳤고 엘프는 마왕의 말에 주인님 위의 주인님은 어떤 주인님이라 불러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건 그렇고 주인님이라니?! 당신은 누구예요?!”
“네! 저는 이번에 새롭게 용사님을 주인님으로 맞이하게 된 엘프라고 해요”
“엘프.....!! 주인님....?!”


그렇게 시끌벅적한 가운데 공주는 엘프를 이제야 발견 했는지 용사를 주인님이라 부르는 엘프의 정체를 물었고 공주는 그런 엘프의 발언에 바닥에 쓰러져 있는 용사를 노려보았다.

“용사!! 잠깐 나랑 이야기  해야겠는데!!”


‘저 바보 엘프는 아직 내가 허락 하지도 않았는데 어째서 날 주인님이라 부르는 거야!!’


용사는 바닥에 쓰러진 채 그렇게 생각하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공주는 보며 한숨을 쉬었다.

‘하아.... 이젠 될 대로 되라지........’


그렇게 오늘도 어김없이 시끌벅적한 마왕성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