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화 〉나와 놀아주거라! 용사여!!
“저기 용사... 한 가지 물어도 괜찮겠느냐?”
“네. 뭐가 궁금하십니까? 마왕님.”
“그 녀석! 어째서 여기 있는 것이냐!!”
마왕성의 아침 언제나와 같이 평범하게 식사를 하는 중 마왕이 용사의 품에 안겨 크로와상을 오물오물 씹어 먹고 있는 법사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네? 왜라니?”
마왕의 말에 용사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마왕을 바라보더니 이내 자신의 품에 안겨있는 법사를 바라보았다.
용사가 법사를 바라보자 법사도 언제나의 무표정한 얼굴로 용사를 바라보았고 용사는 그런 법사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주었다.
마왕은 용사의 그런 행동에 왜 머리를 ‘쓰다듬어주느냐’라 소리치고 싶었으나 마왕으로서의 체면과 법사에게 느끼는 패배감에 자신의 목에서 울리는 그 외침을 참고 또 참았다.
“저번에 같이 살기로 한 것 아니었나요?”
마왕의 이런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용사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마왕에게 물었고 마왕은 용사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마왕이 그런 표정을 지어보이자 용사는 마왕의 표정을 눈치 채고는 그 때의 일을 다시 한 번 설명하였다.
“그 때 법사가 마법사 협회에 가입하지 못하면 여기서 살아도 된다고 하셨잖습니까.”
“그, 그건...”
용사의 말에 마왕은 그 말에 대해 생각난 듯 그 때의 일을 다시 회상해 보았다.
용사가 법사의 정체에 대해 물었을 때 법사는 자신이 드래곤의 양자로 드래곤에게 마법을 배운 인간이라 소개하였다.
법사의 소개에 용사는 법사를 키워준 드래곤의 행방에 대해 물었고 법사는 드래곤은 자식이 독립할 때가 되면 곧바로 독립시키는 특성을 말해주었다.
그런 법사의 설명에 용사는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아직 어린애인데 이렇게 독립시키는건 조금 무리가 아니냐며 마왕에게 법사도 함께 살게 해주지 않겠냐는 제안을 하였다.
용사의 제안에 마왕은 당장 옆에 있는 공주를 노려보며 거절하려 하였으나 그러기엔 용사에게 자신의 이미지가 너무 나빠진다는 생각에 제안을 하나 하였다.
그것은 바로 마법사 협회라는 곳에 법사가 시험을 보고 그 협회에서 떨어진다면 법사가 마왕성에서 살아도 좋다는 제안이었다.
마법사 협회란 마법사 길드와 비슷한 곳으로 일정 자격이 주어져야 들어가는 길드와 달리 협회는 마법의 기량만 된다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이른바 능력주의 마법사 모임이다.
마왕은 법사에게 느껴지는 마력의 총량과 드래곤에게 마법을 배웠다는 경력을 고려해 그곳에는 당장 합격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곤 그런 제안을 한 것이었다.
그러나 테스트를 보면 금방 합격해서 사라져버릴 것이라는 마왕의 예상과 달리 법사는 오늘 아침도 역시 용사의 품에 안겨 크로와상을 오물거리고 있기에 마왕은 용사에게 그런 말을 한 것이었다.
“.....설마 마법사 협회 테스트에 탈락한 것이냐?”
“네. 아무래도 법사가 다른 사람들에게 실력을 보여주기엔 아직 긴장이 된다면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테스트하기 전에 보여준 메테오 마법은 대단했었는데..”
용사는 아쉽다는 말투로 마왕에게 말하며 법사를 위로하기 위해 법사의 머리를 다시금 한 번 쓰다듬어 주었다.
용사가 법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법사는 고양이 담요에 앉은 고양이 같은 편한 표정을 지으며 크로와상을 오물거렸다.
마왕은 그런 법사의 모습을 보곤 요망한 녀석이라며 조용히 용사의 귀에 들리지 않게 중얼거렸다.
확실히 용사가 말한 대로 너무 긴장한 탓에 그 마법사들 앞에서 제대로 된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마법사들은 단지 눈앞에 보이는 마법뿐만 아닌 몸 안에 내재되어있는 마력의 총량. 앞으로의 가능성, 등 여러 측면에서 파악한다.
특히나 몸 안에 내재되어 있는 마력의 총량이 거대하면 거대할수록 마법사 협회 테스트는 합격하기 쉽고 법사는 충분히 그럴 정도의 마력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만약 마력의 총량만으로는 부족하다고는 하나 드래곤에게서 마법을 배웠다는 그 경험 하나만으로도 이미 마법사들에게는 충분한 연구거리이기에 절대 법사를 떨어뜨릴리 없었다.
그렇다는 것은 법사는 마법사 협회의 테스트 때 제대로 드래곤에게 마법을 배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 말이고 거기에 그 거대한 마력의 총량을 숨겼다는 이야기가 된다.
오히려 협회의 마법사들보다 기량 면에서 더 뛰어날지도 모른다.
법사는 아무렇지도 않은 채 크로와상을 오물거리다 용사에게 크로와상을 한 입 건네는 법사를 보며 분함에 이를 갈았다.
“아무튼 그렇게 되었으니 앞으로 법사도 저희와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마왕님.”
“.......잘 부탁드립니다.”
용사가 마왕에게 말하자 용사의 품에서 잘 부탁한다고 말하는 법사. 마왕은 그런 법사를 보며 당장 ‘이 요망한 것 당장 떠나가지 못할까!!’ 하고 소리치고 싶었으나 이 상황을 모르는 용사가 보기엔 자신이 나쁜 역할이 되기 십상이라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법사를 노려보기만 할 뿐이었다.
“잘 부탁해. 법사. 나는 용사의 소꿉친구 공주라고 해. 곧 있다 용사와 결혼할 사이니까 편안하게 그냥 엄마라고 불러.”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공주!”
“에? 그치만 사실이잖아? 좀 있으면 용사랑 나랑 결혼할거고. 용사도 법사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 어차피 양자로 들일 생각이잖아?”
“양자로 들일 생각도 없고! 공주 너랑 결혼할 생각도.....”
공주의 말에 용사가 말하는 중 공주는 토스트를 자르던 중 손에 쥐고 있던 나이프를 용사의 목에 가져댔다. 공주가 그런 행동을 보이자 용사는 하려던 말을 멈추고 공주를 바라보았고 공주는 용사의 목에 칼을 들이댄 체 웃는 얼굴을 하며 용사에게 물었다.
“지금... 뭔가 말하려 했어? 용사?”
웃는 얼굴의 공주의 질문에 용사는 소름이 끼치는 듯 몸을 오들오들 떨며 고개를 좌우로 힘차게 저었다. 그런 용사의 행동에 공주는 용사의 목에 있던 칼을 빼며 ‘그렇지?’ 하고 용사에게 동의를 구하였다.
“공주 무서워.....”
“응?”
“아, 아무것도 아니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용사는 공주의 질문에 혹여 공주가 들었을까 마음 졸이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최선을 다해 시치미를 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