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화 〉마왕성에 마법사가 나타났습니다.
“아! 용사가 여자애를 울렸다.”
“용사... 그 여자애... 누구야....”
갑작스럽게 울기 시작한 소녀의 행동에 용사가 당황하고 있자 뒤늦게 도착한 공주와 마왕이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공주는 용사가 소녀를 울렸다는 것에 놀란 느낌으로, 마왕은 용사가 또 다른 여자와 있다는 게 불만스럽다는 느낌으로 용사에게 말했다.
용사는 갑자기 울기 시작한 소녀를 대하기도 벅찬데 설상가상으로 나타난 공주와 마왕에 정신이 혼미해질 수밖에 없었다.
“아, 아니.. 공주! 이건 내가 울린 게 아니야! 그리고 마왕님! 이 아이 저도 모르는 아이입니다! 그러니 얼른 마력을 거둬주세요!”
용사는 일단 둘의 오해를 풀기 위해 다급히 둘에게 소리쳤다. 용사의 외침에 공주와 마왕의 그럼 지금 상황은 대체 뭐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공주와 마왕의 질문에 용사 자신도 이해하지 못한 지금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용사가 둘의 질문에 정확한 설명을 하지 못한 채 우물쭈물 거리고 있자 공주와 마왕의 눈초리가 서서히 날카로워졌다.
그 때 훌쩍이던 소녀가 용사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드디어 입을 열었다.
“............배고파.”
꼬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소녀가 말한 직후 소녀의 뱃속에 우렁찬 소리가 슬라임 관리실 전체로 울려퍼졌다.
“맛있니?”
끄덕
용사가 만든 음식을 허겁지겁 정신없이 먹으면서도 소녀는 용사의 질문에 성실히 고개를 끄덕였다.
용사는 소녀의 옆에 오렌지 주스를 놓으며 급하게 먹는 소녀를 달랜 뒤 소녀의 볼에 묻은 잼을 닦아주었다.
공주와 마왕은 왠지 모르게 익숙한 듯 행동하는 용사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왜, 왜 그러십니까? 두 분.....”
소녀를 보살피다 강렬한 둘의 시선을 눈치 챈 용사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자신을 노려보는 둘에게 물었다.
“용사... 주부야?”
“왜 그렇게 익숙한게냐..”
“에?”
용사는 뜬금없는 둘의 질문에 당황하고 말았다. 당연히 용사가 주부일 리 없었으며 익숙한 것은 용사 자신도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황한 용사는 둘의 질문에 당황하다 막무가내 마왕님을 모시다 이렇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대답을 생각했으나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다.
생각해보니 방금 전 소녀의 얼굴에 묻은 잼을 닦아주는 행동도 언젠가 마왕이 한 번 용사에게 닦아달라고 했던 기억에 한 행동이었다.
용사는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럼 마왕님과 소녀는 동급인건가 같은 생각을 하며 속으로 웃어보였다.
꾸욱... 꾸욱...
용사가 마왕의 생각을 하며 속으로 웃고 있을 때 소녀가 용사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응? 왜 그래?”
“...........”
소녀의 행동에 용사가 소녀를 보며 묻자 소녀는 무표정으로 용사에게 접시를 내밀었다.
그 행동의 의미가 한 그릇 더 달라는 의미임을 알아차린 용사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소녀의 그릇을 받았다.
자신이 만든 음식을 남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다.
용사가 요리를 하고 난 뒤 느끼는 새로운 기쁨이었다.
물론 저 소녀의 표정은 거의 무표정이라 맛있다는 것인지 아닌 것인지 잘 모르겠으나 먹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맛있게 먹는 것 같다.. 고 용사는 생각했다.
“여기 하나 더.”
용사가 갓 만든 토스트를 테이블에 올려놓으며 자리에 앉자 소녀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용사의 무릎 위로 자리를 옮겼다.
갑작스럽게 용사의 무릎 위에 앉은 소녀의 행동에 용사가 당황하여 소녀를 떼어 내려하자 소녀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용사를 올려다보며 말하였다.
“....의자, 딱딱해.”
“그래?”
의자가 그렇게 딱딱했던가...? 용사는 소녀의 말에 자신이 앉아 있는 의자의 감촉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여기.... 푹신푹신....”
“에.. 의자보다는 그렇겠지만...”
소녀가 용사의 허벅지를 쿡쿡 찌르며 말하자 용사는 소녀의 말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소녀를 품에 안은 채 가만히 소녀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왠지 저 둘의 낌새가 이상한 것 같은데요...”
“용사... 역시 작은 쪽 취향이었던 겐가....”
소녀를 품에 앉힌 채 가만히 있으니 이 모습을 지켜보던 공주와 마왕이 한 마디씩 하였다.
용사는 지금 당장이라도 저 둘에게 태클을 걸고 싶었으나 괜히 그랬다간 자신만 더 힘들어질 것 같아 그만두기로 하였다.
왜 자신이 무슨 행동만 했다하면 저런 식인걸까... 용사는 기구한 자신의 인생을 생각하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
“......?”
용사가 기구한 자신의 인생을 생각하며 작게 한숨을 쉴 때 갑자기 용사의 얼굴쪽에 토스트가 나타났다.
용사는 자신의 입쪽으로 토스트를 들이미는 소녀를 보며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한 채 한참을 토스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토스트를 내밀고 있던 소녀는 팔을 조그맣게 휘적대며 용사의 입으로 토스트를 들이밀었고 용사는 그제서야 소녀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한 입 먹으라고?”
끄덕
용사가 소녀에게 묻자 소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용사는 소녀의 행동에 기특함을 느끼곤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은 뒤 토스트를 한 입 베어물었다.
“....맛있..어?”
“응. 먹여주니까 평소보다 더 맛있는 것 같아.”
소녀의 질문에 용사는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일부러 더욱 오버하며 맛있게 토스트를 먹었다.
“......”
용사가 소녀를 칭찬하자 소녀는 이번엔 용사의 손에 토스트를 내밀었다.
용사는 이번에도 아무 말 없이 하는 소녀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 채 소녀를 바라보자 소녀가 작게 입을 벌리며 용사의 손에 토스트를 내밀었다.
이건 먹어달라는 걸까? 소녀의 행동의 의미를 그렇게 이해한 용사는 소녀가 내민 토스트를 받아 소녀의 입에 내밀었다.
그러자 용사의 해석이 정답이었는지 소녀는 용사가 내민 토스트를 둥지의 작은 새가 모이를 받아먹듯 토스트를 받아먹었다.
“.....맛있어.”
“감사합니다.”
토스트를 받아먹는 소녀는 여전히 무표정이었으나 용사에게 확실히 맛있다고 말하였고 용사는 소녀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하며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왠지 모르게 저 좋은 분위기 기분 나쁜데요...”
“......”
공주와 마왕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은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