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1화 〉마왕성에 마법사가 나타났습니다. (21/81)



〈 21화 〉마왕성에 마법사가 나타났습니다.

“나는 인정 못한다!”

아침식사시간.


언제나와 같이 바삭하게 구운 베이컨과 노릇한 계란 후라이,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부드러운 고급 토스트, 거기에 원두를 갓 갈아 내린 에스프레소로 만든 너무 달지도 쓰지도 않게 설탕을 살짝 넣어 만든 아메리카노.
마왕의 까다로운 식성에 잘도 익숙해진 용사가 차린 아침에 마왕이 커피를  모금 마시며 외쳤다.

“갑자기 무슨 말씀이십니까 마왕님.”

아침을 준비하며 사용했던 그릇들을 닦던 용사가 마왕에게 물었다.

“어째서 내가  뭉개진 호박녀랑 같이 아침을 먹고 있지 않으면 안되는게냐 용사!”
“잠.. 뭉개진 호박이라니 말이 너무 지나치신거 아니에요? 이 분노조절장애 마왕씨!”


테이블을 쾅 강하게 내리치며 공주를 재수없다는 표정으로 노려보는 마왕. 공주는 그런 마왕의 태도에 자신 역시 마왕이 불쾌하다는 듯 마왕을 노려보았다.


“하, 하지만 어쩔  없지 않습니까. 공주는 성으로 돌아가려하지 않지.. 공주와 함께 있던 마왕은 집으로 떠나버렸지...”


마왕의 불쾌하다는 태도에 용사는 기가 죽은 채 우물쭈물거리며 말하였다.


마왕은 용사의 기가 죽은 모습이 마치 버려져 있는 강아지 마냥 처량해 보였다. 마왕은 용사의 그런 불쌍해 보이는 모습에 당장 용사를 품에 안아 부비거리고 싶었으나 등 뒤의 공주의 시선과 마왕의 의외로 소심한 성격에 실제로 그것을 행하진 못하였다.

“용사! 너무 기죽어있지마.”

그러나 마왕이 그렇게 생각만 하고 행동에 옮기지 못하여 우물쭈물거릴 때 공주는 이미 용사를 품에 안아 용사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억지로 공주의 품에 안긴 용사는 공주의 감이 얼굴에 닿는다며 공주의 품에서 빠져나오려 했으나 공주는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공주가 무리하게 용사를 안아 쓰다듬고 있는 모습을  마왕은 질투심과 알 수 없는 패배감에 휩싸여 입을 꽉 깨물었다.


“자~ 착하지. 착하지.”
“아, 아니... 그러니까 이제 그만 놔.....”
“무슨 짓을 하는 게냐! 용사는  노예로 내 소유물이니 함부로 건들지 말거라!”

공주의 품에 안겨 있던 용사를 꺼내 다시 자신의 품에 용사를 넣으며 마왕이 소리쳤다.


용사는 공주보다 커다란 마왕의 가슴에 묻히자 오히려 더욱 당황하여 마왕의 품에서 빠져나오려 공주의 품에 있을  보다 더 버둥버둥거렸다.


“하앗! 요 용사.... 가, 간지럽다....”
“[email protected]#!$%@^%!”
“꺄.. 꺄읏!! 그, 그런 식으로 바람 불어 넣지 말거라...”

마왕의 품에서 버둥거리던 용사는 마왕의 색기 어린 목소리를 듣곤 더 이상 움직였다간 뭔가 잘못될 것이라 판단하고 버둥거리던 행동을 멈췄다.

그러나, 이미 용사가 마왕의 품에 안기기 시작한 순간부터 불쾌한 기색을 보이던 공주는 마왕의 그 창피한 소리를 듣자마자 폭발해 버렸다.

이미 용사가 안기기 시작했을 때부터 잘못되어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용사.. 그렇게 거유가 좋은거야?”

마왕의 품에 안긴 용사를 보며 공주가 물었다.


용사는 마왕의 가슴에 묻힌 탓에 공주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으나 차가운 공주의 표정과 태도가 눈앞에 보이는 듯하였다.


용사는 공주의 질문을 부정하기 위해  손을 절래절래 흔들려 하였으나  순간 이번엔 마왕이 용사에게 물었다.


“요, 용사... 내 가슴이 좋은 거냐?”

마왕의 질문에 흔들려던 용사의 손이 멈추고 말았다.


여기서 좋다고 말하면 마왕은 기뻐하겠지만 공주는 불쾌해한다. 그렇다고 싫다고 하자니 이번엔 마왕이 폭발해 버린다. 물리적으로만 보자면 마왕이 폭발해 버리는 것이 더  일이겠으나 공주가 불쾌해져 용사를 괴롭히기 시작하면 그것 역시 용사에겐 보통 괴로운 일이 아니었다.

용사는 도대체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도무지  수 없었다.


차라리 하늘에서 운석이라도 떨어져 이 둘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옮겼으면 하는 심정이었다.

“자... 얼른 말해. 용사...”
“얼른 말하거라. 용사...”
“................”

두 명의 여자가 자신을 노려보며 하는 질문이 이렇게나 무서운 것인 줄 용사는 오늘 처음 알았다.


“.................”
“용사....”
“용사!!”

입을 다물자 얼른 대답을 재촉하는 마왕과 공주..


용사는 제발 하늘에서 운석이 떨어져 달라며 최대한 답을 하지 않고 시간을 끌어보는 중이었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하늘에서 운석이 떨어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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