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7화 〉용사를 찾으러 왔습니다. (17/81)



〈 17화 〉용사를 찾으러 왔습니다.

“으으.... 왠지 모르게 몸이 간지러운데.”

마왕과 공주가 서로를 노려보고 중간의 용사가 어찌할 줄 모르는 이 아수라장의 상황에 지금까지 기절해있던 마왕이 깨어났다.

“아! 공주님! 몸은 괜찮으......”

기절에서 깨어난 마왕은 자신과 함께 있던 공주의 안부를 묻기 위해 주위를 둘러 공주를 찾다  무서워 보이는 여자와 서로 노려보고 있는 모습을 보자마자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엄청 조용히 있어야겠다.’

눈치가 빨랐던 마왕은 자신이 지금 상황에 무엇을 해야 할지 느끼곤 그대로 입을 다문 채 조용히 둘... 아니, 정확하게는 공주와 여자 사이에 끼여 있는 용사를 합쳐 셋의 일촉즉발의 상황을 지켜보았다. 아마도 둘의 싸움의 원인은 분명 저 중간의 용사가 문제이리라.

그렇게 생각한 마왕은 자리에 가만히 앉아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있자 다짐하였다.


마왕이 가만히 셋을 바라보자 공주와 여자 사이에 끼여 둘의 눈치를 보던 용사는 마왕이 깨어난 것을 눈치 채고는 구세주를 만난 듯 마왕에게 다가왔다. 마왕은 용사가 다가오자 자신에게 오지 말라는 의미로 손을 흔들었으나 용사는 마왕의 신호를 모른 척 무시한  마왕의 옆까지 다가왔다.

다행히 공주와 여자는 확실히 서로에게 집중하고 있는 듯 용사가 마왕의 쪽으로 다가와도 신경 쓰지 않은 채 작은 자극에 금방이라도 터질 듯 서로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깨어나셨군요.. 마왕님.”
“......오지 말라고 손을 그렇게 흔들었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요?”
“뻔뻔하시군요..”
“에이~ 그렇게 말씀하시는 마왕님이야말로 혼자 살겠다고 그러시는  아닙니다.”
“저는 적어도 이 싸움의 관계자는 아니니까 말이죠. 아무리 마왕이라도 제 목숨 아까운 줄은 아는 법입니다.”

마왕은 어깨와 가슴을 당당히  채 자신의 옆에 앉아있는 용사에게 말하였다. 용사는 마왕의 말에 ‘우와... 마왕이 뭔가 비굴해.....’ 라며 마왕에게 말하였으나 마왕은 용사의 말에 가소롭다는  콧방귀를 뀔 뿐이었다.


“맞다.. 그러고 보니 저는 아직 자기소개도 하지 않았는데 제가 마왕이라는 걸 알고 계시는군요.”
“공주가 말해줬거든요.”
“그렇습니까....”
“네...”
“........그렇다는  지금  이런 상황이 되었는지 아주 잘 알고 계시다는 것 아닙니까?”

용사의 말에 잠시 생각하던 마왕은 용사에게 물었으나 용사는 자신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마왕에게 말하길....

“사실 저도..  이런 상황이 되었는지  모르겠는지라...”
“그렇습니까?”
“네. 그냥 서로 이야기하고 있는 중에 갑자기 이런 상황이 되었는지라... 뭐, 확실히 마왕님 입장에서는 제가 공주랑 탈출 계획을 짠다고 오해할 수도 있긴 했지만...”
“네?”
“아! 아니... 마왕님 말고 저기 저 공주랑 눈싸움하고 계시는 여성분 있죠? 저 분도 마왕님이시거든요.”


용사가 공주의 앞 여성을 가리키며 말하자 용사의 손가락 방향을 바라본 마왕은 용사의 말에 갑작스럽게 머릿속에서 무언가 번쩍이듯  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잠.. 마왕님이라고요?!”
“네. 그러고 보면 그 쪽도 마왕님이신데 마계에는 마왕님이 참 많....”
“안돼에에에엣!! 공주님!! 당장 그만두세요!!”

마왕의 반응에 용사가 말하는 중 마왕은 황급히 여자와 눈씨름을 하고 있던 공주에게 크게 소리쳤다. 마왕의 커다란 외침은  극도로 긴장된 공간에 커다랗게 울려퍼지고.. 모두의 시선이 마왕에게 쏠리게 되었다.


“공주님! 지금 당장 싸움 그만 두세요! 지금 공주님 앞에 계신 분은...... 마왕 서열  1위. 레비아탄님이라고요!!”
“어, 어떻게 그걸?!”
“에?”
“서열 1위?”

마왕의 외침에 레비아탄과 공주, 용사가 순서대로 소리쳤고 마왕은 다급하게 레비아탄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레비아탄님. 여기서 대체 뭘....”
“무, 무슨 소릴 하시는 걸까요? 저는 그런.. 그런,... 사람이 아니랍니다?”
“당연히 아니겠죠. 마족이시니까.”

마왕의 말에 레이비탄은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마왕과의 시선을 애써 피하려 하였다. 그러나 레이비탄의 그런 수상쩍은 행동은 오히려 마왕의 의심을 더욱 더 증폭시킬 뿐이었다.


“차오르는 어둠. 심연 속의 Dark하면서도 어둡고 Edge하면서 날카롭고 Cool하면서 냉정한..  강대한 몸 안에는 흑염룡을 품고 있는 악ㅁ....”
“와.. 와아아앗!! 지금 용사 앞에서 무슨 망언을 하느냐!!!!”

마왕이 읊조리자 당황한 레비아탄이 격하게 손을 휘저으며 마왕의 말을 가로막으려 하였다. 그리고 지금 이 행동으로 마왕은 눈앞의 분이 레비아탄임을 확신하였다.

“아!”

확신에 찬 마왕의 눈을 본 순간 레비아탄은 자신이 함정에 빠졌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모든 상황이 끝난 후였다. 눈앞에 확신 가득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마왕의 모습에 불안해진 레비아탄은 당장 고개를 돌려 용사를 바라보았다.

“저기 용사. 저거 말이 굉장히 중복되고 있지 않아?”
“글쎄.. 그게 마족들에게 유행하는 거라 그런 게 아닐까? 왠지 모르게 좀  강해보이는 말투잖아? 어둠의 Dark! 이런 거. 말은  되지만 필살기 같은 느낌이잖아.”

‘용사... 창피해하는 날 감싸주기 위해 그런 식으로 이해해 주다니....’


물론, 용사에게 그럴 의도는 전혀 없었다. 용사는 단지 공주의 질문의 자신의 생각을 말한 것뿐이나 그 모습을 지켜본 마왕은 용사가 자신을 위해 애써 이해해주려 한다고 느끼며 용사의 넓은 이해심에 다시 한 번 용사에게 반하였다.

“레비아탄님. 자랑하시던 푸른 머리는 어떡하시고 이런 검은 머리로.... 그 머리색만 아니었다면 한 번에 알아봤을 텐데.... 빨리 알아차리지 못한 점 사과의 말을 올립니다.”
“그냥 알아차리지 않는 편이 좋았을 텐데....”


마왕이 말하자 레비아탄은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리며 눈앞의 마왕을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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