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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화 〉용사를 찾으러 왔습니다. (16/81)



〈 16화 〉용사를 찾으러 왔습니다.

‘나는 용사에게 저렇게 오래 안겨본 적 없는데.... 도대체 너희들은 언제 떨어지려는 것이냐!!’

마왕은 아직까지도 용사의 품에 있는 공주에게 질투를 느끼며  쥔 손에 마력을 모았다.
마왕의 손에 마력이 모이는 것을 눈치 챈 용사는 황급히 마왕을 달래기 위해 품에 안은 공주를 놓고 마력이 모인 마왕의 손을 꽉 잡았다.

“마, 마왕님.... 진정하시고... 공주는 그냥 평범한 인간이예요. 평범한 인간...  정도의 마력을 사용하는 공격을 맞았다간 죽습니다. 네?”
“.......”
“마.. 마왕님?”

‘요, 용사가... 용사가.... 스스로  손을 잡아줬어.. 그것도 양손으로 꼬옥....’

아무런 대답이 없는 마왕의 반응에 용사는 잠시 당황하였으나 이내 마왕의 손에서 서서히 사라지는 마력을 느끼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용사가 안심하는 것도 잠시, 용사와 마왕의 모습을 본 공주는 마왕의 행동에 왠지 모를 이상함을 느꼈다.

‘뭔가 노예와 주인관계 같은 분위기가 아닌 것 같은데?’


“요... 용사....”
“왜 그러십니까. 마왕님?”
“부, 부탁하는 방법이 잘못되지 않았느냐. 얼른 이 상태에서 무릎을 꿇도록 하거라!”
“네.. 네? 이, 이렇게 말입니까?”
“아니. 거기서 한쪽 무릎은 세우고.... 그래. 그렇게.”

마왕의 요구대로 용사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마왕의 손을 잡고 있자 마왕은 흥분되는 얼굴을 애써 감추려 노력하였다.
용사는 마왕의 명령에 어째서 이런 명령을 하였는지 이해하지 못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나 눈치 없고 둔감한 용사와 달리  모습을 지켜보던 공주는 마왕의 표정에 풍겨오는 흥분감을 읽어내곤 위화감의 원인에 대해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이 마왕님... 지금 용사에게 반한거지? 아니, 반한게 확실하지!! 용사가 얼마나 매력적인 남자인데 그런 용사와 단 둘이... 그것도 두 달이나 있었으니 당연한 걸!’


용사의 매력에 대한 자신감으로 가득한 공주는 혹시나 하는 마음을 금세 확신으로 바꾸곤 마왕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이건 용사에게도 문제가 있어! 용사는 어쩌자고 마왕님을 반하게 만든 거야!  천연 바람둥이!’

공주는 노려보던 시선을 마왕에서 용사로 바꾸며 잔뜩 불만을 가진 표정으로 볼을 잔뜩 부풀렸다.

“요, 용사... 어, 여기서 한 번 나와 결혼해줘! 같은 말을 한 번 해보거라!”
“에.... 에? 어, 어째서 그런....”
“어째... 어째서라니! 그거야 당연히 나중에 용사가 나... 크흠. 나중에 누군가 나에게 프로포즈 할 때의 예행연습을 해두는게 좋으니까 그런 것이지.”
“그러니까 그걸 지금 왜.....”
“어허! 쓸데없는 말이 많다! 그냥 한  해보거라!!”
“......”

마왕의 강압적인 말에 눌린 용사는 결국 체념한  마왕의 명령에 따르기로 하였다.


“.....”

용사는 우선 양 손에 잡힌 작고 가녀린 손을 보았다.
구릿빛 피부의 손은 다른 평범한 사람들의 구릿빛 피부와는 뭔가 다른 마왕 특유의 아름다움이 묻어나오고 있다.
특유의 아름다운 구릿빛 피부에 가느다랗고 여린 손가락, 평생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살았을  같은 매끈하고 부드러운 감촉.
용사는 마왕의 손을 유심히 관찰한 뒤 이 여린 존재를 지켜주고 싶다... 라 머릿속으로 두어번 정도 되뇌인 후 감정을 잡은 뒤 마왕에게 말하였다.


“마왕님.... 저와 결....”
“거기까지이이잇!!!!!!!!”


용사가 애써 감정을 잡은 후 마왕에게 말하려하자 중간에 공주가 난입하여 용사에게 달려들었다.
갑작스런 공주의 돌격에 중심을 잃은 용사는 붙잡고 있던 마왕의 손을 놓치며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공주... 갑자기 무슨 짓이야?”
“용사야말로 뭐하는 짓이야! 방금 마왕님께 무슨 말 하려고 했어? 어째서 그렇게 감정 잡고 말하는 거야?”
“아니... 그게, 마왕님 명령에 건성으로 하면 곧장 혼내시니까....”

용사가 마왕의 눈치를 보며 공주에게 말하자 공주는 곧장 마왕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마왕 역시 공주 못지않게, 아니 공주 이상으로 공주를 불쾌한 표정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역시 너... 마음에 안 들어.”
“그건 이쪽에서 할 말이거든요.”

공주와 마왕이 서로 노려보며 으르렁거리자 중간에 있는 용사는 어찌할 줄 모르며 둘을 번갈아 보았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용사는 현재 상황이 자신이 원인임을 깨닫지 못한 채 공주와 마왕  누굴 말려야 하는지 고민에 빠졌다.
마음 같아서야 당연히 대하기 어려운 마왕보다는 공주를, 싸우면 당연히  수 밖에 없는 공주를 말리고 싶었으나 괜히 말리다  자기를 말리느냐며 폭발한 공주가 마왕님께 더욱 대들면 상황은 더욱 나빠진다.
그렇다고 마왕을 말리자니 용사 자신의 힘으로 마왕을 말릴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렇게 마왕과 공주 사이에 있는 용사는 어떻게 대처해야   모른 채 그저 멍하니 서로 노려보고 있는 둘을 바라보기만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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