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화 〉공주 등장을 원한다면서요?
“흐읏... 용사. 너무 거칠구나... 조금 부드럽게....”
“아.. 네.”
저녁 목욕시간, 용사는 마왕의 명령에 다시 한 번 마왕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린다.
그러자 마왕은 이번에는 괜찮았는지 편안한 표정을 지으며 용사의 손에 등을 맡겼다.
“하아~ 생각해보니 용사는 이런 일들을 정말 잘하는 것 같구나. 용사, 혹시 전생에 정말로 가정부라도 되었던게냐?”
누구 때문에 능숙해진건지 모르고 그런 말씀이십니까?
마왕의 말에 용사는 그런 말을 속으로 삼키며 묵묵히 마왕의 등을 미는 일에 전념하였다.
이제 이 등 밀기만 끝나면 목욕이 끝난다.
용사는 머릿속에 그런 생각만 가득한 채 서둘러 마왕의 등을 밀었다.
“아참. 용사 이제 슬슬 등 미는 것도 익숙해진 것 같은데 이번엔 다른 곳도....”
용사는 마왕의 말이 끝나기도 전 황급히 자리를 박차곤 욕실에서 빠져나가려 하였다.
그러나 마왕은 용사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자연스럽게 용사의 목에 연결돼있는 마력 목걸이의 줄을 잡아당겨 용사가 도망치는 것을 저지하였다.
“아니... 마왕님. 아무리 그래도 그것만은 봐주십쇼..”
“괜찮다니깐. 용사 처음에는 등밀기도 힘들어했지만 지금은 이렇게 여유롭게 내 등을 밀어주잖아?”
“그게 여유로워 보였습니까?!”
마왕의 말에 용사는 소리치며 어떻게든 마왕의 손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쳤고 마왕은 그런 용사를 어떻게든 놓치지 않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줄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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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는 언제 오려나....”
마왕에게 납치 당한지 며칠째 인지 이제 세는 것도 포기한 공주는 언제 자신을 구하러 올지 모르는 용사를 오매불망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도대체 용사에게 무슨 일이 생긴걸까...”
공주는 도무지 자신을 구하러 오지 않는 용사를 원망스럽게 생각하면서도 용사에게 무엇인가 큰 일이 벌어진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섰다.
“용사...”
공주는 오지 않는 용사를 걱정하며 직접 만든 용사 인형을 품에 안았다.
“빨리 와줘..”
공주는 용사가 한시라도 빨리 자신을 구하러 와달라는 하루에도 수백, 수천 번 이상의 반복되는 생각을 하며 용사가 자신을 구하러 와주었을 때의 일에 대해 생각하였다.
멋지게 마왕을 물리치고 자신에게 달려오는 용사. 공주는 그런 용사에게 안기며 구해주리라 믿고 있었다며 용사를 바라본다.
공주의 말에 용사는 당연하다는 말과 함께 공주에게 미소를 지어보인다.
공주는 그런 용사의 미소에 이제까지 있었던 불안, 초조, 걱정 등의 부정적인 생각들이 사르르 녹아내리며 용사의 미소에 심장이 두근거린다.
공주는 그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용사의 품안에서 용사를 올려다보며 키스를 요구한다.
공주의 요구에 용사는 잠시 당황하는 순진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순순히 공주의 요구에 응한다.
서서히 다가오는 용사의 얼굴에 공주는 찬찬히 눈을 감고 서로의 입술이 맞....
“공주님!!!”
“꺄앗!!!”
망상에 빠진 공주가 이제 용사와 키스를 하고 실제로는 용사의 인형에 키스를 할 때 마왕이 공주의 방 문을 벌컥 열어 공주를 불렀다.
갑작스러운 마왕의 방문에 공주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마왕에게 인형을 집어던졌고, 마왕은 문을 열자 갑자기 날아오는 인형에 얼굴을 정통으로 맞았다.
“무무무... 무슨 일이신가요. 마왕님! 수수,, 숙녀의 방에 노크도 없이 들어오시다니.... 깜짝 놀랐잖아요.”
“아니, 이쪽도 깜짝 놀랐습니다만....”
공주가 던진 인형을 손에 쥔 채 마왕은 공주에게 말하였다.
공주는 마왕의 말에 자신이 한 행동에 창피함을 느꼈는지 얼굴을 붉게 물들이곤 황급히 마왕에게서 용사 인형을 빼앗은 뒤 화제를 돌렸다.
“그. 그래서.... 무슨 일로 오신거요? 마왕님.”
“아... 그래. 공주님.”
“네?”
공주의 질문에 마왕은 생각났다는 듯 공주를 부르며 말하였다.
“용사가 어디있는지 찾아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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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지쳤다.”
욕실에서의 한바탕 소란을 피운 뒤, 용사는 마왕 몰래 한숨을 쉬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아무튼... 결과적으로는 이겨서 다행이야..”
욕실에서의 소란의 결과에 대해 말하자면 결과적으로는 용사의 승리로 끝이났다.
어떻게든 마왕에게서 도망가려는 용사와 어떡해서든 용사를 붙잡으려던 마왕의 힘겨루기는 결국 마왕의 마력 목걸이 줄이 끊어지는 결과가 되었고 마왕은 아무런 마법도 없이 그저 힘으로 자신의 목걸이를 끊어버린 용사에 놀라고 말았다.
그럴 것이 마왕의 목걸이는 마계에서 순수 힘으로만 따지면 서열 3위인 케르베로스도 끊지 못하는 줄이었다.
그런 줄을... 용사는 그저 순수 힘만으로 끊어버린 것이었다.
물론 그 의미를 알 리 없는 용사는 그저 마왕에게서 도망치기에만 급급하였고 용사의 힘에 놀라 잠시 넋을 놓고 있던 마왕은 황급히 도망가는 용사를 붙잡기 위해 용사에게 라이트닝 볼트를 날렸다.
마침 몸도 젖어있던 용사에게 전기 마법은 치명적이었고 마왕의 마법을 맞은 용사는 그대로 기절해버려 그날의 목욕은 그렇게 끝나버리게 된 것이었다.
기절했던 용사가 다시 깨어났을 때 용사는 자신이 기절해 있을eo 마왕이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한 건 아닌지 불안해하였으나 몸 상태를 살펴보았을 때 바뀐 것은 끊어졌던 마력 목걸이가 다시 이어져 있을 뿐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에 안심하며 그렇게 중얼거린 것이었다.
“아니... 딱히 지금도 좋은 상황은 아니잖아....”
욕실에서의 일을 회상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던 용사는 자신의 상황을 재인식 하며 그렇게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