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화 〉노예는 인간이 아니다. (9/81)



〈 9화 〉노예는 인간이 아니다.

“용사~”
“용사.”
“용사!”

용사가 마왕의 노예가 된  어언 3일
지금 용사의 상태는.... 말 그대로 숨만 붙어있는 시체와 다름없었다.


“마왕님...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압도적으로 지칩니다만....”

아침식사시간. 언제나와 다름없이 마왕의 까다로운 입맛에 맞춘 아침상을 차린 용사는 마왕의 바로 옆에 앉아 테이블에 엎드린 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마왕에게 말하였다.


“뭐가 힘들다고 그러느냐. 어차피 성안의 일들은 이미 익숙해졌으니 일이 하나  정도 추가된다고 해서 힘들건 하나도 없지 않느냐.”
“아무리 익숙해졌다고 해도 원래 제가 맡은 일 자체가 워낙 많단 말입니다. 매일 매일 이 커다란 성을 마법도 사용하지 않고 청소하는 인간은 저밖에 없을 겁니다...”
“그거 잘됐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인간이라서.”
마왕은 용사의 불평에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답하며 용사가 만든 커피를 우아하게 한 잔 들이켰다.
“아니, 전혀  되지 않았습니다만.... 애초에 청소에 필요한 마법 몇 개는 사용할  있게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마왕님.”

용사의 부탁에 마왕은 정말 힘들어 보이는 용사의 모습에 잠시 허락해버릴까 하는 생각을 하였으나 이내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단호히 안 된다고 하였다.
마왕의 대답에 용사는 안타까운 듯 한숨을 쉬며 온몸에 힘이 빠진 듯 몸이 축 늘어졌고 마왕은 용사의 그런 모습을 동정하면서도 마법을 사용하게 하는 건 절대 안 된다고 자신의 마음을 굳게 다졌다.


“그치만... 만약에 마법을 쓰면 용사가 도망갈지도 모르는걸....”
“네?”


마음을 굳힌 마왕은 힘들어하는 용사를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용사에게 변명하듯 중얼거렸고 용사는 한숨을 푹푹 내쉬며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느라 마왕의 말을 듣지 못하였다.


“그치만 용사. 난 꽤나 용사에게 잘 대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만.. 최근에는 이렇게 식사도 같이 하고 목욕탕도 마음대로 사용하게 해주는데다 침대도 최고급 침대를 사용하게 해주지 않느냐.”


사실 그 점이 제일 피곤합니다.


마왕의 말에 용사는 그런 말이 목 언저리까지 올라왔다.
사실 마왕의 말대로 용사에게 이제 가사 일은 너무나도 익숙해져버린 그저 하루 일과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이 넓은 마왕성을 청소하며 익힌 용사의 가사 능력은 이미 인간의 영역이라고 부르기 힘들 정도로  넓은 마왕성을 한 번 청소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3시간 정도.. 처음 간단한 마법을 사용하면서도 12시간 이상 걸리던 때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였다.
그러나 이렇게 뛰어난 가사 능력을 지녔음에도 용사가 불평하는 것은 마왕이 용사를 가정부에서 노예로 격하시킨 후 추가된 명령 때문이었다.
용사가 노예로 격하된 후 추가된 명령의 가장 큰 특징적이며 근본적인 일, 그것은 바로 무슨 일이 있어도 마왕 자신의 반경 20m이내에 있어야 한다는 명령이었다.
사실 이 명령이 다른 추가된 모든 일들을 포괄한다 해도 좋을 일이었다.
물론, 마왕이 처음 용사에게 이 명령을 내렸을 때 용사는 한사코  된다며 거절하고 저항하였으나 마왕에게 힘이 봉인당한 용사는 마왕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용사는 마왕이  때 혼자 편히 끝마치던 일들을 마왕을 깨워 마왕을 곁에 두고 일을 해야만 하였고 아침잠에 약한 마왕 때문에 용사의 가사 일이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치만 마왕님... 욕실은 마음대로 이용한다 해도 혼자 마음 편히 못하는데다 최고급 침대라고 해도 마왕님과 함께잖습니까.. 오히려 더 불편합니다만...”

그렇다. 마왕의 반경 20m 이내로 떨어지지 말라는 명령, 그 명령은  씻을 때나 잠을 짤 때에도 적용되는 것이었고 용사는 그런 마왕의 명령에 더욱 괴로워 하였다.
마왕의 거대한 욕실을 마음껏 사용하게 해 준 첫날 용사는 기쁜 마음에 그 욕실을 사용하려 하였으나 자신과 함께 씻으려는 마왕에 용사는 그 욕실을 사용하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사용하지 않으려 했다.
용사는 그 욕실을 어떻게든 사용하지 않고 버티려 하였으나 하루 한 번은 꼭 씻어야 한다는 마왕의 고집에 어떻게든 서로 수영복 위에 수건까지 걸치고서 욕실에 들어가는 것으로 마왕과 합의를 보았다.
그렇게 합의를 본 용사는 고급 침대로 바꿔준다는 마왕의 말에 잠자리만은 편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있었으나 자신의 방에 이끌어 함께 잠을 자는 것을 명한 마왕에 절망하고 말았다.

“용사는 나와 함께 있는 것이 불편한가..”

용사의 말에 마왕은 슬픈 표정을 지으며 용사에게 물었고 마왕의 예상치 못한 반응에 용사는 당황하며 우선 무조건적으로 마왕의 질문을 부정하며 마왕을 달랬다.

“아, 아뇨. 그런 의미가 아니라... 뭐랄까... 그... 마왕님은 미인이시고... 그런 미인 분과 함께 목욕에 한 침대라니... 너무 긴장돼서....”


마왕의 반응에 후환이 두려운 용사가 아부멘트를 날리며 말하자 살짝 어두워졌었던 마왕의 얼굴이 활짝 펴지며 용사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두근

마왕의 미소에 용사는 마왕에게 매혹이라도 된  심장이 두근거렸다.
사실 아까 전 용사가 한 마왕을 달래기 위한 아부멘트도 아부멘트이기도 하였으나 용사의 진심이 담긴 말이기도 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마왕은 객관적으로 보아도 그 누구나 인정할만한 미모를 소유한 미인이었기 때문이다.
용사는 그런 마왕의 미소를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두어번 흔들곤 순간 두근거렸던 마음을 부정하였다.
설마, 내가 마왕님께 두근거렸을 리가 없어...
용사는 평소 고압적인 마왕의 이미지를 생각하며 다시 정신을 차리곤 본래 주제로 돌아갔다.

“아무튼, 너무 붙어있는 건 좀 아닌  같습니다 마왕님... 그래도 프라이버시라는게 있지 않습니까.”


용사가 말하자 마왕은 용사를 바라보며 상큼ㄴ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하였다.

“어머 용사 몰랐어?”
“네? 뭐, 뭘....”
“노예에게 프라이버시란건 없어.”

상큼하게 미소를 지은 마왕은 미인이었으나 그 순간 용사의 눈에 비친 것은 마왕의 마왕의 자격에 어울리는 마왕  자체였다.

“그런... 무슨 비인격적인.....”
“용사. 잘 생각해. 난 마왕. 즉 마족이야. 그리고 용사, 넌 내 노예잖아. 용사, 노예란 말이지....”


마왕은 용사에게 말하던  숨을 한 번 골랐다.
그리고 나선 다시 한 번 미소지으며 말하길....

“인간이 아닌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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