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화 〉이제부터 넌 노예닷!
햇볕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어느 날
바람도 선선하게 불겠다 빨래가 잘 마르는 날씨라고 생각한 용사는 마왕성의 이불빨래를 모두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한껏 기합을 넣은 채 마왕성의 이불을 모두 빨았다.
“용사~”
용사가 이불 빨래를 끝마친 뒤 마왕성 마당의 햇볕이 잘 비추는 곳에 이불을 하나씩 널고있자 저 멀리 마왕성 쪽에서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듯 잔뜩 헝클어진 머리에 입고 있는 토끼모양의 핑크색 잠옷 단추가 몇 개 풀려 단정치 못한 차림을 하고 있는 마왕이 용사를 애타게 부르며 달려왔다.
“어디 갔었느냐 용사. 한참 찾지 않았으냐.”
용사에게 달려온 마왕은 정말 열심히 용사를 찾아다닌 듯 이마엔 땀이 흐르며 숨이 약간 거칠어져 있었다.
“아침부터 계속 여기서 이불 빨래를 하고 있었습니다만... 왜 그러십니까?”
마왕의 질문에 이불을 널던 용사의 손이 멈추고 거칠게 숨을 쉬는 마왕을 의아하게 바라보며 마왕에게 되물었다.
아침식사라면 이미 진작에 준비해두었고 청소라면 먼지 하나 업이 깨끗하게 해 놓았다.
마왕이 일어나 갈아입을 옷도 준비해 두었으며화장실이 막히지도 않았고 언제든 따뜻한 물이 나오게 욕실 물 온도까지 설정해 두었고 목욕 용품까지 새 것으로 갈아놓았다.
딱히 마왕이 일어나 자신을 찾을 일이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준비 하였다고 생각한 용사에겐 마왕의 행동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혹시 내가 뭔가 준비하지 않은 것이라도 있나?
용사는 오늘 하루를 되뇌이며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지만 딱히 그런 것은 없는 것 같았다.
“그, 그거야....”
마왕은 어째서 용사가 자신을 찾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그런 ᅟ용사의 행동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마왕이 용사를 찾는 이유는 매우 간단.
용사가 곁에 없으면 불안하니까... 였다.
그러나 용사에게 직접적으로 이 사실을 말할 수 있을 리 없는 마왕은 용사에게 직접적으로 이런 말을 하는 대신 간접적으로 돌려 용사에게 말하였다.
“그, 그거야! 용사가 도망쳤을까봐 그렇지!”
사실 이 말도 조금 생각해보면 마왕의 말을 유추해 낼 수 있을 정도였다.
“음.. 그것도 그렇군요.”
물론 그것은 눈치가 어느 정도 있는데다 마왕이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때나 허용되는 것이지 용사같이 초 둔감남에다 마왕이 자신에게 호감이 있는지 조차 모르는 사람에게는 허용되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이며 마왕의 말에 수긍하는 용사를 보며 마왕은 살짝 기분이 나빠졌다.
“확실히... 하지만 마왕님. 이것 보시라구요. 마왕님께서 이렇게 제 힘을 봉인하셨는데 제가 어떻게 도망갑니까.”
용사는 마왕에게 말하며 자신의 손목에 채워진 투명화된 마력 수갑을 실체화시켰다.
“애초에 도망갈 것 같았으면 진작에 여기 지하에 봉인돼 있는 제 무기부터 되찾으러 갔겠죠. 그리고 확실하게 도망치려면 오히려 잠든 상태의 무방비한 마왕님을 공격했을걸요.”
마왕에게 수갑을 보여준 용사가 탈출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설명하자 마왕은 용사의 말에 확실히 그러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잠깐, 그런데 용사..”
“네?”
“어째서 탈출 방법이 그렇게 구체적인거야! 용사 지금 탈출하려고 뭔가 작전을 짜놓은거지?”
“엑?! 설마 그럴리가요. 물론 처음에는 이것저것 탈출해보려 시도하긴 했지만 지금은.... 끄아악!! 팔을 물지 말아주세요!!”
“용사는 나한테서 못 도망친다!!‘
“끄아아아!! 그러니까 도망칠 생각이 없다니깐요!! 아니, 못한다니깐요!!”
용사에게 맞장구를 치던 마왕이 갑자기 용사를 노려보며 말하였다.
마왕의 지적에 용사는 손을 휘저으며 아니라고 부정하였으나 이미 불신의 표정으로 용사를 노려보는 마왕은 용사가 휘젓고 있는 팔을 강하게 물었다.
마왕의 행동에 용사는 비명을 지르며 마왕에게 팔을 물지 말아달라 부탁하였으나 마왕은 용사에 대한 강한 소유욕을 비추는 말을 외치며 용사의 팔을 더욱 꽉 깨물었다.
마왕이 팔을 더욱 꽉 깨물자 용사는 팔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더욱 더 큰 비명을 지르며 마왕에게 외쳤다.
“아악! 마왕님!! 잘못했어요!! 잘못했다고요!! 다시는 도망칠 생각 따윈 하지 않을게요!!”
마왕의 깨물기에 버티지 못 한 용사는 결국 마왕에게 사과하며 외쳤고 마왕은 그런 용사의 외침에 용사의 팔을 무는 것을 그만두었다.
“정말이냐?”
용사가 외치자 용사의 팔을 무는 것을 그만둔 마왕이 용사를 기쁜 눈으로 바라보며 밝은 표정을 지었고 용사는 자신의 팔에 있는 마왕의 이빨 자국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흐흥~ 그래. 용사 넌 나한테서 못 도망간다! 넌 내 가정부니까 말이지!”
“가정부는 무슨... 이건 그냥 노예라구요..”
“.....노예라, 그것도 꽤 괜찮을 것 같구나!”
“에?”
마왕이 기쁜 듯 용사에게 외치자 용사는 이빨 자국이 난 자신의 팔을 문지르며 마왕에게 중얼거렸고 용사의 중얼거림을 들은 마왕은 용사의 말에 미소를 묘한 웃음을 짓더니 용사를 바라보았다.
마왕이 묘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자 불길한 느낌을 감지한 용사는 당장 그 자리에서 도망가려 하였으나 이미 늦어버리고 말았다.
“용사! 이제부터 넌 내 노예다!!”
“끄아아악!!”
도망치기 시작하려는 용사에게 그렇게 외친 마왕은 용사의 팔에 채운 마력 수갑과 같이 용사의 목에 용사의 힘과 마력을 봉인하며 용사가 언제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알 수 있게 해주는 마력 목걸이를 용사에게 채웠다.
“용사 이제 넌 나에게서 절대 도망치지 못하는 거다!”
“.......하, 하하.”
마왕이 용사의 목에 마력 목걸이를 채우며 기쁜 듯 말하자 목걸이가 채워진 용사는 마왕의 그런 얼굴을 보며 자조적인 웃음을 지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