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화 〉나와 소꿉놀이를 하자꾸나! 용사여!
1.나와 소꿉놀이를 하자꾸나! 용사여!
공주가 납치당했다.
당연히 공주를 구하기 위해 용사를 뽑았고, 어쩌다보니 공주의 소꿉친구가 용사가 되어 공주를 구하러 가게 되었다.
왕궁의 화원에 꽂혀있던 전설의 검을 들고 마왕과의 싸움을 위해 모든 장비를 챙겼으나 용사는 여전히 긴장되는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그렇게 마왕의 성으로 여행을 시작한지 하루.. 용사가 마왕의 성으로 가는 숲속에 발을 들여놓자....
“우와아앗!!!!”
갑작스럽게 시야가 어두워지고 누군가 용사의 뒤통수를 후려쳐 용사는 잠시 기절하여... 정신을 차려보니 이곳, 마왕성에 있었다.
물론 이 마왕성은 용사가 목표하는 마왕성이 아닌, 전혀 알지 못하는 마왕의 성이었다.
“용사여...”
용사를 부르는 목소리에 용사는 조각같이 용사는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근원지를 바라보았고 그곳에는 청아하고 고운 목소리에 걸맞게 아름다운 미녀가 서 있었다.
흑발의 긴 생머리, 엘프와 같은 뾰족한 귀와 조각같이 아름다운 미모, 거기에 들어갈 곳은 들어가고 나올 곳은 평균이상으로 조금 더 나온 색기있는 몸.
전체적으로 탄 듯한 피부는 그 몸의 요염함을 더욱 강조하여 언뜻 보면 다크엘프 같아 보인다.
그러나 등 뒤 허리 쪽에 튀어나와 있는 날개를 찾는다면 곧 그녀가 다크엘프가 아닌 악마라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을 것이었다.
“넌....”
“난 마왕. 용사.. 지금부터 넌 내 가정부다!!”
그렇게 무기도 빼앗긴 채 달리 방법이 없던 용사는 어쩔 수없이 마왕의 가정부가 되기로 했던 것이었다.
“용사...”
“네. 마왕님.”
“심심하니 나와 놀자꾸나.”
“네?”
아침식사는 언제나 베이컨과 노른자가 터지지 않은 계란 후라이, 버터를 이용해 갓 구운 바삭한 토스트와 즉석에서 원두를 갈아 뽑아낸 커피로 까다로운 식성을 자랑하는 마왕의 아침식사를 챙긴 뒤 설거지를 하고 있는 용사에게, 마왕이 주말에 어딘가 나가 놀자로 보채는 듯한 어린애같이 용사에게 말하였다.
용사는 그런 마왕의 황당한 제안에 순간적으로 접시를 놓쳐 깰 뻔하였으나 아슬아슬하게 접시를 잡아 접시를 깨뜨리는 상황은 면했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립니까 마왕님.”
“그러니까, 내가 엄마고 네가 아빠라는거다.”
“그거 전혀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만? 오히려 더 복잡해졌습니다.”
“용사. 너는 소꿉놀이 라는 걸 해본 적이 없는게냐?”
“아니, 그거야 공주랑 몇 번 해 본적이 있긴 하지만... 잠깐, 지금 소꿉놀이를 하면서 놀자구요?”
용사는 소꿉놀이를 하자는 마왕의 말에 놀랐으나 마왕은 그런 용사의 반응은 무시한 채 아까 전 용사의 말에 화가 난 듯 볼을 부풀리며 용사를 노려보았다.
물론 용사는 마왕이 어째서 자신을 노려보는지 의문을 가지며 다 닦은 접시를 정리할 뿐이었다.
“왜 그러십니까. 마왕님?”
“아무것도 아니다. 그럼 얼른 소꿉놀이나 시작하자꾸나.”
“결국 하는 겁니까..”
“당연하지. 얼른 준비하거라!!”
“하아... 알겠습니다.”
마왕의 명령에 용사는 한숨을 쉬며 소꿉놀이 준비를 하였다.
물론, 소꿉놀이 준비로 뭘 해야 할지 몰라 오랜 시간이 걸려 마왕에게 혼난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일단, 호칭부터 바꾸는게 좋겠지?”
“그렇습니까..”
“그래. 용사 너와 난 이제부터 부부사이라는 설정이니까 말이야. 그것도 이제 갓 결혼을 한 신혼부부로 결혼한 기간은 약 한달, 우린 서로 너무너무 사랑하고 있는 사이지. 지금 상황은 용사 네가 힘든 밭일을 하고 돌아오는 상황이야.”
“뭐가 그렇게 묘사가 자세한 겁니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 호칭은 어디 간 겁니까?”
“뭐, 뭐가 그렇게 급한 건가 용사. 지, 지금부터 말하려고 하지 않는가.”
“아, 죄송합니다...”
호칭을 바꾸자는 마왕의 제안에 용사는 마왕의 이야기를 듣다 소꿉놀이 하나에 쓸데없이 자세한 마왕의 묘사에 용사가 태클을 걸었다. 그리고, 태클을 건 뒤 용사가 호칭을 재촉하자 마왕은 재촉하는 용사에 마왕이 말을 더듬거리며 대답하였다.
마왕이 대답하자 재촉하던 용사는 마왕의 말에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였고 마왕은 사과하는 용사에게 팔짱을 끼며 ‘그래야지...’ 라며 사과하는 용사를 힐끔힐끔 바라보았다.
“그, 그럼.. 말이지.. 요, 용사 너에게 호칭의 선택권을 주겠다.”
“에? 저에게 선택권을 주시는 겁니까?”
“다, 당연하지.. 나는 관대한 마왕이니까 말이지. 자, 다음 중에 선택해 보거라. 첫 번째는 펴, 평범하게 여.. 여보, 두, 두 번째는 귀엽게 오, 오빠..”
“에..에에엣?!!”
마왕의 말에 용사는 이제까지 놀란 것을 합칠 정도로 크게 놀랐다.
그러나 마왕은 용사의 이런 반응에도 불구하고 아직 말이 끝나지 않았다며 계속해서 이어 말하였다.
“아,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 마지막.. 세 번째는.. 서, 서방님..”
“........”
용사는 마왕의 말에 너무 놀란 나머지 용사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가만히 눈앞의 마왕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나 눈앞의 마왕도 말을 마친 채 말하는 자신도 창피하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아무런 말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