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디자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현재에 이르기에 문제가 가장 큰 디자인이 가방 부분이다.
지금의 아리raM을 있게 한 온리원백, 시크릿백, 도형백에 이르기까지 모든 가방 매출이 곤두박질쳤고 그 영향으로 타이거와 이브까지 가방과 액세서리 매출이 저조해진 상태다.
이 상황을 타파해 나가려면 단 하나의 방법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파티 때 보여줬던 가방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게 어떨까 합니다.”
내 발언에 모두가 고개를 내저었다.
디자인 도용에 대한 소송까지 진행 중이고 그 일로 인해 지금 상황에 이르렀기에 당연한 반응이었다.
“불가능합니다.”
가방 디자인을 전담하고 있는 임해솔 디자이너가 말을 이었다.
“무모합니다. 아니 절대 그건 안 됩니다. 그 디자인을 다시 쓴다는 게 뼈대 그대로를 들고 간다는 거지 않습니까. 바로 카피 의혹이 다시 제기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탈락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니 탈락입니다!”
“그렇겠죠.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다른 의견 있습니까?”
임해솔은 멈추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가방 디자인은 다시 만들면 됩니다. 초안으로 만들어 놓은 디자인도 많습니다. 괜한 모험으로 상대를 더 자극할필요가 없지 않겠습니까. 브랜드Han도 1차전 통과가 유력하다고 들었습니다. 만약 회장님이 완성시킨 디자인을 출품한다면 저희한테 매우 불리한 조건입니다.”
그의 말에 틀린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변형과 새롭게 디자인하는 건 아예 다른 문제다.
“제 뜻을 잘못 이해한 거 같습니다. 파티 때 보여줬던 가방을 변형시키는 게 아닌 새롭게 디자인한다는 소리였습니다.”
“그게 무슨?!”
“화면을 한 번 보시죠. 급하게 만든다고 엉성하지만 이미지로 보는 게 좋겠군요.”
프로젝트에서 흘러나온 영상은 내가 새롭게 만든 가방 디자인으로 파티장에서 영감을 받은 아이템을 사용해 만들었다.
어찌 보면 뼈대를 가져왔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전혀 다른 디자인이다.
세컨드 스킨과 가장 어울릴만한 소재를 생각하며 다시 한번 이 가방을 만들 때를 떠올렸다.
그리고 이 소재를 사용하기로 마음 먹었다.
“PVC를 사용할 생각이십니까?”
“맞아요. 하지만 느낌이 조금 다를 겁니다. 가방을 만들어 봐야 알겠지만 분명 좋은 디자인이 나올 거라 확신합니다. 세컨드 스킨의 패턴과 가장 잘 어울리는 가방을 만들고 싶거든요.”
스포츠웨어와 데일리 룩을 합친 의상에 현대적이면서도 따뜻한 느낌이 강한 가방을 합친다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날 거라는 판단이다.
내가 만든 디자인은 마크라메와 PVC를 섞은 이색적인 가방이다.
마크라메는 프랑스어로 명주실이나 끈을 재료로 매듭을 지어 여러 가지 모양의 무늬를 만든 공예품으로 요즘에는 드림캐처나 커튼, 캠핑용품, 인테리어 소품에 주로 쓰인다.
마크라메 자체만으로도 가방을 만들 수 있지만 여기에 PVC와 대나무, 소가죽을 겸비하여 색다른 가방을 탄생시킬 생각이다.
그때 가방을 유심히 보고 있던 김해솔이 말을 이었다.
“매듭으로 짜인 부분은 늘어날 겁니다. 물건을 보관하거나 한다면 내구성이 좋지 않을 거 같습니다. 그리고 가죽과 경계선에서도 이음이 발생할 것이고요. 퀄리티가 너무 안 맞아요.”
그의 눈썰미에 나는 환하게 웃어 보였다.
내가 문제점으로 느낌 부분을 정확히 집어냈기 때문이다.
‘완성 후에 문제점도 집어내다니 눈썰미가 좋네.’
“맞아요. 그 부분은 가방 제작 파트에 맞길 생각입니다. 최고의 장인들이 있으니 방법을 찾을 겁니다.”
이번 가방 디자인은 전·후면, 양면 그리고 바닥까지 하나 된 마크라메로 디자인했다.
그 중간은 아리raM의 로고가 들어간 PVC가 자리하고 있고 상단에는 하단과 마찮가지로 소가죽으로 최대한 바느질부분을 보이지 않게 만드는 게 요건이다.
손잡이는 대나무와 실크를 엮어 디자인했다.
제작 담당인 다니엘은 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가죽 부분이야 걱정할 거 없을 거 같은데 이음 부분을 잡는 게 문제네. 너무 서로 다른 성향의 재료가 3가지나 겹쳐있어서 확답은 못 줘. 만들어 봐야 알 것 같아.”
“한 가지 요건이 더 있어. 마크라메 부분에는 보강제를 사용하지 않았으면 하거든 살짝 늘어나는 자연스러운 연출을 그대로 살리고 싶어.”
“그 부분은 천령진 장인이랑 상의 해봐야 할 거 같아 회의 끝나면 작업실로 내려와야 할 거 같은데. 내 분야가 아니라서”
“오케이. 일단 가방 부분은 이렇습니다. 임해솔 디자이너는 이 가방디자인 말고도 몇 개 더 만들어주셔야 합니다. 저도 몇 개 더 만들 생각이고요. 그 뒤로 다시 한번 회의 진행하죠.”
“알겠습니다. 저도 몇 가지 만들어 놓은 걸 수정해서 회의 때 발표하겠습니다.”
뒤이어 신발 디자인 회의를 진행했다.
스니커즈와 구두 20종에 해당하는 아이디어 전체를 다루는 회의에 더 가까웠다.
안정원과 김형준은 혀를 내두를 정도의 방대한 양이었다.
“모두 지금 제가 제시한 디자인 이외에 더 만들어주셔야 합니다. 모두 알다시피 본선에서 수십 가지의 의상과 가방, 신발이 필요합니다. 2차 예선 전에 다시 한번 디자인 회의를 거치고 그중 최고의 디자인을 2차 예선에 출품하도록 하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화이팅!”
다니엘의 큰 목소리가 회의장을 울리며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모두 긴장된 표정이 한층 풀리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옆에 있던 류미리도 환하게 웃으며 다니엘에게 장난스레 말을 이었다.
“하여튼 다니엘 씨 못 말린다니까.”
“다들 침울해 있으니까 그렇지 라떼는 말이야!”
“윽! 꼰대 멘트 그만 해요. 젊은 사람이 그런 말 하면 욕먹어요.”
“아, 그런가….”
류미리가 다니엘을 뜯어말리며 직원들을 회의실로 내보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걸어 나오자.
다니엘이 천천히 다가와 나에게 말을 이었다.
“무겁다.”
“뭐가?!”
“어깨가 무거워. 디자인 아이디어 회의 아니었냐?”
“그렇지….”
“나는 최종 디자인 회의인 줄 알았어. 말은 그렇게 해도 너 혼자 다 했잖아. 내가 다 만들었으니 너희는 믿고 따라만 오라고 너는 직원들을 믿고 잠시 물러나는 그런 제스쳐도 필요해. 너는 이제 그룹의 CEO니까.”
“아… 그랬냐.”
“그래! 너 혼자 다 하려고 하면 직원들도 부담돼서 일하겠어? 네가 완성된 디자인 내미는데 저 사람들이 주눅 안 들고 배겨? 살살해. 우리 회사 안 망했어. 뭐 망해도 다시 시작하면 되지. 안 그래?”
“그렇지… 내가 실수했나 보다.”
다니엘은 뭉클한 말은 남기고 나를 뒤로했다.
그의 말처럼 회의를 되돌아보니 얼굴이 뜨거워지는 거 같았다.
“내가 너무 몰아붙였나 보네.”
나도 모르게 촉박해졌나 보다.
타아르의 전화를 받은 이후부터 디자인 초안을 꺼내 들고 아이디어를 짜깁기까지 했다.
그리고 가장 이상적인 방법으로 상대를 이길 방법을 떠올렸다.
“강요해버렸네.”
나는 회의장을 빠져나오며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파티션을 바라봤다.
모두가 아리raM을 위해 열심히 일해주고 있었다.
혼자가 아닌 함께라는 느낌에 답답했던 가슴이 어느덧 뚫린 거 같았다.
‘혼자 해 나갈 수는 없지.’
아리raM은 이제 구멍가게가 아닌 그룹이다.
내가 하지 못하는 일을 아리raM의 식구가, 그 식구가 하지 못하는 일을 내가 책임지고 할 수 있다.
이번 위기가 전환점이 되어 우리에게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2차 예선 2.
* * *
* * *
한은샘은 아르노의 큰 유혹에 정신이 팔려 신념을 깨면서까지 자신을 따르던 모두를 배신했다.
현재 그 순간순간을 후회하고 있다.
“내가 미쳤어! 그때 뿌리쳤어야 했는데.”
평생을 쌓아온 프라이드와 디자이너의 자존심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기분이 끊임없이 들었고 진혁의 얼굴이 떠오를 때마다 부끄럽기 그지없었다.
신지혜와 차진혁 둘 앞에서 축하하며 웃고 떠들었지만 뒤처진 자신의 모습에 뭔가 모를 회의감에 빠져들었다.
이들보다 앞으로 달려나가고 있던 자신이 이제는 아득히 멀어진 둘의 뒤를 바라봐야 했으니 그 심정은 차마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그러던 순간 세계 1위 패션 그룹의 수장인 아르노가 제의를 해온 것이다.
“내가 무슨 짓을! 거절했어야 했어. 다시 되돌려놔야 해. 그럼 내 꿈은…….”
하지만 벌써 건너서는 안 될 강을 건너고 말았다.
거짓을 진실로 돌려놓기 위해서는 이때까지 쌓아온 모든 것과 달콤한 황금 열매를 내려놓아야 한다.
한은샘은 며칠 동안을 방에 처박혀 이 생각에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그때 방 전체를 울리는 휴대전화의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귀찮게 할 전화벨 소리지만 이번만큼은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따르릉!
“어 왜?!”
“사장님. 저희 에르맥스 세계대회 1차 통과했습니다. 주최 측에서 2차 디자인과 완성품을 일주일 안에 보내 달라고 전해 왔습니다.”
“그래….”
일주일 안이지만 시간은 5일 남짓일 것이다.
가장 빠른 물류로 보낸다고 해도 하루 이상이 걸릴 것이고 디자이너가 따로 이동해 심사를 치러야 한다니 말이다.
한은샘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햇살을 가리고 있던 커튼을 걷어내며 생각을 정리했다.
‘나는 앞으로 나아가야 해. 어떻게 얻은 기회란 말이야.’
그는 굳은 결심으로 무거운 죄책감을 짓눌렀다.
벌써 벌어진 일이었고 돌아갈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그리고 현재 모든 것을 내려놓을 용기 또한 없었기에 어쩔 수 없다며 자신을 타일렀다.
“사장님!”
“어…. 그래. 디자인은 어느 정도까지 나왔지?”
“후 샘플 생산에 들어가기만 하면 됩니다. 내일은 꼭 회사에 나오셔야 할 거 같습니다.”
“알겠어. 내일 보자고 출근하자마자 바로 디자인회의 진행하자.”
언젠가는 자신의 잘못을 진혁에게 갚을 날이 있을 거라며 자신의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커튼을 다시 젖히며 크게 숨을 내쉬었다.
“미안하다.”
* * *
아르노는 참으려고 해도 웃음을 참을 수가 없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그저 파티장에서 자신의 눈에 들어온 부러움과 회의감에 차 있는 한은샘을 알아차리고 넌지시 던진 장난스러운 일이 진혁에게 꽤 큰 타격을 준 것에 매우 만족하고 있었다.
“멍청한 놈. 이런 일에 그룹이 휘청하다니 아직 멀었군.”
“저도 좀 놀랐습니다. 노다 헤이치로가 조언을 해줬을 텐데….”
“무슨 일이 있나 본데 그것도 한번 알아봐. 둘 사이가 애매해진 거 같으니까.”
“예, 알겠습니다.”
그룹의 회장이라면 엄청난 재력으로 언론을 장악하며 권력과 협력할 수 있는 자리다.
그런데 진혁은 작은 기업을 관리할 때의 습성을 버리지 못한 듯 아등바등 자신을 더 궁지로 내몰고 있었다.
“내가 이런 놈한테 당했었다니.”
아르노는 이때까지 당한 일을 떠올리며 헛웃음을 내비쳤다.
“내가 상대를 너무 높게 평가했었나 보네. 실수였어 실수 하하하.”
아르노는 커피잔을 내려놓고 비서에게 말을 이었다.
“만약 자네면 한은샘과 다른 선택을 했을 거 같아?”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라면 당연히 그러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가. 하하하 그건 아무도 장담할 수 없지. 자네보다 한참 아래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아득히 위에 올라선다면 아니지 그 사람이 사는 삶이 자신이 꿈꿔왔던 그런 삶이라면?”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이란 말이야. 처음부터 악한 존재란 말이지. 시기하고 질투하고 분노해. 그런 욕망으로 남을 짓밟고 위로 올라선단 말이야. 그런데 말이지 신기하게도 납득이 되면 충성을 다하지 납득! 아 나는 원래 저놈보다 못하구나 나는 따라잡을 수 없겠구나 하고 말이야.”
“아… 한은샘은 납득이 가지 않았던 거군요.”
“그렇지. 그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어. 신지혜 회장은 그렇다 쳐도 차진혁이 그룹의 회장이 되는 건 납득이 되지 않았던 거지. 평생 자기 밑일 거 같은 애송이가 아득히 높은 곳에 있어 버리니 화가 났을 거야. 나는 그걸 살짝 자극해준 거야.”
진혁에 대해 조사하며 브랜드Han의 한은샘의 존재를 알고 있던 아르노였다.
그래서인지 파티장에서 유독 눈에 들어왔던 한은샘의 심중을 파악할 수 있었다.
“아리raM도 이제 끝일 거 같습니다.”
“아닐 거야.”
“네?!”
“아리raM도 명색에 구멍가게가 아닌 그룹인데 그렇게 쉽게 무너지겠어? 하지만 흔들리겠지 믿고 지낸 사람에게 배신을 당했으니. 분명 주위 사람들을 믿을 수 있겠냐는 말이야.”
“그렇군요.”
비서는 차분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는 아르노를 보며 괜히 거대 그룹의 총수가 아니라고 느껴졌다.
“둘에게 약속한 선물은 어떻게 할까요?”
“쓸모가 다했는데 굳이 가지고 있을 필요 있어? 버려.”
“네, 처리하겠습니다.”
아르노는 안드레스와 한은샘 둘에게 제시한 조건을 들어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저 잠시 쓰다 버리는 일회용품 정도의 인간들일 뿐이었다.
그리고 배신과 거짓을 일삼은 그놈들에게 가치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써버린 일회용품이 남긴 쓰레기일 뿐이었다.
“그리고 파리와 뉴욕협회 임원들 자극시켜.”
“예.”
“쉽게 끝내면 재미없잖아.”
* * *
1차 예선의 결과가 아리raM에도 도착했다.
디자인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인 상태였기에 모두가 마음 졸이며 결과를 기다렸다.
다행히 이번 결과로 인해 자신감은 되찾은 듯 보였다.
“다행이네요.”
“저희가 통과 못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거죠. 저는 믿고 있었다고요.”
“그건 그렇죠. 이제 2차전만 잘 준비하면 되겠네요.”
“모두 힘냅시다!”
기분 좋은 소식에 팀장들과 직원 모두가 기합이 들어갔다.
2차 예선을 통과하고 본선에만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본선에 진출한 패션 브랜드는 언론의 브랜드 평가 상위에 랭크될 게 기정사실일 것이었고 그 말은 고객들에게 명품 브랜드로 인정받는 위치에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모두를 보며 말을 이었다.
“최종 디자인 회의 준비해주세요.”
아리raM의 의상 콘셉트는 내가 제시한 세컨드 스킨 [Second Skin]으로 결정되었다.
현재 진행된 디자인 대부분이 세컨드 스킨을 적용한 디자인이다.
중심은 의상이었고 의상을 돋보이게 해주는 가방과 구두 액세서리가 뒤를 따를 것이다.
“의상부터 진행하시죠.”
“네.”
류미리 디자이너가 자신 있게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걸어 나왔다.
“화면을 바라봐주세요. 회장님과 디자인팀이 결정한 최종 디자인 2종입니다. 이 중 하나를 2차 예선에 제출할 생각입니다.”
첫 번째 의상은 슈트형 세컨드 스킨으로 일체형 원피스라 생각하면 가장 적절하다.
스킨의 패턴은 아리raM 로고 프린팅과 함께 안윤호 선생님의 전각로고가 무겁게 중간중간 들어간다.
이번에 전각로고를 나무가 아닌 형광계열의 플라스틱으로 제작하여 현대적인 느낌이 강하다.
그렇다고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버리지는 않았다.
화면을 보던 총괄 디렉터가 말을 이었다.
“나무가 좋지 않나요? 더 고급스러울 텐데요.”
“문제가 좀 있었습니다. 나무로 만든 샘플이 무게를 이기지 못했습니다. 형태가 무너졌어요. 그렇다고 나무의 결을 플라스틱에 적용하니 나무 본연의 느낌도 들지 않았고요.”
“그렇군요.”
“그래서 새롭게 착안한 디자인입니다.”
“그러고 보니 하의도 있네요?”
“네, 하의는 스타일링을 통한 가산점을 노려볼 생각입니다.”
슈트 형태의 스킨이지만 하의를 디자인 요소로 적용시키기로 했다.
부츠컷은 바지 안에 부츠를 넣어서 입을 정도로 바짓단이 넓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아리raM의 부츠컷은 일반적인 부츠컷과는 다르게 무릎을 조이는 게 아닌 무릎에서 넓게 펼쳐지는 나팔꽃 같은 디자인이다.
이렇게 디자인한 덕분에 발목 아래까지 오는 길이의 슈트형 스킨이 밖으로 빠져나와 젊은 감성의 스타일링을 구사한다.
“좋은데요.”
“저도 나쁘지 않은 거 같습니다.”
“아직이에요. 이번에 생각한 게 하나 더 있습니다. 추가된 항목이 있거든요. 바로 아웃웨어입니다.”
“네?! 지금만으로도 산뜻한데 살을 더 붙일 필요가 있나요.”
디자인팀이 가장 힘을 실은 곳은 사실 아웃웨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