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6화 (76/200)

분명 초창기 브랜드의 작업장치고는 많은 인원이다.

하지만 나는 이 사람들을 안고 더 높은 곳으로 향해갈 자신이 있었다.

“일단 회사 사람들한테 알려야겠네.”

나는 사무실의 인원을 모두 회의실로 다시 소집했다.

이제는 더 투명하고 소통하는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꾸밈없이 모든 사실을 함께 공유하겠다고 다짐했다.

“모두 모였나요?”

“네. 외근 나간 인원 말고는 다 모였습니다.”

“그럼 외근인원은 각 팀에서 따로 전달하길 바랍니다. 방금 김상진 팀장이 전화가 왔어요. 기능공들 인원이 많이 늘어날 거 같습니다. 50명의 인원이 20명 더 늘어 70명이 될 거 같습니다.”

모두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신지혜와 다니엘, 류미리도 나에게 집중하는 모습이다.

“제 의사에 불만을 느끼거나 회사에 누가 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분명 그럴 거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의 리스크를 도약의 발돋움으로 만들 자신이 있습니다. 그러니 저를 믿고 이번 일을 따라와 주세요.

그 순간 신지혜가 의자에서 일어나.

내 옆으로 다가왔다.

“제가 한마디 해도 될까요?”

“그럼요.”

신지혜는 모두의 앞에 한 발자국 다가가.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아리raM은 만든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100억 이상의 매출을 끌어냈습니다. 엄청난 성과죠. 제가 오래 패션 시장에 있었지만 전무후무한 성과를 낸 브랜드입니다. 분명 운이라는 조건도 따라와 줬지만, 사장님의 디자인능력과 비즈니스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이제 사장님의 능력과 리더쉽을 믿고 따라주길 바랍니다.”

신지혜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그녀의 한마디의 파급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감사합니다. 신 디렉터님.”

“별말씀을요. 틀린 말도 없는데요.”

솔직히 신지혜의 능력이 반이다.

그녀의 광고능력과 인맥이 없었다면 이렇게 빨리 올라오지 못했을 거다.

자신을 숨기고 나를 높게 만들어 준 그녀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또 감사한 일을 만드시네.’

신 디렉터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고 70명의 인원에 대한 회의를 진행했다.

70명의 인원을 최대한 활용할 방법을 구상해야 한다.

“인원 섭외가 아직 안 됐지만 저희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하니. 70명 인원에 대해 활용방안을 제시해주시죠.”

모두 고민을 하는 순간.

류미리가 손을 들고 말을 이었다.

“현재 일정이 광복절 행사와 S/S 패션위크인데 가을 시장을 노려보는 건 어떨까요?”

프레타 포르테 즉 패션위크는 한 해를 뛰어넘는트렌드와 소재를 소개하는 컬렉션이다.

그 말인즉.

그해 3월에 열린 F/W 컬렉션에 소개된 의상을 8월부터 시작하는 가을 시즌, 겨울 시즌에 판매하게 되는 거다.

아리raM은 올해에 오트 쿠튀르 대회로 인해 개별패션쇼를 가지지 못해 두 개의 시즌 의상판매를 생각지도 못했다.

“가을 시즌이라…. 가을에 하기에는 너무 촉박하고 겨울 시즌 시장을 노려보는 쪽으로 하죠. 그 정도는 충분히 가능해요.”

우리 이야기를 듣고 있던 신지혜가 배턴을 이어받아.

“그럼 겨울 시즌은 컬렉션 없이 진행하실 생각이세요?”

“아니요.”

“그럼?”

“뉴튜브와 인스타를 이용할 겁니다. 인터넷 컬렉션을 진행하는 게 어떨까 합니다.”

“좋은 방법이네요. 그렇게 되면 일반인들도 편하게 볼 수 있을 테니.”

“네. 그럼 겨울 시즌 신제품 출시 계획 잡아 주세요. 이제부터 MD팀과 디자인팀, 제작팀 모두 상당히 바빠질 겁니다. 광복절 행사 의상과 S/S 패션위크가 끝나고 대중 겨울 시즌에 겨울 의상을 출시한다는 게 상당히 복잡하니까요.”

나는 한 가지 더 염두에 둔 게 있었다.

70명 속에 숨은 보석을 찾아낼 거다.

“그리고 제가 김상진 팀장님한테 따로 부탁드린 것도 있습니다. 50명의 산학협약 인원들에게 포트폴리오 개별 준비하라고 했습니다.”

“설마….”

“네. 그 속에 숨은 보석이 있나 찾아볼 생각입니다. 그러니 신 디렉터님이랑 수석디자이너랑 다니엘은 포트폴리오 심사에 참여해주세요.”

“네.”

“오케이.”

대학교를 졸업한 디자인학부의 학생이라면 누구나 들고 있는 자신의 포트폴리오.

4년 동안의 자신의 능력과 배움이 고스란히 그곳에 저장되어 있을 것이다.

30명이 학생이 모두 한국 최고의 디자인학과가 있는 한국대 출신이고 20명이 서울권의 수재들이다.

그렇다면 분명 그들 속에는 정제되지 않은 숨은 다이아몬드 원석이 있을 거라 확신했다.

.

.

.

직원들은 자신의 의견을 끊임없이 제시했다.

토론을 통해 좋은 의견들은 수렴하며 회의를 종료했다.

내가 회의실을 빠져나가려는 그때.

띠링!

드디어 김상진의 문자가 도착했다.

산학협약 5.

* * *

“미리 씨는 다과 좀 준비해주세요. 부족함 없이 준비해주세요. 신 디렉터님은 프로젝터 사무실로 옮겨주시고요. 그리고 자료 한 번 더 점검해주세요.”

“네.”

“저는 나갔다 올게요.”

“조심히 갔다 오세요. 다니엘. 다니엘! 뭐하냐? 의자 옮기자 나랑.”

우리는 분주하게 움직였다.

70명의 인원을 수용해 고용 설명회를 열자니 회의실은 좁았기에 사무실에 모든 걸 준비해야 했다.

“정신이 없네.”

“나는 죽을 거 같음.”

“어제 불토라고 또 이태원 가서 부어라 마셔라 했고만.”

“아닌데!”

“뭐가 아니야.”

“강남 갔는데 강남클럽 최고였어.”

“인간아. 의자나 옮겨.”

나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다니엘을 바라봤다.

“네가 이 외로움을 알아.”

“몰라 일이나 해.”

“그래. 냉혈한 사장 놈아 일한다고 해.”

모든 준비를 끝내자.

김형준을 선두로 친구들이 하나둘 사무실로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형준 씨가 1등으로 도착했네요.”

“네…. 아 그리고 사장님 무례한 부탁이었는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괜찮아요. 형준 씨가 감사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회사에 이득이 가니 결정한 거니까요.”

“네.”

“일단 의자에 앉으세요. 인원이 많아서 사무실에서 진행할 겁니다.”

“네.”

그들은 들어오는 즉시 입구에 준비해둔 책상 위에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올려 놓아두고 뻘쭘하게 자리에 앉았다.

그때 그 모습에 신 디렉터가 다가가 음료를 건넸다.

“음료 드세요. 간식도 많이 준비했으니까. 편하게 챙겨 드시고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와….”

한 명은 탄성을 질러내며 신지혜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엄청 이쁘다.”

“야 조용히 해. 실례야.”

“아 그런가. 근데 진짜 미인이시다.”

“인간아 여기 와서도 그러고 싶냐.”

신지혜는 손으로 입을 막으며 돌아섰다.

나는 그런 그녀를 향해 질문했다.

“신 디렉터님 왜 그래요?”

“아니에요. 그냥 웃겨서요.”

그녀의 눈동자가 반달로 그려져 있었다.

“인원 모두 도착했습니다. 바로 시작하시죠.”

“네. 빨리하죠 주말이고 하니.”

모두 채용 설명회를 시작하는 시간보다 30분가량을 더 일찍 도착했다.

나는 마이크를 들고 그들 앞에 섰다.

“안녕하세요. 아리raM 대표 차진혁이라고 합니다. 옆쪽에 보시면 총괄 디렉터 신지혜 님이시고 한 분은 의류 수석 디자이너이자 제작 담당인 류미리 님 마지막으로 가방제작장인 다니엘입니다.”

내가 소개한 셋은 고개를 숙이며 그들을 맞이했다.

자리에 앉아있던 모두가 손뼉을 치며 그들을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이제부터 설명회를 시작할 겁니다. 질문은 설명이 끝나는 시점에 수시로 받도록 하겠습니다.”

“네.”

“신 디렉터님 PPT 자료 좀 켜주세요.”

신지혜가 프로젝트에 연결된 노트북의 화면을 조작하자.

회사의 소개들이 스크린을 통해 나타났다.

“먼저 가장 궁금해하시는 부분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산학협약 인원들의 장학금은 아리raM에서 대납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의무적으로 2년 동안 근무를 해주셔야 합니다.

내 말에 산학협약 인원들이 하나둘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르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존재했다.

회사는 영리를 목적으로 투자를 하는 기업이다.

아무 소득 없이 큰 금액을 지급할 수 없는 견해기에 우리도 이 부분을 집어넣을 수밖에 없었다.

“대출 관련 사항도 최저금리로 저희가 대납해드리며 천천히 갚아 나가시면 됩니다.”

“저기….”

“네, 말씀하세요.”

그때 김형준이 손을 들며 모두를 대표해 질문을 해왔다.

“조건이 그전보다 좋아지기는 했지만, 그전 회사랑 똑같은 거 아닌가요?”

“맞아요. 같습니다.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이죠. 저희는 이익을 내야 하는 기업입니다. 마냥 큰돈을 지급할 수는 없는 거니까요 하지만 다음 화면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겁니다.”

다음 화면이 넘어가고 이제는 전체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화면에 비친 건 완성된 작업실의 3D 가상도였다.

“보시는 거처럼 개별 작업실 10개가 만들어질 겁니다. 오트 쿠튀르나 프리미엄 관련 의상 개인 주문 의상은 이곳에서 만들어질 겁니다. 그리고 전체 작업장에는 환기를 위해 공기청정기와 환풍시설이 최신식으로 설치될 겁니다. 당연히 온냉방 기능도 당연히 들어갑니다.”

나는 이들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작업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현재는 1층 의상제작실 2층과 3층 모두 작업공간으로 바꿀 예정이다.

“그리고 기존에 근무하던 회사와는 다르게 대량생산이 아닌 아리raM만을 위한 의상을 제작할 겁니다.”

“그럼 연봉은 어떻게 되나요?”

“우리 아리raM은 능력제로 연봉은 개개인이 다를 수 있습니다. 솔직히 개별인원 모두 재봉능력을 시험해야겠지만 대량생산을 했다면 분명 재봉능력은 뛰어날 겁니다. 하지만 의상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건 작업장이 완성될 때 여기 류미리 수석과 장인 3분이 함께 평가할 겁니다.”

“그럼 의상제작능력이 없으면 지금보다 못하게 받는다는 건가요?”

김형준은 뒤에 앉아 계시는 어른들을 걱정하는 듯했다.

솔직히 산학협약 인원들은 모두 의상제작이 가능할 거로 생각했다.

오랜 시간 생산작업을 이어왔고 학교에서 수도 없이 의상제작을 했을 터다.

‘어쩔 수 없지 우리는 기업이야.’

20명의 인원은 쉽게 판단할 수 없었다.

그러한 이유에 나는 차이를 두지 않고 모두를 시험대에 올릴 예정이었다.

내가 김형준에게 답변하려는 그때.

중년의 여성분이 손을 들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사장님.”

“네. 말씀하세요.”

“저희는 괜찮습니다. 돈은 적게 받아도 되니 채용만 해주세요.”

“채용은 모두 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돈을 적게 드리는 것도 아니니 걱정하지 마세요.”

“네?!”

“아리raM은 능력제이지만 기본급은 모두 지급합니다. 능력제는 기능공으로서 얼마나 좋은 실력으로 의상을 제작하냐를 평가해 한 벌당의 성과보수를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그런 만큼 평가를 통해 장인이 되어야 하며 자신의 이름이 의상에 들어가게 될 겁니다. 그만큼 책임감을 가져야 하며 의류제작 장인이라는 자부심도 가질 기회가 될 겁니다.”

“…….”

모두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때 50대의 중년남성이 손을 들고 질문을 해왔다.

“그게 무슨 소리죠?”

“만드는 한 벌당 인센티브가 매겨진다는 소리입니다. 비율은 낮겠지만 판매량에 따라 금액은 커질 겁니다.”

내 말에 모두 감탄하며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이런 일이…….”

“정말 좋은 회사네요. 애들 때문에 이 나이에 이런 회사를 다 들어오게 되고.”

“그러게 말이여. 얘들아 고맙다.”

연배가 지긋한 어른들은 앞에 앉아있는 산학협약 인원들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감사를 표했다.

그들은 몸을 배배 꼬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나를 바라봤다.

“제 설명은 끝입니다. 이제 신 디렉터님이 설명을 이어서 할 겁니다.”

나는 마이크를 신 디렉터에게 전달하고 옆으로 빠졌다.

그녀는 상세하게 회사가 흘러가는 방향과 우리가 추구하는 모든 걸 그들에게 설명했다.

그때마다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고 모두의 웃음소리가 회사 안을 시끄럽게 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지속하는 가운데 사무실의 문이 쾅 하고 열렸다.

“X발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사장님…….”

“남 사장.”

“여기는 어떻게.”

“내가 너희들 여기 모이는 거 모를 줄 알았냐! 여기 사장 새끼 누구야!”

나는 천천히 입구 쪽으로 걸어 나가 말을 이었다.

“제가 아리raM 대표인데요.”

“새파랗게 어린놈이 남의 회사 직원들 다 빼가고 상도덕도 없는 새끼가 네가 이러고도 무사할 거 같아!”

“안 무사하면 어찌할 건데.”

“이 새끼가 언제 봤다고 반말이야!”

“너도 반말하는데 나는 하면 안 돼? 이상한 논리네. 나는 합법적으로 인력을 스카웃하고 있고 당신은 무단으로 여길 침범했는데 당신이 문제 있는 거 아니야?”

“문제?! 네가 모르나 본데. 이 새끼들 다 나한테 묶인 놈들이야 어떻게 빼갈 생각이야.”

“아 그거.”

나는 서류 한 장을 내밀며 말을 이었다.

학자금 명목으로 받은 금액에 대한 지급금액이 적힌 서류와 대출 관련 서류였다.

“우리가 다 부담하기로 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나가.”

“……네가 뭔데 그 돈을 지급해.”

“너는 뭔데 이 사람들을 묶어둬. 당장 나가 아니면 경찰 부를 테니까.”

“너 내가 소송 걸 거야! 영업방해야.”

“걸어. 안 무서우니까. 그리고 여기서 나가!”

남규태는 자리에 앉아있는 모두를 째려보고는 힘없이 밖으로 나갔다.

“X발 얼마나 잘 먹고 잘사나 보자!”

아무리 발광을 한다 해도 이들은 다시 돌아가지 않을 거다.

벌써 아리raM이라는 브랜드에 매료되어 버렸으니까 말이다.

“잠시 어수선했네요. 신 디렉터님 계속 진행하시죠.”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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