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6화 (26/200)

“그럼 이렇게 하죠. 인스타 업데이트 비용을 따로 지급할게요. 계정관리는 함께 하는 거로 하죠. 괜찮으시죠?”

“당연하죠. 감사합니다.”

그렇게 계약은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이제 남은 일을 처리해야 했다.

* * *

신지혜는 돌아오는 차 안에서 걱정이 되는지 나에게 질문을 해왔다.

“5억 정말 주실 생각이세요.”

“그럼요. 계약도 끝났잖아요. 이중계약으로 또 소송 걸어올 텐데.”

“하…….”

“근데 쉽게 줄 생각은 없어요.”

“그게 무슨?”

내가 살아온 세상도 만만치 않다.

쉽게 그런 놈에게 돈을 건넬 생각은 없었다.

패션 세계도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기에 내 나름으로 생각이 있었다.

깨끗한 기업도 털면 먼지가 날린다.

눈에 안 보일 뿐이지 분명히 많이 날릴 거다.

그런데 BB 엔터테인먼트는 소문과 장하나가 당한 것만 들어도 먼지가 수북이 쌓일 게 뻔했다.

“2억이 남았거든요.”

.

.

.

나는 사무실에 홀로 남아 명함 한 장을 바라보며 수화기를 들었다.

늦은 밤 안현수에게 따로 연락했다.

“무슨 일로?”

“그게 제 성격이 준 만큼 받아야 해서요. 5억에 맞는 선물을 함께 주려고 하는데.”

“그게 무슨?”

안현수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안현수 씨 BB 엔터테인먼트 초창기 멤버죠?”

“네 맞습니다.”

“그럼 회사 비밀이나 주요인물 알고 있겠군요.”

“네. 웬만하면…. 근데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는데 그 사람들 다 송영태 사장 측근들입니다.”

측근은 무슨 깡패 새끼들 오늘 형님 했다 내일 어이 하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송영태가 돈이 되니 붙어 있는 거뿐 언제든 뒤에서 칼을 찌를 수 있는 놈들이다.

‘돈이 다인 놈들인데 무슨.’

솔직히 송영태 혼자 이렇게 배부르면 분명 불만을 가진 놈이 있을 수밖에 없다.

“가장 힘 있고 불만 많은 사람으로 하죠. 약속 잡아주세요. 그 정도는 가능하겠죠.”

“…….”

한참 동안 말이 없던 그가 수화기 너머로 대답했다.

“가능할 거 같습니다. 한 명 있습니다.”

“연락 기다리죠.”

* * *

며칠 후.

고급 일식집에서 안현수의 소개로 1팀장이라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빡빡머리에 엄청난 덩치를 가지고 있었고 얼굴에 욕심이 한가득 묻어나 보였다.

“뭐 하려고 대표나 되는 분이 나를 왜? 보자는 거요. 나한테 뭐 빨아 드시려고.”

눈치가 상당하다.

산전수전 다 겪은 듯한 말투로 나를 대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보며 나는 에둘러 말할 생각을 접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BB 엔터테인먼트 송영태 비리 자료 원합니다.”

“미친놈인가? 하하하. 내가 누구인지 현수한테 못 들었어? 시발 시간만 버렸네.”

내 말을 듣는 순간 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나름 건달 가오가 있다는 제스처인 듯 보였지만 내 눈에는 그냥 양아치의 흥정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안현수가 벌써 언질을 주었을 텐데 이런 반응이라니 속 보이는 행동이었다.

“2억! 그리고 송영태 사장 밑바닥으로 끌어내려 드리죠.”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발걸음이 멈췄다.

더욱 그의 마음에 싹튼 욕망을 부추겨야 했다.

나는 이자를 만나기 전 안현수에게 회사에 대해 조목조목 듣고 왔다.

여러 불만 사항들 회사 내에 일어나는 일들까지.

“2년도 안 된 회사가 저렇게 컸다면 분명 투자받았을 테고 그 돈 못해도 최소 돈 백억은 될 텐데 당신들한테 돌아온 거 있어?”

내 말에 어깨를 부르르 떨고 있다.

의심은 가던 사항들 그리고 선뜻 송영태에게 꺼내지 못한 진실.

잘못 말했다가는 낙동강 오리 알이 되거나 송영태 성격상 작업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런데 내가 이 모든 걸 해결해준다니 고민될 수밖에 없을 거다.

그 순간 결심이 섰는지 그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식당을 빠져나갔다.

“그 약속 지켜야 할 거요.”

.

.

.

얼마 후.

자료를 겨우 건네받았다.

조건은 절대 자신이 거론되면 안 되는 것과 송영태만 무너트려야 한다고 전달받았다.

자기가 가져야 하는 물건에 흠이 생기길 원하지 않고 있었다.

“개소리하네. 그 나물에 그 밥인 놈들이 다 같이 손잡고 가라.”

그에게 거짓말한 건 없다.

뭐 며칠 정도겠지만 송영태가 들어가며 연루된 모두가 조사를 받을 거다.

그럼 당연히 나쁜 짓 한 순서대로 감옥에 가는 건 불변의 법칙이다.

‘멍청하긴.’

거구의 팀장은 눈앞에 미끼를 문 지도 모르고 기분 좋게 헤엄치는 물고기 같았다.

나는 여유 있게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자료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많기도 많네.”

인쇄된 두꺼운 페이퍼 첫 장을 넘기려는 그때.

소름 끼치며 전율이 일어났다.

공방은 늦은 밤이라 어두웠지만 내 눈에 너무 선명하게 보였다.

어둠을 집어삼키는 검붉은 빛이.

그렇게 내 눈동자는 다시 빛에 집어 삼켜졌다.

장하나 4

* * *

“송영태?”

내 시야에 송영태 사장이 나타나 호텔 라운지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그때 덥수룩한 수염에 검은색 벙거지를 쓴 남성이 그의 뒤를 바짝 따라가고 있었다.

“기자인가?”

기자라고 하기에는 느낌이 다르다.

노숙자 수준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며칠을 씻지 않은 듯 너저분한 모습이다.

멀리서 지켜보는 내가 알 정도니 오죽하겠는가.

나는 다시 송영태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다.

갑자기 복도가 끝나는 지점에서 몸을 숨겼다.

그 순간.

퍽!

송영태의 발이 갑자기 튀어나오더니.

커다란 덩치의 사내가 바닥을 데구루루 구르며 넘어졌다.

“윽….”

“너 뭐 하는 새끼야! 거지 같은 새끼가 내가 누군지 알고 계속 따라다니는 거야.”

“송영태!”

그 순간.

넘어진 남성이 몸을 일으키더니 자신의 품에서 작은 나이프 하나를 꺼내 송영태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송영태는 비웃듯 그 모습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멍청한 새끼 매를 버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송영태는 칼을 든 상대의 손목을 툭 건드려 칼을 놓치게 한 후.

주먹으로 남성의 얼굴을 수차례 구타하기 시작했다.

“그만 따라다녀라. 이번만 봐준다. 이건 따라다닌 값이니까. 잘 받아.”

“이 살인자 새끼야. 내 동생 돌려 내….”

남성은 사정없이 구타를 당하는 중에도 원망이 담긴 말을 뱉어냈다.

“우리 혜윤이 돌려 내라고 흑흑.”

“네 동생이 누군데 미친 새끼야! 혜윤이? 아 기억났다. 죽은 애를 왜 나한테 돌려달래? 혼자 목매고 죽은 년을 왜 인제 와서 돌려달라는 거야.”

분노가 섞인 주먹질이 계속 이어졌고 남성의 얼굴이 만신창이가 되어갔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말을 토해냈다.

“네가 죽인 거야 네가!”

“닥쳐라. 한 번만 더 헛소리하면 너도 똑같이 만들어 줄 테니까.”

송영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흘러나오던 영상은 끝이 났다.

내 등줄기에는 식은땀이 가득 배어있었다.

“이 느낌은 적응이 안 되네. 하….”

나는 손에 들고 있는 자료를 슬며시 바라봤다.

분명 내가 알지 못하는 안 좋은 일이 벌어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송영태와 BB 엔터테인먼트의 정보를 읽어 나갔다.

송영태가 개인적으로 한 일들이 상세하게 나와 있다.

정‧재계 리스트 그리고 대포통장 입출금 내역까지 그리고 내 눈에 들어온 한 회사.

“영광 홀딩스?”

여러 가지 서류를 대조해본 결과.

YK어패럴과 BB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영광 홀딩스가 엿가락 꼬이듯 엮여있다.

내 추측이지만 주식을 사고팔며 사치품, 마약 유통, 돈세탁을 했다고 보여진다.

매우 복잡한 과정이다.

“머리 좀 썼네. 깡패가. 이러면 사건이 너무 커지는데.”

나는 이 서류는 개인적으로 빼 놓았다.

지금 이 일까지 들추기에는 무리라는 판단에서다.

“BB 엔터테인먼트부터야.”

연습생과 소속 연예인들의 정‧재계와의 성매매 정보.

그리고 강남과 이태원의 클럽과 연계해 불법적인 사업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참나. 이건 먼지가 아니라 그냥 쓰레기네.”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소송을 걸었다면 이길 수 있었을까.

이 정도로 비리 파일에 존재하는 각계각층의 인물들.

서로서로 형 동생이라는 명목하에 수십억에서 수억을 주고받고 했을 거다.

“그냥 돈에 미친 놈이네.”

그제야 나는 왜 송영태가 장하나에게 그런 문자를 보낸 건지 알 수 있었다.

돈이 필요한 장하나.

장하나를 협박할 키를 가진 송영태.

그걸 이용해서 장하나를 더 옥죄고 악의 구렁텅이로 빠트릴 작정이었을 거다.

“하…. 어떻게 이걸 알려야 하나.”

언론사에 제보를 생각했던 내가 어리석었다.

그 정도를 벗어났다.

재벌이 엮여있고 국회의원도 다수가 포함되어 있다.

대기업 광고로 먹고사는 언론사가 이 정보를 흘리지 않을 거다.

잘못하다가는 내 신분이 노출될 위험이 있었다.

그렇다면 한가지뿐이다.

“그 남자를 찾아야겠네.”

분명히 이 자료 안에 그 남자와 연관된 사건이 있을 터였다.

“혜윤이라고 했었지.”

페이퍼를 넘기며 그녀의 이름을 찾기 시작했다.

“여기 있다.”

박혜윤

1997년생으로 BB 엔터테인먼트의 장기 연습생.

“취미, 특기, 연기평가…. 키.”

개인적인 인적사항이 적혀 있는 거뿐이었다.

근데 용지 뒤편에 빨간색 네임펜으로 모르는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다.

YK 송원일.

“송원일? 엇!”

아까 본 서류에 있었던YK어패럴의 사장 이름이다.

근데 왜? 박혜윤의 프로필에 그의 이름이 적혀 있는 걸까?

나는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다음 장에 가족의 인적사항이 적혀 있었다.

“박창식. 그 사람인가?”

가족의 관계로 오빠 한 명이 기재되어 있다.

1990년생으로 직업은 검사였다.

그것도 서울지청에 근무하는 엘리트 검사.

“검사….”

영상 속의 모습은 영락없는 노숙인 같았는데 직업이 검사라니.

“이 사람이 해결책이 될 수 있겠어.”

순간 또 다른 의문이 들었다.

검사라는 직업을 가졌으면서 왜? 동생의 일을 해결하지 못했을까?

생각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았다.

“일단 이 사람부터 만나봐야겠네.”

나는 모든 자료를 챙겨 공방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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