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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이순신이죠-96화 (96/290)

내가 왜 이순신이죠? 96화

33. 천하대세 (1)

“놈에게 쓴맛을 보여줘야 했는데.”

정철이 잔을 기울이며 말했다.

“응교께서 너무 쉽게 봐준 건 아닐까 싶어. 그런 놈들은 겁을 주는 정도로는 반성하지 못하거든. 한 번 작살이 나야…….”

술 마시기 바쁜데 말이 많아서였을까?

정철은 다시 잔을 기울이는 것으로 뜸을 들였다.

내가 준비한 술은 제법 명주였으나, 정철이란 인간은 늘 그래왔듯 음미보다는 간을 폭행하는 것 자체에만 집중했다.

딴에는 한 잔 술에 쌀 한 말을 호가하는 명주인데도 말이야.

알게 뭐냐는 듯 원샷 때리는 정철이었다.

“음!”

감탄.

그리고 뒤늦게 이어지는 말.

“한 번 작살이 나야 반성이란 걸 하게 된다고.”

내가 무어라 할 새도 없이 이이가 끼어들었다.

“정 교리 말이 맞아. 동생 마음씨가 곱다는 건 내가 누구보다도 잘 알지만, 이번에는 너무 관대했어.”

이 자리는 홍문관 관리들을 대상으로 한 연회.

이번에 있을 대규모 인사이동에 대비해, 한 관청에서 함께 일했던 우애를 다짐하는 자리였다.

물론 이런 류의 자리는 대개 장관급이 주재하기 마련이지만, 내가 먼저 나서서 장소도 알아보고 비용도 댔다.

부제학 유희춘에게 도움을 적잖이 받았거든.

‘오언후의 사직이 논의되었을 때 내가 알지 못했더라면, 일이 복잡해질 수 있었거든. 게다가 제때 대비할 수 있도록 퇴청도 허락해주었고.’

을사사화 희생자 출신인 유희춘 입장에서는 당연히 을사사화 공신의 자식인 오언후의 반대편에 서는 게 맞았다.

그리고 도움을 받았는데 그게 당연한 것이었다고 넘어가는 건 내 성미에 맞지 않는다.

하지만 사실상 나 혼자서 자리를 마련하게 되다보니, 자연스럽게 내가 주인공이 되어버렸다.

정철과 이이가 꺼낸 말도 다 내 이야기고.

‘여럿이 모인 자라에서 한 사람만의 사적인 이야기가 오가서는 안 되지.’

소외감이 배신감으로 변질되는 건 순식간이다. 이 자리에는 셋만 있는 게 아니었다.

“두 교리 분의 조언 감사하지만, 이미 끝난 일 아닙니까?”

“뭐…….”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제가 알려드리지요.”

정철의 눈썹이 올라갔다.

“뭔가?”

“이 자리를 즐기는 겁니다! 지금 아니면 여기 사람들이 언제 이렇게 다시 모이겠습니까!”

“응교의 의향만 있다면 언제든지 다시 모일 수 있지. 특히 나 같은 경우에는 술만 사준다면야 어디든지 따라갈 각오가 되어 있다고.”

이에 뒤늦게 부제학 유희춘도 끼어들었다.

“나도 마찬가지일세. 나는 응교가 통이 커서 좋아. 나서서 술값을 대신 내주겠다는데 어디든 못 따라갈까.”

“어, 지금 소관이 호구라서 좋다는 뜻입니까?”

“그렇게 들렸다면 실례하겠네. 하지만 자네는 호구가 맞는걸! 호구인 걸 알면서 호구 짓을 한단 말이지…….”

준비야 부하가 할 수 있지만 재정적 부담까지 홀로 지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 아니었다. 남들 보기에도 좋지 않았고.

그래서 유희춘도 나름의 갹출을 하였으나 나의 ‘적극성’에는 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도리어 내겠다고 낸 것이 민망할 수준?

호구 운운은 유희춘의 복수였던 셈이다.

“술은 좋지만, 술자리는 더 좋고, 거기에 좋은 인연까지 더해졌는데 무얼 아끼겠습니까. 이건 호구가 아니라 제공들께서 풍취를 잘 모르시는 탓입니다. 그러니 제가 몸소 시범을 보여드려야지요.”

“그럼 앞으로도 응교께서 시범을 많이 보여주시게! 내 언제라도 정성껏 배울 터이니! 하하하!”

유희춘이 대소하자 주변 사람들도 빵 터져서 왁자지껄 웃었다.

내 딴에는 진심이었는데 말이야.

억만금을 모아봐야 2G 똥폰 하나 못 구하는 세상에서 누릴 것은 오직 인연뿐이니, 사람들 앞에서 통이 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적적한데 선약은 없고, 취하고 싶은데 술이 없다면 저에게 연락하십쇼. 근무시간 빼고 말벗에 호구 되어드리리다!”

나의 호언장담은 건배사처럼 되어, 모두가 잔을 들었다.

곧 자리는 왁자지껄하게 변했다.

* * *

나는 이조참의에 제수됐다.

정삼품의 당상관직.

정사품에 불과했던 홍문관 응교에서 크게도 영전했다. 그동안 특별한 공을 세운 것도 아닌데 말이야.

이게 바로 청요직 커리어의 힘인가?

‘대과 급제의 보상을 뒤늦게 치른 느낌도 있고.’

대과에서 탐화, 그러니까 갑과 삼등으로 급제했을 때는 적어도 정삼품 당하관직이나 하다못해 종삼품 관직에라도 제수될 줄 알았다.

그런데도 조정에서 기껏 다시 불러놓고 준 관직이 정사품인 홍문관 응교였지.

언젠가는 지냈어야 할 청요직이라는 건 알지만 몸값에 비해 저평가 당한 감이 있었다. 그게 이제야 제대로 정산된 기분이었다.

뭐……, 대신 이조참의로 제수되었으니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이조참의가 어떤 자리인가?

문관들의 인사를 담당하는 이조의 셋뿐인 당상관 중 하나다. 끝자락이긴 하지만, 어느 조직에서라도 No.3는 어떻게든 먹어주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조직이 인사 담당이라면?

‘캬!’

나라의 행정 실무를 전담하는 여섯 개의 핵심 관청인 육조 중에서도 이조가 맨 앞에 있다.

위치가 육조거리 중에서도 앞에 있다는 얘기는 아니고……. 흔히들 육조를 풀어서 ‘이호예병형공’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맨 앞이라는 뜻이다.

이게 육조의 파워 순이기도 했고 말이다.

즉, 나는 조선에서 가장 핵심적인 관청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이조의 세 번째 사람이다!

“출세 축하하네.”

이조판서 박영준이 말했다.

오늘은 첫 등청.

보통 신참례를 치르기 전의 신래는 식구로 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박영준은 나를 대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감사합니다.”

“내 참의와 함께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전부터 했는데, 이제야 운이 따라주는군.”

“소관 역시 항상 그렇게 생각해왔습니다.”

“그래? 하하.”

박영준은 가볍게 웃어넘겼다.

사실, 내가 이조의 참으로 제수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과거 막 조정에 복귀했을 당시, 나를 어느 자리에 제수하느냐로 잠깐 논의가 있었다.

그때 예조참의를 추천한 사람이 박영준이었다. 당시의 박영준은 예조판서를 지내고 있었고.

최종적으로는 권철이 제안한 홍문관 응교로 결정났으나 이제 권철은 없다. 박영준으로서는 이때다 싶었겠지.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대감.”

내가 공손히 인사를 올리자 박영준은 씩 웃으며 손을 저었다.

“너무 딱딱하게 대할 필요 없네. 내가 참의와 초면인 사이도 아니잖나?”

“일개 첨정에 불과했던 소관을 기억해준신다니 감개무량할 뿐입니다.”

“첨정은 맞지만, 일개 첨정은 아니었지. 장부나 뒤적거릴 뿐인 다른 군기시 관리들에 비해서도 말이야.”

가루화약을 처리해 폭발력과 보관성을 증대하는 코닝 기법, 고정 표적과 군의 대오를 파괴하는데 효과적인 비격진천뢰, 임진왜란을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직접 써봐야 할 조총까지…….

관직 생활이 긴 것은 아니었지만 군기시 첨정을 지낼 때가 가장 바빴고 가장 존재감이 컸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후회 중입니다.”

“후회?”

“예.”

“덕분에 출세했는데 왜 후회를 한단 말인가.”

박영준이 피식 웃었다. 마치 농이라도 듣는 듯.

물론 나의 말의 저의에는 또라이 선조에 대한 염증이 담겨있다는 걸 감안하면, 박영준이 끝까지 오해해주는 편이 좋았다.

“하하하.”

나는 짧게 웃고는 주제를 돌렸다.

“이조에서도 군기시 첨정을 지낼 때처럼 대감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할 텐데요.”

“너무 부담 갖지 말게.”

“저에게는 부담 가지라는 말씀처럼 들립나다만, 하하하.”

그 편이 박영준의 진심이기도 할 테고.

그가 나에 대한 호감과는 별개로 내가 군기시 첨정을 지낼 당시 군기시정을 지냈던 두 사람, 심의겸과 노수신은 각기 대사간과 우의정이 됐다.

두 사람의 영전에는 부하로 있던 내가 군기시의 이름으로 일궈낸 성과들이 주효했다.

그리고 박영준은 최근 판서직만을 전전하고 있었다. 병조판서에서 예조판서로, 예조판서에서 이조판서로.

조선은 적은 수의 관리만 뽑지만 관직의 수는 더 적다. 이 세상에도 인사 적체는 존재하며, 올라가지 못하면 내려와야 했다. 그리고 누구도 후배에게 밀려 사직 ‘당하고’ 싶어 하지는 않았다.

박영준이라고 다르지는 않을 테지. 하지만 부담 주고 싶어 하지는 않는 그였다.

“나를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는군, 참의. 자네는 자네 역할만 충실히 이행하면 된다네. 그 외에 무엇을 바랄까.”

“그럼 정말로 부담 안 가집니다?”

“음? 아……. 그러게. 흠흠.”

정면으로 나서자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박영준이었다.

다 늙은 아저씨를 놀려먹을 생각은 없었으므로, 나는 손을 내저었다.

“농이었습니다. 대감께서 저를 믿고 참의를 맡기셨는데 최소한의 역할은 해내야지 않겠습니까.”

나 스스로를 위해서도 말이다.

몸값이 높아지면 대우만 좋아지는 게 아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기대라는 게 생긴다.

예를 들자면 ‘잘난 사람이니 이 정도는 해내겠지?’ 따위의, 막연한.

들어준다고 떡이 나오는 것도 아니지만 좌절된 기대는 평가절하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주위에서 ‘역시, 이순신!’ 정도의 평가는 받아줘야 지금보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이 사람아. 나는 그런 류의 농을 즐기기엔 너무 늙었네. 앞으로 사람을 놀리려거든 가려가면서 하게.”

뒤늦게 안도하는 박영준이었다.

“대감께서 먼저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소관이 대감과 초면인 사이는 아니라고요.”

“우스운 사람 같으니……. 자리에나 앉게.”

박영준은 빈자리를 향해 턱짓했다. 상석의 왼편 자리.

이조에서 No.3인 참의에게 걸맞은 No.3의 자리였다. 사실, 당상관들만 자리할 수 있는 여기 당상대청(堂上大廳)에서는 끝자락과 매한가지였지만.

맞은편에는 No.2인 이조참판이 자리해 있었다.

‘이름이 강사상(姜士尙)이라던가.’

쉰 초반의 연로한 모습.

강사상은 무심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별다른 감정은 섞여 있지 않았다.

이미 인사도 나누었지만 친해진 기분은 전혀 들지 않는 사람이었다.

박영준이 입을 열었다.

“며칠 전 오(吳) 대감께서 판윤 자리에서 체차된 건 알겠지?”

“예.”

오상(吳祥).

내가 잘 아는 오겸과는 달리, 이 양반은 나주 오씨가 아니라 해주 오씨다.

어쨌거나, 오상은 임열을 대신해 한성부 판윤을 지냈으나 나이가 환갑을 넘고 건강도 좋지 않아 여러 차례 사직을 청한 상황이었다.

명종 때 동지사(冬至使)를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 후유증이었다. 말을 타고도 왕복 3, 40일이 걸리는 사신행은 사람 반병신 만들기로 유명했다.

“오 대감은 사직을 원했지만 전하께서는 관직만 갈기로 하셨네. 어떤 관직에 제수할지는 정하지 않으셨고.”

“이조에서 결정하라는 거군요.”

“그렇지.”

박영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씨익 웃었다. 나를 향해서, 한참이나.

“……?”

“자네도 이제 이조의 당상이니 나름의 결정권이 있네.”

“저보고 결정하라는 말씀이십니까? 하지만 이제 첫날 등청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정이품 대신의 거취를 정하시라니…….”

에바도 이런 에바참치가 따로 없었다.

물론 그만큼 이조의 힘이 세다는 방증일 거다. 정삼품 관리에 불과해도, 재상급 대신의 추후 행보를 결정할 수 있다는.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과한 감이 있었다. 이제야 출근 첫날이고 인수인계도 없었던지라, 아는 것 하나 없는 나다.

“무작정 맡기셔도.”

“어차피 대감의 건강이 좋지는 않아서, 관직 생활을 길게 이어가지는 못할 거야. 금방 사직하겠지. 막중한 일도 아니니 자네가 경험을 쌓아보게.”

“……혹시 농을 했다고 소소한 복수를 하시는 건 아니겠죠?”

“하하하.”

박영준은 부정하는 대신 만족스럽게 대소했다.

‘복수구만!’

그런 생각이 드는 찰나, 박영준이 말을 이었다.

“아니라고는 못 하겠지만 처음으로 이조에 부임한 당상은 첫 인사를 전담하게 되어있네. 전통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이런.”

“당상쯤 되었으면 아랫놈들처럼 하나하나 떠먹여줄 수는 없지. 뭐든지 직접, 고생을 단단히 해 봐야 빨리 느는 법이라네. 하하!”

박영준은 파안대소를 터뜨렸다.

“그럼 일단은 알아봐야겠군요. 어디 자리가 비었는지.”

“다녀오게!”

나는 금방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나 당상대청을 빠져나왔다.

마침 밖의 뜰을 거니는 아전이 하나 있었다. 안 그래도 아전을 불러 일의 윤곽을 잡으려던 참이었기에, 나는 그를 붙잡았다.

“이보게.”

나의 부름에 아전은 별말 없이 몸만 가볍게 숙였다.

신참례를 거치지 않은 나는, 설령 아전에 불과한 그에게도 단지 신입, 신래일 뿐이었다.

“이 사람이 주재할 신참례에는 이조의 아전과 녹사들도 초청할 예정인데, 그대 생각은 어떻습니까. 전통적이지 않은 일이니 사람들이 싫어할까요?”

아전의 눈빛이 단숨에 바뀌었다.

신참례로 덕을 보는 자들은 항상 정식 관리들이지, 관리 취급도 못 받는 아전들은 아니었다. 그런 자들마저 대접을 해주겠다니 아전으로서는 의외의 기분 좋은 소식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일까.

꾹 닫혀있던 아전의 입이 열렸다.

“아니요……. 헤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몰라도 소인만큼은 황송한 기분입니다.”

“그럼 협조 좀 해주시죠. 판윤을 지내시다 적을 옮기게 된 오 대감의 다음 관직을 정해야 합니다.”

“아. 그런 일이라면.”

아전은 다른 사람 눈치를 보는지 잠시 주저했다.

오랫동안 이조에서 일해온 그라도, 실시간으로 바뀌는 공석을 모두 알 수는 없다. 일단 자료를 구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과 엮일 수 있었다.

그러다 아직 신참례를 치르지 않은 나에게 도움 주기 위함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아전으로서는 썩 곤란한 상황에 처할 터였다.

“그대 이름이 어떻게 됩니까?”

“박의손이라 합니다.”

“그래요, 박의손 씨.”

흠흠.

나는 짧게 헛기침하고는 현실을 알려주었다.

“내가 신참례만 통과하면 정식으로 이조참의가 됩니다. 잘 아시겠지만 이조참의는 판서와 참판 다음이죠.”

“예…….”

무슨 빤한 얘기를 하냐는 듯한 반응이었다. 이봐, 박 씨 친구. 이건 밑밥에 불과하다고.

“적어도 여기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앞에 말한 두 분을 제외하고는 불가에서 말한 지옥이 어떤지를 직접 체험시켜줄 수 있습니다.”

나를 신래라고만 생각해서 본질을 잠시 잊었나본데, 나는 이 조직의 No.3다.

밑에 놈들 조지려고 작정하면 막을 사람이 많지 않다는 뜻. 그 대상이 관리 취급도 못 받는 아전이라면 나서줄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

“찍힐 땐 찍히더라도 나 같은 사람에게 찍히면 많이 피곤하겠죠?”

“…….”

“자. 이 신래가 도움이 필요합니다. 도움이 되어주시죠. 그래야 우리 박 씨께서 이 사람이 주재할 신참례에 말석이나마 차지하실 수 있습니다.”

은근한 시선과 함께 어깨까지 잡아주니, 박의손이 다급히 답했다.

“예, 예!”

박의손이 헐레벌떡 달아나는 모습을 보니 권력의 맛을 알 것도 같았다. 이래서 사람들이 죽어도 권신으로 죽는구나, 하고 말이다.

미스터 박께서는 오래지 않아 돌아왔다. 감히 나를 오래 기다리게 할 생각은 없다는 듯.

“알아 왔습니다.”

“좋아요……. 일단 들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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