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이순신이죠? 58화
20. 살아 있는 전설 (4)
이미 자리했던 녀석들도 류성룡의 반응을 의식한 게 분명했다.
지금 서른세 명의 아저씨들 모두가 한참은 어린 나를 신줏단지 모시듯 떠받들고 있었다. 게다가 류성룡은 집주인이자 대과 장원으로서 상석을 차지할 자격이 충분함에도, 나에게 양보했다.
그게 분위기를 더 이상하게 만들었다.
원래 이런 자리라면 누가 더 대과 준비로 고생했나 자랑하며 친목부터 다져야 하지 않나? 얼굴도 익히고, 친구도 사귀고.
그런데 좌장(座長, 자리의 주인)인 류성룡이 대놓고 딱딱한 분위기를 만들어버렸다. 진짜 꼰대는 류성룡인데 다들 내 눈치만 보고 있었다…….
‘아오.’
혹시 이건 류성룡의, 나의 인맥을 파탄 내려는 사악한 계략이 아닐까?
그런 생각마저도 드는 이 순간. 나는 최대한 미소를 지으며 류성룡에게 말했다. 그가 분위기를 풀어놓지 않으면 나는 정말 새파란 최연소 꼰대가 되고 만다.
“따지고 보면 서애께서는 이 사람의 스승과도 형제 사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저는 사질(師姪)이니, 편하게 대해주십시오. 부담스럽습니다.”
서애 류성룡 역시 나의 스승인 김성일과 마찬가지로 이황의 문하에서 수학했다.
그러니 나는 학맥 상으로는 류성룡에게 조카가 되는 셈이다, 이걸 전문용어로……, 사질이라고 한다.
솔직히 이런 얘기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대과는 학맥 순으로 급제하는 게 아니었고 그래서 사형이나 사백(師伯, 스승의 사형)보다도 먼저 관리가 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그렇게 되면 당사자 입장에서나 상대해주는 사람에서나 관계가 묘해지기 때문에, 굳이 이런 걸 언급할 필요도 없었다.
이번에 나와 동기가 된, 저쪽에서 쫀 채 나의 눈치만 보고 있는 정여립은 나의 형을 자처하는 이이의 제자였다.
그런데 나랑 동기가 됐단 말이지.
이이에게는 졸지에 ‘양’동생과 제자가 호형호제 하는 사이가 되는 수도 있단 거다.
그래서 이런 자리에서는 굳이 족보나 학맥 얘기는 안 할 수밖에 없다. 콩가루 냄새만 풍기게 되니까. 그런데 류성룡이라는 작자는 내가 이런 소리를 괜히 해서라도 분위기를 풀게 만들고 있었다.
이에 대한 류성룡의 반응?
“학맥을 따지자면 첨정 나리께서는 저의 사질이 맞으십니다. 하지만 저보다 훨씬 이른 나이에 학문을 대성하셨고, 또 머지않아 당상의 자리에 오르실 터인데 어찌 감히 학맥의 선후나 나이의 고하를 앞세워 건방을 떨 수 있겠습니까?”
그야말로 나의 심장을 후벼 파는 소리였다.
왜냐?
‘이 인간이 돌았나?’
대과 급제자의 평균 나이는 삼십대 중후반.
다들 나만한, 나보다 조금 어린 아이가 있을 나이다. 그런데 눈앞의 자식뻘인 새파란 녀석은 이미 사품 관리다.
당연히 비교가 된다. 그리고 나를 순수하게 존경하고 부러워만 하지는 않을 거다. 열등감이 들 수도 있고, 질투심이 날 수도 있겠지.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단지, 그런 생각이 들도록 일부러 유도할 필요는 없다는 거다. 잘난 사람이 세상에는 즐비하지만 일일이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굳이 단초만 주지 않으면 별 상관은 없는데 류성룡은…….
모두의 앞에서 내가 얼마나 잘난 놈이며, 장원 급제한 자신조차 비빌 사람이 아니라며 대책 없이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었다.
‘왜 이러는 거지? 일부러 골탕 먹이는 건가?’
꼭 모두와는 아니더라도 류성룡이나 정여립과 교분을 맺고 싶었던 나로서는 혈압이 올랐다. 한 대 칠 수도 없고…….
아니, 한 대 정도는 쳐도 되지 않을까? 일부러 이러는 것 같은데 말이야.
진짜 어이가 없어서 한 마디 했다.
“이봐, 서애. 나는 대과 급제 동기들과 친해지려고 하는데 이렇게 초를 쳐대서야 되겠나?”
“……그것이 아니오라.”
“어떻게 사람이 눈치가 이렇게도 없어?”
“송구합니다.”
류성룡은 순순히 잘못을 인정하는 투로 답했지만, 목소리는 딱딱했다. 전혀 자기가 잘못했다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아니었다.
게다가, 내가 그에게 따지면서 분위기가 더 이상해졌다.
정말로 나는 최연소 꼰대에 등극해버리고 만 것이다.
“…….”
내가 차마 더 말을 할 수가 없어서 침묵을 지키자, 류성룡이 자리에서 조금 물러나 땅을 짚고 허리를 숙였다.
“첨정 나리께서는 소인들보다 훨씬 선배이시고, 직품도 높으십니다. 만일 소인들이 단지 같은 시험에 급제했다는 이유만으로, 첨정 나리의 연배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편히 대한다면 조정의 기강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처음부터 내 인맥을 암살할 생각이었군.
그의 말도 영 틀린 것은 아니다. 나는 분명 연배가 적었고, 그래서 내가 처음 첨정에 제수되어 선배 관리들에게 스스로를 소개할 때도 묘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류성룡은 그럴 여지를 안 주겠다는 거다. 어찌 하늘 같은 선배 관리를, 그것도 사품 고관을 동기나 연배 같은 변명거리로 업신여길 수 있겠냐는 거다.
그런데…….
‘덕분에 내가 어린 직원들이랑 못 어울려 안달 난 상사처럼 됐잖아…….’
류성룡이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면 내가 몇 마디 한다고 달라질 상황이 아니었다.
이미 분위기도 그렇게 굳어졌다.
괜히 더 다가가려다간 꼰대 냄새만 더 짙어지겠지.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이마를 짚었다. 최연소 꼰대라니…….
가라앉은 채 얼마나 흘렀을까.
열린 대문 너머로 젊은 내시가 들어섰다. 모두의 시선이 모이자 내시가 입을 열었다.
“이제 출발하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내시가 인사를 올리고 물러나자, 모두 나의 눈치를 봤다. 은영연이란 장원이 사람들을 이끌고 입궐하는 것이 전통.
하지만 이 자리 대표가 졸지에 내가 되어버렸다.
류성룡은 정말 눈치가 없는 놈이었고……. 나의 환상도 박살이 나버렸지만, 나만큼은 눈치가 있어야지 않겠는가.
* * *
“공자님, 벌써 오셨습니까?”
을룡이 물었다.
궁궐에서 하루 종일 연회를 즐기기로 되어 있었던 공자님이셨다. 그런데 출타하신 지 한 식경도 되지 않아 돌아왔다.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어……. 그런 자리에서 빠져도 되는 겁니까?”
“안 빠지는 게 더 큰일이었어. 어휴. 빌어먹을 꼰대 같으니.”
을룡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빌어먹을 꼰대라니. 누가 공자님의 연배가 어리다는 이유로 업신여기기라도 했단 말인가?
……일어난 일과는 정 반대인 착각이었다. 하지만 이 오해는 한동안 풀리지 않으리라. 을룡은 굳이 괜한 소리로 공자님의 기분을 더 나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쉬시지요. 방에 불을 때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줘.”
* * *
“자네, 기선제압을 제대로 했다면서?”
김성일이 딱하다는 얼굴을 하고서 물었다.
“아니…….”
간만에 스승을 만나 감사를 표하려는데 대뜸 들은 말이 이거라니. 나로서는 무척이나 억울한 상황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소문이 퍼진 건가?
“저는 급제 동기들과 친해지고 싶었습니다. 비록 현직 관리이긴 하지만 연배는 적으니, 부담감 없이 대해주기를 바랐지요.”
“헌데?”
“서애가 대뜸 예의를 갖춰 대하지 않겠습니까? 편하게 대해 달라 해도 어떻게 현직 사품 고관을 막대할 수 있냐며 벽을 치더군요. 그래서 분위기가 이상해진 겁니다.”
“흐음……. 흠흠흠.”
김성일은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턱을 살살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뭐, 제자 말이 맞겠지만 정작 도성에서는 전혀 다른 소문이 퍼지고 있던데.”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겁니까?”
“제자가 급제자들을 모아둔 채, 장원인 서애를 마주하고 눈치가 없다며 엄히 꾸짖었다 하더라고. 그리고 기분이 잔뜩 상한 채 은영연에 참석하기도 거부했다지.”
“아오…….”
틀린 말은 아니다.
서애가 워낙 철벽을 쳐대서 정말 눈치가 그리 없나 싶어서 따졌던 것도 사실이고, 은영연 참석을 거부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안 그래도 서애가 분위기를 이상하게 만들었는데 제가 연회 자리에 있으면 안 됐지요. 이미 많이 이상해졌는데.”
저희들을 위해서 알아서 빠져줬더니만 그건 그것대로 꼰대가 삐친 것처럼 보였다는 거다.
내가 진짜, 꼰대처럼 살지는 않으리라 각오라도 해둔 건 아니지만 십대 후반에 꼰대 취급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스승님은 그 소문, 누구에게서 들으신 겁니까?”
“왜?”
“진원을 찾아서 모가지를 꺾어버리려고 그럽니다.”
안 그래도 꼰대 도장 단단히 찍어놔서 전전긍긍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어디 불난 집에 부채질이란 말인가?
김성일은 그저 웃기만 할 뿐이었다.
“하하하……. 사람 모가지를 꺾어서야 되겠나. 게다가, 소문은 도성 전체에 퍼졌네. 원래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지 않나?”
“스읍.”
류성룡 모가지를 꺾어야 하나?
진짜 다음에 보면, 그가 원하는 대로 꼰대 노릇을 제대로 해줘야겠다. 최연소 꼰대의 진노를 맛보라지. 녀석이 자초한 일이었다.
“전시를 치기도 전에 또 큰일 하나 시작했다면서? 굉장히 의아한 이름이었는데…….”
“조총 말입니까?”
“아. 그래. 도대체 조총이라는 게 무언가? 이름만 들어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지 않나. ‘새-대포’라니.”
근래 많이도 접한 반응이었다.
나 역시 많이도 했던 말을 다시 읊었다.
“하늘을 나는 새도 맞출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한 총통이라 그렇습니다.”
“허? 대포로 새를 맞출 수 있단 말인가?”
김성일은 전형적인 총통을 떠올렸다.
죄다 무식하고 둔중하게 생겼다. 그런 녀석들로 새를 맞출 수 있다니.
역시 제자는 대단한 녀석이었다. 자신 같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흉내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시연장에 초대해드리겠습니다. 와서 직접 새 잡는 것을 보세요.”
“가야지, 암. 이전에 비격진천뢰 때는 참석하지 못해서 미안했네. 또 아쉽고. 사람들 말로는 정말 대단했다는데…….”
“대단은 했죠, 하하. 개발을 위해 매일처럼 위력을 시험해봤던 저도 여전히 놀라울 정도니까요. 아마 참관하셨던 분들 중에 몇몇 분들은 밤에 소피도 지리셨을 걸요.”
“하하하! 그럼 나도 조심해야겠는데?”
이후로도 이런저런 잡담이 오갔다.
시답잖은 농담, 알고 있던 소식, 딱히 특별하지는 않았던 경험 따위들이 오갔지만 분위기는 식을 줄 몰랐다.
사람이 좋았으니까.
그로부터 한참이 지나, 귀중한 휴일도 끝을 드러냈다. 하늘은 새빨갛게 물들었고 분주했던 거리도 순식간에 한산해졌다.
겨울의 밤은 빠르게 찾아온다. 아마 한 식경만 있어도 금세 밤이 되리라.
동네에서는 다들 식사를 준비하는 듯, 담장 너머로 연기들이 부옇게 올라왔다. 그동안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김성일은 그 광경에 아차하고는 사람을 시켜 저녁밥을 준비하게 했다.
“스승님.”
“응?”
“오늘 감사했습니다. 서애 덕분에 착잡하던 차였는데 이렇게 만나뵈어서 투정도 부리고, 얘기도 나누니 한결 낫네요.”
“나도 좋았네. 좋은 소식 가져다주고, 또 멋있게 갑과 급제까지 해주었으니까. 내가 어디를 가더라도 주눅들 일은 없겠어.”
“제자를 자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겠군요.”
“그럴 테지?”
김성일은 씨익 웃고는 말을 이었다.
“자리를 뜨려는 모양인데, 식사 정도는 하고 가게. 여기서 석반을 같이 든 지도 오래되지 않았나?”
“음, 저 역시 스승님과 같이 식사하고 싶습니다만……. 늦지 않게 군기시에 들러야 합니다. 확인할 것이 있어서요.”
“바쁘군.”
“이번에 대과에 급제하면서 품계가 오르게 됐지 않습니까?”
“그렇지.”
내가 해당하는 갑과 2, 3등의 경우에는 세 단계의 품계가 올라간다.
지금 내가 종사품이니 이론상 정삼품이 되는 셈이다.
이미 품계가 너무 높아서 거기까지 올라갈 것 같지는 않았지만, 어쨌거나 한 단계라도 오르는 만큼 직책이 바뀔 가능성 역시 십중팔구였다.
“제가 시작해놓은 일이 있다 보니 끝은 봐야지 않겠습니까. 조정에 직책 변경은 미뤄달라는 요청은 공식으로 올려뒀습니다만……. 믿을 수가 없어서.”
선조는 인사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사람이었고, 이미 나의 공훈을 한 차례 인사 장난질로 다른 사람에게 먹인 적도 있었다.
비격진천뢰 때 그러지 않았던가. 프로젝트가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자 당시 군기시정이었던 심의겸이 빠지고 선조가 한참 밀어주고 있던 노수신이 들어왔다.
이번에는 아예 프로젝트 자체를 강도질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았다.
“그렇군. 자칫 애먼 사람이 제자의 공을 모조리 가로챌 수도 있으니…….”
“저는 누가 공훈을 먹건 개의치 않습니다. 조총의 일에 대해서는 적임자가 저뿐이니 그렇지요. 만일 문외한인 사람이 어설프게 맡았다가 망치기라도 한다면, 애써 준비한 것들이 모두 헛고생이 되니까요.”
“음.”
김성일은 제자에게 응원을 해주고 싶었다.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하지만 감히 확언할 수가 없었다.
관직생활이 오래된 것은 아니지만, 그는 대대로 관직생활을 했던 집안의 사람이었다. 조정에서 불합리한 일이 얼마나 즐비하게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모쪼록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으면 하네.”
그래서 김성일이 선택한 것은 기원이었다.
공허한 확언보다는 진심이 담긴 바람이, 차라리 나으리라. 이순신은 앞길이 창창한 인재였고 부당한 일에 의해 꺾이기에는 특히 안타까운 사람이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관리들이 불합리하고 부당한 대우로 조정을 떠나, 귀중한 인재가 방치되게 됐던가.
당장 을사사화의 희생자들이 그러했다. 그러나 뒤늦게 빛을 본 그들이라고 마냥 진심어린 대우를 받는 것도 아니었다.
씁쓸한 세상이었다.
“감사합니다. 저 역시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럼, 염치불구하고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다음에는 이 제자가 자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기대하겠네.”
김성일은 이순신을 배웅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이순신은 괜찮다는 듯 손을 들어보였다. 그래서 김성일은 고개만 끄덕이고 말았다. 그리고 멀어지는 이순신의 등만 바라볼 뿐이었다.
“…….”
대단한 사람을 하나 꼽으라면 뭇 사람들은 이황을 꼽으리라.
그는 수많은 선비들의 직, 간접적인 스승이었으며 정신적 지주였다. 김성일 본인에게도 그러했고 말이다.
하지만 이황 선생은 천명을 다하시고 세상을 등지셨고 과거의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 살아가고 있는 사람 중에서 꼽으라면 보통은 노수신과 이산해가 거론됐다.
앞사람은 금의환향해 빠르게 요직을 밟아나가고 있었고, 이산해는 종오품에서 단숨에 정삼품 관리로 올라섰다.
‘하지만…….’
김성일의 생각은 달랐다.
‘이순신이 진짜 대단한 녀석이지.’
스승으로 편애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스승이라는 위치의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부모 다음으로 가까운 자리니까. 그래서 이순신이 평소 어떤 사람인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잘 알고 있으니까 확신할 수도 있었다.
이순신은 분명 대단한 사람이었다. 아니, 대단하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했다.
‘초인(超人)?’
인간을 능가했다.
그 표현도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김성일은 자신이 이순신의 스승이라는 자리가 과분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하지만 김성일은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이황의 학맥을 이은 정통 제자였다.
그런 사람이 스승 노릇을 하기에 과분할 정도라면, 고작 대단하다거나 ‘초인’이라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래.
전설.
전설 정도는 되어야 자신에게 과분하다는 생각을 들게 할 수 있었다. 그런 차원에서 이순신이라는 녀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