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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이순신이죠-17화 (17/290)

내가 왜 이순신이죠? 17화

6. 어이 늙은 친구, 신사답게 행동해(2)

신의(申檥)는 얼마 남지 않은 올해를 넘기면 서른아홉이 되는 자였다.

바로 다음해에 사십. 이걸 달리 불혹(不惑)이라 부르기도 했다. 유혹되지 않는 나이라고 해서 말이다.

하지만 신의에게 불혹은 해당사항이 아니었다.

물론,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에야 욕구를 완전히 떨쳐버릴 수는 없다.

이천 년 전 성현들이 내뱉은 고리타분한 소리들을 외운 자들도 여전히 물욕과 권력욕에 시달리지 않던가.

그러니 무욕, 불혹으로 살아간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권장은 되어도 강요되는 일이 아니었고 말이다.

하지만 신의는 도를 넘어선 사람이었다.

먹성 좋은 개도 훈련을 받으면 음식 앞에서 기다릴 줄 안다.

그러니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신의는 개만도 못한 사람이라고.

그는 마음속에서 온갖 욕구가 들끓었으며 이를 자제할 수도 없었다. 물욕, 색욕은 기본이었고 폭력과 파괴에 대한 충동조차 단 한순간도 견디질 못했다.

아랫도리가 궁하면 아무 여인이라도 붙잡아서 해소해야 했으며, 남이 가진 것이 눈에 띄면 강탈해야만 분이 풀렸다.

그러다 사람을 죽이고 싶으면?

죽이는 거다.

신의는 형상이 사람이되 하는 짓은 짐승만도 못했다. 차라리 짐승이라면 패고 말 것을, 딴에는 부마라고 팰 수도 없었다.

이러한 신의를 저지할 유일한 방도라곤 오직 탄핵뿐.

그래서 신의는 많이도 탄핵을 받았다.

-영천위 신의는 성품이 조급하고 품행이 패려하여 어두운 밤에 음란한 짓을 하는 정상이 마치 도적의 행위와 같다.

-죄를 얻었음에도 조금도 징계되지 않아 더욱더 독기를 부려 재상의 아들을 공공연히 구타하였으며, 이제 또 사람을 죽인 정상이 매우 참혹하여 용서할 수 없다.

-신의는 성품이 본래 광패하여 주야로 쏘다니며 사람을 난타하므로 상하는 자가 비일비재합니다. 또 사족의 부인을 능욕하고 심지어 살인까지 하였으니 매우 놀랍습니다.

-신의는 공주가 병이 든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빨리 죽게 하려고 항상 놀라게 할 일을 질렀으며, 심지어는 공주가 보는 곳에서 계집종을 희롱하여 공주로 하여금 화병이 도지게 하였다.

이처럼 무수한 탄핵의 요청이 있었으나 명종은 신의를 감싸주었다. 지친(至親, 종친)이니 율대로 처리할 수 없다면서 말이다.

일개 부마가 자신보다 품질이 높은 공주를 면전에 두고서 여종과 방사를 치러도 벌을 받지 않으니, 신의는 한 계단을 더 오르기로 했다.

출입이 금지된 공주의 거처로 쳐들어가 공주의 옷을 강탈한 뒤, 기생에게 입히고서 방사를 치른 것이다.

그리고 신의는 딱 거기까지가 명종이 인내할 수 있는 한계임을 깨달았다.

결국 거제도로 유배된 것이었다.

거제도에서도 신의는 현지 백성들을 구타하고 간음하며, 재산을 강탈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어김없이 드러냈으나 적어도 도성만큼은 조용하게 된 것이다…….

짠!

아니었습니다.

또 다른 망나니가 혜성처럼 등장해 파문을 일으키며, 모두의 착각을 완전히 박살냈다.

그의 이름은 장엄하게도 ‘신사정’이었으며 조부 신수경, 친부 신의에게서 이어져온 광기의 유산을 몸소 행하는 자였다.

신사정은 아비가 유배를 떠나자 빈 아비의 집에 침입해 문정왕후의 유품이자 하사품이며, 제 어미의 혼수품들을 훔쳤다.

그리고 이걸 기방에서 탕진했다.

이 놀라운 소식을 접한 명종은 신사정을 제주로 유배 보냈다. 신씨 가문의 놀랍고도 기념비적인 트리플 크라운이 달성된 것이다.

1대 신수경은 통천으로, 2대 신의는 거제도로, 3대 신사정은 제주도로 각기 유배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자랑스러운 2대 신의는 자신의 처우에 굴복하지 않았다.

그는 용감하게 배소를 빠져나와 도성으로 상경하였으며, 그곳에서 당당하게 남의 집 여종을 강탈하고 여염집의 재물을 약탈하고 다니는 등의 존재감을 여실히 과시했다.

이에 대한 명종의 반응은 자신이 졌다는 것이었다.

신의는 왕에게 맞서고도 승리한 사람이 되어 당당하게 해배되었으며, 문외출송(門外出送, 도성 밖으로 추방함)에 의해 도성 밖에서 살게 되었으나 오히려 도성은 왕의 유배지요 팔도 천하가 곧 신의가 자유롭게 나다닐 들판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었다.

“어디 감히 천것들이 주인의 재산을 빼돌려 천륜을 어기려 하느냐!”

신의는 면전에서 무릎 꿇고 있던 사내를 뻥 걷어찼다.

손속 없는 일격에 사내는 억, 하며 땅을 굴렀다. 온몸이 먼지투성이가 된 사내는 일어나지도 못했으나 악은 남아있었는지 입을 멈추지 않았다.

“대감어르신, 쇤네들은 오래전 노비에서 해방되었습니다! 주인이 직접 지대를 제외한 소출은 전부 가져도 된다 허락하셨단 말입니다!”

“흥!”

새삼스러운 소식이 아니었다.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찾아온 것이었다.

이전처럼 천한 노비처럼 살았으면 신의는 다른 사람을 괴롭혔을지도 모른다.

노비 따위, 수십도 때려죽였지만 그 뒤에는 꼭 노비 주인이 나서서 귀찮게 굴었으니까.

그래서 남의 집 노비들은 비교적 후순위에 있었는데 이제는 주인 없는 자들이 되었으니 만만해진 것이다.

노비였을 때는 상대해야 할 놈이 노비 주인인 양반이지만 지금은 천한 노비 출신의 ‘평민 언저리’니까.

“미천한 노비새끼가 내 몸을 만져?!”

신의는 자신의 발목을 붙잡은 사내의 머리를 뻥뻥 걷어찼다.

꽤나 끈질긴 녀석이었지만 거센 발길질에는 어쩔 수 없었는지 결국 눈을 까뒤집으며 늘어졌다.

“뭣들 하느냐! 어서어서 곡식을 옮겨라!”

신의가 외쳤다.

주위에는 대여섯 사내들이 지게를 진 채 분주하게 곳간을 오가고 있었다. 사람이 곳간을 드나들 때마다 빈 지게에 쌀섬이 생겨났다.

그 사이에서 집주인의 아내와 딸아이가 손을 비비며 사정사정했다. 지아비가, 아비가 한해 어렵사리 농사를 지어 겨우 거둔 곡식이라며 말이다.

하지만 천것의 찡찡대는 소리 따위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폭력의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불쾌한 소음이기만 할 뿐.

신의가 저벅, 저벅 앞으로 걸었다. 모녀는 그제야 조용해졌다. 한 번만 더 입을 열면 그대로 발이 날아간다는 것을 잘 아는 모양이었다.

강탈은 순식간이었다.

곳간에는 다음해 파종할 쌀알도 남지 않았고, 노복이 이를 보고했다.

“무얼 멍청하게 지껄이고 있느냐?! 어서 곡식을 저택으로 옮기지 않고!”

노복은 무심한 얼굴로 꾸벅, 허리를 숙였다.

두 모녀의 원망스러운 눈길이 있었지만 노복은 신경 쓰지 못했다. 아니, 신경 쓸 수 없었다.

그들이라고 좋아서 신의의 행패에 협조하는 것이 아니었다.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신의의 눈에 나서 들것에 실려나간 사람이 어디 한둘이던가.

하지만 이 광기도 조만간 끝이었다.

* * *

“이놈!”

신의가 또 아랫말을 찾았다.

불미스러운 소식이 있었다.

한 차례 털었던 집임에도 불구하고, 재산을 일부 숨기고 있어 이를 보전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이었다.

신의로서는 늘어진 볼살이 부들부들 떨릴 일이었다.

“감히 미천한 노비 출신들이 하늘같은 부마를 능욕해?”

애초에 남의 재산을 빼앗아가려 한 행태부터가 문제였으나 신의는 자신의 잘못은 신경 쓰지 않았다.

단지 별 볼일 없는 녀석에게 속았으며, 남아있는 재산을 더 강탈하지 못했다는 비보만이 그를 불쾌하게 만들 뿐이었다.

“그, 그렇지 않습니다요!”

집을 지키고 있던 쇠돌로서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이미 전 재산을 털린 것만으로도 속이 뒤집어질 노릇이었다. 그런데 영천위 신의, 이 미친놈이 뜬금없이 자기를 속였냐며 시뻘개진 얼굴로 찾아와 행패였다.

신의의 심기를 건드리고도 몸이 성할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쇠돌은 지금 당장 혀를 깨물어야 하나, 싶을 정도였다.

“아부지, 무슨 일이에유?”

작은방 방문이 삐걱, 열리더니 쥐콩만한 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더니 영천위의 얼굴을 보기 무섭게 탁, 문을 닫아버렸다. 놈의 면상은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질리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뭇 사람들은 아이를 달랠 때 호랑이가 온다고 하지만 이 동네에서는 호랑이도 비비지 못한다. 아마 호랑이 어미가 우는 새끼에게 신의가 온다고 다그치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네가 무고한지 아닌지는 네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만일, 조금이라도 나를 기만하였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그 죄를 엄히 물을 것이야!”

“…….”

엄히 묻고 말 것도 없었다.

애초에 저번에 다 털어간 것이 전부인데 뭐가 나오겠는가. 쌀알 갉아먹던 쥐새끼들도 다 도망갔을 터였다.

이러한 사정을 알 리 없는 신의는 곁의 노복에게 시선을 보냈다.

그러자 노복이 끄덕,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만 숙였다가 집 뒤뜰로 돌아갔다.

쇠돌에게는 영 마음에 안 드는 녀석이었다.

극악한 신의처럼 혐오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주인에 그 노비라고 신의의 악행에 묵묵히 협조하는 것이 가증스러웠다.

그리고 얼마나 되었을까.

노복은 신의의 빈약한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낼 즈음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그런 노복을 맞이해주는 것은 신의의 진노였다.

“도대체 무엇을 확인하느라 늦었느냐! 혹, 내가 기대하는 소식이 없다면 아주 물고를 낼 줄 알아라!”

“있었습니다.”

“뭐라?”

“광 아래에 지하로 통하는 문이 있었습니다.”

“오호라!”

신의에겐 기대하던 소식이었다.

몇 섬이나 될지는 몰라도 정성스레 비밀문까지 만들어놓은 걸 보면, 자신을 실망시킬 정도는 아닐 터였다.

뭐, 설령 실망하게 되더라도 그 분풀이는 눈앞의 괘씸한 쇠돌에게 하면 그만이었다. 하늘같은 부마를 농락하였으니 그 대가는 일가의 죽음으로 갚아야 하니, 살려두는 것이 큰 자비요 죽이는 것은 정당한 처벌이었다.

“이놈, 각오하거라!”

신의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매로 쓸 물건이 필요했다.

이에 쇠돌은 그야말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이다.

비밀문?

그딴 게 있었으면 이 집에서 대대로 살아온 자신이 어떻게 모른단 말이냐.

설령 아버지께서 정말로 비밀문을 만들었다 해도, 그런 것이 있었는지조차 모르고서 무수한 시간이 흐른 지금 그곳에 남아있을 곡식은 없었다.

“야, 이 자식아! 어디서 감히 헛소리를 해서 주인을 속이고 나를 패망시키려 하느냐!”

쇠돌이 거짓을 고한 노복에게 악을 질러댔지만 돌아오는 건 주먹이었다.

신의였다.

-빡!

매는 들지 않았으나 손속을 두지 않은 일격은 사람의 턱을 돌리기에 충분했다. 쇠돌은 그대로 엎어졌다.

“이 개새끼가 어느 안전에서 고함이란 말이냐! 이 버릇없는 새끼, 네 주인이었다는 작자가 얼마나 한심했으면 노비를 이따위로 길렀단 말이냐!”

-퍽, 퍽, 퍼억…….

거침없이 발길질이 때려지는 그 순간이었다.

“이보세요!”

신의의 만행을 막아서는 엄한 목소리가 있었다.

순간 신의는 멈칫했다.

자신에게 큰소리치는 부류는 빤히 정해져 있었으며, 지극히 혐오하고 있었지만 쉽사리 손대기도 힘든 것이 사실이었다.

반쯤 겁먹은 신의는 조심스럽게 시선을 돌렸다가, 이내 신의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하!”

문득 가증스럽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 지학을 갓 넘겼을까? 열여섯, 열일곱 정도의 새파란 녀석이 대가리도 숙이지 않고 뻣뻣하게 서 있었다.

왕년에는 재상의 자제도 싸가지가 없다는 이유로 친히 매질을 해준 신의였다.

지금 자신이 멋 떨어지게 도성 밖에서 산다고 우습게 보이는 모양이나, 그 성격은 아직 어디 가지 않았다.

“너는 뭐하는 놈이기에 감히 나를 저지하려 드느냐?!”

“거기서 대감이 패고 계신 사람의 옛 주인입니다.”

“오호라. 네가 이 개새끼의 옛 주인이구나.”

신의는 발에 걸리는 쇠돌을 뻥, 걷어찼다.

“아이구!”

쇠돌이 나동그라지자 그동안 숨어있던 아들 녀석이 튀어나와 아버지를 껴안았다.

“으앙! 아부지!”

“들어가 있어, 이눔아…….”

그 광경을 보고 청년이 말했다.

“사람을 그리도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경우가 어디 있단 말입니까?”

“내가 왕의 사위되는 사람인데 경우를 일일이 봐가면서 행동해야 하느냐? 좋다, 이 싸가지 없는 녀석아. 어디서 굴러먹던 녀석인지는 몰라도 덜 여문 대가리에 예의범절이라는 걸 새겨주마.”

“그럴 필요 없습니다.”

“허?”

청년은 뜬금없이 도포를 벗기 시작했다.

단숨에 도포를 벗은 청년은 그것을 옆으로 던졌다.

새로이 드러난 청년의 모습은 그야말로 만신창이였다. 다 찢어진 옷에는 흙먼지가 가득했고 가슴께에는 피가 흥건했다.

신의는 순간 대가리가 정지했다.

지금 이 자식이 무슨 짓거리를 하고 있는 것인가, 싶어서 말이다.

그때 후다닥. 발소리와 함께 새 얼굴이 등장했다. 그는 만신창이가 된 청년과 비슷한 나이대였으며 눈에 띄는 진녹색 도포를 차려입고 있었다.

녀석이 말했다.

“처리했습니다.”

“그래.”

짧게 오간 대화에 신의가 외쳤다.

“무엇을 처리했단 말이냐?! 이놈들, 지금 사람이 빤히 보는 앞에서 무슨 수작이야!”

“곧 알게 될 겁니다.”

“이놈! 내가 직접 그 요망한 주둥아리에서 해명이 나오게 만들어주마!”

신의는 거침없이 튀어나갔으나, 붙잡는 손길이 있었다.

홱! 고개를 돌려보니 옆에서 조용히 자신의 명을 따르는 노복이었다. 그는 여전히 굳은 얼굴을 한 채로 자신의 팔과 허리를 단단히 부여잡고 있었다.

“이 새끼는 또 왜 이래!”

신의는 끙끙대며 온 몸을 비틀었지만 매일 나오는 따신 밥만 받아먹으며 간간히 행패나 부리던 그가 한평생 몸 쓰는 허드렛일만 해온 노복을 이길 수는 없었다.

“야! 이 새끼들아! 이거 지금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이렇게 돌아가는 겁니다.”

청년이 답했다.

그는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헉!”

남 때리는 건 잘 했어도 맞아본 적은 지극히 드문 신의였다. 졸지에 노비의 배신으로 아들뻘에게 폭행당하다니.

신의는 자신이 그동안 저지른 행패는 몰라도 당장 몸에서 느껴질 아픔은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신의의 눈에 이상한 광경이 보였다.

청년이 주먹을 든 채 잠시 긴장하더니, 그걸로 자기 면상을 빡! 하고 때리는 게 아닌가?

신의는 순간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등신 같은 새끼! 조준도 못 하는 그따위 주먹으로 누굴 치려 한단 말이냐! 하하하!”

자신이 노복에게 배신당한 채 붙잡힌 것도, 그 이전에는 이름 모를 천것에게 속았다는 것도 깜빡 잊은 채 광소하는 신의였다.

이제 청년은 벌러덩 드러누운 채 꼴값을 떨고 있었다.

“아이고! 나 죽는다!”

신의는 더욱 광소했다.

“이런 병신 새끼가 다 있나?! 억만금을 줘도 못 볼 광경을 제가 알아서 보여주는구나! 으핫! 으하핫!”

그가 태평하게 광소하고 있을 동안 맞은편에서는 일단의 사람들이 언덕을 넘고 있었다.

과천현 현령과 한성부 판관 아계였다. 그들 주위로 몇 명의 병사들이 있었다.

현령과 아계는 지난날의 호우로 인해 발생한 수해를 논의하였으며, 현재는 피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수몰지역으로 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그 길목에서 사람이 나 죽는다며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참으로 귀신같은 타이밍이 아닐 수 없었다.

먼저 아계가 기겁을 하며 달리자 현령과 병사들도 후다닥 뛰었다. 그들이 난리가 난 초가 앞에 도착했을 때에는 모든 것이 눈앞에서 펼쳐져 있었다.

처참한 몰골을 한 채 신음하고 있는 도령과 그 곁에서 다급히 안부를 묻는 선비.

뜰에는 온갖 악행을 자행해온 영천위 신의가 시뻘개진 얼굴을 하고 있었고 노복이 그를 저지하고 있었다.

그 너머에도 또 다른 피해자가 있었다. 사내가 피떡이 된 채 웅크리고 있었고, 그 옆에서 꼬마가 연신 아부지! 하고 외쳐댔다.

정황은 불분명했으나 상황은 명백했다.

현령이 외쳤다.

“즉시 영천위의 신병을 확보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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