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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세계를 지키기 위하여-141화 (141/141)

< -- 141 회: 1> 종말의 시작 및 끝. -- >

1> 종말의 시작 및 끝.

-시노. 네게 명령하겠다.

만물의 황제이자 세계의 지배자이며 모든 만물의 주인은 인간이었던 그를 제국의 군주로 만들었다. 그리고 2만 년. 제국 서력과 역사를 같이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시노는 그의 명령에 복종한다.

시노는 수만 년을 살아오면서 감정이 많이 죽고 말라비틀어진 인간이다.

2만년. 1년이 2만 번 계속되는 시간. 환경이 변하는 데 드는 10년이 2000번 반복되는 시간. 100세의 사람이 200배를 더 살아야 하는 시간. 천년 왕조가 20번 바뀌는 시간.

애초에 과묵한 인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말을 할 때에 있어서 주저하는 일은 없었는데 빈말을 싫어할 뿐 말 하는 것을 싫어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다들.”

시노는 입을 가리고 있는 손수건을 떼어낸 후 제 손을 입가로 가져갔다. 쉿, 그런 제스처를 취해보인 시노가 말했다.

“침묵.”

그리고 침묵했다.

반경 1km. 모든 소란이 잦아들고 강제적인 침묵에 들어갔다. 음파가 공기를 타고 전달되는 그 현상 자체가 사라졌다.

말이 현실이 되는 힘.

제국의 표현으로는 [E급 언령]이라고 불리는 군주의 권능이다.

“이제 조용하군.”

모든 것이 잦아든 침묵 속에서 그만이 홀로 자유로웠다. 시노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자신을 보호하듯 등을 보이고 있는 여성의 머리를 잡아당겼다. 두터운 후드를 두르고 있던 여성이 본모습을 드러냈다. 후드 속 그녀의 머리카락은 표현 그대로 ‘빛을 머금고 있었고’ 두 눈동자는 별의 그것처럼 반짝였다. 이마에 새겨진 것은 신성언어. 신의 글자로서 보는 것만으로 성력이 생긴다는 힘이 담겨 있다.

“주인님.”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역시 신성어. 단어와 표현 자체에 울림이 담겨 있어 노랫소리처럼 들린다. 모든 삿된 언어를 배척하고 저주받은 존재들을 멸하는 신들의 언어다. 이 언어를 알고 발음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과 가깝거나 신이라는 소리이기도 하다.

시노의 시녀장은 그런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존재이며, 그 언어를 사용함으로서 힘을 얻는 이였다.

“명령 확인.”

후드를 어떻게 건드리자 그녀가 입고 있는 후드가 떨어져나갔다. 여성이 후드 속에 입고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풍만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와 배꼽, 그리고 엉덩이가 희미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음부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의 머리카락만큼 밝지는 않지만 반짝이는 금색의 음모가 음부를 덮고 있었다.

“명령 확인합니다. 첫째, 인간을 시험하는 시스템 ‘쓰레기 잡것’들의 진의를 파악하고 멸망시킨다.”

시노는 등을 보이고 있는 시녀장의 가슴을 뒤에서 움켜쥐었다. 시노의 결코 크다고 할 수 없는 손아귀에, 결코 작지 않은 시녀장의 가슴이 뭉개져 비져 나왔다. 분홍색 유두가 손아귀에서 빠져나와 위아래로 흔들렸다.

“둘째, ‘쓰레기 잡것’의 시스템을 흡수한 후 제국의 놀이문화에 응용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만든 존재를 파악하고 사로잡는다.”

시노는 그녀의 유두를 붙잡고 힘껏 끌어당겼다. 살이 뜯겨나갈 정도로. 유두와 유방이 긴 형태로 변하더니 이윽고 여성이 움직임에 딸려 몸을 비틀었다. 그녀가 바닥에 나뒹굴자 시노는 그녀의 밝게 빛나는 머리에 발을 올렸다. 여자가 자신의 눈과 코를 뭉개는 시노의 구두를 혀로 핥았다.

“그리고 셋째. 모처럼 놀다 오라고 그랬지. 엘로힘(אלהים). 다 죽여.”

그에게 끌려갔다 바닥을 뒹굴고 알몸이 된 채로 얼굴에 올려진 구두를 핥던 시녀장이 양손을 벌렸다. 위대한 언어를 발하는 것만으로 덜 위대한 이들은 죽는다. 애초에 그녀는 모든 것을 죽이고 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자. 품과 격이 ‘장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빼어난 이였다.

겨우 네 글자의 언어를 중얼거리는 것만으로 지구의 모든 인류가 죽었다.

“그리고 살려.”

시노의 명령에 다시금 살아났다.

인류가 공통적으로 느낀 경악.

경악 정도가 아니라 어안이 벙벙한 사태.

모두가 죽었다는 것을 인지했고 다시 살아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노가 시녀장의 얼굴을 뭉개고 있던 다리를 들어 그에게 등을 보이고 있는 시녀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시녀가 나뒹굴었다. 그녀 역시 두꺼운 후드를 두르고 있었고, 앞으로 자빠지면서 알몸이 되었다.

“경고해라.”

아스팔트 바닥에 주륵 미끄러졌는데도 상처 하나 입지 않은 여성이 바보처럼 웃으며 손가락을 들었다. 외부에 알몸이 드러나든 드러나지 않든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의 손가락에서 빛이 솟구치더니 하늘로 올라갔고, 지구에서 쏘아올린 통신장비와 인공위성이 그녀의 통제 하에 들어왔다.

인공위성을 시작으로 모든 통신장비와 전기로 돌아가는 기계에서 그의 모습을 비추었다.

아직도 그가 세계에 걸어둔 침묵은 유지되는 중이기에 완연한 침묵 속에서 그의 목소리만 낮게 울렸다.

“이제부터 이 세계는 나의 통제 하에 들어온다. 거부하면 죽인다. 용기 따위를 시험하지 마라. 자존감 따위로 오기를 부린다면 영원한 죽음으로 이끌겠다. 하나쯤 나오길 바라지. 인간의 자유의지 따위를 나불대는 놈이 어떻게 변하는지 직접 확인시켜주겠다. 그리고 모종의 게임을 하는 그 모든 것들을 이제 곧 사냥하겠다. 그리고 인류에게 시험을 강요하고 실험체 따위로 생각하는 시스템은 나를 접속하도록 만들어라. 아니면 이 세상 모든 생물을 죽인다.”

시노는 고개를 아래로 향했다. 인간을 한 순간에 죽이고 모두 살린 여자가 시선을 깨닫고 인간 가구를 만들었다. 두 손을 바닥에 짚고 무릎을 꿇은 후 등을 쭉 편 채로 시노의 발치에 조아렸다. 시노가 그녀의 등에 앉아서 다리를 꼬았다.

“3분 기다린다.”

지구의 모든 통신기기와 인공위성, 지상파의 통제권을 넣은 소녀가 뒤돌아서 시노의 앞에 무릎 꿇고 앉았다. 그녀가 입을 오므리더니 이내 똑딱똑딱 소리를 낸다.

“똑딱똑딱, 10초 지났습니다. 똑딱똑딱 20초 지났습니다.”

시노는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없는 시선을 던지며 다리를 꼬고 앉은 자세를 유지했다.

약 1분이 지났을 무렵, 시노는 희미하게 웃었다.

-너는 누구냐.

시노의 머릿속을 울리는 목소리.

그의 난폭한 행동에도 변하지 않고 등을 보이며 ‘외부의 위협’에서 그를 지키려고 하던 시녀가 돌아서서 시노의 머리 위 허공을 잡아채는 시늉을 했다. 허공에 끈이 생기더니 끈을 통해서 어떤 그림자가 바닥에 툭 떨어졌다. 시노의 앞에 떨어진 그림자는 곧 사물의 형태를 띄고 질감을 갖기 시작했다.

“찾았다.”

시노의 무심하게 가라앉은 눈동자에 어떤 희열이 일었다. 시노는 몸을 일으켰다. 가구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던 시녀장의 입에서 안타까운 탄식이 흘렀다.

“넌 뭐냐. 인간이면서……. 도대체 어떤 존재이기에…….”

“알 것 없다. 그러니 죽어라.”

시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질감을 가진 그림자가 시노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에 쥐어진 어마어하게 날카로운 칼날은 ‘텔레파시를 통해 이계에 존재하는 생물’을 현실로 끌어당긴 소녀가 막아냈다. 그녀의 손바닥조차 뚫지 못한 칼날은 도리어 아이스크림 뭉개지듯 칼끝에서부터 뭉개졌고, 그것은 칼을 휘두른 이를 말도 안 되는 경악으로 몰아넣었다.

“꿰뚫는다는 개념이 담겨 유형무형을 가르지 않고 뚫는다는 과정만을 이끌어내는 개념의 칼날이……?”

소녀는 비죽이 웃으며 뭉개진 칼을 움켜쥐고 후드 속 나신을 드러냈다. 소녀가 주먹을 휘둘렀을 때 질감을 가진 그림자는 더 이상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았다. 잠시 후 소녀의 주위로 태풍이 몰아치듯 칼바람이 닥쳐들었다. 음속을 넘어 마하, 마하를 넘어 아광속에 다다른 주먹의 후유증이다.

“병신. 개념은 안드로메다에서나 찾아.”

소녀가 히죽이면서 비꼬았다.

아광속으로 뻗은 주먹을 맞고 다리 부분을 제외한 것이 흔적도 남지 않게 된 그림자를 내려다보던 시노가 재차 인간 가구에 앉았다. 인간 가구의 역할을 수행하는 시녀장의 뺨에 홍조가 일었다.

“잡아와. 세 시간 준다.”

***

어떤 게임이 있었다.

선택받은 이들이 가상의 공간에서 가공의 데이터를 얻고 현실에서 데이터에 합당한 보상을 받는 게임이었다. ‘사도’라고 하는 이들이 게임 참여자의 옆에 붙으면서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고 플레이어는 현실에서 부족한 뭔가를 위해, 현실을 바꾸기 위해, 가상의 무언가에서 즐거움을 느끼고서 게임에 참여했었다. 그 게임의 궁극적인 목표는 게임을 만든 자, 일천 사도의 주인인 여신의 남편이자 친구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 여신은 현재 남편이자 친구를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떤 남자의 쾌락을 위해 끌려나왔다. 가공의 공간을 만들고, 현실에 없는 것을 만들고, 가공의 본인에게 부여된 힘을 현실에서도 쓰게 하며, 이윽고 신의 반열에 올라있는 그녀는 알몸으로 헐벗은 채 한 남자의 자지를 빨면서 허덕였다.

이마에 새겨진 각인은 그녀의 이름과 이름 뒤에 붙은 돼지라는 표현이었다.

옷은 입고 있지 않았다. 풍만한 유방은 유두와 유판에 몇 개나 되는 피어싱을 하고 그걸 가는 체인으로 연결한 채였다. 머리는 사내처럼 잘린 채 무엇 하나 숨길 수 없게 변했고 잘록한 허리에 새겨진 문신은 보는 이조차 눈을 돌리게 만들 정도로 문신을 새긴 이를 비참하게 만들 수 있는 것. 덧붙여 그녀의 엉덩이와 보지에는 온갖 이물이 끼어서 그녀를 쾌락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그녀는 돼지처럼 코훅을 한 채 콧구멍을 다 드러낸 채로 시노의 가랑이 사이에서 자지를 빨면서 바보 같은 표정으로 행복해하고 있었다.

“일이 끝났군. 그럼 이제 재미있게 놀 차례인가.”

여신의 입 봉사에 심드렁한 표정으로 앉아있던 시노는 다리를 들어 여신의 이마를 밀어냈다.

여신이 안타까워하면서 혀를 빼물고 밀려났다. 그녀는 안타까워했지만 곧 ‘익숙해진 대로’ 눈을 감고 입안에 손가락을 넣고 좌우를 벌려 입을 크게 만들었다. 다른 여성도 마찬가지였다. 후드를 벗은 시녀 둘이 여신의 곁에 붙어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었다. 시노는 그의 자지를 손으로 훑어 정액을 쏘아냈고 정액은 끄트머리에서 힘없이 내려앉지 않고 슝 하고 날아가 여성들의 얼굴과 입안을 정액으로 덮었다.

그녀들은 몹시 행복해하며 얼굴로 받고는 곧 그녀들끼리 얼굴을 핥아주면서 남은 정액을 말끔히 해치웠다.

시노는 심드렁하게 그녀들을 바라보다 곧 몸을 일으켰다.

사흘 전, 어떤 게임을 진행하고 있던 여신을 잡아와서 그의 몸종처럼 삼아 조교한 결과 그녀는 이제 완벽히 시노의 시녀가 되었다. 여신이라는 직함도 있고 여신의 힘도 발휘할 수 있지만 신조차 죽일 수 있는 문명에서 찾아온 시노에게는 그 어떤 저항도 무의미했다. 달아나려는 그녀를 잡아 끝없이 고문하고, 신을 죽여 버릴 정도로 고통스럽게 만들던 그는 사흘이 지난 후 여신의 이름을 완전히 지우고 돼지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조교했다. 그 돼지는 그의 시녀들과 마찬가지의 처지에 놓여있다.

시노는 고개를 들었다.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엿 같은 공기에 엿 같은 하늘이 보였다.

여신을 잡고 그녀가 기획한 게임에 대해 완전한 통제가 이루어지게 만들었다. 그는 게임의 시스템을 완전히 획득했고 게임에 참여하고 있던 플레이어 전원을 죽여서 강제로 끝냈다. 그리고 천 명에 이르는 여신의 사도를 모조리 참수하여 뒷일도 일어나지 않게 했다.

게임의 시스템을 모두 빼오고 시스템의 제작자인 여신도 노예로 만들었다. 제국의 삼황제가 일컬은 ‘쓰레기 잡것’의 두목이었다.

그녀가 코 훅을 순순히 걸며 모든 지상파에서 가랑이를 벌리고 확장된 음부를 비추어보인 채 노예선언을 마친 순간 시노는 임무가 끝났음을 직감, 이 세계의 모든 생명을 끝냈다.

이제 그는 굳이 권능을 사용하지 않아도 완벽한 정적 속에서 있을 수 있다.

풀벌레 하나 울지 않는 죽음의 행성.

그 행성에서 시노는 꿀꿀거리며 입을 벌리는 시녀와 돼지여신에게서 쾌락을 얻는다.

“명령 복창.”

시노의 엉덩이 아래 인간 가구가 되어 있던 시녀장이 소리 높여 복창했다. 여전히 그녀의 목소리는 신성했고 울림이 있었고 듣는 이를 평화롭게 만들었다.

“명령 확인합니다. 첫째, 인간을 시험하는 시스템 ‘쓰레기 잡것’들의 진의를 파악하고 멸망시킨다.”

시노는 들창코를 만든 채 입 벌리고 꿀꿀거리는 돼지여신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남편을 찾는 것이 게임의 목표였다.

“둘째, ‘쓰레기 잡것’의 시스템을 흡수한 후 제국의 놀이문화에 응용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만든 존재를 파악하고 사로잡는다.”

그 돼지여신은 이제 시노의 명령만 있다면 아무에게나 다리를 벌리고 쾌락에 꿀꿀거릴 것이며 여신의 지위를 내려놓고 신성을 넘겨줄 것이다. 게임 시스템을 완전히 넘겨준 건 그보다 이전이었다.

“그리고 셋째. 모처럼 놀다 오라고 그랬지.”

시녀장이 말하기 전에 시노가 마지막 명령을 운운했다.

“이제 놀 거리가 없군. 명령 위반을 하게 생겼어.”

시노의 목소리가 음울해졌다.

“곤란하군. 그건 안 되지. 그럼 놀 거리를 찾아와야겠군.”

시노는 놀 거리라, 혼잣말을 하다 이내 침중하게 가라앉았다. 그만의 세계에서 그만이 혼자 골몰하고 있었다. 그는 침묵을 사랑하며 아무 것도 하지 않아야 되는 상황을 좋아했다. 언젠가는 세계를 들었다놨다 할 수 있는 축제도 좋아했지만 2만 년쯤 살다보니 그것도 다 지겨워졌다.

그의 감정을 일깨우는 존재는 유일한 세 명 뿐이었다. 그 셋이 제국의 세 황제임은 너무도 당연한 일.

그 삼황제 중에 만물의 황제를 그는 감히 어버이라고 부르고 싶을 만큼 따르고 있었기에 그의 명령은 반드시 지켜야 했다.

여신이 ‘신혼 시스템’이라는 이름의 게임 시스템을 제국에 넘긴지는 이틀이나 지났다. 그 동안 사로잡은 여신을 고문하고 타락시켜 돼지로 만들어버린 것은 제법 즐거웠지만 ‘겨우 이 정도로 놀아서는’ 논 것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군.”

시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인간 가구에서 몸을 일으켰다.

“하던 대로 하면 되겠군. 돼지, 입 벌려라.”

돼지여신이 입을 벌렸다. 감정에 각인된 대로 손가락을 입에 넣고 양옆으로 벌려 최대한 입을 크게 벌리는 것은 덤이었다. 여신이라는 존재를 사흘에 걸쳐 조교한 결과 여신은 이미 암퇘지의 정신체계에 걸맞은 이가 되었다. 짖으라 하면 짖고 돼지코를 하지 않으면 불안해하고 알몸이 된 채 네 발로 기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다.

시노는 자신이 가지고 다니는 보석을 하나, 품에서 꺼냈다.

시녀들이 잠시지만 움찔했다. 꺼낸 보석은 붉은색이었다. 주먹만 했고 황금으로 치장되어 있었다. 또한 스스로 맥동하면서 꿈틀거렸다.

“처먹어.”

시노가 돼지여신의 앞까지 걸어가 그녀의 입에 보석을 쑤셔 넣었다. 보석은 입안에 들어가자마자 녹아내리더니 곧 액체가 되었고 돼지여신의 입안을 채웠다. 그리고 그녀는 곧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났다.

시노는 데리고 온 시녀보다 하나 더 많은 시녀를 구할 수 있었다.

이름은 오르쿠스(Orcus). 로마 신화에서 일컫는 괴물과 저승의 신이며, 유명한 괴물인 오크(orc)의 어원으로 알려져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과거 여신이었을 때의 외형보다 조금 더 요염하고 사악해지긴 했으나 여전히 색기 있는 미녀인건 확실했고 몸에 가해진 피학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단지 아무 것도 입고 있지 않기 때문에 드러나 있는 항문의 장신구는 감추기 어려웠다. 꼬불꼬불 꼬인 돼지꼬리는 그녀가 엉덩이를 흔들 때마다 항문에 꽂힌 채 좌우로 춤을 추었다.

“지금부터 게임을 시작한다. 선택된 일부가 이 세계를 지키는 거다. 신혼 시스템을 먼저 적용하겠다. 허나 여기서 살아남으면 여신의 남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여신의 살해자가 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여신은 가당찮은 도전을 하는 멍청한 쓰레기들을 도태시키기 위해 적을 부른다. 가상의 공간 따위는 필요 없겠지. 워낙 깔끔해진 세계이기에 의미는 없고 타인의 눈을 신경 쓸 이유 따위도 없어. 승자에게는 멸망한 세계를 되살리고 이 세계를 만들어낸 여신을 죽일 수 있는 권한을 주도록 하지.”

시노는 모처럼 즐기기 위한 무대를 마련하기로 했다. 그 본인이 빼앗은 시스템을 이용해서. 여신이 남편 혹은 친구를 얻고자 만들었던 신혼 시스템은 가혹한 생존경쟁 시스템으로 탈바꿈화되어 이 세상에 전파될 것이다.

“뭐 이런 돼지를 원하는 이가 있다면 돼지를 줘도 좋을 거고. 허나 원할지는 모르겠군. 이런 것을.”

시노는 빙그레 웃음 지었다.

“우선 삼천 개체만 살려보기로 할까.”

손짓 한 번에 전 생물을 죽였다가 살릴 수도 있는 시녀장이 입을 벙긋거리며 특기를 사용했다.

삼천 명의 사람이 지구각지에서 썩어가는 시체로 부활했다. 허나 여성은 부활하지 않았다. 제국에서 여성은 ‘인간’이기는 하나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명의 수를 계산할 때는 당연히 포함이 되나 제국의 방침으로 보자면 여성은 무기이자 도구이며 성욕을 채워줄 훌륭한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여성은 없다.

신혼 시스템의 제일 처음 고려되었던 ‘여자’를 플레이어로 인정할 것인가 아닌가에 대해서 여신은 ‘친구’도 있으면 좋다고 생각했지만 시노는 달랐다. 그래서 여신을 사로잡은 날부터 모두를 죽여 완벽한 정적의 세계를 만들었던 시노는 이후에도 여성은 부활시키지 않았다.

이 잔혹한 세상에서 잔혹하게 시작하는 게임을 치르기 위한 존재들 중에서는.

“제일 처음 퀘스트를 주지. 오르쿠스. 게임 시스템을 가동해. 그리고 제일 먼저…….”

돼지여신에서 오르쿠스가 된 시녀가 방긋 웃으며 시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서로 죽여. 삼분의 일이 남을 때까지. 그쯤은 되어야 기껏 만든 게임을 포기하지 않겠지.”

반쯤 감은 몽롱한 눈과 흐릿한 웃음을 머금은 남자가 게임의 시작을 알렸다.

어떤 의미로든 사상 최악이 되어버린 게임은 이제 시작된다.

되살아난 자들의 죽음을 먹이 삼아.

한 명의 이방인이 만들어낸 지옥 속에서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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