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세계를 지키기 위하여-140화 (140/141)

< -- 140 회: 제국의 소시민 or 종말왕에게 경배하라. -- >

제국의 소시민

Prologue.

전국이 새로운 군주의 탄생을 축하하느라 난리다.

유희 계통의 탐닉이 군주가 됨으로서 제국에는 즐거움을 추구할 요소가 한층 더 늘어날 것이고, 돈을 열심히 벌어서 그걸로 그가 제작하는 메스미디어와 게임을 즐길 수 있으리라. 유희의 군주가 꽤 진득하게 달라붙어야 하고 노력과 운도 필요한 게임을 주로 만든다면 탐닉은 이쪽이 일방적으로 유리한 게임을 만든다. 스트레스 받을 일 없이, 별 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즐거워질 수 있는 게임을.

새로운 탐닉이 어떤 것을 만들어 제국에 제공할 것인가로 떠들썩해하며, 황제에게 받은 두 개의 왕권으로 어떤 장군을 만들지 의견을 나눈다.

하늘 위 수없이 많이 비치는 편성채널 중에서 가장 큰 화면의 새군주 즉위 소식을 올려다보는 한 명의 소년이 있었다.

“좋으시겠어.”

소년은 얄팍한 비웃음을 흘리며 ‘자신의 주인’되는 존재의 등극을 흘려넘겼다.

탐닉 휘하의 혈족이며 제국 귀족 소속인 소년은 제국에 대한 어떤 미련도 없는 이였고, 또한 제국의 미쳐 돌아가는 사회상에 진력을 내는 인간이었다.

물론 그도 제국의 사람이고 귀족이다. 그에게는 이름을 가진 무장도 둘이나 있다. 제국의 체제에 편승하고 세 번이 넘는 몸을 갈아타면서 300년 넘게 살아왔다. 그런 그가 제국의 체제를 비웃고 멸시하는 일은 보통은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는 비웃는다. 비웃고 멸시한다.

그는 일반적으로 제국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만의 정원이라 칭해지는 행성에서, 먼 과거 자신이 살았던 시대의 지궤서 사는 괴짜로 통한다.

지금도 그의 왕이자 군주가 취임하기에 잠깐 들른 것뿐이다.

탐닉은 군주가 되는데도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줄 필요가 있다. 그래서 생존게임, 킬 더 킹이라는 이름의 게임으로 후계자를 뽑는다. 이시현, 그런 이름을 가진 남자의 게임 여정은 곧 적당한 타이틀을 붙여 제국 곳곳에 팔릴 것이다.

“재수 없는 몰골에 자기가 제일 잘 나간다고 생각하는 녀석…….”

소년은 코웃음 치고는 자신의 머리 위에서 오만하게 미소 짓는 회색머리 남자를 외면했다. 그는 이어폰을 꽂았다. 그의 세계에서 가져온 이어폰이다. 줄이 뭔가에 걸리면 귀에 꽂힌 이어폰이 빠지기도 하고 때로는 잡음도 나고, 오래 들으면 한쪽 소리가 안 들리는 경우도 있는 불량품. 제국의 것과 비교해보면 누가 주워가라고 해도 가지지 않을 쓰레기에 불과했다. 허나 그의 세계에서는 100만 원이 넘어가는 물품이고, 소년이 아끼는 도구이기도 했다.

“돌아갈까. 내가 해야 할 일은 많으니까.”

들려오는 노랫소리는 아이돌이 불러대는 트로트 풍 노래.

대기업이 재활용 쓰레기 센터를 설립해 밑바닥 돈까지 쓸어처먹듯 아이돌 시장도 포화상태라 트로트질을 하고 있는 매우 바람직한 사회상을 품은 노래였다.

이런 노래도 그는 좋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소년은 한때 ‘인간’이었으니까.

제국이 한정지어 말하는 인간이 아니라 제국이 야만인이라 칭하는 인간, 즉 제국이 없는 지구권 세계의 사람이었다.

“이젠 나도 당신을 사랑하는 한 명의~.”

자기 기분에 취해 흥얼거리는 노래는 생각 이상으로 부드럽고 경쾌했다.

“한 명의 애달픈 남자이니까~.”

그는 제국 어스 엠파이어의 인간이며, 탐닉 휘하의 혈족, 제국 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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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왕에게 경배하라.

0> 시작.

시노(Cord Name Omega)는 문득 주변을 둘러보았다.

빵빵거리는 소음. 새카만 매연. 가볍게 눈살을 찌푸리고 있자니 그의 시녀가 손수건을 꺼내 그의 코를 막아주었다.

초라하기 그지없는 건물들과 썩어빠진 쓰레기로 바닥을 깔고, 더위와 끈적끈적한 습도가 말도 못하게 짜증스럽게 한다.

차에서 기어 나오는 야만스런 놈들. 벽돌만한 휴대폰을 꺼내드는 멍청이들. 그리고 그들을 마주보면서 시노의 몸을 지키는 시녀들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은 시노는 모처럼 혀를 차며 신음했다.

불쾌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느껴진다.

그의 안색이 찌푸려지는 것을 본 시녀장이 물었다.

“제거할까요?”

시녀장의 목소리에 섞인 울림은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소리가 아니다. 말에 운율이 담겨있는, 제국어와는 체제가 다른 천상어였다.

시노는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문득 이곳에 오기 전의 일이 떠올랐다.

***

과묵한 그로서도 놀랄 일이었던 세 황제의 부름.

천 년 전 명령에 찾아간 이후 처음. 시노는 자신이 뭔가 잘못한 게 없나 고민했다.

그의 침묵은 일상적인 것이었지만 희미하게 고민의 기색이 엿보이는 것을 알았기에 그를 섬기는 시녀들이 다들 걱정했다. 허나 시노의 고민은 짧았다.

천 년의 시간을 사유(思惟)한 결과 딱히 잘못한 것은 없었다.

자신의 위치에 있으면서 부여된 일을 했고 자신을 따르는 이들에게 선물을 안겨주었고 자신의 영지에 있는 이들을 지켜주었다. 그 이상의 일은 욕심내지도 않았고 잘못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으면 일찌감치 해결해왔다.

문제 없군.

허나 끝끝내 불안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우리은하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결과로 위대한 제국이 탄생했고 그 제국을 우리 은하 최고의 문명으로 키워낸 삼황제의 시선에서 시노의 일처리가 마음에 들지는 확신할 수 없으므로. 시노는 자신의 능력과 일처리와 쌓인 숙련도를 믿지만 자신의 상관은 삼황제다.

불안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삼황제 다음 순위에 오는, 제국에서 황제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지위에 있는 그는 알고 있으니까.

이 위대한 제국의 태반은 삼황제로부터 비롯되며, 삼황제가 없는 제국은 그저 그런 문명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고. 그리고 삼황제가 일궈놓은 업적을 뭉개려는 다른 문명이 수없이 많기에, 제국은 상위 존재에게 너무나도 많은 힘이 주어진 비정상 국가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물론 시노도 강력한 존재인 건 확실하다.

삼황제가 그들을 대리해 제국을 운영하게끔 지위를 맡긴 128명의 군주.

그들 중 시노 아래의 127명 군주 전원이 힘을 합쳐도 그를 능가할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

이 남자의 이름은 시노.

코드 네임 오메가.

별명은 세계 끝에 서는 자.

종말왕이라고 불리며 우리은하가 만들어낸 사상 최악의 제국 어스 엠파이어가 멸망시킨 문명의 모든 정수를 갈취하여 제국을 번영시키고 키우는 문명강탈자이자 문명의 최종선고자이기도 한 제국 군주 서열 1위였다.

그가 제국 수도 삼황제의 황궁에 도착했을 때 세 황제는 모두 옥좌에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수도에서 움직이지 않는 황제의 성향을 따져봤을 때 시노를 위해 기다린 것은 아니었을 터였다.

시노가 봐도 화려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되는 황궁. 그 황궁에 기거하는 장군(將軍)이 백 명 이상. 모든 장군이 오만하고 거만한 시선을 던지며 시노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시노는 세 황제의 접견장소로 걸어가 무릎을 꿇었다.

“오랜만이군. 시노.”

“나의 왕, 제국 황제, 우리들의 어버이, 제국의 영원한 불꽃, 문명의 선도자, 언어의 지배자. 가장 위대한 제국의 황제 만물을 뵙습니다. 영원의 충성을 맹세하며 복종합니다. 황제 만세.”

“조금 마른 것 같군. 모처럼 봐서 그런가?”

“게으른 생활 탓이었던 듯 합니다. 제국인으로서의 모범을 보이겠습니다.”

손을 내미는 중앙의 소년을 향해 무릎걸음으로 기어간 시노가 그의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차갑고 가늘며 창백하기까지 한 손이었다. 건강에 무슨 문제가 있을 정도로 힘없는 손이라는 생각도 잠시, 그와는 반대로 쇳덩어리를 사람의 손 형태로 빚어놓은 듯한 존재가 손을 까딱거렸다.

“황제 만세. 하늘을 숭배하라. 존엄하며 위대한 황제 폐하, 제국의 무력, 적의 멸망, 종말의 거인, 하늘을 움켜쥔 분께 경배합니다.”

“큭큭. 오랜만이다. 시노.”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뭐 사내놈 얼굴 자주 보는 건 옆의 두 놈으로도 충분하지만 말이야. 두놈 다 얄샹하게 생기긴 했지만 사내라는 건 역시 꼴보기 싫지 않아?”

“제가 답변할 수 있는 건 아니군요.”

“하긴, 네놈도 만물 판박이니까. 아니, 좀 더 순한 인상인가?”

“만물과 비교될 수 있다니 영광이군요.”

시노는 중앙의 황제 만물(萬物)의 오른쪽 옥좌에 앉은 백발의 호청년의 손등에도 입을 맞췄다. 그리고 좌측의 가늘고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이에게도 무릎 걸음으로 걸어가 그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공평한 죽음께 무릎 꿇고 고개를 조아립니다. 죽음, 기계의 신, 악마의 아버지, 혼돈의 사역자, 모든 마법의 구현자이자 법칙 역행자께 무릎 꿇고 면배합니다.”

“응응. 시노는 여전히 바람직한 아이라니까. 다들 이 정도만 했으면 좋겠네.”

“위대하신 분들의 앞에서 본인의 초라함에 얼어붙어 그럴 것이라 사료됩니다.”

“그런가? 하긴, 사단과 사랑이, 앵크스나 돔, 기사 녀석은 그럭저럭 말이 통했던 것 같기도 했고.”

만물의 좌우에 앉은 제국 삼황제 중 이인, 하늘과 죽음의 황제도 그의 인사를 받았다. 시노가 다시 무릎걸음을 하고 본래 있어야 할 곳에 무릎 꿇었다. 세 황제는 각기 자신의 성격에 걸맞는 자세로 삐딱하거나, 똑바르거나, 옹송그리면서 옥좌에 몸을 기댔다.

만물의 황제가 말했다.

“시노. 부탁이 있다.”

“명령이십니까?”

“명령으로 마음이 편하다면 그리하지.”

“명령 받잡습니다. 황제의 명령으로 저 시노는 모든 것을 수행합니다. 최초 제국을 건국한 날부터 멸망할 그날까지.”

시노는 자신의 잘못을 추궁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는 것에 안도하면서도 명령이 무엇일지 조금은 긴장하며 대답했다. 그의 행동에 만물은 염려를 좀 던 듯했다. 그가 말했다.

“그렇다면 말하지.”

만물의 황제는 시노가 생각지도 못한 말을 꺼냈다.

“네가 해야 할 일은…….”

============================ 작품 후기 ============================

차기작은 아마도 제국의 소시민(탐닉 휘하 혈족. 제국 엠파이어 관련 장군 안 나오는 거의 유일한 소설).

혹은 종말왕에게 경배하라, 혹은 종말왕. (장군만 21명. 6명은 황제급)이 될 것 같네요.

재미삼아 투표나 해볼까요? 하하.

물론 투표를 하면 가장 많이 나올 건 제 3안, 나세지 2부 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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