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세계를 지키기 위하여-121화 (121/141)

< -- 121 회: 9> 마지막이 가깝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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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승부는 시작되었다.

아니, 이미 서로의 패를 읽혔다.

이용당한 자의 분노. 그리고 교묘하게 위장한 복수.

대기하고 있는 자의 여유. 분노를 돌리기 위한 작전.

3자의 존재를 알아챈 자의 반격. 이용하려는 술책.

첫 움직임은 외국인의 발발이었다. 인천의 차이나타운에서 일어난 폭동은 유래 없이 빠르고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었고, 거기에 더해진 이들의 분노는 엄청난 폭력을 불렀다. 경찰들이 막아서고, 교섭을 위해 이야기를 나누려던 찰나, 누군가의 죽음이 있었다. 차이나타운에 살던 어떤 조선족의 죽음이었다. 죽음으로 격발된 분노는 말 그대로 사람들을 폭도로 이끌었다. 위쪽에서는 당황해하다가 자기네들 시위대 하듯이 몰았고, 그러다 몇 명의 사람들이 더 죽었다. 죽을만큼의 일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 몇 명이나 되는 이들이 실탄에라도 맞은 듯 머리가 뚫려 사망했다.

분노가 가속화됐다. 불덩이들이 날아다녔다. 그에 맞춰 폭도를 상대하기 위한 전투경찰들이 곤봉을 들이밀었다.

혼란의 극에 다다랐다.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는 기사에 당혹한 것은 국가의 수장들이었다. 국가의 최고수장이 살해된 지금 국정은 극에 달한 듯 혼란에 빠져 있었다.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혼란에 빠져 있는데 이런 사태가 벌어지자 우선은 책임추궁을 하지도 못하고 어떻게든 제압하라고 명령했다.

수도권 내의 대부분 경찰들이 집결현장에 투입되었다.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었다.

한국인은 중국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간 중국이 해온 일도 있고 중국인들이 저지른 사건들도 여럿 있던 것이다. 게다가 근래 한국에서는 제노포비아, 즉 인종에 대한 증오가 있었다.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중국인들과 한국 경찰들의 분쟁은 당연히 경찰 쪽으로 응원이 집중되었다. 인터넷 프로그램을 통해, 속보를 통해, 그리고 국가 수장의 끔찍한 살해를 덮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 사건은 공중파를 비롯 대부분의 채널을 점령했다.

그리고 폭동을 일으킨 폭도들은 쓸리듯 죽어갔다. 작정한 전투경찰들이 굉장히 살벌하게 대응을 하자 버틸 수 없던 것이다. 도망치는 사람들이 나왔다. 주저앉고 항복하는 이들도 나왔다. 그런 이들을 마치, 홀린 것처럼 후두려 패는 경찰들이 있었다. 이 모습은 한국에만 촬영되는 것이 아니었다.

여러 매체를 통해 거의 실시간 라이브로 볼 수 있었다.

이 동영상을 볼 수 있는 국가 중에는 중국도 있었다.

중국 측에서도 폭도로 변한 이들을 옹호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저렇게 죽어나가는 것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외교관이 급파되고 대사관이 분주해졌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이 한 명.

“중국이 게임판을 벗어난 곳이라 사용할 수 없다면, 게임판 안에 든 요소를 이용할 수밖에.”

중국인들이 폭도로 변한 이유.

“다행히 그건 문제가 아닌 모양이고, 후후.”

한인이라는 이들의 피를 지배할 수 있는 장군인 측천의 수작이다.

중국에서 활동할 수 없다면 한국에 있는 한인들을 이용한다. 중국인들은 세상 어딜 가나 있고 이집트 가서 기념품을 사면 밑바닥엔 메이드 인 차이나가 찍혀있는 법이다. 성인물품 역시 메이드 인 차이나, 즉 중국인이 대세. 중국인에게는 흑인조차 밀릴 수 있다!

중국인은 어디에나 있다. 그리고 그들을 이용하는 측천은 어스 엠파이어 내부라면 터무니없이 강대해진다. 장군, 그리 불리는 이들 중에도 중국의 영웅, 신, 전설 등이 얼마든지 있으니까. 장군쯤 되면 지배하는 건 어렵지만, 그들을 방해하고, 그들이 지닌 힘을 빼앗아 사용하는 것쯤은 가능하다.

장군 셋을 상대하여 이기지도 않지만 지지 않는 싸움을 할 수 있는 건 그런 이유. 본래 황제의 휘하일 때는 70여 명이 넘는 장군의 힘과 능력을 깃들게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셋이 고작이다. 세 장군과 맞설 수 있다는 건 그런 의미.

“어디 볼까. 적의 흔적은 없나.”

흑단 같은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측천은 눈을 사납게 빛냈다.

용의 눈이라 일컬어지는 황금의 눈동자가 잔혹하게 빛났다.

언젠가 측천이 새로이 발견된 문명권을 쳤을 때였다.

측천은 황제의 장군으로 본래는 황제의 곁에서 춤을 추고 노래하며 그들의 쾌락을 위해 존재해야 했다. 하지만 그녀의 주인은 명령했다. 무거운 지위에 오른 ‘신참’을 위해 봉사하라고. 봉사, 그 의미가 주는 무거운 의미에 울적해진 마음으로 찾아갔다.

신참은 전쟁의 군주였다.

전쟁의 군주. 어스 엠파이어에서 몇 없는, 스포츠가 아닌 실제 전쟁을 수행하는 이들이다. 전쟁의 군주, 학살의 군주, 침공의 군주 등등.

당대 전쟁의 군주는 전쟁의 군주가 후계위의 도전을 받아들이고 패배, 새로운 군주로 탄생했다. 매우 젊은 나이의 그는 새로이 발견된 문명권을 첫 공략대상으로 삼아 자신의 힘을 증명하려 했다. 그의 휘하에 있는 열두 명의 장군은 다들 전쟁에 최적화된 부류였다.

그녀는 임시로 전쟁의 군주 휘하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수십만 년의 역사를 가진 문명세력과 싸우며 본래의 버프 없이, 즉 추가적인 특기 없이 상대했다. 일인의 군대로서 활동한 게 아니라, 장군이라는 위치에서, 무장들을 지휘하고, 그 개인도 하나의 작전을 위한 도구로 이용되었다.

그러면서 느꼈다. 전쟁의 군주는 싸울 줄 안다. 소위 말하는 전략과 전술, 전법과 전개. 싸움이란 압도적인 힘으로 누르는 것 이외에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적을 압박할 수 있었다. 자신의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깨달았다. 물론 이러니저러니 해도 자신의 전력을 쏟는 것이 월등히 강력한 건 사실. 하지만 피치 못할 경우에 있어, 전략과 전술을 통해 승리를 일구어내는데 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녀의 현재 주인은 황제가 아니다.

그리고 임시주인도 전쟁의 군주가 아니었다.

그녀의 주인은 흑공자. 흑공자가 자신의 상관인 탐닉의 군주에게 반즘 걸치다시피 해서 제어권을 주고는 있었지만, 그녀가 마음속으로 경애하는 주인은 흑공자였다.

흑공자가 위험에 빠졌다. 정확히는 상대의 일격을 먹었다.

제 3자라고 하는, 예상치도 못한 이에게.

흑공자의 세력과 힘을 야금야금 갉아먹다 이윽고 전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전면에 모습을 드러낸 지금도 놈의 정체는 의문이다.

흑공자는 지금까지의 수모를 인정했다. 그리고 마음을 다잡아 반격을 준비한다.

패배를 인정하고 반격을 꾀하려 한다. 그런 흑공자를 돕기 위해서는 그녀, 측천이 나설 필요가 있다. 당연한 이유지만, 그녀 혼자서도 군주 세력과도 맞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인의 피를 이은 폭도들의 도발과 대응하는 한국 내 공권력들의 마찰을 지켜보며 측천은 몇 번이고 주변을 둘러보고 상황을 살핀다.

적의 기척은 없다. 공권력을 이끈 것은 당연한 대응이기 때문일까. 공권력 쪽에 손을 댄 기색은 없다. 최소한 경찰병력을 이끄는 3자는 보이지 않는다. 한때 흑공자를 도와 경찰간부들을 암살했던 측천은 확신을 굳혔다.

폭도들을 향해 손을 뻗은 측천이 그들을 한층 더 도발시킨다. 지휘력은 부족하지만, 그녀의 힘은 그런 능력을 가능케 한다. 오늘 살고 죽을 것처럼 포효하며 달려드는 이들은 말 그대로 폭도, 그 자체.

어느새 화염병을 만들어 들고 던지는 이들이 있다.

그들 사이에 은밀히 끼어든 측천이 싱긋 웃으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공권력에게 일반 대중이 밀리는 건 당연. 평소 같으면 밀리든 말든 상관없지만 지금은 이 소란이 클 필요가 있었다.

전쟁의 군주는 표현 그대로 전쟁을 위한 장군들만을 지니고 있다. 세 황제를 대리하여 어스 엠파이어의 적, 혹은 사냥감을 제일 먼저 처단하는 역할. 그들과 함께 도구로 벼려지며 측천은 하나의 특기를 손에 넣었다.

“<황금충돌>.”

움켜쥔 주먹에서 미세한 빛이 흘러나온다.

<황금충돌>.

측천이 알고 있는 최강의 특기 중 하나다.

<황금충돌>은 물질단위 최소의 물질을 얻기 위해 만들어낸 실험 중 하나, 쿼크 글루온 스프(quark-gluon soup) 입자를 만들어내는 반응을 특기로 변환시킨 것이다.

금에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충돌시킨다.

소위 말하면 ‘빛이 되어라’ 상태. 맨손의 주먹질이 광속에 한없이 가까운 속도가 되고, 궤적에 터무니없는 열기를 남긴다.

말 그대로 주먹의 궤도에 있는 모든 것은 극소단위까지 분해된다. 그리고 한동안 주먹이 지나가고 남은 자리에는 초고온의 길이 만들어진다.

측천이 이런 특기를 익히고 있는 건 그녀의 이름과 역사를 토대로 만들어낸 특기 중에 전투와 관련된 것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황금충돌>은 재능있는 장군들이 개발하여 만들 수 있는 특기.

이와 같이 이름만으로는 예측할 수 없는 특기가 측천에게는 몇 있다.

그녀의 일격에 수백의 사람들이, 경찰들이 일제히 죽었다.

실로 가공할만한 폭력. 빛의 길이 생기니 모두가 죽었다, 같은 허무맹랑한 말이 실제가 되었다. 장군이 아니고서야 선보일 수 없는 특기는 이곳에 다른 무장이 아무도 없기에 알려지는 일 없이 공포만을 불렀다.

말 그대로 일직선으로 그어진 빛줄기는 외계병기마냥 수백 명의 사람들을 순식간에 쓸어버렸다. 빛이 휩쓸고 남은 잔재만으로도 사람들을 공포로 이끌었다. 미증유의 사태는 순식간에 공황이 되었다.

물론 공권력을 행사하는 이들에게만 닥친 공포이자 공황이었다. 빈틈을 보이고 겁 먹고 달아나는 이들을 향해 한인의 피를 가진 이들이 무자비하게 돌격했다.

쿡쿡 웃으며 측천이 자리를 떴다. 여기서 눈에 띄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다. 이런 곳에서 사건을 키운다고 흑공자의 세력이 승리하는 것은 아니므로.

게다가 그녀는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소요는 소란이 되고 소란은 곧 폭동이 되고 폭동은 곧 광분이 되어 경찰들이 무자비하게 중국인 화교들을 두들겨 패는 결과를 낳았다. 궤도에는 중국인들 역시 포함되어 몇 명 정도 죽었지만 수백 명이나 죽은 지금, 한국의 경찰들에게 그런 건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폭력. 피. 잔인무도한 진압. 처형.

측천은 느긋하게 걸음을 옮겼다.

검은 머리칼을 나풀거리고, 좌우로 엇갈리게 묶은 여섯 개나 되는 황금의 비녀를 흔들며 황금빛 눈동자를 번뜩이며 목표한 적에게 향한다. 경찰들을 부른 이유. 군인들을 충동한 자. 아마도 제 3자에게 회유 당했을 이에게로.

그곳에는 틀림없이 3자가 믿고 있는 병력이 있을 것이다.

흑공자의 말을 따르자면 리퍼가 있을 터. 리퍼 정도로 측천을 상대하는 건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상대는 어떤 식으로든 저항할 것이다. 어떻게 처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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