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4 회: 8.5> 고문관. -- >
루이가 양손으로 레베카의 손목을 붙잡고 들어올렸다. 레베카는 힘이 빠져 그만 후들후들 떨었다. 루이는 그 손을 그대로 옆으로 뻗어 미노를 붙잡았다. 미노는 루이의 손을 쳐낼 수도 있었지만 레베카처럼 시든 채소가 되고 싶지는 않아 피했다. 옆으로 재빨리 피한 미노는 그대로 턱 하니, 허공에 붙들린 것처럼 보였다.
검은 장발의 메마른 소년이 웃음을 멈추고 무슨 문제 있냐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그의 신장에 어울리지 않는 긴 그림자가 뻗어 미노의 그림자와 겹쳤고, 그림자를 고정시킴으로서 미노를 멈춰 세웠다.
“웨거는 그림자 장난을 좋아합니다. 그림자 조종은 흔해 빠졌지만 웨거의 그림자 속박은 꽤 강력합니다. 군주께 받았거든요.”
루이가 레베카의 손목을 붙잡은 채로 척척 걸어서 멈춰선 미노의 손목을 붙잡았다. 미노의 힘이 죽 빠졌다. 검은 장발의 소년, 웨거는 그림자를 거두고는 팔짱을 끼고 키득거렸다. 그는 곧 그림자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고성능 비디오카메라였다.
갈색 피부의 거한이 둘의 뒤로 다가가더니 그대로 옷을 찢어버렸다.
“헤리는 무구라고 해도 옷이라는 형태를 갖추고 있다면 찢어버립니다. 급히 그의 손에서 떼어내면 복구가 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영원히 고장 나지요.”
갈색 피부의 거한, 헤리는 몇 겹의 옷을, 속옷까지도 한 번에 찢어버렸다. 루이와 레베카가 대번에 알몸이 되었다.
“자, 조교의 과정을 비디오로 촬영해야 하는군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조교와 함께 들어온 요청이니까요. 저희는 충분한 개조를 끝마치고 개돼지를 사랑하게 만들 수도 있고 팔다리를 돋아나게 할 수도 있지만 요청이 없는 한 여러분의 정절을 빼앗지는 않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버틸 의욕이 나지 않습니까? 그걸 원하는 조금 엇나간 의뢰주도 계시지만 이번엔 그런 요청은 받지 않았거든요. 자, 갑시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답니다. 여섯 일 동안 유쾌한 경험을 해 보도록 하지요.”
루이는 여전히 천사 같은 미소를 머금으며 두 명을 지옥으로 몰아넣겠다고 말했다.
레베카는 생각했다.
시간아 시발 제발 좀 빨리 가주렴.
하루.
그날 당일. 신체능력의 전반적인 상승을 위하여 팔다리가 해체되었다.
어깨 밑과 허벅다리 아래부터가 사라졌다. 아픔은 있었지만 견딜 수 있었다. 미노와 레베카는 정면의 거울을 통해서 그녀들이 처한 현실을 확인했다. 무어라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끔찍한, 개미와 사마귀를 합쳐놓고 거기에 가장 흉측한 애벌레의 몸을 달아둔 것들이 그녀들의 목 아래를 물어뜯고 벌린 틈에 산(酸)을 쏘아댔다. 아픔은 있었지만 산에 녹아내릴 때부터는 감각이 사라졌다. 팔다리는 그때 떨어졌다. 벌레에게 물어 뜯긴다는 참을 수 없는 두려움을 두 눈으로 지켜보던 미노와 레베카는 주인을 향한 충성심으로 꽉 찬 정신을 가지고 있음에도 미칠 뻔 했다. 헤리가 그녀들의 뒤에 서서 뒤통수에 손을 붙였다. 미치고 싶어 하는 정신이 급속도로 명정 상태로 돌아갔다. 갑자기 시각이 좋아져 벌레가 물어뜯는 붉은 살점 안의 섬유줄기 한 가닥 한 가닥이 보이는 것 같았다.
“비명은 지르게 해드리지요. 아참, 이미 지르고 계셨군요. 입도 빠르셔라. 아, 이 기회에 혀도 조금 길게 늘여드리겠습니다. 염려하지 마세요. 서비스 중 하나입니다.”
그녀들의 입이 강제로 벌어지고 그나마 자유로웠던 혀조차 붙잡히고 말았다.
이틀.
목 아래 살점이 떨어지고 근육이 가닥가닥 끊긴데다 산으로 새까맣게 되어버린 육체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볼썽사나웠다. 아리따운 여성의 알몸이라고 해도 그 누구도 발정하지 않을 정도로. 팔다리도 없었다. 그녀들의 앞에 기계{로 이루어진 사람 형태의 도구에 그녀들의 팔다리가 매달려 있었다. 기계의 격렬한 움직임에 맞춘 움직임을 팔다리가 수행하고 있었다. 사람형태 기계의 심장 부분에서 전기가 엉기는가 싶더니 팔다리로 이어지고 팔다리를 통해 뻗어나간 전기는 그녀들의 팔다리 신경을 타고 사방으로 흩어지길 반복했다.
“자, 일반 남성의 심장입니다. 심장을 녹여버릴 말을 구사하세요. 그 길어진 혀로 달콤하게 말입니다. 남성의 심장을 녹여버릴 것 같이 달콤하고 유혹적인 어조와 표현을 언제든 익힐 필요가 있습니다.”
루이는 피투성이로 얼룩진 심장을 하얀 라텍스 장갑을 낀 채로 들어 올린 채 말했다. 의료부분으로 진로를 잡지 않는 바에야
미노와 레베카는 까맣게 죽은 눈으로 심장을 바라보다가 서로 시선을 맞췄다. 무언의 합의가 이루어진 뒤 미노가 말했다. “내 보지 님꺼.” 심장이 두근 뛰었다. 미노와 레베카는 서로 시선을 맞추었다. 어떻게 돌아가는 매커니즘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을 하면 심장이 맥동친다. 그럼 정말로 녹아내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저의 모든 건 당신 겁니다, 주인님.” 심장이 피시시 하는 소리를 내며 시들었다.
“흔하잖습니까. 그런 걸로 남자를 녹일 수 있을 것 같나요?”
루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노와 레베카는 직설적인 표현을 섞어가며 스스로의 가치를 떨어뜨렸다. 머리를 짜내어 생각지도 못한 비속어와 형용사를 섞어대면서 그녀들은 남성을 유혹하고 녹여버릴 수 있는 말을 구가했고 그녀들의 목소리는 갈수록 달콤해지고 상냥해지고 우아해지고 매혹적으로 변해갔다. 그러는 동안 그녀들의 육체 애래에 있는 그림자가 그녀들의 몸을 덮었다.
그녀들의 심장이 멎고 검은 구체가 심장 대신 일하고 있었지만 머리 쓰기에 골몰한 그녀들은 미처 눈치 채지 못했다. 심장이 갈아 끼워질 때 미노가 한 말은 이랬다.
“XXX에게서 생산 될 때부터 XXX였던 XXX인 XXX의 XXXX가 달콤하게 벌어져 XXX X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XXX, XXX, XXX가 뻐끔뻐끔……!”
사흘.
“신체는 쇠퇴합니다. 소모되는 개념이지요. 불멸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아, 물론 아예 없는 건 아니지요. 이 우주는 말도 못할 만큼 큰데다 온갖 존재들이 날뛰는 터라 신이라는 존재들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 불멸의 시스템을 조금이라도 본받아 개량된 감각에 내구의 강화를 해 드리겠습니다.”
이건 이미 완구로군.
레베카는 눈을 감았다 싶으니 한쪽 시야가 명멸하고, 잠시 후 반대쪽 시야가 암전하는 것을 느끼고 쓰게 웃고 말았다. 성형을 해본 적은 없지만 뼈를 갈고 턱 아랫부분을 찢는다고 한다. 그녀는 골격을 제외한 얼굴의 모든 부분이 갈아 끼워지고 있는 것을 확인하면서도 웃을 수 있다는 사실이 웃겼다.
신체 이곳저곳이 간질거리는 것이 느껴진다. 어제까지만 해도 까맣게 죽어 마른 고기 같았던 육체를 푸른색 액체를 발라대니 끊어진 근육이 붙고 살이 오르기 시작했다. 여전히 팔다리는 없었지만 그것이 없어질 거라고 생각하긴 어려웠다. 그녀들의 팔다리는 쇳덩어리 골격으로 이루어진 사람 모양의 기계인형의 팔다리에 붙은 채로 불꽃을 뿜어내고 칼을 꺼내고 뼈로 이루어진 뿔 같은 걸 손바닥에서 뽑아내고 있었다.
갈아 끼워진 시야를 보니 사람의 형태가 세 개로 보였다. 세 명을 본 것이 아니다. 한 명이 셋으로 보이고 있었다. 홍체가 상을 맺는 것이 잘못된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해 항의하려던 그녀는 곧 두 개의 형상이 이상한 변모를 취하는 걸 보았다.
“이건 뭐지?”
“당신의 오른 눈은 이름을 아는 자를 추적합니다. 눈을 손바닥으로 가렸다 떼어내면 본래의 시각을 유지합니다. 제가 눈을 손으로 덮어보겠습니다. 자, 이제는 상이 하나로 맺히지요? 이제 다시 이렇게 덮으면 셋으로 보일 겁니다. 두 개의 잔상은 각기…….”
레베카가 눈을 빼냈다 다시 넣었을 때 생긴 특성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있을 때였다. 미노도 설명을 들었다.
“수호의 특기는 누굴 수호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물론 주인님을 수호하는 것만이 유일한 가치지요. 우선 당신은 수호의 특기를 보유하게 될 겁니다. 주인님에게 향할 타격과 피해를 당신에게 돌리는 특기는 어떻습니까? <제웅>입니다.”
“별로인데.”
“주변의 공격을 모두 당신이 맞도록 하는 특기는 어떤가요? <희생양>입니다.”
“그것도 좀…….”
“그렇다면 이 특기가 좋겠군요. <번제>입니다. 미리 당신이 타격을 입은 후 그 타격만큼 적의 타격을 감하는 겁니다. 주인님이 당신에게 타격을 입히면 당신은 주인님에게 향할 피해를 차감할 수 있습니다.”
“그건 제일 싫어.”
“제일 싫은 게 제일 좋게 만들어드리지요. 자, 구타에 대한 내성을 익히겠습니다. 고문하는 영상이나 그런 것 본 적 있습니까? 있다면 그걸 생각하세요. 그것보다 백배는 잔인하니 그것들을 망상하면서 정신을 놓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