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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세계를 지키기 위하여-92화 (92/141)

< -- 92 회: 8> 화려한 나날. -- >

손적이 달콤한 비음을 터뜨리며 이시현에게 안겼다.

완전히 자신의 것인 손적에게 깨진다고 안타깝거나 하는 일은 없다.

다만, 무장을 돌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완전히 사라졌다.

왜 어스 엠파이어가 자신하는 무기인지를 명백히 깨달았다고 할까.

하지만 기기묘묘한 방법에도 나름 익숙해졌다. 상대할 수 있다는 자신은 없지만, 대처방법은 어느 정도 눈에 익는다.

“그럼 돌아갈까. 기본적인 운동을 좀 배우긴 해야겠어.”

“운동이라면?”

손적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복싱이라던가 태권도라던가, 그런 것들.”

“태권도 좋죠. 잘 꽂힌 일격이면 무장도 황천행이니까요.”

그런가? 이시현이 고개를 갸웃했다가 금방 이해했다.

태권도는 현대무술에서는 스포츠로 전락했다는 평을 듣고 있었다.

파괴력은 높지만 아무래도 자세가 불안정하고 기교가 발휘될 여지가 부족하니까. 하지만 무장의 터무니없는 육체활용을 생각해보면 갖가지 기술이 다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말 그대로 허공을 도약해서 하늘 높은 곳에서 킥을 먹일 수도 있고 뒷차기니 돌려차기 같은 걸 할 때도 아음속에 도달할 정도가 될 테니까. 복싱이 현대인에게 적합한 무술이라면, 태권도나 그런 식의 활용이 어려운 무술은 어스 엠파이어에서는 도리어 굉장히 뛰어난 무술로 취급될 여지가 있었다. 신체능력과 사용방법이 인간과는 아득히 차이나니까.

물론 복싱 같은 것도 약하지는 않을 것이다. 잽은 일초에 수십 발을 꽂아 넣을 수도 있고 스트레이트를 맞으면 사람 두께의 강철판도 우그러지지 않을까.

어스 엠파이어의 여성은 그만한 위력이 있었다.

“거기까지 가면 좋겠지만, 아무튼. 복싱을 배우는 게 좋겠군.”

이시현은 언제고 복싱을 배워보고 싶었다. 근래에는 꽤 인기가 없다고 해도, 해외에서는 아직도 유명하고, 가장 실용적인 무술이 아닌가. 무에타이 같은 것도 괜찮지만 발을 쓸 필요도 없이 주먹만으로도 현대인은 쓰러뜨릴 수 있다.

이시현이 손적의 몸을 애무하고 귓불을 물다가 말했다.

“복싱을 배우도록 하겠어. 그리고 네 녀석, 날 이렇게 불쌍하게 만드니까 좋아? 좋아?”

“아, 아응, 응, 저는 좀 스파르타, 으응, 하앙.”

손적을 애무로 한 번 발정시킨 후 이시현은 그제야 기분을 풀었다. 팬티를 애액으로 적시고 널부러진 손적을 내려다보는 것으로 남자의 오기는 충족되었다.

이시현은 손적이 깨어나기 전까지 단미애를 안았다. 그녀의 무릎이 박살나 단미애는 엉엉 울고 있었다.

그런 단미애의 다리를 벌리고 자지를 찔러 넣었다. 단미애는 고통에 떨며 우는데도 꿀꿀거리면서 이시현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음부에 질척한 정액을 싼 후에야 이시현은 손적에게 치료를 명령할 수 있었다. 손적은 단미애의 음부를 음모 하나까지 핥으며 정액을 핥았고, 그 후에야 부적으로 단미애의 무릎을 치료할 수 있었다.

체육관 밖으로 나왔을 때 이시현을 비롯한 세 명의 여성은 몸 상태가 상당히 정상적이었다.

“미노. 복싱을 배울 수 있는 체육관을 찾도록 해.”

“그렇게 얻어터지고 싶어?”

비웃음을 던지며 미노가 물었다. 이시현은 피식 하고 실소했다.

“눈에 다 보일 건데 굳이 맞으려 들겠냐?”

“눈으로 봐도 몸이 안 따라줄 것 같은데.”

이시현의 육체 성능은 현대인과 비교할 거리가 못된다. 상대가 손적이었기 때문에 빛이 바랜 거지, 일반 무장 정도라면 상대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물론 그 일반 무장이 전투에 관련된 특기를 꺼내들면 또 모르겠지만.

미노의 비아냥에 이시현은 쓰게 웃으며 긍정했다. 손적이 둘의 대화를 빤히 바라보다가 미노에게 시선을 던졌다.

“주인님. 이년 죽여도 되나요? 주인님을 향해 말 놓네요.”

눈도 깜빡 않고 미노를 바라보는 손적의 얼굴에는 표정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다. 그녀를 언제나 제어할 수 있는 이시현조차 손적의 얼굴을 보는 게 무서울 지경이었다. 아리따운 얼굴에 표정이 없고 눈도 깜빡 않으니 무슨 사람 같지도 않았던 탓이다. 미노는 잔뜩 얼어붙었다. 이시현의 허락이 있다면 미노는 앞서 스파링 붙었던 때와는 달리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밑도 끝도 없는 잔혹한 고통에 휩싸여 갈가리 찢겨 죽어갈 거라는 걸 확신할 수 있다.

“내가 하라고 한 거야. 봐 줘.”

“봐줄 게 따로 있을 것 같은데요.”

“내가 허락했다니까.”

“네. 알겠어요. 주의할게요.”

미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어조의 강약 없이 말하는 손적의 태도에 차 안이 잠시 얼어붙었다.

이시현의 것으로 되어있는 벤츠를 몰고 미노가 가까운 체육관으로 향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종합격투기라고 되어있지만 본래는 복서를 주로 배출하던 곳이었던 모양이다. 길거리에 주차된 차량들. 그 차량들을 제치고 기다란 벤츠를 들이댔다.

이시현이 턱을 괴고 있었다. 미노의 눈썹이 휘었다. 이시현과 함께 뒷좌석에 앉아있던 손적이 빤히 미노의 뒤통수를 바라보았다. 미노가 부들부들 떨면서 문을 열어주었다.

손적은 어스 엠파이어에서 태어나고 자란 여성이다. 그녀가 주인을 대하는 태도는 이 시대의 사람들이 상상하기 어렵다. 손적이 귓가로 손을 가져갔다. 여의봉을 빼내려는 태도였다.

이시현이 말리지 않았다면 미노는 말 그대로 여의봉에 의해 천 조각으로 분해되어 박살났을 것이다.

“그만둬. 투덜투덜대지만 결국 애정이 있어서 하는 거니가.”

“용서하기 어려운데요. 저 개 같은 버릇을 고쳐주지 않으면, 언제고 주인님을 짜증나게 만들 거예요.”

“손적. 이제 네가 빨아.”

이시현은 복싱을 가르치는 체육관으로 향하는 동안 자신의 다리 사이에서 자지를 빨고 있던 단미애 대신 손적에게 말했다. 손적은 섬뜩한 시선을 미노에게 남겨놓고는 곧 상냥하게 웃었다. 그녀가 단미애를 슬쩍 어깨로 밀고는 자지를 빨았다.

“기교가 엄청나군. 벌써 싸버릴 것……윽!”

“우읍, 쭙, 후우, 흐으으.”

미노는 잔뜩 굳어버린 몸을 그제야 천천히 풀었다.

시선만으로도 죽음, 그 직전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미노는 그제야 상대의 비범함을 이해했다. 저런 게 장군 직전에 다다른 무장이라는 거지? 그리고 저것보다 대단한 이들이 있는 거지? 우주를 정복하며 악의 제국으로 활약하는 어스 엠파이어. 그들의 저력을 미약하게나마 맛본 충격에 미노는 몸을 떨었다.

손적의 입 안에 정액을 토해낸 이시현은 곧 손적의 입 봉사를 받고는 바지 지퍼를 올린 후에야 나올 수 있었다. 이시현은 차량 밖으로 걸어나오며 말했다.

“너는 그 정도가 딱 좋아. 절대로 죽이진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 너무 떠니까 불쌍하게 보이잖아.”

차를 빠져나오면서 미노의 뺨을 살짝 두드리며 이시현이 말했다. 미노가 피식 웃었다.

“그것 참 감격스럽군. 망할 놈.”

“감격스러워 해야지. 손적이 저렇게 화를 낼 줄은 몰랐으니까.”

자신에게 향한 살의가 아니었다고는 해도 충분히 아찔한 상황이었다. 이시현은 정액의 여운을 느끼듯 뺨에 손을 대고 황홀한 표정을 짓는 손적을 외면하고 걸음을 옮겼다.

5층으로 된 복합건물. 그 중에 체육관은 2층에 있었다.

여름이 한창 다가오고 있는 터라 체육관의 문은 창문까지 비롯해 한창 열려 있었다. 덕분에 아래에 주차된 벤츠를 본 듯했다. 사람들이 일제히 기다리고 있었다. 이시현은 아무리 봐도 비서로 보이는 정장 차림의 미노를 대동하고 체육관의 사무실로 향했다.

미노의 아름다우면서도 단아한 모습에, 그리고 이시현의 외양에 사람들의 감탄이 줄을 잇는다.

“시, 시발. 쩔어. 저거 뭐야?”

“저거 연예인? 아니면 재벌 2세? 아니라고 해줘. 그저 얼굴만 잘난 놈이라고 해줘!”

“옆에 선 여자는 비서 맞지? 정장을 입었는데도 가슴 졸라 커!”

너무 많이들은 감탄에 이미 귀가 익숙해진 이시현은 거드름도 피지 않았다.

그는 체육관의 관장과 대담했다.

꽤 연륜이 있는데다, 언젠가는 동양챔피언도 한 번 해봤던 이는 정중하게 물었다. 이시현의 비범한 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존댓말이 나온 것이다.

“어떤 일로 오셨습니까?”

“음.”

이시현은 미노에게 눈짓했다. 미노가 품에서 레베카가 만들어준 명함을 꺼내 건넸다.

다이아몬드 펠리스 명예이사.

이시현.

전 세계의 귀금속 및 명품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그룹을 체육관 관장이라고 모를 리 없었다. 한국이 그토록 난리였는데 설마 그걸 모를까. 눈이 잔뜩 커진 그를 바라보며 이시현이 대답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저, 저야말로.”

굽신굽신 거리는 관장을 바라보며 이시현은 제대로 배워질까 걱정했다. 이렇게 시간낭비할 상황이 아닌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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