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88 회: 8> 화려한 나날. -- >
“네 집에 초대받은 후 안아주지. 잔뜩 배를 불려 임신시켜 주겠어.”
“아, 안 돼! 쟤는 첩이야! 내가 본처고!”
“그쪽도 임신시켜 줄게. 열 명이고 스물이고 돼지처럼 낳으라고.”
“돼지는 여기 있잖아.”
강주희는 이제 단미애를 완전히 돼지처럼 몰아가고 있었다. 이시현이 그런 티를 냈기 때문에 강주희도, 남민아도 단미애를 그렇게 구박하는 게 완전히 익숙해졌다. 단미애가 몸을 움츠렸다. 본래는 꽤 화려한 미래가 있었을 여자. 결혼의 끝이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고, 힘들게 살았지만 그래도 자신보다도 어린 여자들, 남자에게 암퇘지라고 불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벗어.”
이시현이 말했다.
단미애가 몸을 덜면서 옷을 벗었다. 부끄러워하는지 빨간 목덜미가 훤히 드러날 정도로 고개를 숙인 채였지만 손은 쉬지 않았다. 상의를 벗고, 치마를 벗고, 속옷도 벗었다. 매끈한 알몸이 여자들과 이시현 앞에 드러났다.
“가리는 거 풀고.”
이시현의 말에 가슴과 음부를 가리던 손을 풀었다. 단미애는 깍지를 끼고 깍지를 뒤통수에 붙이고, 다리도 마름모꼴이 되도록 벌렸다. 부들부들 떠는 것이 역시나 몹시 부끄러워하는 눈치다.
“암퇘지네. 정말, 뭐야.”
강주희가 30대 여성이면서도 자신보다 아름다운 몸매를 시샘하듯 투덜거렸고 남민아도 강주희를 정신적 멘토로 삼은 건지 비아냥거렸다.
“정말 음란하네요. 남편도 있었다는 여자가. 흥. 사진을 막 찍어서 학교 인터넷 게시판에 올릴까보다.”
이시현은 느긋하게 단미애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다른 시선이 닿는 것을 느끼고 돌아보자 손적이 날카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런 시선이지? 시샘하는 거야?”
“네. 저도 저렇게 할 수 있는데요. 저 완전 암퇘지예요.”
부끄러움도 없이 단미애처럼 하고 싶다고 말하는 손적을 보며 이시현은 잠시 당황했다. 아, 그러고보니 이 녀석은 완전히 어스 엠파이어의 무장이었다. 이곳에서 태어난 인간이 아니라. 자신의 주인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여자. 이시현이 저런 굴욕적인 자세를 좋아한다는 걸 깨달은 손적 또한 아무렇지도 않게 하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시현은 손적에게 다가가 그녀의 뺨을 쓰다듬었다. 손적이 벌써부터 뜨거워졌다.
“넌 저런 암퇘지와는 다르잖아.”
“그런가요? 응, 저도 암퇘지 같이 비천한 여자인데요.”
“하지만 다르지. 응, 달라. 넌 좀 더 소중히 쓰일 데가 있을 거야.”
이시현은 그렇게 대답하여 같은 무장임에도 단미애와 손적이 완전히 다른 취급을 받아야 한다고 둘러댔다. 단미애의 피부가 빨개지고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 표정은 알 수 없지만, 누구 하나 모르는 이가 없을 터였다.
“그럼 대강 이야기는 끝났지? 자, 이제부터 여기가 내가 살 곳이다. 그러니까 다들 이곳에서 살 준비를 해.”
“준비를 하라면?”
“가구도 사고, 집도 꾸미고 해야지. 주희, 미나. 나갈까?”
“쇼핑하자는 거지? 응!”
“와, 오빠. 그러면 우리도 영화처럼 가구매장이나 백화점가서 눈에 띄는 것마다 이거이거 배달하라고 말해볼 수 있는 거예요?”
“쇼핑하자는 거 맞아.”
이시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남민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영화처럼 하고 싶어? 영화의 어떤 부자도 나처럼 한 번에 돈을 벌지는 못했을 텐데? 하고 싶다면 해. 백화점을 통째로 사버려도 상관없어! 쓰고 싶은 대로 써, 사고 싶은 걸 사라고. 하핫!”
이시현이 강주희와 남민아의 어깨에 손을 얹고 미끌어뜨려 그녀들의 유방을 주물렀다. 그녀들을 양쪽에 낀 이시현이 이내 달뜬 신음을 터뜨리게 만들고 소리 높여 웃었다. 그는 곧 고개를 돌렸다.
“미노, 적아. 너희들은 청소라도 해둬. 너희들도 안아줄 테니까.”
“싫어, 이 자식아.”
미노가 투덜거렸지만 욕설은 퍼붓지 않았고, 손적은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몸을 씻고 기다리고 있겠어요.”
단미애는 여전히 수치스러운 자세로 몸을 떨고 있었다. 이시현이 마침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아, 그리고 시간나면 저 암퇘지 몇 번 가게 만들어주고.”
“네.”
이시현은 그녀들의 대답을 듣고서 밖으로 나왔다. 사람은 없었다.
그녀들의 유방을 힘껏 쥐어 짤막한 비명이 흐르게 한 이시현이 키득 웃었다.
“완전히 가고 나면 너도 쉬어도 돼. 아니지, 암퇘지. 한때는 남편도 있고 했으니 요리는 좀 하겠지? 가고 난 후 요리재료를 사와서 그걸로 먹을 거리 좀 만들어. 맛에 따라 네 취급도 달라질 테니까.”
“꿀.”
그리고 단미애는 그녀를 부르는 이들의 명칭처럼 대답했다.
***
강주희가 모는 스포츠카에 세 명이 끼어 탔다. 남민아는 이시현의 허벅지 위에서 달뜬 신음을 토하며 몸부림쳤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남민아의 팬티는 입을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결국 남민아는 노팬티로 태양그룹이 운영하는 백화점에 들렀다. 강주희가 이를 갈았다. 자신의 남자가 자기가 아닌 다른 여자를 희롱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강주희의 머릿속에 이시현을 혼자서 독차지 한다는 생각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생각이 존재하지 않기에 강주희는 이시현을 만나기 전과 후의 자신을 나눠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여성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불합리한 것인지.
물론 남민아도 마찬가지였다. 강간처럼 첫경험을 하고 쉴새 없이 성교를 당한 남민아는 그저 만져주면 좋다는 생각이었다.
백화점 안.
이시현은 느긋하게 두 여자를 끼고 명품매장으로 향했다. 1층의 화려한 곳에는 여러 부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남자는 한 명도 없고 여자들 뿐이었는데 입고 있는 것이나 하는 차림새부터가 부티가 났다.
물론 강주희와 남민아도 매우 부유한 축에 속했다.
여성들이 그녀들을, 그리고 그녀들을 양옆에 끼고 있는 이시현을 보고 놀라 입을 벌렸다. 수다가 한순간에 멎었다.
이시현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
한 번에 모든 이들의 주목을 사고, 놀라 입을 벌리게 할 수 있는 남자였다.
남민아가 쿡쿡 웃으며 명품 부티크 매장을 가리켰다.
“오빠, 여기 들어가서 사도 돼?”
이름을 대면 다 알만한 곳이었다. 백화점에 입점을 하는데 돈을 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백화점 측에서 돈을 줘가면서 끌어오길 주저하지 않는다는 최고급 명품 매장을 가리키면서 남민아가 눈을 반짝였다.
이시현이 쓴웃음을 지었다.
“고딩이 이런데서 사도 돼?”
“그야 멋 부릴 나이잖아.”
“난 고딩 때 이런 곳은 꿈도 못 꿨는데 세상 많이 좋아졌다.”
“이잉. 예쁘게 꾸미고 싶단 말이야.”
별 수 없지, 이시현이 거드름을 피며 매장 안으로 들어섰다.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보이는 점원들을 바라보던 이시현이 입맛을 다셨다.
점원들은 다들 미인이고 예쁘장했다. 가슴도 봉긋하고 허리도 날렵하다. 미인이라면 미인인 셈이다. 하지만 이런 여자들을 보면서도 성욕이 일지 않는 걸 보면 여자를 많이 안긴 안았나보다.
그것도 아니라면 미녀이기는 해도 자신이 안는 여자보다는 격이 떨어지거나. 아마도 이쪽이 맞을 것이다.
이시현은 느긋하게 매장을 둘러보았다.
“미나. 사고 싶은 거 사.”
“상한은 얼마야?”
이시현이 씩 웃었다.
그것을 대답으로 이해한 남민아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와, 소리를 내면서 둘러보는데 강주희도 흥미가 생긴 듯 팔짱을 끼고 가슴부위를 도드라지게 띄운 채 둘러보았다. 이시현이 품에서 지갑을 꺼냈다. 명품이기는 한데 딱히 비싸다고는 할 수 없는 종류. 그러나 그곳에서 나온 것은 다이아몬드 펠리스 그룹의 법인 카드였다.
강주희가 그것을 캐치했다.
“자기, 카드 쓸 수 있는 거야?”
“음. 제일 먼저 카드를 만들어서 내게 주던걸.”
“그래? 그런데 자기의 지갑은 왜 그런 거 써?”
“이상한가?”
언젠가 강주희와 쇼핑을 갔다가 그녀가 사준 지갑이었다. 지갑을 샀을 때는 이시현을 강주희가 꼬드기고 그녀의 방에서 기둥서방처럼 살던 시절이었다. 강주희는 그제야 기억이 나는지 가볍게 감탄했다.
“내가 사준 거 아직 쓰네?”
“응. 품질이 좋아서. 왜? 싫으면 따로 뭐 사줄래?”
“지갑 새로 사줄까 했더니, 아냐. 그거 써. 별로 부끄럽지 않지?”
“부끄럽긴.”
이시현의 지갑도 상당히 질이 좋은 물건이다. 지갑 주제에 100만원 단위에서 노는 물건이니까. 그런데 이게 값싸 보일 정도의 부자가 된 지금, 강주희는 지갑을 바꾸는 게 어떤가 하고 물어본다. 이시현은 고개를 저었다.
간신히 손에 익은 물건이었다. 딱히 돈지랄 할 생각이 없으니 지갑을 그대로 품에 넣는다.
이시현은 카드를 점원에게 내밀었다. 카드를 받아들고 점원이 고개를 갸웃한다.
“얼마나 쓸지는 모르지만 그걸로 계산.”
남민아는 벌써 세 개째의 가방을 손에 쥐고 있다. 종류가 각기 다른 가방인데 그것만으로도 벌써 천만 원 대 돈이 깨지고 있다. 남민아는 가방을 네 개째 집고 거울 앞에 대본다. 손에 쥐고 반쯤 걸치면서 에헴, 하고 멋을 부린다. 그녀의 모습이 제법 귀엽다.
“오빠, 어때요?”
“제법 괜찮은데.”
“음, 그럼 이것도 결정.”
가방이 네 개. 10분도 안 되어 남민아가 고른 것들이다. 강주희도 어느새 슬그머니 가방을 하나 사서 내려놓는다. 이 나라의 영부인이 언젠가 공식석상에서 들고 나온 가방인데 장년의 여성에게도 잘 어울리고 사회초년생에게도 잘 어울리는 물건이었다. 단지 가격만 비쌀 뿐.
이 매장에서도 딱 한 개 뿐인 것을 고른 강주희가 씩 웃었다.
“난 이걸로 쇼핑 끝.”
“알뜰하게 쇼핑했네. 그럼 미나에게 맞는 거나 골라줘.”
“그럴까. 이 촌년은 뭐 이렇게 많이 사? 여기서만 다 살거야?”
“어? 응? 아참, 여기서만 사는 거 아니죠?”
“그래. 죄다 같은 브랜드로 도배하면 얼마나 촌스러운지 알기나 해? 다 내려놔. 코디 해줄 테니까.”
물건을 되는대로 집어다 이리저리 대어보던 남민아는 시무룩해졌다. 강주희는 옷을 대보고 점원과 이야기를 나눈다.
“이 촌년은 이런 룩이 어울릴까?”
“잘 어울리긴 하는데, 학생답진 않네요.”
“발랑 까졌으니까 학생답지 않은 건 맞는데, 음. 좀 그렇긴 하다. 그치?”
“그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