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87 회: 8> 화려한 나날. -- >
8> 화려한 나날.
요 이주 간 있었던 일은 솔직히 파란만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시현은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물론 사건이 한 번에 죄다 벌어진 것은 아니었다. 순차적으로 벌어졌기에 나름대로 수습했다.
우선 퀘스트가 있었다.
미지연, 아니 이제 미노가 된 그녀를 수련회로 날려 보내자마자 세 명의 후계자에게 무장이 주어졌다. 무장을 이용하여 다른 이들에게 주어진 무장을 쓰러뜨려야 했다. 한계로 정해진 기한은 사흘. 하지만 하루 만에 끝냈다.
이시현의 계획이 빛났기 때문이다. 덧붙이자면 흑공자와 백공자도 하루를 넘길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적의 무장들을 하루 만에 죄다 죽인 후 퀘스트에서 승리했다.
손적이라는 무장과 함께 개인에게 다이아몬드 광산이 주어졌고, 그것 때문에 매우 고생스러웠다.
다이아몬드 광산을 개인에게 주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지만, 그걸 처리하는 과정이 상당히 피로했다.
그리고 유수의 기업가들과 정치인들이 자신에게 선을 대기 위해서 호출을 해댔고, 파트너로 레베카 R. 레이널드를 골랐다. 그녀를 자신의 여자로 만든 후 다이아몬드 광산의 운영을 맡겼고, 개인적으로 여당 총재 김주황을 만나 자신의 이름과 얼굴이 절대로 드러나지 않게 해주면 좋은 일이 있을 거라 언질을 주었다.
그렇게 일을 다 끝내고 나니 2주.
“아, 피곤하다.”
레베카는 며칠 째 집을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그러려고 곁에 둔 것이긴 하지만 미안하기는 했다.
사람이 몇이나 늘었다.
관리도 어렵다.
강주희와 남민아도 전화를 통해서만 봤지 얼굴을 본지가 오래되었다.
이시현은 그 길로 강주희와 함께 손을 잡고 집을 샀다. 도심의 미친 가격을 자랑하듯 어마어마한 가격이 붙은 주상복합단지의 로얄층을 그날로 즉각 사버렸다. 호텔생활을 청산하고 모두를 불렀다.
강주희, 남민아, 단미애, 레베카, 미노, 손적.
“이곳이 이제부터 우리가 살 곳이다.”
강주희와 남민아는 레베카, 미노, 손적을 보며 넋이 빠진 얼굴을 했다. 다들 미녀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미노와 손적은 피부에 점 하나 없다. 레베카는 사상 초유의 가슴! 이시현이 은근히 가슴 좋아한다는 걸 생각해보면 그녀들의 반응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들은 당연하다는 듯 항의했다.
“자기, 이게 뭐야! 왜 여자가 셋이나 있어!”
“그러게요. 오빠, 정말……아니, 이건 좀……그 너무 하지 않아요?”
너무하긴 너무하지.
이시현은 세컨드도 아니고 사람이 여섯이나 되는 상황에 고개도 들 수 없었다. 하지만 그건 일반적인 발상. 이시현은 사과하지 않았다. 이제 강주희와 남민아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했다.
여섯 명을 길들이고 자신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이로 만들어야 한다.
단미애, 레베카, 미노, 손적은 이미 자신의 것이 되었다. 단미애와 미노, 손적은 무장이며 그녀들은 본인의 목숨보다도 이시현을 지키려 들 것이다. 레베카 또한 마찬가지. 그녀에게는 막대한 부를 대리한 만큼 세뇌도 강력하게 걸고 있다. 거듭된 세뇌와 복종의 방식은 레베카를 완전히 그에게 얽매게 만들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흑공자나 백공자와 같이 이시현의 권능보다 강한 것을 가지고 있을 경우. 그럴 때 쉽게 깨지고 주인을 바꾸겠지만, 그 덕분에 그녀의 거래처는 늘 한국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이루어졌다. 일본이라던가 중국이라던가, 그 외 여러 곳. 강의곤의 SP가 굳이 보호하지 않더라도 그녀를 보호하려는 이들은 많았다. 그녀는 어지간한 적을 만나지 않는한 무사할 것이다.
문제가 되는 건 강주희와 남민아.
그녀들 또한 이시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아직 그녀들의 기본을 이루고 있는 감정은 인간의 것이었다. 질투도 하고 화도 낸다. 그런 것은 인간의 감정 본연의 것. 아무리 색노로 만들어도, 암퇘지로 만들어도 그런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제 사람은 자제를 하자.’
여섯 명이나 되는 여자를 관리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물론 최종적으로 선정해야할 말은 열여섯 개. 반도 안 온 숫자지만 이 사회에서는 여섯 명의 여자를 거느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상하게 본다.
이시현이 자리에 앉아서 조용히 이야기를 듣자 강주희와 남민아가 더 큰 소리로 항의했다.
“이건 너무하잖아, 자기야. 자기를 완전히 받아줄 여자가 없다는 건 알아. 하지만 나와 이 발랑까진 년을 포함해서 여섯이라니!”
“암퇘지는 신경 안 써도 돼.”
“그래도 다섯이잖아.”
자연히 단미애의 인격을 깔아뭉개는 대답과 반응이었지만, 단미애는 화를 내지 않았다. 얌전히 양손을 앞치마에 모아 쥐고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이시현이 긴 숨을 토했다.
“게다가 저건 뭐야? 또 발랑 까진 년이야?”
레베카는 없다. 그래서 그녀들이 신경써야할 것은 이빨에 손톱, 그리고 공격본능까지 거세된 암퇘지 단미애가 아니라 미노와 손적이었다. 미노 또한 전직 SP였기 때문에 그녀들에게 적의를 드러내지는 않았다. 남은 것은 발랄한 미인인 손적 뿐이었다.
손적이 싱긋 웃었다.
“주인님. 죽일까요?”
“죽이겠다고? 나를?”
강주희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반문했다. 이시현은 손을 들어 손적과 강주희의 주목을 이쪽으로 돌렸다.
“일단 주희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겠어. 네가 화내는 이유를 알아. 미나, 너는 어떻지?”
“으, 응? 네? 음, 글쎄요. 음……난 오빠에게 화를 내고 싶지 않은데요. 오빠는 워낙 대단하니까, 그냥 내가 오빠의 하렘에 끼어있는 것만으로도 좋은데요.”
“야, 이 머저리 같은 년아. 너도 성격 지랄 같잖아. 여기서는 날 도와야지!”
“하지만 오빠가 허락한 건데요. 오빠는 자기가 외부에 노출된다는 이유로 다이아몬드 광산을 다른 여자에게 맡길 정도에요. 완전히 미친 거죠. 그만큼 대단하다는 말도 되겠지만. 아, 오빠. 난 오빠가 하는 말에 토 안 달 거예요. 그거 오빠가 한 일이죠?”
“음?”
이시현이 물었다.
“아빠 공장에서 21세기 지상 최대의 이권이 걸린 사업이자 그룹의 이름, 다이아몬드 펠리스와의 거래를 트게 된 거요.”
“아.”
이시현이 쓰게 웃었다.
“조금 편의를 봐주라고 했지.”
“역시!”
그 덕분에 남민아의 아버지가 운영하던 중소기업의 가치는 수직상승했다. 그들이 하는 것은 별 거 아닌 사업이었다. 하지만 다이아몬드 펠리스가 벌이는 사업에 터무니없는 기업들이 붙는 만큼 그들과도 거래를 트고, 다이아몬드 펠리스가 이곳에 신경을 쓴다는 사실 정도는 확인받을 수 있다. 덕분에 남민아의 아버지는 쏟아지는 사업 이야기와 해야하는 일들 때문에 집에도 들어오지 못할 정도였다.
“언제 아빠가 한 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어요. 그래 주실래요?”
“그래주면 뭐를 해줄 거지?”
“이잉, 뭐든 해줄 테니까요.”
이시현은 쿡 하고 웃었다.
“그러지. 그리고 주희. 여기서 말이지, 여왕은 너야.”
“어, 응?”
“내가 이곳의 여자들 중 가장 신경을 쓰고 가장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건 너라는 거지.”
남민아가 어어 하면서 물러났다. 단미애가 고개를 숙이고 미노가 팔짱을 끼고 불만스럽다는 듯 바라보았다. 손적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강주희의 도발에 화를 내지도 않았고,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손적에게 화를 낼 수 있게 하는 건 이시현을 욕되게 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손적은 적이 된 대상을 세상에서 가장 잔혹하게 죽일 수 있다. 그것이 아니라면?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지 않는다.
“농담하지 마.”
“진짜라면 어쩔래?”
“지, 진짜야?”
“그래. 너는 말이지, 내가 이 사회를 살아가게 하는 아이콘 같은 거야. 나의 여자들 중에서 가장 예쁜 건 아니지. 그렇다고 매우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더욱이 나보다 다섯 살이나 나이가 많아. 그렇다고 해도 말이지, 내가 이런 사회를 살아가는데 있어 필요한 요소야.”
이시현은 그녀의 턱을 잡고 들어올렸다. 그리고 짙은 입맞춤을 나누었다. 강주희는 화를 내던 것도 잊고 그에게 안겨왔다. 이시현은 타액을 그녀의 입안에 흘려 넣었다.
권능이 조금만 더 좋았으면.
예전 황금의 군주인가가 만든 도구로 육체를 강화하고, 타액만으로도 상대의 무장을 빼앗을 정도의 권능이 절실했다. 지금 이시현이 세뇌하고 지배하는 데는 정액을 상대의 몸 안에 쏟아야 한다. 귀찮다. 입술만으로, 입맞춤만으로 지배할 수 있게 된다면 터무니없이 좋을 텐데.
이시현은 다이아몬드 광산 대신 권능의 등급을 상승시키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물론 지금의 상황을 후회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이제 터무니없는 부자였고,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을 크게 미치는 이들 중 하나가 되었으니까.
“이해했지? 나의 창녀.”
“으, 으응. 이해했어. 나, 제일 좋아한다고 했지 자기야.”
“그래. 그러면 이제 질 떨어지는 투기는 그만 해.”
이시현은 그녀에게서 떨어진 후 유방을 주물렀다. 옷 위로 주물렀기에 그리 감촉이 좋지는 않았다. 속옷도 입고 있었고. 그녀는 금방 이시현이 안은 팔에 자신의 체중을 실었다. 힘을 빼고 날 잡아 드시오 하고 기다리는 것이다. 이시현은 그녀를 일으켰다.
“아직은 좀 그렇지. 나중에 밤에 기대하라고. 그리고 미나.”
“아, 네.”
강주희와 이시현의 키스는 꽤 농밀한 장면이었던 듯 하다. 그보다 하드한 것도 많이 봤고, 직접 겪기도 했지만 이번에 실린 감정은 꽤 특이했을 테니까. 바라보는 남민아의 얼굴이 빨갰다.
“네 아버지보고 초대하라고 해. 언제든 좋으니까. 아니, 이번주안으로.”
“알았어요! 아, 선물은 굳이 안 사 와도 돼요. 히히.”
“그럼 네 선물만 사가도록 하지. 그러고보니 미나 너도 안은 게 오래된 것 같은데.”
이시현은 거드름을 피며 남민아를 바라보았다. 남민아는 미친척을 하고 싶어졌다. 그의 앞에서 치마를 발랑 까고 팬티라도 내리면서 안아달라고 사정하고 싶었다. 그만큼 길들여졌다. 물론 남민아는 아직 인간으로서 존재하고 있었기에 그러지는 못했다. 생각만 해볼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