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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세계를 지키기 위하여-86화 (86/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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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제국의 여자가 된다는 것.

어스 엠파이어 무장 및 장군들의 수련회를 다녀온 미노는 교육을 통해서 변화했다.

그녀의 본질이 달라지진 않았으나 그 외의 대부분이 바뀌었다.

어스 엠파이어에서 여성이란 남성의 쾌락을 해소시켜주기 위해 존재하며, 그것은 삼황제의 방침이었다. 모든 여성은 ‘인간’취급은 받고 있지만 제대로 된 사람은 아니었고, 그건 여성들도 인식을 같이하는 것이었다.

사람의 인 수를 따지는 ‘명’에 여성도 포함되고, ‘인’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는 사람이지만 그 외에는 성욕을 해소하기 위한 도구 및 남성과 제국을 지키기 위한 무기로서의 인상이 너무나 짙었다.

어스 엠파이어에서 수련회라는 건 소유욕 강하고 외부 생활을 잘 하지 않는 남성들의 곁을 지키느라 세상 돌아가는 걸 모르는 여성들의 교육을 위함이다.

군주의 장군, 혹은 황제의 장군 한 명이 몇며칠에 걸쳐 교육을 하고 확실한 성능향상을 목표로 하는 곳이기에 ‘외부의 남성’들과 만날 일이 없다. 그렇기에 여성들의 주인된 남자들도 수련회 참여통지가 오면 대체로 허락하는 편이었다.

수련회에서 여성은 좀 더 쓸 만하게 변한다.

물론 돈은 들지 않는다. 제국은 일반 시민을 쥐어짜서 운영하는 곳이 아니므로. 다만 기회는 따로 제공된다. 그리고 수련회에 참여하기 위한 티켓은 높은 값에 팔린다.

여성으로서도, 무기로서도 완벽한 장군이 직접 붙들고 지도해준다. 군주의 장군, 황제의 장군이기에 군주에게 소속된 무장들도 많이 찾아와서 홀로 고립되어 있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다.

무언가 하나쯤 배워갈 수 있는 곳에서 여성 무장들은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하고 당연히 성과는 좋다.

또한 죽음의 황제가 만들어놓은 수련회 마지막 관문 덕분에 이름을 가지지 않은 무장은 이름을 하사받을 수 있다. 이름을 가진다는 것은 이름과 관련된 특기를 소유할 수 있다는 뜻이고 끝없이 많은 특기와 가능성 중에서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수단을 선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름을 가진 무장과 아닌 무장의 격차는 압도적이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 발전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수단이다.

이름을 획득하기 위하여 셀을 구해 먹여야 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건 무료로 ‘무기 업그레이드’를 해주는 셈이다.

미지연은 미노타우루스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녀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 그녀는 기왕 이름을 얻는다면 괴물딱지 같은 것이 아니라 그녀가 존경하는 영웅이나 신 같은 존재의 이름을 받고 싶었다.

물론 그런 이름을 받지는 못했다. 인생은 쉽지 않고, 이름을 주는 놈은 악마를 붙잡아다 조각 삼아 데려다놓은 경우였다. 그녀의 바람을 무조건 반대로 들어준 탓에 미지연은 미노타우루스가 되었고, 줄여서 미노라고 불리게 되었다.

그녀가 미노타우루스가 되었다고 해도 그녀의 근간을 바꿀 정도는 아니었다.

허나 그녀는 이제 어스 엠파이어의 무장이 된 것은 확실했다. 그리고 어스 엠파이어의 무장이 되었다는 것은 남성을 기쁘게 만들기 충분한 존재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미노는 ‘단 적도 없는데’ 유두에 고리가 달려 있는 것을 보고 자신이 소 과의 괴물 이름을 가진 것이 확실하구나 판단했다.

그리고 이시현이 고리를 잡아당기자 참을 수 없는 쾌락에 “아앙.” 하고 신음하고 말았다. 그녀가 고통에 비명을 지른 거라면 그녀 자신도 납득할 수 있겠으나 순전히 쾌락 때문이었다.

본인이 느낀 감각에 아찔함마저 느끼고 신음할 때 이시현은 멈추지 않았다. 고리를 비틀자 그녀의 유두 역시 주름을 그리며 뒤틀렸다.

“아흐앗!”

고개를 젖히며 터져나온 신음.

이시현은 그녀의 뺨을 문지르며 우아한 미소와 함께 말한다.

“소의 이름을 가지더니 상변태가 되었는걸.”

“아, 아니거……으아앙.”

배꼽 주변을 손가락으로 쿡 하고 누르자 미노는 신음하면서 몸을 뒤틀었다. 그녀의 다리 사이가 부들부들 떨리더니 맑은 애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시현이 말했다.

“지금 네 표정 어떤 줄 알아?”

미노는 대충 짐작하고 있었으므로 대답하지 않았다.

“여기 이거 뭔지 알아?”

이시현이 그녀의 입가를 훑었다. 그의 손가락 끝에 그녀가 흘린 침이 묻어있었다.

“내……침……?”

침을 흘렸다고? 내가?

그녀 자신도 믿을 수 없어 어처구니가 없어 되묻는 입을 향해 이시현이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손가락이 그녀의 혀를 누르고 입안에서 꿈틀거린다. 뱉어내려던 것도 잠시, 어느새 설육은 그의 손의 농락을 받아들이고 그의 손가락 움직임에 추파추파거리면서 침을 줄줄 흘린다. 이시현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더니 거울 어플리케이션으로 그녀의 얼굴을 비추어준다.

“크크, 진짜……. 네가 한 번 봐.”

휴대폰 거울에 비친 미노의 모습은 말 그대로 음탕하기 짝이 없는 여성의 그것이었다.

이시현의 손가락이 빠져나갈까 두려워 혀를 감고 침을 줄줄 흘리고 뺨을 붉힌 채 황홀해 마지않는 듯한 표정. 음탕하기 짝이 없는, 진정으로 쾌락에 물든 이만이 지을 수 있는 표정이 그녀의 얼굴에서 드러나고 있었다.

“이게 뭐…….”

이시현이 그녀의 유방을 주물렀다.

거울 속 그녀가 손가락을 입에 문 채로 “우웁.” 소리를 내면서 눈매를 찡긋했다. 뺨이 한층 달아오르고 줄줄 흐르던 침이 휴대폰의 화면에 튀었다.

“더 만져줄까?”

그녀는 무언가 혀를 놀려 웅얼웅얼거렸다.

“더 만져주길 원하면 눈을 위로 치켜뜨고 웃어. 원하지 않는다면…….”

그녀는 이시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입꼬리를 당겨 웃으며 눈을 눈꺼풀이 덮고 있는 어둠을 향해 치켜떴다.

이시현이 말했다.

“뭐 나 역시 뒷말은 생각도 안했어.”

그의 변명은 아무래도 좋았다. 미노는 허리를 연신 들썩이면서 그녀의 신체 어디든지 만져달라고 무언으로 졸랐고 이시현은 변모한 그녀의 모습을 즐기면서 그 또한 옷을 벗었다. 건장한 남성이자 그녀의 모든 것을 가질 주인님의 모습은 그녀를 완전히 홀리게 만들었다.

그녀는 함락되었다.

어스 엠파이어의 무장이 되었다.

핑크빛 생각 속에 손적의 행적이 떠올랐다. 이시현의 명령이면 뭐든지 하고 그의 명령을 듣는 것만으로도 기뻐하던 그녀. 이시현의 행동을 지적하는 것만으로도 혐오하는 표정을 짓고 이시현을 신적대리인으로 섬기던 그 태도.

그것이 이런 기분에서 나오는 것임을 그녀는 진심으로 깨달았다.

가장 깊은 곳에서의 자아는 여전히 본인을 미지연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외의 부분에서는 이시현과 연관되어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았다.

그저 살갗의 돌출된 기관만 조금 건드리는 것뿐이지만 그녀의 머리는 백지가 되어간다.

지상 최고의 쾌락.

숭고하기까지 한 자신의 사명.

그녀를 향해 히죽대며 웃는 그를 보는 순간 그녀는 모든 것을 바쳐도 좋다는 생각마저 하게 된다.

그것이 어스 엠파이어.

삼황제가 제정한, 인류만을 위한 제국.

인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세계.

그러나 그 인류에 여성은 포함되지 않는다.

제국 결성을 최초로 시작한 만물의 곁에는 여성이라는 존재가 없었으니까.

여성이라는 존재는 모두 그에게 복종하고 굴종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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