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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세계를 지키기 위하여-85화 (85/141)

< -- 85 회: 7> 플랜. -- >

“우선은 옷을 벗어요.”

다른 여자들을 둘러보니 대부분이 벗은 채였다. 미지연 또한 벗고 있었다.

생물로서의 레벨이 다른 상대들. 그런 이들 뿐인 이곳에서, 저 밧세바는 말 그대로 괴물 그 자체였다. 아마 전인류와 싸운다고 해도 생채기 하나둘 날까 무사할 그런 레벨의 생명체. 거절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밧세바가 손바닥끼리 마주쳐 박수소리를 냈다. 바닥에 있는 옷가지들에 불이 붙더니 이윽고 금방 잿더미가 되었다.

젠장, 방금 무슨 짓을 한 거지? 박수 쳤는데 주변의 옷이 모두 불탄다고?

무장으로서 오래 살아온 것도 아니고, 어스 엠파이어에서 태어난 것도 아닌 미지연은 엄청난 두려움을 느꼈다.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더위도 느끼지 못했다. 수련회를 하기 위한 곳은 강당이었고 강당의 건물 안쪽은 선선해서 기분이 좋아질 정도였다. 밧세바가 손을 살짝 들어 올리며 질문했다.

“처녀인 사람 손.”

미지연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없네요. 그러면 속을 보여줘도 아무런 문제가 없겠죠. 그럼 다들 벌려요.”

“……어?”

어딜 벌리라고? 미지연은 잠깐 이상한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하지만 밧세바는 그녀의 반문에 대답해주지 않았다. 싱긋 웃는 얼굴로,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질 미모를 앞세우면서 가랑이를 벌리고 음부의 둔덕을 문지르다 벌리는 시늉을 해보였다. 그녀는 빛으로 된 옷을 입고 있었는데 자신의 몸에 손을 가져다대자 빛이 산산이 흩어져 알몸이 되었다. 실로 기이한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녀 또한 모발과 마찬가지로 반짝이는 음모와, 예쁜 음부를 벌려보였다.

이건 미친 동네야, 말도 안 돼, 나는 나가야겠어! 패닉에 빠져 미지연이 덜덜 떠는데 다른 여자들은 죄다 속살이 보이도록 양쪽으로 붙잡고 벌려보였다.

옅은 신음소리, 달뜬 한숨소리가 들렸다.

미지연이 으득으득 이를 갈다가 따라했다. 밧세바가 발치에 놓인 하얀 상자를 들고 단상에서 내려왔다. 왼쪽 첫 번째 줄의 여상 앞에 쪼그리고 앉은 밧세바가 상자를 열어 주사기를 꺼냈다.

“한 번 주사에 두 배로 민감하고, 두 배로 커지는 클리토리스 확장 주사기랍니다. 이걸로 주인님께 기쁨을 드릴 수 있어요. 다들 맞춰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기본 난이도이기에 시험을 쳐도 모두가 합격하는 수준이거든요.”

……개새끼.

미지연은 이곳에 없는 모 남자를 떠올리며 욕설을 퍼부었다.

모 남자가 아니라 이시현이라고 하는 개자식이었다. 그 새끼가 무슨 수련회를 가라더니 여기에 와 있다. 게다가 주사기라는 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는 나라에서 태어나 강제로 수치스럽기 짝이 없는 자세로 주사를 맞아야 하는 처지가 실로 처참했다.

게다가 밧세바가 하는 말을 들어보니 이건 시험도 아닌 모양이다.

안 돼. 이대로 있다간 정말로 빗치가 될 거야.

하지만 나갈 수 없다. 나가면 어떻게 될지는 몰라도, 큰 일이 벌어질 거라는 건 알았으니까. 그녀는 자존심이 대단한 여자였고, 스스로에게 자신을 가지고 있어다. 하지만 무장이 되고, 전혀 다른 세계의 주민이 되면서 그 모든 것들을 잃어 버렸다.

우물의 왕이었던 이는, 세계를 보고 위축된다. 미지연은 그런 상태였다.

마침내 미지연의 앞에도 밧세바가 나타났다. 그녀는 싱긋 웃으며 음모를 문지르고 음부의 벌린 구멍 속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고는 몇 번 들락날락 했다. 손가락만 사용했는데도 뭔가 대단히 기분이 묘해지는 듯한 느낌에 미지연은 절로 표정이 풀어졌다. 밧세바는 극히 예민한 부분에 주사기를 꽂아 넣었고 작은 양의 액체를 주사했다.

아프다거나, 가렵다거나, 그런 것은 없었다.

다만 처치가 끝나고 난 후 10분 뒤. 클리토리스는 예전보다 두 배 이상 부풀어있었다. 미지연은 신음했다.

‘난 이제 끝났어. 엿 된 거야.’

그녀의 생각대로 그녀는 엿 된 처지를 본격적으로 맛볼 수 있었다.

두 번째 교육이 시작됐다. 세 번째 교육도, 네 번째 교육도. 그리고 다섯 번째에 시험이 있었다.

“가장 간단한 시험이에요. 이렇게 열두 개의 딜도를 준비했어요. 눈을 가리고 손을 뒤로 묶은 후 다리를 벌리고 불규칙하게 이것을 사용할 거예요. 몇 번 딜도인지 알아맞히는 게 이번 시험이랍니다.”

그러면서 밧세바가 꺼낸 자위도구는 딜도였다. 굉장히 희한한 모양도 있었고 가는 모양도, 굵은 것도, 뭔가가 울퉁불퉁 나온 것도 있었다. 네 번째 교육까지 끝마친 후 미지연은 자신의 가치가 한없이 격하되는 것을 깨달았지만, 이번 건 특히나 미친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들은 곧 결박되었다. 밧세바가 소환한 빛의 형상을 띈 무언가가 그녀들을 묶었다. 눈을 가리고 다리를 벌린 후 딜도를 구분 없이 넣기 시작했다. 달뜬 신음. 애액이 튀고 몸부림도 치고, 쾌락의 감정이 섞인 비명도 지른다. 그리고 축 늘어진 그녀 앞에 열두 개의 딜도를 늘여놓고 대답을 기다린다.

“첫 번째는 뭐였죠?”

“첫 번째에 사용된 것은 7번.”

“맞아요. 그럼 네 번째는?”

“11번.”

“정확해요. 다섯 번째에 사용된 것은, 뭐와 뭐와 뭐일까요?”

세 개나 집어넣었단 말이야?

“3번, 6번, 9번.”

게다가 그걸 맞춰!

너희들은 진짜 빗치냐, 창녀냐! 아니, 창녀를 비하해서 미안하긴 한데 그보다 심하다고! 눈 가리고 와인을 감별하는 것도 아니고, 뭐 이런 걸 시험이라고 내는 거야!

하지만 그녀도 결국 시험을 치르게 되었다. 몸이 녹아내릴 것 같은 감각 속에서, 그녀는 침을 줄줄 흘리고 히죽이죽 웃으며 대답했다.

“10번, 11번, 12번.”

“정확해요. 잘했어요.”

밧세바가 미지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했다.

열다섯 번의 교육이 끝났다. 그리고 세 번의 시험도 끝났다.

“그럼 마지막, 기본을 수료하는 수여식이 있을 예정이랍니다. 이곳을 지나가세요.”

강당 밖으로 나가는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대신 열린 것은 칠흑 같은 어둠이 내리깔리고 기이한 소리가 흐르는 동굴이었다. 동굴은 본래 없었는데, 수여식이 있을 예정이라는 말에 갑자기 나타났다. 이것 또한 어떤 기술력으로 만든 것일까.

미지연은 굉장히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불안한 마음이 든 건 저곳을 그냥 지나가는 게 다가 아니라는 생각. 아마 저 동굴을 지나는 것도 시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클리토리스는 세 배로 확장되고, 열 배로 민감하게 변했다. 음부의 질구 내 질의 주름 또한 무수히 늘었고, 질척질척한 애액이 더 흐르게 바뀌었다. 유두가 커지고, 아무리 비틀어도 끊어지지 않게 되었다.

인간의 형상을 한 성 기구. 그렇게 격하된 자신의 처지는 실로 한심했지만 기뻐하는 여성들을 보고 있자면 분노할 생각도 나지 않았다.

사람이 한 명 동굴로 들어갔다. 10분 후 또 다른 한 명이 들어갔다. 그렇게 얼마 후 미지연 또한 동굴로 향했다. 밧세바가 느긋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불평불만이 많았겠죠. 그리고 무장으로서의 자신을 사랑하지도 않는군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저 동굴에서는 최소한 기본적인 무장의 상태를 만들어줄 테니까.”

미지연은 자신의 마음이 바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동굴로 향했다. 동굴을 걷는다. 조금 추운 기분이 들지만 닭살이 돋거나 하지는 않았다. 동굴을 꽤 들어가자 넓은 곳이 있었다. 넓은 곳에는 검은 산양의 머리에 여자의 유방을 가진 조각이 붉은 눈을 빛내고 있었다.

“……악마?”

이런 형태의 괴물은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악마야?”

악마가 말했다.

“대답하라. 창녀야.”

“……뭘.”

이런 초월적인 존재도 부리고 있는 건가. 어스 엠파이어는 과학력과 기술력이 극에 달한 곳이 아니었던가? 마법이니 악마니, 이런 분야도 연구하고 있었던 거야? 절망스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미지연이 물었다.

“네가 원하는 건 무엇이냐.”

“이 개 같은 곳에서 벗어나는 일.”

“그 일은 정확히 반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악마가 케케케케 하고 웃으며 대꾸했다.

미지연의 머릿속이 진흙탕처럼 혼란에 빠졌다. 극심한 고통을 느끼고 주저앉는다. 코와 입, 귀와 눈에서 핏물이 흐르고 있었다.

“너는 절대로 어스 엠파이어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곳의 주민으로서 살아가고, 개 같은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악마……!”

“케케케케케케케케케케케케케!”

악마가 소리 높여 웃었다. 너무도 머리가 아팠지만 미지연은 꿋꿋이 버티고 일어섰다. 이 개 자식, 이 미친 자식. 악마……!

“대답하라, 창녀야. 너는 어떤 여자가 되고 싶으냐.”

“너를 죽일 수 있는……!”

분노에 차 대답하던 미지연이 채 말을 끝맺지 못했다. 어쩌면 이 자식은……이 악마는 말하는 것을 정확히 반대로 들어주는 녀석이 아닐까? 문득 미지연의 머릿속에 지니라고 하는 램프의 요정이 떠올랐다. 그와 비슷한 종류의 힘을 지닌 존재가 없다는 보장이 없다.

고통 속에서도 혼란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미지연을 바라보며 악마가 고개를 젖히고 또 다시 끔찍한 웃음을 터뜨렸다.

“케케케케케케케케케케케케케! 케케케케케케케케케케케케케! 창녀, 창녀. 그러니까 네년들은 창녀라는 거다! 케케케케케케케케케케케케케!”

분노에 차 미지연은 결국 깊이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고 외쳤다.

“너를 갈가리 찢을 수 있는 괴력을 얻는 거다!”

“분노하라, 창녀야.”

“너를 찢어죽이겠어!”

“염원하라, 창녀야.”

“반드시!”

악마가 일어났다. 이 자식 석상 아니었나? 아니, 석상이 아니라는 건 안다. 저열한 웃음을 터뜨릴 때, 소리 높여 웃을 때 고개가 움직이던 것을 보았으니까. 검은색의 조각이 천천히 내려와 미지연을 밟았다. 여섯 개의 손가락이 두 개씩 떨어져 세 개의 커다란 손가락처럼 변했다. 그 손가락을 미지연에게 꽂았다.

“어린 창녀야. 너는 악마를 증오하고, 너의 분노를 사는 자를 용서하지 못하고, 불합리에 대적한다. 대가로 너는 영웅이 되지 못하고, 분노는 적이 사라지지 않으면 가라앉지 않으며, 불합리한 생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너는 지키는 자이다. 하지만 그것은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니, 너는 너만을 지키는 이기적인 창녀로서 살아갈 것이다. 너를 지배하는 자가 바란 형태지만, 그 형태를 이루어서 너를 행복해지지 못하게 할 것이다.”

쇄골 중간을 찌른 악마의 소리가 흩어진다.

“이름을 부여한다. 그것은 강대한 영웅의 피를 이었고 왕이 될 자였으나 불합리한 시련을 맞아 적이 된 자의 이름. 너무도 위험하여 그의 주위에 방벽을 만들었으나 그 방벽의 주인이 되어 영원히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게 된 자.”

미지연의 기억이 흐려진다.

눈물이 맺히는 것도 같다.

지독한 고통과 뭔가 찢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그녀는 고개를 젖힌다.

이시현은 조금 당황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미지연은 굉장히 상처받은 얼굴로, 양 유두에 고리를 매달고 나타나 있었다.

“너 괜찮아?”

미지연이 고개를 젖히고 웃었다.

“케케케케케케케케케케케케케!”

이시현이 화들짝 놀라 물러섰다. 미지연이 고개를 똑바로 했다.

“안 괜찮지, 이 새끼야! 괜찮겠냐! 이 꼴을 보라고!”

“패션의 완성이네. 좀 과격하긴 해도.”

유두에 매단 고리를 바라보며 이시현이 대꾸했다. 미지연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튼 수련회는 다녀왔어. 그리고 거기서 이름을 받았어.”

“이름? 이름도 주던가? 그래서? 무슨 이름인데?”

본래 미지연에게 주려던 이름과 위치가 있다. 우마왕, 그런 이름을 주려고 했었다. 순전히 미지연의 힘이 강하다는 것과, 그녀만큼 뛰어난 인재가 앞으로 나타날까 하는 걱정, 그리고 그녀의 유방을 크게 하고 젖을 짜내고 싶다는 생각이 중첩되어 생각한 결과였다.

“미노타우르스.”

“……응?”

“미노타우르스가 됐다고, 이 개새끼야! 너 때문에! 니가 소를 바란 것 때문에! 암소, 우마왕을 바랐기 때문에 그것을 비튼 기괴한 괴물이 됐잖아!”

“미노타우르스면 그리스 신화의 크레타 섬에 나오는……그, 그 소머리?”

“그래!”

이시현은 그래서 젖꼭지에 그런 고리를 달고 있는 건가 하고 기묘한 얼굴로 감탄했다.

“그런데?”

“그런데라니, 너 이 새끼! 사과 안 해?”

이시현은 알몸을 하고 네 발로 기고 있는 여자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그녀의 이름은 단미애. 아니, 이제는 저팔계로서 암퇘지라는 이름으로 더욱 잘 불리고 있는 미망인이었다.

“암퇘지로 했어야 옳았나?”

“꿀꿀.”

……정신마저 암퇘지가 되어버릴 것 같은 단미애의 얼굴을 보고 미지연은 화를 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가 탄식했다.

씨발, 결국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면. 그래서 이름을 얻는다면 좀 좋은 걸 가지고 싶었어.

“그럼 미지연이라는 이름이 아니라 미노타우르스, 아니, 미노라고 부르면 되나?”

“니 마음대로 해.”

“응. 그럼 암소. 좋다.”

“미노로 해주세요!”

피를 토하는 듯한 미지연, 아니 미노의 외침에 이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는 수 없지. 그렇게 부탁하면, 나는 마음 약한 남자니까. 아, 정말로 나는 마음이 넓어.”

“아으으으으으으으윽!”

사람은 분통이 터져서도 죽을 수가 있구나. 머리에 핏대가 올라선 미지연이 이를 빠득빠득 갈아대며 분노를 억눌렀다.

난 이 자식을 반드시 죽이겠어. 죽여서 자유를 얻겠어!

“그럼 한 번 안아볼까?”

“무, 뭐?”

“무장으로 뭔가 바뀐 게 있는지 확인해보겠다는 거야. 모처럼 돌아왔으니까, 너도 좋지?”

미노는 고개를 젓기 어려웠다. 싫은 건 분명한데 마음 속 어디선가 거부하려는 마음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무장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일까, 미노는 고개를 가로저으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이시현이 그녀의 알몸을 끌어안았다. 유두의 고리에 손가락을 걸었다.

“아흑!”

목소리에 쾌락이 섞였다.

‘망했어.’

미노는 생각했다.

‘한 번 안기는 것만으로도 나는 틀림없이 이 녀석의 것이 될 거야.’

절대로 거부할 수 없는 쾌락을 느끼고, 그 쾌락을 충성심과 사랑으로 교묘히 채색하여 이시현에게서 떨어지지 못할 거다. 그렇게 느꼈지만 미노는 거절하지 못했다.

미지연, 이제 미노타우르스라는 이름을 가진 미노의 함락이었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여기까지만. 보여줄 건 보여줬다...

...다른 소설 '외계인과 게임하자'도 재미있으니 한 번씩 봐주세요.

한 달 연재한 작품이 4일 연재한 물건에게 선호작 수가 따라잡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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