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76 회: 7> 플랜. -- >
7> 플랜.
레베카 R. 레이널드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한국으로 가라고요?”
“그래. 이번에 시에라리온에서 새로운 다이아몬드 광산이 개발된 것 알고 있지?”
“요즘 유명하잖아요. 엄청난 매장량은 아니지만 굉장히 채굴이 쉽고 괜찮은 것들이라고 하던데요. 어째서 지금까지 이런 게 발견이 안 되었었는지 의아할 정도로요.”
“그 광산의 주인이 있다.”
흐음, 하고 레베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라의 요술봉을 베개처럼 끌어안고 자는 사람들이겠죠? 또 어떤 군벌이래요?”
“안타깝게도 아니야. 하다못해 그런 놈들이라면 헬파이어를 먹여줄 수 있을 텐데 그럴 수가 없다.”
“그래요? 시에라리온의 다이아몬드 광산이 그런 쪽이 아니면……음, 정치인인가요?”
“아니. 그저 대리위임을 받은 재단이다. 그 재단에서 백만 달러를 들여서 광산을 찾았는데 그 광산이 나온 거야. 어떻게 된 건지는 몰라도 계약도 매우 정교했고, 그래서 한 나라의 광산 하나가 전혀 다른 나라 사람의 것이 되어버렸다. 그것도 굉장히 채광작업이 쉬운 광산이지.”
“오, 신이 은총한 모양이에요. 그래서 누군가요, 그 행운의 주인공이.”
“한국인이다.”
“South?”
“of course.”
뜻밖의 사실이다. 레베카는 자신의 상관이 할 말을 예상했다.
“20세 남자라더군. 고아고.”
“오.”
“그리고 사진은 직접 보는 게 좋겠군.”
사진이 날아왔다. 레베카는 화들짝 놀라 피했다. 사진이 팔랑이며 떨어졌고 그제야 받았다.
“우리는 악의 결사가 아니에요. 그리고 저도 악의 여 간부가 아니고요. 날아오는 사진 같은 거 두 손가락으로 못 받거든요.”
“그 가슴 쿠션으로 안 쓰고 뭐해.”
“고소하겠어요.”
레베카는 떨어진 사진을 받아서 바라보았다. 굉장히 눈이 호강했다. 레베카는 그렇게 느꼈다.
“역시 세상은 불공평하네요. 이런 외모에 이런 행운까지? 키도 크겠죠? 동양인이니 양놈 특유의 고기 썩는 냄새도 안 날 테고. 그리고 고아, 음. 이것 때문에 동양 특유의 예의도 지킬 필요 없을 테고요.”
“이름은 시현리. 이 씨 성이다. 스무 살. 고아에 한국인. 머리는 아무래도 자연적인 색깔인 모양이다. 그리고 태양그룹에서 꽤나 관심 있게 지켜보는 듯 자신의 딸 중 하나를 곁에 두었다더군.”
“태양그룹? 그건 뭔가요?”
“일본하고 한국에서만 유명한 그런 곳이지. 유통 쪽 관련해서 조금 유명한 모양인데 그건 신경 쓸 필요 없어. 그보다 설명을 계속하지.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이 필리핀에 있다고 한다. 시현재단. 그 재단은 만들어진지 불과 한 달도 안 됐지. 자신이 재단이사장이기도 하고, 이를테면 세금포탈 때문에 만든 재단에 가깝다. 활동은 조금도 하고 있지 않았지.”
“머리도 좋다는 말이네요.”
상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인 특유의 세금에 대한 혐오감은 레베카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번 돈을 왜 국가가 수탈하는 거지? 젠장, 나도 세금 탈루하고 싶어! 내 돈 가져가지 말라고, 이 거지깽깽이들아!
“그리고 그 재단에서 처음 한 사업이 시에라리온에 투자를 하는 것. 채광작업을 위해 약간의 돈을 찔러준 모양이고 탐사를 했던 듯 해. 뭐 그렇다고 해도 얼마 든 건 아니지만. 몇 개의 국가를 경우해서 체제를 복잡하게 하고, 그러면서 돈을 제법 쓴 모양이지만 결과론적으로 시에라리온의 다이아몬드 광산을 하나 입수했어. 과정을 살펴보면 혀를 내두를 지경이더군.”
“그렇게 대단한가요?”
“그래. 이만큼 알아낸 것도 우리가 JP이기 때문이야.”
미국 굴지의 투자금융회사 JP. 그곳쯤 되다보니 이만한 정보를 잡아챌 수 있었던 것이다. 경영진들조차도 감탄할 정도의 투자. 그리고 투자방식. 결국 백만 달러, 고작 10억 원 정도만으로 다이아몬드 광산을 낼름 잡아먹어버렸다.
“그걸 제게 하는 이유가 뭔가요?”
대강 짐작했지만 레베카는 확실한 말을 듣기 위해 질문했다.
“다이아몬드 광산을 그런 작은 재단이 관리하는 건 어려운 일이겠지. 유통, 세공까지도. 물론 자신에게 줄을 대는 태양그룹이 유통업계에서 손꼽힌다고는 하지만, 분야가 달라. 그러니까 그곳의 이사장인 시현리. 이시현에게 합의를 권유토록. 다이아몬드를 가공해서 파는 것은 터무니없이 많은 공정이 필요하지. 이미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도 만만치 않고. 그가 이런 일을 전부 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 그러니까 합의를 이끌어내도록 해.”
“즉 다른 공정을 전부 우리가 맡고 처리하면서 수익을 얻자 이거군요.”
“JP측에서도 충분한 보상은 해줄 거야. 그리고 우리가 그가 큰 사업을 하게 되면 충분히 뒤를 봐줄 생각이고. 한국의 어떤 투자그룹이든, 은행이든 우리를 이길 수는 없어. 이 정도면 뒷배경으로는 그만 아닌가? 그리고 충분한 수익도 안겨줄 생각이지.”
“하긴. 개인이나 겨우 그런 소규모 재단에서 모두 할 수 있는 건 아니죠. 유통, 외교, 허가, 커팅, 상품……알겠어요. 그렇다면 제가 할 것은 서로 간에 필요한 것을 제공하고 다이아몬드를 가공하고 유통하여 돈으로 버는 것을 수락해달라는 허가인 거지요?”
“그래. 아참, 혹여 그의 요청이 있다면 레베카, 자네는 JP에서 나와 교섭역을 맡아도 돼.”
레베카는 묘한 표정으로 상관을 바라보더니 굽이치는 금발을 흔들었다. 가는 목 뒤로 손을 넣어 머리를 팔랑이게 하고는 유혹적으로 웃어보였다.
“그런 과인가요?”
“스무 살이잖아.”
“알겠습니다. 그동안 총알 엄청 먹여주고 싶었던 거 알아요? 유능한 상관이라는 건 결국 부하의 고혈을 쥐어짜는 인간을 말하잖아요. 대기업이 하청업자들을 다 죽여 놓고 엑기스를 다 빨아먹고 내버린 후 새로 들어오는 이들을 노리는 것처럼. 그동안 알라의 요술봉을 구하고 싶어 얼마나 노력했는데, 그걸 안다면…….”
“아는데 지금은 상관이지. 벌써부터 푸닥거리 하지 마. 총으로 쏴버린다.”
“oops.”
===
<킬 더 킹을 즐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일곱 번째 퀘스트를 무사히 마치신 걸 축하드립니다.
이번 퀘스트는 두 가지 목적이 있었습니다.
일곱 번째 퀘스트로 제공된 수련회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충분한 교육 중이니 기다려주시면 됩니다.
일곱 번째 퀘스트에 부가된 퀘스트 ‘하나를 위하여’는 이시현님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마성의 군주께서 가지고 있었던 무장인 손적을 말로써 활용하시길.
덧붙여 퀘스트를 승리로 이끈 대가가 주어집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 어스 엠파이어의 무장(손적). 시에라리온 다이아몬드 광산.
===
이시현은 물끄러미 퀘스트 완료를 누르다가 기겁했다.
잠깐만, 이게 무슨 말이여? 다이아몬드 광산? 시에라리온의?
이시현은 그렇게 영리한 편은 아니었다. 아니, 지금은 영리할지 몰라도 그건 머리를 쓰는 정도에 따를 뿐 기본적인 지식이 없기 때문에 멍청한 편이다. 그런데도 시에라리온이라는 곳은 알고 있다.
아프리카 서부쪽에 위치한 나라. 시에라리온 공화국. 이런저런 사항이 있지만 상식 없는 사람도 알고 있는 것은 그곳이 뭐가 많이 나는지에 대한 정보.
세계 다이아몬드의 산지.
블러드 다이아몬드라는 영화로도 소개된 바 있던 곳이다.
그곳이 다이아몬드의 산지가 된 배경은 시에라리온의 별이라는 다이아몬드 때문.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다이아몬드가 나오고, 광산이 존재함으로 인해 그곳의 주민들은 끝없이 고통받고 있다.
그곳의 다이아몬드 광산을 하나 준다고?
퀘스트치고는 너무 과하다.
그러면서도 이시현은 어스 엠파이어라면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퀘스트가 끝나고, 시발시발거리면서 눈빛이 달라진 미지연이 찾아오고도 열흘 후.
이시현은 국가의 부름을 받았다.
군대에 간 것은 아니다.
그저.
약간의.
“여당총재?”
대한민국 정치계의 여당, 그 우두머리가 자신을 비밀리에 보자고 알린 것이다. 모처럼 강주희가 그의 다리 사이에 들어와 자지를 빨고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이시현이 그녀의 머리를 눌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한 여성의 전화도 왔다.
“JP모건입니다. 이번에 계약 및 협약 체결인 다이아몬드 광산과 관련해서 제안을 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말입니다. 관심 있으시면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잠시 후 전화가 또 한 차례 울렸다.
“영감님?”
지금 자신의 다리 사이에 들어와 자지를 빨고 있는 여자와 밀접하게 관련된 사람, 태양그룹의 회장이다.
“이것도 자네와 관련된 건가?”
“이게 뭔데요?”
“TV틀어서 뉴스를 좀 보게.”
TV속에는 자신의 민증 사진을 매우 흐리게 만든 영상과 관련, 시에라리온의 광산을 영국을 경유해 개인이 구입했다는 게 알려져 있었다. 사업성이 거의 없어 거저 허가해준 것인데 정말로 땅을 파자 다이아몬드가 쏟아져 나와 엄청난 이득을 챙기고 있다고.
그는 필리핀에 자신의 이름으로 재단을 가진 남자로, 20세이며 한국인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이름은…….
“젠장.”
……이시현이라고 했다.
“자네가 확실한가 보군.”
“한 순간에 벼락부자가 되었습니다. 하하하.”
“좋아 죽는군. 그럼 실컷 좋아하도록 해.”
아니 이 영감이. 화를 내기도 전에 전화가 끊어졌다.
강주희가 자지에서 입을 떼어내고 TV를 바라보더니 감탄한다.
“저거 자기지?”
“응. 맞아.”
“자기 저런 것도 했어?”
이시현은 뭐라고 답해야 할지 알 수 없어 머뭇거리다가 손으로 눈가를 덮었다.
“응. 저거 하느라 그 동안 못 만난 거였어.”
“와. 우리나라에서도 다이아몬드 광산 주인 같은 게 생기네.”
정말로 와다. 으아니, 이게 무슨 짓이냐 어스 엠파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