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56 회: 5> 죽음의 게임. -- >
유명한 신, 영웅, 전설 따위의 이름을 붙일 수는 있다. 무장을 만든 유전자에 그런 이름을 사용하는 이들의 DNA가 섞여있어야겠지만. 이름을 가진 무장은 다른 무장보다 강하다. 하지만 절대적이지는 않다. 그리고 장군에게 걸리면 바로 죽어버리는 것은 물론이고, 꽤나 다양한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는 무장의 한계를 일찍 막아버린다. 그런 모든 것을 제외하고서라도, 그런 이름의 힘을 가지기 위해서는 무장을 만드는데 드는 코스트가 급등한다. 그런 이유에서 어스 엠파이어에서 권고되는 사항은 아니다.
모든 자원이 풍족한 세계에서도 셀은 귀중한 자원이며, 과소비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물론 이시현은 퀘스트로 이름의 힘을 공짜로 부여할 수 있었다. 이시현은 퀘스트를 해결할 겸 그녀에게 이름을 붙였다.
너무 유명한 이름도 좀 그렇지만, 너무 마이너한 이름을 붙이면 약해 보인다.
이시현은 타협하기로 했다.
그녀의 특성을 살린 이름을.
“암퇘지니까, 오능(悟能).”
이시현은 돼지처럼 애널을 자극하고 절정을 느끼는 단미애를 바라보면서 비웃었다.
“저팔계(猪八戒)라고도 하지?”
저팔계, 저오능은 서천취경(西天取經)의 여행을 이야기한 서유기(西遊記)에 나오는 돼지를 말함이다.
본래는 천계에서 장수로서 유명했지만 그때 색계를 범하여 돼지머리가 되는 형벌을 받고 지상으로 쫓겨났다. 도덕경을 잘못 외워 적선(謫仙)으로 추락하는 신선 같은 몰골이었다. 돼지가 되자 식탐에 성욕이 잔뜩 늘어 요괴가 되어 수많은 사람들을 고통으로 빠트린 이였다.
허나 서역으로 불경을 찾아 여행하는 삼장법사와 만났고 오공에 이은 두 번째 제자가 되어 여행에 참여하게 되었다.
단미애에게서 용맹을 찾아볼 수는 없다.
서유기의 주연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가치는 없었다.
하지만 이시현은 단미애를 범하고 그녀를 열락에 빠트리면서 몹시 큰 즐거움을 느꼈다. 불안과 공포를 못 이겨 잔뜩 범한 그녀를 보는 순간 모든 욕망이 해소되는 것과 동시에 그녀를 매우 타락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이시현은 신의 이름을, 영웅의 이름을 사용하는 대신에 괴물의 이름을 붙였다.
이제 단미애는 그 이름에 해당하는 힘을 얻었다.
장군으로서의 힘을 발휘할 수준은 아니지만 최소한 저팔계를 연상케 할 무위를, 그리고 식탐을, 성욕을 얻었다. 그녀가 먹는 음식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분명히 이시현의 정액이 될 터였다.
“흐이이이이이이!”
애널만으로도 절정에 다다른 그녀는 결국 고개를 쭉 빼고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털썩, 하고 바닥에 늘어 붙은 껌처럼 늘어졌다.
이시현은 애널에서 까딱이는 립스틱을 빼들었다. 무장이 된 그녀는 이제 변을 보는 일도 없을 것이고, 소변을 모을 수도 없을 것이다.
하려면 가능하겠지만 ‘들어간 음식을 어떻게 해서든 합성하고 완벽히 소화하여 낭비하는 일 없게 만드는’ 기능미가 극대화된 무장의 내장은 오물을 쏟게 하지 않는다. 이시현은 립스틱을 몇 번 만져보고 냄새를 맡았다. 생각 이상으로 역한 냄새가 나지 않아서 이시현은 조금 실망이었다.
“그럼 먹어볼까. 애널의 처녀를 빼앗긴 것은 가슴 아프지만 어차피 상관없지.”
이시현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발로 그녀의 엉덩이를 꾹 눌렀다. 단미애가 엉덩이만 들어올렸다. 머리를 바닥에 대고, 엉덩이만 높이 쳐든 채로 양손으로 둔부의 좌우를 잡고 벌렸다.
이시현은 킥킥 하고 웃었다.
“보지는 처녀일 테니까.”
일반인이 무장으로 급격히 변모했다.
신체가 거의 완벽히 재구성되면서 잃어버린 처녀막도 되찾았을 것이다.
소위 말하는 무협지의 탈태환골과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것과 다른 점은 탈태환골은 ‘옛 껍질을 벗고 향상의 육체를 얻는다’는 개념이라면 이 경우에는 ‘인간을 벗어난다’는 것일 터였다. 아무튼 이시현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애널의 처음 따위, 도구에게 줘도 된다.
중요한 건 그녀의 처녀이니까. 미망인이면서도 처녀라는 포지션은 매우 드물다. 그리고 암퇘지가 떠오를 정도로 색정적인 모습도 이시현의 정복욕을 극히 채워줄 수 있는 요소였다. 이시현은 어느새 꼿꼿하게 선 자지를 단미애에게 밀어 넣었다.
“흐으, 흐아아아, 가, 가버려요, 크힛!”
하루 전의 단미애에게서는 조금도 볼 수 없었을 모습. 그리고 소리.
처녀막이 찢기고, 보지의 갈라진 틈에서 핏물이 조금 배어나온다. 자지의 기둥에도 묻어난 핏물을 보면 처녀막이 찢어진 것이 확실하다. 아플 텐데도 불구하고 단미애에게서는 쾌락의 느낌 밖에 없었다. 혀를 빼물고 눈을 까뒤집은 채로 침을 줄줄 흘리며 내뱉는 저열한 신음.
“흐에에에에, 히이이이이, 우우우후흐흐!”
그건 분명히 성노예로서 완성된 자위도구였다.
그녀는 틀림없이 육노예로서 기능하는 성욕해소용품이었다.
“돼지처럼 울어, 팔계.”
“꾸우우우우우울!”
그리고 미모의 외형을 가지고 있는, 정신만은 완벽히 암퇘지인 암컷이었다.
맹세컨대 단미애는 누군가에게 증오를 가져본 적이 없다.
본래는 제법 유복한 집안에서 살아가던 여성인데다 성정이 유한 면이 있어 호인이라는 표현을 주로 듣는 여성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남편에게도 존댓말을 사용했고 주변에도 온화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 결혼을 하고 나서가 아니다. 그 이전부터, 더 이전에도 그렇게 순진했던 여성이었다.
누군가를 때린다? 말도 안 되는 상상이었다.
그런데 그런 일을 하게 되었다.
거절할 수는 없었다.
이시현의 말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녀의 머릿속은 이성적으로 그런 판단을 내렸다.
그녀 자신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 잘못이 ‘잘못’일지는 판단할 수 없다.
단미애는 그렇게까지 변했다.
그녀의 모든 올바름의 기준은 이시현의 판단에 따라 달렸다. 가치판단의 기준이,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모든 현상이, 즐겁고 하고 싶어하는 일의 모든 것이. 그녀의 주인인 이시현의 취향에 따라 달라지게 된 것이다.
단미애는 하룻밤 사이에 보지, 애널, 입을 빼앗기고 진심으로 복종했다.
그녀는 ‘일부’의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밤에 알몸이 되어 보지와 애널에 진동하는 바이브를 꽂은 채로 산책을 다녀왔다. 아니, 정확히는 이시현이 하라고 했으니 했을 뿐이다.
밤늦은 시각이었기에 사진이 안 찍힌 것이 다행이었다. 거리가 낡아서 빛도 제대로 없던 게 다행이었다.
다음날.
그녀는 주변사람들의 의심을 무시하고 상당히 속살이 많이 드러나는 차림새로 밖으로 나섰다.
단추를 세 개쯤 풀어둔 흰색 와이셔츠에 무릎 위 15cm까지 올라오는 감색의 치마를 입고, 구두도 에나멜 광택이 나는 힐을 신고서 이시현이 명령한 장소로 향했다.
그곳에서 자신의 앞에서 남자의 구두 같이 검고 두꺼운 구두코를 바닥에 콩콩 찧으며 기다리고 있는 소녀를 볼 수 있었다.
단미애는 그녀에게서 지독스럽게 찌든 피냄새와 살벌한 기세를 읽을 수 있었다.
마치 직감, 아니 예언과도 같은 감각.
오감이 초월적으로 발달했기에 육감이라는 것이 생겨났고, 그 육감은 거의 예지 같은 느낌으로 사실을 알려오고 있었다.
인간을 아득히 초월해버린 것 같은 그 예감이 눈앞의 소녀가 인간을 뛰어넘는 괴물이라는 걸 일깨웠다. 상대가 안 된다. 공략할 방법이 없다. 단미애는 자신이 ‘인간을 벗어났음을’ 간접적으로 느꼈지만, 저건 ‘인간의 규격으로 잴 수 없는’ 존재였다.
단미애는 아마 그림 같은 것으로 표현하자면 주변이 황금색의 오러가 맺혀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비교해보면 상대는 주변의 공간을 완전히 일그러뜨리는 모습일 터였다. 단미애가 ‘본인이 강한 존재’라면, 학생처럼 보이는 이 소녀는 ‘주변공간이 고통스러워하는 존재’가 될 터였다.
숫자로 전투력 같은 걸 매겨보자면 단미애의 전투력 단위는 다섯, 여섯 자리쯤 될 것이다. 그리고 소녀는 거기에서 10의 5승, 6승 정도 0을 더한 수치. 차원이 다르다. 같은 범주로 놓고 보기가 두려웠다.
그녀 또한 단미애를 바라보며 이채를 띄었다.
단미애가 소녀를 바라보며 실력을 측량하듯 소녀 또한 단미애의 능력분석을 마친 듯 했다.
소녀는 굉장한 미인이었다.
학생처럼 보였지만, 실제 나이가 학생이진 않을 것이다.
“당신은……누구?”
“잭 더 리퍼.”
유명한, 그리고 잡히지 않은 살인마의 이름을 말하며 소녀가 눈을 감았다가 떴다.
“장군이에요.”
검은색의 실크 햇. 꽉 죈 와인컬러의 넥타이. 그리고 깔끔한 정장을 입은 소녀가 미소 지었다.
“그럼 가볼까요?”
“어, 어딜?”
“무장으로서의 시험. 그리고 힘의 사용과 완성을 위한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