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47 회: 4> 제로 섬. -- >
“망할 년, 공부는 안 하고 왜 쫄래쫄래 여기까지 와.”
“오빠가 불렀거든요? 오빠 말 무시하는 거예요?”
“오빠라니, 누가 네 오빠야. 내 자기를 오빠라고 부르지 마.”
“됐고요, 오빠. 아직 괜찮죠? 제가 뽑아줄게요.”
그녀는 옆으로 맨 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침대로 향했다. 요염한 손길로 치마를 젖히고 팬티를 벗는 것은 꽤나 익숙해 보였다. 이시현은 강주희가 정액을 아쉬워하며 핥는 것을 바라보다가 어쩔까 하고 심술궂게 웃었다.
“그럴까.”
“히히. 나 잔뜩 쌓였으니까 금방 가게 할 수 있을 걸요. 아, 나도 는 거지만 오빠도 기분 좋게 해줄 테니까.”
이유가 있어서 부른 거지만 그 이유는 잠시 젖혀두도록 하자. 이시현은 강주희에게 눈짓했다. 강주희가 볼을 부풀리며 물러났다. 침대까지 오면서 벌써 옷을 다 벗어던진 남민아가 알몸을 살짝 비틀며 벌써부터 젖어드는 가랑이 사이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부스럭거리며 음모가 흐트러지는 소리와 함께 이시현이 대답했다.
“와 봐.”
“네, 오빠.”
한껏 기뻐하는 미소와 함께 남민아가 이시현이 기다리는 침대위로 올라왔다.
남민아를 안는 것은 그리 즐겁지만은 않다.
풋풋한 처녀였고, 듣고 보아온 경험이 있다고는 해도 아직은 애에 가깝다. 잭 더 리퍼라는 걸출한 미녀를 토대로 성교를 시작한 이시현은 강주희를 만나 완전히 개화했다. 남민아는 튼튼하긴 했지만 한 번 절정에 이르기 시작하면 제대로 주체도 못하는 면이 있었고, 그때마다 이시현은 다른 여자들을 떠올리곤 했다.
리퍼는 절정에 다다랐지만 열심히 몸을 움직여 이시현의 정액을 쥐어 짜내는 요물이고, 강주희도 맛이 가기 시작하면 그동안 참았던 신음을 터뜨린다거나 거칠게 몸을 뒤트는 식으로 즐거움을 주었다. 물론 남민아가 나쁜 건 아니다. 이시현은 너무도 쉽게 여자의 오르가즘을 느끼게 할 수 있으니까.
“앗, 앗! 아아, 아흐, 흐아아앗!”
안으로 파고드는 이시현을 밀어내려고 애를 쓰지만, 이시현의 굳건한 몸은 남민아의 저항을 무시한다. 남민아는 양손으로 그의 어깨를 붙잡고 내리 누르려하지만 이시현이 올려치는 것에 그만 포기하고 그의 등을 끌어안는다. 이시현이 상체를 떼어낸다. 한껏 붙잡으려던 남민아의 손이 풀리고, 그녀는 사내의 등을 끌어안는 대신 침대의 시트를 붙잡고 절정에 몸을 떨었다.
아랫도리는 이미 질척하다. 몸을 제어하지도 못하고 남민아는 덜덜 떨고만 있다.
그동안 샤워를 끝마치고 돌아온 강주희는 베스타월로 몸을 두른 채 컴퓨터를 했다. 이곳저곳 쇼핑몰을 돌아다니던 그녀는 때때로 고개를 돌려 침대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불쾌한 듯 쯧, 하고 혀를 차고, 베스타월 아래의 유방을 문지르고 음부의 갈라진 틈을 손가락으로 쯔걱댔다.
남민아는 처음에는 나름대로 용을 쓰고 이시현을 자극하려 했지만 금방 공수가 역전이 되었다. 남민아는 이제 방어를 완전히 포기한 채 두들겨 맞는 그로기 상태의 복서처럼 연신 두들겨 맞고 있었다. 거칠게 숨을 헐떡이며 이시현이 허리를 들썩이는 대로 하체가 따라 끌려간다. 아무런 저항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침을 줄줄 흘리며 그저 절정의 늪에서 허우적거렸다.
남민아는 이시현이 안은 여자들 중 가장 질이 떨어진다.
질압이 세고 매우 뜨겁다는 건 훌륭하지만 기교도, 그리고 질내의 자극도 부족하다. 물론 사치를 부리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이시현은 그런 부족함을 자신의 솜씨로 처리해냈다. 언젠가 남민아도 나이를 먹고 강주희와 비슷한 또래가 된다면, 이시현에 의해 단련되어 명기가 될 것이다.
이시현은 그녀의 안에 세 번째로 정액을 냈다. 물론 피임은 하지 않는다. 부글부글, 소리가 날 정도로 정액을 쏟아 붓고 이시현이 자지를 떼어냈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를 잡아 들어올려 자지 앞으로 끌고 왔다. 남민아가 반쯤 의식을 잃은 와중에도 혀를 내밀고 자지를 핥고 이내 입안으로 밀어 넣고 쪽쪽 소리를 내며 빨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피임은 하지 않아도 되는 건가?
어스 엠파이어의 주민이 되었는데, 인류와 임신이 되는지 모르겠다.
물론 임신이 된다고 해도 별 걱정은 하지 않지만. 남민아는 깨끗이 청소한 자지를 여전히 빨고 있었다. 이시현이 그녀를 떼어냈다. 침과 타액이 범벅이 된 혀를 내밀고 늘어진 그녀를 보며 이시현은 머리를 쓸어넘겼다.
“색마.”
지켜보고 있던 강주희가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이시현이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런 애 가지고 놀면 재미있어? 아예 자위도구 같더만.”
어느 순간부터 이시현의 움직임에 힘없이 흔들리던 남민아의 상태를 보고 하는 말이다.
“재밌어.”
“색골.”
“최소한 누나는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누나는 그럼 색녀냐.”“너 만큼은 아니거든요.”
자기라는 말도 안 붙이고 강주희가 대꾸했다. 이시현은 피식 웃고는 그녀가 앉은 자리로 향했다. 컴퓨터 앞에서 이런저런 쇼핑몰을 둘러보던 그녀는 베스타월만 두르고 있었는데, 큰 가슴 사이로 손을 밀어 넣자 그녀가 옅은 신음을 냈다.
“다시 한 번 해줄 테니까 투기는 그만둬.”
“투기는 무슨.”
베스타월은 금방 풀어졌다. 이시현은 강주희의 알몸에 자신의 손자국을 내고, 목덜미에 짙은 키스마크를 남기면서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남민아가 깨어났을 때 이시현은 컴퓨터 앞에서 턱을 괸 채로 마우스를 또각거리고 있었다.
남민아는 질척한 촉감과 코를 쬐는 정액 특유의 냄새에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자신이 하고 있을 모습을 생각하면 쓴웃음이 생각나는 것도 사실. 우선은 샤워를 해야겠다. 남민아가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일으켰다.
강주희가 알몸으로 이시현의 옆에서 의자에 반쯤 걸터앉아 있었다.
매우 이기적인 몸매다.
남민아는 자신의 미모가 뒤떨어진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지만 강주희 앞에서는 약간 주눅들었다. 미모가 아니라 몸매에서 완패했으니까. 젠장, 태양그룹이라고 해봐야 결국 일본과 한국 핏줄이 섞여있는 이들일 텐데 왜 몸매는 서구적이지? 남민아는 자신의 유방을 살짝 쥐다가 옅은 신음을 터뜨렸다.
남민아의 유방, 꼭지에는 이빨자국이 멍처럼 남아있었다.
정말 좋기는 한데, 이런 관계 괜찮은 걸까.
남민아는 잠깐 혼란에 빠졌다. 그의 품에 안길 때는 말 그대로 정신을 잃을 정도의 쾌락에 넋을 잃는다. 그대로 죽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깨고나서 몸에 남은 ‘자위도구로서의 흔적’을 볼 때면 꽤나 만감이 교차한다. 물론, 떠날 생각은 없지만 조금 더 아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도 사실이다.
“오빠, 나 좀 씻을게요.”
“깨어났군. 흠, 씻을 동안 뭐 좀 시킬까?”
“시켜서 먹는 음식 별로 안 좋아하는데.”
섹스가 가열차다보니 잠이 들었다 깨어나면 배가 고파서 위장에서 밥 내놓으라고 아우성을 지른다. 남민아는 홀쭉해진 배를 몇 번 문지르다가 그렇게 대꾸했다.
이시현은 강주희를 바라보았다. 강주희가 휴대폰을 들어서 번호를 눌렀다.
“닥치고 처먹어. 이집에서 요리할 수 있는 사람 없으니까.”
“음? 그건 아니지.”
이시현이 뜬금없다는 듯 말했다.
“난 요리할 줄 알아.”
고아에다 고졸. 혼자서 살아온지 몇 년이 된 그는 어지간한 요리는 할 수 있었다. 맛있다고 까진 할 수 없지만, 사람이 먹지 못할 요리도 하지 않았다. 그가 가장 잘하는 것은 라면. 김치찌개 비슷하게 김치를 넣고 끓이는 라면을 제일 잘했다.
경악, 그 두 글자가 새겨진 표정으로 강주희와 남민아가 바라보았다. 이시현이 책상을 탁 쳤다.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이냐!”
“놀랍지. 자기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생산적인 일은 아기 만들기뿐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나에게 사과해! 내가 종마냐!”
“아니. 색마지.”
대뜬 강주희가 대답했다. 남민아도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안아주면 좋아 죽을 것 같아 하는 여자들이, 이런 때만 단합이 되어서는……!
“일단 사과는 하겠는데, 음. 그럼 자기가 해주는 요리 좀 먹어볼까?”
“재료는 있고?”
“없지.”
“……시켜.”
강주희가 군말 않고 휴대폰의 번호를 눌렀다. 남민아가 한숨을 쉬었다.
이래서야 정말…….
시켜먹는 음식이 아무리 고급스럽다고 해도 식당음식인 건 매한가지다. 하지만 그런 목적을 위해서는 아니겠지만 음식을 배달해주는 서비스가 생긴 덕분에 꽤 고급 요리를 식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배달하지 않는 음식을 배달해주는 배달대행업에 전화를 걸어 근처 괜찮은 식당의 음식을 주문, 그리고 집까지 가지고 오도록 한다. 돈이 있으니 그런 것은 대수롭지도 않다. 두 군데서 배달온 음식들을 내려놓자 이미 한 상 가득히 차렸다.
이시현은 테이블에 앉아서 먹는 식사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바깥에서야 예외라고는 해도 집안에서는 상을 펴고 식사를 하는 걸 좋아했다. 과거의 남은 잔재다.
가벼운 베스타월만 두른 채 배달 온 사람들을 흥분시키고 그들이 뭔가 나쁜 마음을 먹으려고 할 때 이시현이 느긋하게 걸어 나와 그들을 바라본다. 대번에 주눅이 든 이들은 얌전히 내려놓기 바쁘고, 이시현은 그런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본 채 강주희와 남민아의 유방을 움켜쥐어 탄성을 지르게 한다.
“나 좀 부끄러운데 옷 좀 입으면 안 될까.”
“음, 알몸으로 밖에 나가고 싶다고?”
“사실 난 벗는 걸 더 좋아했어. 내 피에는 누디스트의 혼이 들어가 있나봐.”
강주희와 남민아는 옷을 벗은 채 식사를 했다.
이시현의 좌우에 붙어서, 이시현이 만지는 대로 자극당하고 있었다. 제대로 식사도 못한 채 얌체같이 혼자만 먹고 있는 이시현을 멀거니 바라보던 그녀들은, 그의 식사가 끝난 후에야 젓가락을 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