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세계를 지키기 위하여-46화 (46/141)

< -- 46 회: 4> 제로 섬. -- >

“자기, 아빠에게 전화가 왔어.”

“그런데?”

“회사를 하나 만들어 주겠대.”

그 너구리같은 영감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회사라고 해도 큰 회사는 아닐 것이다. 계열사 중 무언가. 뭐 사람 적어도 되고, 이제 막 만들어진 그런 회사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교육 관련인 모양인데, 어때?”

“교육? 태양그룹에서?”

태양그룹은 유통업계 1위에 빛나는 대기업으로 일본과 한국 동시에 발을 들이밀고 있다. 대개 음료, 과자 같은 것에서부터 제과점, 커피숍, 잡화나 쇼핑몰, 백화점에 이르기까지. 생산적인 일은 거의 하지 않고 소비재에 집중한다. 덕분에 현금이 엄청나게 많지만, 사회에 보캠이 될 일은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런 우월적인 입장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영역에 손을 뻗는 이들을 돈으로 말려죽이고 지위를 공고히 하는, 소위 말하는 나쁜 기업이다.

그런데 하필 교육이라니? 교육이 돈이 되는 건 확실하지만 대기업에서 운영하고 이럴 수준은 아니다.

“그게 싫으면 딴 거 생각나는 게 있냐고 하던데.”

“없어.”

딱히 사업을 한다거나 하는 생각은 없었으니까.

이시현은 교육관련 회사를 준다는 말을 듣고 그것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떠올렸다. 생각나는 게 없었다. 아무리 스펙이 좋아졌다고 해도 알지 못하는 것까지 알 수는 없으니까. 이시현은 고졸이다.

“미나가 오면 물어봐야겠군.”

미나, 남민아를 이시현은 미나라고 부르고 있었다. 애초에 남민아의 별명도 그랬다. 민아, 미나. 당연한 것이지만 이시현이 부르자 남민아는 참 좋아했다.

이시현의 섹스 파트너 중에는 현역 고교생이 있으니 도움을 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남민아에 대해 말하자 강주희의 얼굴이 울상이 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위치와 미모를 믿고 있지만, 이시현에게는 그리 강렬하게 어필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다. 게다가 그녀는 연상. 다섯 살이나 연상인데다 그에게 안길 때엔 처녀도 아니었다.

다소 자격지심을 갖고 있는 그녀는 탱탱한 처녀인 남민아를 싫어했다.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았고, 현 위치 또한 강주희가 압도적이기에 참고 있을 뿐.

이시현은 강주희가 싫어하는 분위기를 느꼈다. 그녀의 머리를 짚고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강주희는 연상이지만 누나로서의 위엄은 보이지 못한다. 그녀는 아이처럼 그에게 안겨 그의 채취를 느꼈다. 그녀의 향이 묻어있는 것 같다. 하긴, 모텔에서 그렇게 굴러댔으니 샤워를 한다고 해도 아직 체향이 남아있다고 느끼는 것도 이상한 게 아니다.

“그보다 회사를 만들어주겠다고…….”

“우리 아빠 되게 통 크지 않아?”

“그런가. 그저 돈 쓸 곳을 찾지 못했다가 그냥 쓸 곳을 찾았으니 뿌렸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무슨 말이야 그건?”

“음. 내가 생각하는 너희 아빠는 말이지. 별로 의욕이 없어. 사는데.”

어? 영 뜻밖의 소리를 들었더니 그녀가 당혹해한다. 태양그룹의 회장 강의곤에 대해서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처음이다.

“돈을 버는 건 그저 딱히 할 일이 없어서. 그런 생각밖에 안 들어. 가장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곳에 투자를 했고 거기에 몰입하지. 창조적인 것도 하나도 없어. 미국 외식업계에서 패스트푸드를 만들어놓으니 그걸 따라서 만들어버리고, 백화점이 생기니 자신의 그룹 이름을 딴 백화점을 만들지. 쥐새끼를 모티브로 한 놀이공원을 만드니 바로 그런 유사한 걸 만드는 걸 봐. 콜라를 따라하여 사이다를 만들고 그걸 따라하는 이들을 압도적인 자금으로 발라버리고 독식하고 있지. 일본, 한국 양쪽에서. 이건 사업이 아니야. 그저 돈놀이 같은 거지. 놀이라고.”

“말도 안 돼.”

“말이 돼. ‘모든 노력을 들여서라도 하고 싶은 일이 없으니까’ 돈을 놀려 사용하는 것뿐이야. 사업수완이 괜찮고 유리한 지형에 위치하고 있으니 돈이 돈을 벌어들이듯 모을 뿐. 그런 사람 앞에서 뭔가 황당한 소리를 하는 사람이 나타난 거지. 돈 쓸 곳을 찾은 거야. 아마 망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그런 거야. 네 아빠란 사람은.”

“흠. 음, 그런가? 잘 모르겠어. 자기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하긴, 우리 아빠는 세상사 재미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을 때가 많았지. 음, 그럼 교육과 관련된 회사를 세운 건 어떤 이유에서야?”

“내가 하는 걸 보고 싶은 거겠지. 교육, 그건 뭐 갑자기 생각이 난 이유일 수도 있고, 내가 그런 쪽으로 해나가면 어떻게 될지를 생각한 것일 수도 있어. 흠, 그런 거겠네.”

이시현은 왜 갑자기 교육 분야에 관련된 회사를 만들어준다고 하는지 이해했다.

“태양그룹의 기업들은 죄다 욕을 먹잖아.”

“그런가?”

강주희가 반문했다. 그룹 내의 영애는 그런 말을 들은 적도 없는 것 같았다. 이시현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쉽게 돈 벌고 돈을 벌면서 안 쓰고 어쩌고저쩌고 뭐 그런 거지. 너는 잘 모르겠지만.”

“몰랐어. 그런데 대기업이나 그룹은 죄다 욕먹지 않아?”

“이 나라가 이상한 거지. 그 이상한 기준에 가장 잘 적응한 게 태양그룹인거고. 그러니까 교육분야를 토대로 욕을 좀 덜 얻어먹도록 만들려는 거. 그런 게 아닐까?”

“교육을 통해서 욕을 먹지 않을 수 있나? 잘 모르겠지만 교육 분야에서도 돈을 많이 벌지 않아?”

“그렇겠지.”

이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교육이니 뭐니 해서 그쪽 시장이 엄청나다고 한다. 그런 곳을 대기업이 파고들면 시장을 독점하고 파이를 키워서 어마어마한 부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걸 노리는 건가? 아니면 그곳에서 독자적인 행동을 통해서 태양그룹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길 바라는 건가.

이시현은 양쪽 다라고 생각했다.

하긴 태양그룹의 회장은 그런 사람이었다.

“기대에 부응해주지.”

“오, 자기 할 생각 있는 거야? 어떤 걸 할 건데?”

“음, 우선 캐치 프라이즈를 정해야겠지.”

이시현은 큭큭 웃고는 소리 높여 말했다. 강주희가 잔뜩 기대하는 시선을 던졌다.

“왕따 및 사교성 부족들은 와라.”

강주희가 뭔가 생각을 해보려는 듯 눈을 몇 번이나 깜빡이다가 질문했다.

“그게 뭔 소리?”

“넌 모를 거야.”

여왕처럼 떠받들어지며 지냈을 것이 틀림없을 강주희는 왕따건 사교성 부족이건 몰랐을 것이다.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이시현 또한 왕따 같은 것은 아니었지만 요즘 사회문제를 생각해보면 꽤나 적절한 대책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만들려는 건 인재양성학원이다.”

“학원? 학원 같은 걸 만들 거야?”

“소규모로 시작하고, 뭐 그런 식으로 하다가 크게 터드릴 생각인 거지. 나만 믿어. 모든 계획이 섰으니까. 나 못 믿어?”

“자기를 믿기는 하는데 뭘 말하는지 솔직히 모르겠어.”

이시현은 생각을 굳혔다.

자신이 계획한 것은 게임에 있어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자신을 성장시키는데 큰 이득은 생길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모은 인재들 중에 여자애가 있다면 그 여자애 중에서 마음에 드는 이를 말로서, 무장으로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나쁘지 않아.”

즉흥적으로 짠 계획이지만 여러 과정을 거쳐서 제법 괜찮은 구상을 했다.

그런 구상대로 진행하면 분명히 큰 이득이 생길 것이다.

“우선 미나를 불러서 물어봐야겠어. 세대가 다르니 뭘 알아야지.”

“아, 결국 부르는 건가. 그 발랑 까진 걔집애를.”

“그렇게 싫어하지만 마. 어차피 누나는.”

이시현은 그녀를 누나라고 부르며 고소했다. 보통의 남성은 말도 못 걸어볼 여자를 너, 너 하고 불러댔더니 누나라는 단어가 낯설기까지 하다.

“누나는 훨씬 더 대단한 사람이잖아.”

“응. 난 대단하지.”

강주희는 으쓱하고 포탄형 가슴을 덜렁거릴 만큼 크게 가슴을 펴 보였다.

“그런데 그 대단함을 몰라주는 자기 때문에 조금 속이 쓰릴 뿐이야.”

“……미안, 내가 너무 잘나서.”

이시현이 할 말은 그것 밖에 없었다.

***

남민아는 수업이 끝난 후 호출을 받아 왔다.

그녀는 자신이 꽤나 상류층이라고 생각했지만 국내 최고의 호텔에서 섹스를 위해 머무는 그들을 이해하기는 다소 어렵다고 생각했다. 호텔의 키를 받아서 들어왔을 때 강주희는 한참 이시현의 가랑이 사이에서 자지를 빨고 있었다.

이 여자 또 빨아대는군! 남민아는 남의 섹스를 구경하는 게 어색하지 않아졌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며 뛰어 들어왔다.

“오빠, 저 부르셨죠? 무슨 일이에요? 응?”

“아, 잠깐만. 한 발만 더 뽑고.”

마치 짐승, 애완견의 머리를 쓰다듬듯이 강주희의 머리를 쓰다듬던 이시현이 그녀의 머리를 꾹 눌렀다. 남민아가 혀를 찼다.

아, 저거 알지. 목울대까지 들어갔구나.

처음에는 숨이 막혀 토하는 줄 알았더랬다. 물론 그것이 계속되니까 중독이 되어서 이제 목으로도 자지를 자극할 수 있지만. 강주희는 목을 연신 움직여 자지를 조였다. 이시현이 자지를 떼어냈다. 강주희가 침에 젖은 혀를 내밀며 아쉬워했다. 이시현이 그녀의 얼굴, 그리고 머리 일부에 사정했다. 하얗게 묻어버린 정액을 안타까워하며 손으로 모아 핥던 그녀는 곧 표독스런 눈초리로 남민아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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