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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세계를 지키기 위하여-41화 (41/141)

< -- 41 회: 4> 제로 섬. -- >

“젠장. 의무교육이라니, 내가 의무교육을 받아야 하다니.”

집구석에 처박혀서 죽자고 시간을 보내고 있던 소년이 꿍얼거렸다. 군주(君主)에게 주어진 의무교육시간을 몇 번이나 무시했기 때문에 강제 집행되어 학교로 오게 된 그는 불만이 한 가득이었다.

마성의 군주(Lord of devilishness), 마성이라는 씨족의 장이자 128귀족 중 한 명인 그는 두 명의 장군이 지키는 가운데 책상위에 축 늘어져 있었다.

“여 게이.”

그런 그를 보고 방금 교실 문을 들어서는 소년이 손을 들었다.

“너도 여기에 있었구만. 하여간 제대로 일도 안 해, 침략도 안 해. 그래서 사람 구실이나 하겠냐?”

마성의 군주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만 들어보자 자신과 똑같이 강제집행으로 끌려온 이가 보였다. 고대의 군주(Lord of antiquity)가 잠옷을 입은 채 자신의 장군에게 업혀 있었다.

나이가 몇 살인데 저 지랄을 하고 다닐까. 마성의 군주는 한심함에 고개를 돌리고 싶어 했지만, 놈이 자꾸 말을 걸어오자 하는 수 없이 응대했다.

“개씨박새끼야. 씨발 좀 닥치라고 씨발 좆같은 개씨발놈아.”

강렬한 응대를 받은 고대의 군주가 시무룩하게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를 업고 왔던 여성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말을 걸지는 않았지만 마성의 군주 곁에 서 있는 두 명의 여성을 바라보았다. 그녀들 모두가 장군, 군주를 수호하는 최종병기다. 한 장소에 장군이 셋이나 있게 되었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끼리끼리 논다고 은둔형의 끝을 보여주는 이가 끌려온 것이다. 죄다 군주(君主)였다. 씨족의 장. 이시현은 뒤늦게 교실로 도착했다가 살벌한 분위기를 피워내는 여성들을 보고 흠칫했다.

“어머나, 장군들이네요.”

“장군‘들’이라고?”

“네. 특별교육이니 뭐니 해서 군주들이 꼭 들어야 하는 수업들이 있는데, 안들은 사람들이 끌려온 모양이에요.”

그래서 군주들 곁에 있어야 하는 장군들이 다수 몰려온 거죠. 리퍼가 대답했다.

세 명의 군주와 그를 호위하는 장군들이 넷. 마성의 군주가 둘을 데리고 왔고, 각자의 군주가 한 명씩을 데리고 온 상황에서, 일반적인 사람들은 꽤나 주눅 들어 있었다. 이시현도 주눅 들어 있어야했지만 리퍼의 존재가 그를 꽤 부각시켰다.

하지만 그들이 말을 먼저 걸어오지는 않았다. 사교성이 좋지 않은데다, 이시현을 아예 처음 보았으니까.

무엇보다 그들은 다들 죄다 강제로 끌려온 터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자고 싶어하는 군주가 하나, 타박받아 마음의 상처를 입은 이가 하나, 이불 째로 들려온 이가 하나. 이렇게 해서 세 명의 군주가 얌전히 앉아있는 가운데 교사가 들어왔다.

여성이었다.

이시현 또한 얌전히 앉아있는데 리퍼가 책상 아래로 기어들어왔다.

“헉.”

저도 모르게 신음하는데 어느새 군주들의 곁을, 남자들 옆에 서 있던 여성들이 사라졌다. 이시현은 죄다 책상 아래 들어와서 애무하고 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이 무슨 막장 AV설정 같은 상황이란 말인가. 이시현이 탄식했지만 아무도 그 탄식을 들어주지 않았다. 다들 다리를 벌린 채, 빳빳하게 선 자지를 휘하의 무장, 장군의 입에 넣고 그녀들의 입안에 사정한다. 그걸 위해서 여성 교사는 단정한 복장으로 들어왔다가 어느새 나체가 되어 있었다.

이시현은 리퍼의 작은 머리를 붙잡고 앞뒤로 흔들어댔다. 그리고 깊이 들어갔을 때 그녀의 머리를 꾹 누르며 벗어나지 못하도록 했다. 목울대까지 치고 들어간 자지가, 그녀의 떨림에 맞춰 발기되고는, 그대로 사정했다. 입을 떼지 않은 채, 눈물을 살짝 보이며 리퍼가 정액을 삼켰다.

그녀의 입에 세 차례 정액을 사정하고 난 후 이시현은 멍한 기분이 되었다.

수업이 끝났다.

도대체 무슨 수업을 들었던 걸까. 교사가 자위하고 기구를 사용하여 보지와 애널을 자극하는 것을 본 기억은 나는데 그 이상은 떠오르지 않는다.

설마 이런 수업만 계속 듣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건 아니겠지. 리퍼를 바라보자 그녀가 생긋 웃으며 입가에 흐르는 정액을 손으로 훔치고 쭉쭉 빨았다.

“시현님. 통장 만드셔야겠어요.”

“통장?”

“네. 씨앗은행이요.”

“씨앗은행은 또 뭐야.”

“외국인 노동자에게 월급대신 주는 가공 화폐지요. 아, 어스 엠파이어식 농담은 싫어하셨지. 어스 엠파이어는 화폐단위가 셀이랍니다. 셀이 세포, 세포는 씨앗, 씨앗이니 씨앗은행. 쉽죠?”

셀(Cell), 즉 세포.

제국에서는 Sell이라고 해서 판매하다의 의미까지 이중적으로 포함한다.

셀, 즉 세포를 화폐 대신 사용하는 어스 엠파이어는 이 세포를 모아서 여성을 무장으로 바꿀 수 있다. 그리고 이것들을 잔뜩 모아 장군의 셀로 바꾸고 무구를 사고 장군을 만든다.

셀을 잔뜩 모아서 여성을 다른 형태의 무장으로, 새로운 무장으로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셀을 잔뜩 모으면 강력한 무장에게 장군으로서의 길을 열어줄 수 있는데, 장군은 극한의 고련 끝에 일종의 시험을 통하여 이름을 부여받는다. 물론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다. 장군의 수가 극도로 적은 것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었다.

“장군의 이름을 부여받는다고?”

“네. 아, 그 말씀을 안 드렸었군요.”

리퍼는 자신을 쿡 하고 찔러 가리켰다.

“저는 잭 더 리퍼. 살인장군이랍니다.”

“그건 들었어.”

“잭 더 리퍼, 제 이름을 듣고서 시현님은 살벌한 이름이라고 하셨었지요?”

“기억나. 응. 그랬지.”

“장군은 말이에요.”

리퍼가 키득 하고 웃으며 허공에 손가락을 가져다댔다. 홀로그램이 떠올라 그녀의 손끝에서 반짝이며 피어났다.

신(神).

영웅(英雄).

괴물(怪物).

개념(槪念).

“장군은 이 넷의 분류를 가진답니다. 네, 이름이에요. 세계의 역사에서 이름을 남긴 영웅의 이름을 가지고, 신의 힘을 사용하고 괴물의 잔혹성과 개념으로서 승화하죠. 장군은 말이에요. 죄다 신이나 영웅, 괴물. 혹은 개념이 상징화된 존재의 힘을 가지고 있답니다.”

이시현은 그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저는 리퍼. 잭 더 리퍼. 가장 잔혹한 살인자이자 잡히지 않은 살해범. 인간을 죽이는데 특화되어 있으며 추적을 당하지 않고, 자신의 존재를 흐리는 악당. 저는 영웅(英雄)이자 무음의 살인자라는 개념(槪念)이 섞여든 이로서, 살인장군이라는 이름을 받았답니다.”

잭 더 리퍼.

그녀를 부르는 명칭.

그녀가 굳이 어울리지 않는 잭 더 리퍼라는 이름을 가진 이유는 결국.

“네. 저는 영웅이자 개념이 승화된 존재의 이름을 받아 장군의 힘으로 사용하죠. 장군으로서의 힘을, 이 이름에 어울리게 사용할 수 있다는 거예요.”

장군이라고 불리는 자들은 죄다 신의 이름을 가지고 영웅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멋있으라도 그런 이름을 따온 것은 아니다. 그녀들은 이름에 걸맞은 힘을 지닌다.

과거 영웅들이 사용했던 무기를 지니고, 그들의 위업을 현재 발휘하며, 그 이상의 파괴력을 지닌다.

시간마저 지배하고 있는 어스 엠파이어. 그들은 그들 최강의 장군들에게 ‘옛 영웅, 혹은 전설, 신앙으로서의 힘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잭 더 리퍼가 현존한다고 해도 그녀만큼 강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잭 더 리퍼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그가 사용한 기술들을 사용할 수 있다. 그의 은밀성을 모방할 수 있다. 아니, 모방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융화되어 있다. 그 은밀성을 장군의 몸으로 발휘하는 것이다. 이름의 힘을 얻기 위해서 영웅들의 세포를, 그들이 살아온 시간의 궤적을, 영웅성과 신앙을 끌어모아 세포에 융합시켰다. 장군이란 그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시현은 그제야 잭 더 리퍼가 왜 자신을 ‘살인장군’이라고 지칭하는지 이해했다.

“넌 그러니까…….”

눈으로 웃는 리퍼를 바라보며 이시현이 신음했다.

“잭 더 리퍼……라는 거군.”

“네, 맞아요. 저는 잭 더 리퍼예요.”

잭 더 리퍼라는 이름뿐만이 아니라 그 기술조차도.

잭 더 리퍼는 그런 힘을 지니고 있었다.

이시현은 곧 주변을 둘러보았다. 정확히는 군주들의 곁에 있는 여성들을 바라보았다.

그렇다는 말은 저 여자들도 신, 영웅, 괴물 등등의 이름과 그에 걸맞은 힘을 가지고 있는 걸까. 리퍼를 바라보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마성의 군주를 수호하는 두 명은 헨리(=헨리 7세) 루이(=루이 15세). 고대의 군주를 업어들고 온 뿔 달린 여자는 타오티에(饕餮). 공포공(恐怖公)을 수호하는 노란 왕관을 쓴 소녀 또한 하스터(Unspeakable Hastur)예요.”

영국과 프랑스의 절대 황권을 구가했던 헨리 7세. 루이 15세.

루이와 헨리라는 이름으로 장군이 되어 있다.

타오티에. 소위 말하는 도철. 중국신화에서 말하는 사흉(四凶) 중 하나로 그 잔혹함과 끔찍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는 괴수다.

그리고 공포공. 128군주 가운데서도 다섯 손가락에 꼽힌다는 초거물 또한 이불 속에서 고개 하나 안 내밀고 잠들어 있지만 그가 데리고 온 장군은 ‘형언할 수 없는 하스터’. 크툴루 신화에서 나오는 끔찍한 악몽의 주인이었다.

잭 더 리퍼에 그런 이들까지.

장군이라고?

이시현은 그런 이들을 지배하는 남자들의 정신상태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왕권의 무게를 새삼 깨달았다. ‘어떤 인간이든 장군으로 만들어준다’는 능력을 가진 보석. 이것을 통해서 저기 저 여성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로 너무나도 공포스럽고, 감동적이었다.

“제한이 있어?”

“장군으로서의 제한인가요?”

리퍼가 싱긋 웃으며 그가 묻고 싶은 걸 꼭 짚어 말했다.

“응. 장군이 이름을 가지기 위해서는……한계가 있는 거야?”

“글쎄요. 잘은 모르겠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요. 시현님이 장군을 만들고 싶어한다면, 그 장군을 추상적이나마 그려낼 수 있다면. 그렇다면 반드시 시현님은 그 장군을 맞이하게 될 거예요.”

이시현은 고뇌했다. 장군.

장군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았다. 그 장군이 무조건 여자가 되어버린다는 제약이 있어서 이시현이 가장 존경하는 ‘충무 모님’을 장군으로 만들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그에 준하는 이를…….

“두 번째 수업시간이네요. 이번엔 좀 제대로 된 수업이어야 할 텐데요.”

리퍼가 종소리를 듣고서 말했다. 남자들이 쓸데없이 놀란다고 무장들만 들을 수 있는 음역대에서 종소리가 울렸다. 이시현은 듣지 못했지만 여성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수업 시작임을 알았다.

두 번째 수업은 경매장 참여였다.

일정한 셀을 얼마 이상 제공하고 물건을 사는 것.

경매장 죽돌이인 군주들이 그제야 활기차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시현도 경매장에서 주는 셀을 받아서 경매장 여러 곳을 전전했다.

“어디가 좋을까?”

“지르도다가 괜찮은 걸로 알고 있어요.”

리퍼가 조언하자 저쪽에서, 즉 군주가 있는 쪽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거기 괜찮아. 우리가 자주 가는 데거든.”

“고마워.”

이시현이 대답했다.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고, 리퍼조차 당혹했지만 이시현은 당당했다. 그들은 반말로 답을 들을 줄 몰랐는지 멍해져 있다가 곧 쓴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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