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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세계를 지키기 위하여-40화 (40/141)

< -- 40 회: 4> 제로 섬. -- >

“아, 네. 저는 일상생활을 할 때는 평범하죠. 넵, 무척 평범해요.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전투가 일어나지 않을 시에는 정체를 들키지 않게 하고, 정신공격에 면역이랍니다.”

“그럼 일상생활이 아닐 때는?”

“사람을 죽인다거나.”

리퍼는 이시현에게 양해를 구한 후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서 비로소 흘러내리는 정액을 손바닥으로 받아서 입가까지 들어 올려 핥았다.

“사람을 살해한다거나.”

“사람을 학살한다거나.”

“사람을 살해한다거나.”

“사람을 잔살한다거나.”

“사람을 찢어죽이거나.”

“사람을 찔러죽이거나.”

“사람을 베어죽이거나.”

“사람을 꿰어죽이거나.”

“사람을 발라죽이거나.”

“사람을 긁어죽이거나.”

살인장군이라는 이명을 가진 리퍼가 싱긋 웃었다.

“그럴 시에 저는 모든 의태능력을 벗고 살인장군이 되어 날뛰겠죠. 싸울 때는 정신공격이 통한답니다, 후후.”

“그러면 더 안 좋은 거 아냐?”

“아, 그때엔 제게 그런 공격을 하는 이를 누구보다 빨리 알아차려서 손을 봐주니까요.”

“어, 그렇군.”

이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지 무서운 여자다. 장군. 이제야 그 이름의 무거움을 알겠다.

“그럼 이제 해야 할 건 어스 엠파이어로의 안내인가.”

“네. 저의 봉사에 만족하셨나요?”

“응. 정말로 널 가지고 싶어질 정도로.”

“그거 감사합니다. 기다리고 있을게요. 아, 그럼 옷을 입어주세요. 어스 엠파이어는 누드 문화가 암컷밖에 없거든요.”

그거 좋은데군. 하긴, 이런 여자를 마구 생산하는 곳이니 당연히 그렇겠지.

이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입혀드릴까요?”

“부탁할까?”

이시현은 알몸으로 다가와 자신의 옷을 챙겨 입혀주는 리퍼의 몸 이곳저곳을 주물렀다. 그럴 때마다 뺨을 붉힌다거나 낮은 허밍소리를 낸다거나, 혹은 멈칫거리다가 뾰족한 눈으로 쳐다본다거나 하는 식으로 이시현을 만족케 했다. 다리 사이가 흠뻑 젖은 리퍼가 강주희가 두르고 있던 이불로 문질러 닦아냈다.

“저 여자가 말의 후보인가요?”

“응.”

“예쁘장하네요. 싸움은 흠, 글쎄요. 하지만 나름 이쪽에서 인정받는 핏줄이 흐르는 것 같으니 잘 될 거예요. 저는 흑공자, 백공자님 모두를 뵈었고 응원하지만 이시현님도 응원하고 있답니다.”

“나만 응원해.”

이시현은 투덜거리면서 거울 앞에서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그 동안 리퍼도 옷을 다 챙겨 입은 채였다.

“어떻게 가는 거야?”

“제 보지에 님의 자지를 끼우고 몇 번 흔들면 가죠.”

“어스 엠파이어식 농담이냐.”

“재미있었나요? 그럼 제 손을 잡아주세요.”

“오래 걸리는 건 아니지?”

강주희를 놔두고 오랫동안 있으면 곤란하다. 이시현의 마음을 짐작이라도 하듯 리퍼가 우아하게 웃었다.

“‘시간이 금이라고? 그럼 그 금을 동으로 만들어주지’라면서 황제폐하께서는 어스 엠파이어의 영역 시간을 매우 늦추었답니다. 지구의 0.4초는 어스 엠파이어의 한 시간이에요.”

“마, 말도 안 돼.”

“된답니다. 군주님들도 힘내면 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럼, 제 가슴을 꽉 쥐어주세요.”

“안 잡으면 떨어지냐?”

“제가 기분 좋잖아요.”

리퍼는 은근히 자신의 만족을 위해 대꾸하고서 어스 엠파이어로의 길을 열었다. 벽의 일부가 기괴하게 뒤틀리고 비명을 지른다. 바람이 몰려드는 것 같다. 흔들리고, 일렁이고, 일그러지고, 뒤틀린다. 거품이 수도 없이 생겨나더니 사각형의 테두리를 만들어낸다. 거품으로 이루어진 사각형의 문. 그런 혼돈의 문을.

“공포의 군주님께서 자신의 장군을 통해서 만들어낸 ‘패스 아니고 토스’랍니다.”

황제를 제외한 어스 엠파이어의 군주 중에서 톱 5. 공포의 군주를 섬기는 장군 요그소토스의 능력을 빌린 이 힘은 말 그대로 차원이라는 한계를 제거한다. 이시현이 옷 위로 리퍼의 유방을 비틀면서 문을 들어서자 터무니없는 구역질이 났다. 억눌러 참으며 버티려다 의식을 잃었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사회복지시설, 젊은 날의 초상, 인생낭비, 머리 깎아야하나? 20000년이 지나서도 공부해야 하나요, 등등으로 매도되는 제국고등학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뭔놈의 중국 황제가 살던 성처럼 거대하고 광활한 건물이 있었고, 그 건물에 적힌 학교라는 표현을 보고 이시현은 다시 한 번 기절할까 고민했다.

“웬 학교야!”

“학교에서 공부를 하면 돈을 드려요.”

“나 돈 많아!”

“어스 엠파이어의 화폐는 골드나 다이아몬드가 아니에요. 셀이랍니다. 그 셀을 드려요. 그리고 셀을 일정량 모으면 무장을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아시겠죠?”

“알지.”

퀘스트 완료를 대가로 배웠으니까.

“특별학생으로 모든 수업을 수료하면 무장 한 명을 만들 수 있을 셀을 드린답니다. 물론 수업만 하는 것은 아니에요. 충분히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예요. 그저 공부만 하는 건 아니거든요.”

리퍼가 말하는 뉘앙스가 묘했다. 이시현은 대강 수업의 분위기를 알 것 같았다.

“그런데 왜 학교 설명할 때의 표현이 그 모양이야?”

“어스 엠파이어의 남성분들은 굳이 그런 식으로 안 살아도 문제가 없으니까요. 최소한의 삶은 보장이 되는데 그 최소한의 삶이 괜찮은 편이거든요.”

“……응.”

거지가 되어도 미국 거지가 되는 게 낫다. 왜냐면 영어를 쓰니까. 뭐 그런 느낌인 건가? 이시현은 리퍼의 말을 기묘하게 이해했다.

“그보다 학교인가……. 저것들은 뭐지?”

“음? 저분들이요? 남성분들인데요. 학생이네요.”

“미남의 수준이 아니잖아! 뭐야 저 번쩍번쩍 빛나는 얼굴은! 다리 길이가 1m냐! 허리는 왜 저렇게 가늘고, 머리칼은 저게 뭐야!”

“그야.”

리퍼는 묘한 표정으로 이시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시현님도 그렇잖아요.”

매우 잘난 자신에 자신감과 동시에 만족을 가지고 있었던 이시현 씨는 큰 충격을 먹었다.

여기서는 자신의 우월함을 증명할 수 없다. 왜냐, 다들 잘났으니까! 침울해지는 그를 위로하며 리퍼가 걸음을 옮겼다. 느긋한 걸음이었다.

이시현은 그녀의 옆에서 걸음을 걸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뭔가, 굉장히 이질적인 세계였다. 해는 푸른색인데 반해 주변이 그리 어둡지는 않고, 바닥은 반짝반짝이며 빛을 내는 가운데 기괴한 조형들이 움직이면서 청소를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드문드문 보이는데 다들 잘난 남성들. 남성들의 곁에는 리퍼와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소녀, 처녀, 여성들이 따르고 있었다. 일부는 헐벗고 있는 경우도 있었는데 눈요기가 된다.

생각 이상으로 사람 사는 거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 들어서자 기분 좋은 청량감이 폐를 채운다.

세포 하나하나가 치유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몸도 상당히 가벼워진 것 같다.

기묘한 이질감. 그리고 이곳이 완전히 다른 세계라는 느낌.

“이건……?”

“1급 거주지역의 결계예요. 심처를 사용할 수 있는 무장이나 마법, 주술을 사용하는 무장들이 걸어두는 마법진 안에 들어온 거죠.”

“이런 게 흔한가?”

“네. 흔하다면요. 물론 서민들은 3급 거주지역에서도 만족하지만요.”

“3급 거주지역은 또 뭔데.”

“시현님이 생각하는 가장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을 생각하시면 되요. 몸에 아무런 해가 발생하지 않는 공간. 그곳이 어스 엠파이어의 기본적인 풍경이에요.”

“2급은?”

“체력회복이 빨라진다거나, 좀처럼 정신이 흐트러지지 않는다거나, 이런저런 효과가 붙죠.”

“1급은 여기고?”

“네. 육체의 세포를 활성화시켜서 수명을 늘려주죠. 별로 의미가 없긴 하지만요.”

의미가 없다? 눈으로 묻는 이시현의 말에 리퍼가 대답했다.

“영혼과 죽음, 사후세계까지 지배한 어스 엠파이어는 그동안 살아오며 쌓았던 지식과 경험까지도 백업해서 클론 육체로 담을 수 있거든요. 물론 그런 게 번거로운 분들도 있으니 한 육체로 오랫동안 사는 분들도 많지만요.”

“……SF잖아.”

이시현은 어스 엠파이어의 기술력을 새삼스레 깨닫고 신음했다.

이시현을 본다면 다른 이들은 죄다 뭐 이런 촌놈이 다 왔나 싶을 것이다. 그에게는 어스 엠파이어의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일 테니까. 하지만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리퍼가 지그시 웃으며 말했다.

“전 좀 모자라긴 하지만 장군이에요. 장군을 옆에 대동하고 있으면 아무도 무시하지 못한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고, 그리고 완벽하게 안내해 드릴 테니까요.”

“그래. 믿을게.”

이시현과 리퍼가 손을 잡고 학교내부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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