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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세계를 지키기 위하여-38화 (38/141)

< -- 38 회: 3> 배고픔. -- >

김유나의 머리가 살짝 흔들린 것을 눈치 챘다. 그녀는 뇌가 분명히 흔들렸다.

미세하게나마 턱을 스쳤으니까. 하지만 그녀의 몸은 기계적으로 움직였다. 달려드는 이시현을 막아내려는 듯, 찔러 죽이려는 듯 메스를 치명적일 약점을 향해 찔러댔다. 이제 황금의 침은 없다. 이시현은 망설였다.

그리고 돌격했다. 매스를 피하고, 그녀의 손등을 후려친다. 김유나가 손등을 피하고, 도리어 손등을 치려던 주먹을 향해 매스를 찔러넣는다. 공방. 1초도 되지 않는 사이에 스무 차례의 공방이 이어진다.

“<약점간파>.”

김유나가 말했다. 그녀의 상체가 흔들리고 있다. 턱에서 온 진동이 그녀의 제어를 흩트러뜨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 있는 것도 대단하긴 하다. 김유나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리는 한 순간.

이시현의 몸 일부에서 빛이 나고 있었다.

인후, 인중, 목젖, 겨드랑이 등등. 치명적인 약점부위가 빛이 어리며 상대에게 타겟 포인트가 되었다. 이시현은 기가 막혀 한숨을 쉬었다. 세상에, 이런 특기도 있다고? 상대의 약점을 고스란히 읽어 들일 수 있다니. 이시현이 몸을 굳히며 방비했다. 김유나가 씩 웃었다. 그녀가 도주했다. 이시현은 이를 악물었다. 다시 달리지만 김유나와의 거리는 재차 벌어져 있다.

[퀘스트 카운트: 00:02:25]

씨발. 젠장. 짜증나. 제길!

무장인 줄 알았다면, 그녀가 밖에 있는 줄 알았다면 절대로 그런 소리를 지껄이는 게 아니었는데. 백공자의 정체는 알 수 있었지만 이쪽의 정체도 들켰다. 이시현의 가장 큰 무기가 흑공자와 백공자에게 들키지 않았다는 은밀함. 하지만 그게 들킨다면 내일이라도 이시현은 죽을 수 있다.

안 돼. 절대로 안 돼.

“네년, 멈춰!”

김유나가 멈칫한다. 그녀가 돌아본다. 표정이, 눈동자가 굳어있다. 이시현이 손가락을 물어뜯어 피를 내고 흩뿌린 채 외쳤다.

“멈춰라!”

재차 외친다. 김유나의 몸이 움찔했다가 다시 멈춘다.

정액을 다른 이에게 품게 하여 세뇌하는 특기 [군주의 권위].

황금의 침에 의해 두 단계나 상승한 이시현은 세뇌의 등급이 C급에 이르렀다.

권능은 특기와 비슷한 것 같지만, 그 효과나 범위, 능력이 비교도 안 되는 것이 군주의 ‘권능’.

권능은 이시현이 피를 내서 흩뿌리는 것만으로 직접 닿지도 않은 상대를 강제했다. 김유나가 멈칫거렸다. 자꾸만 움직이려고 하는 것이다. 이시현은 고통을 참고 다시 다른 쪽 손가락을 물어뜯었다. 그리고 또, 또, 또.

일곱 개나 물어뜯어 피를 줄줄 흘려낸 이시현이 그 모든 피를 흩뿌리며 소리쳤다.

“멈춰!”

김유나의 표정이 창백하게 굳었다. 그녀의 표정이 울 것처럼 변했다.

“군주의 권능을……. 감히, 인간 주제에……!”

시간은 줄어간다.

이시현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손을 늘어뜨리며 걸어왔다. 김유나를 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뺨을 올려붙였다. 짜악, 김유나가 튕겨 날아갔다. 볼이 부풀었다. 목이 부러져라 쳤는데도 조금 부푸는 것으로 그쳤다. 입안이 터진 것 같지도 않다. 김유나가 다시 도망치려고 하지만 넘어진 상태로 굳어있다.

이시현의 각오가, C급까지 상승된 권능이 그녀를 제압한다.

“심처……아스클……!”

“내 입술을 빨아!”

심처, 아스클레피오스. 퀘스트를 통해 정체를 알고 있던 이시현은 그녀가 비장의 수법으로 남겨둔 심처가 펼쳐지기 전에 재차 명령했다. 죽은 이조차 되살리는 심처. 몸을 굳게 만드는 상태이상은 쉽게 치료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김유나는 심처를 펼칠 수 없었다. 그녀가 혀를 내밀어 이시현의 입술을 핥았다. 그리고 겹쳤다. 혀를 섞고 타액을 교환했다.

“웃, 흐응, 흑, 으응.”

“춥, 쭈웁, 쪽, 쪼옥.”

푸핫,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타액을 입가에 머금고 있는 김유나는 울기 시작했다. 주인님이 아닌 다른 남자의 체액을 입안에 머금고, 키스를 나눴기 때문일 것이다. 이시현이 말했다.

“나는 너의 임시주인이 된다!”

김유나는 싫어, 싫어, 거부했다. 이시현이 재차 그녀를 끌어안고 입술을 나누었다. 싫어, 하는 소리가 약해졌다. 으으응, 하고 고개를 젓는다. 그렇게 두 번.

혀가 녹아내릴 것 같은 표정이 된 김유나가 눈물을 뚝뚝 흘렸다.

“나는 네년의 임시주인이다.”

“네, 주인님. 이 암캐에게 정액주사를 놓아주세요.”

김유나는 하얀 가운을 벗고, 치마를 내린 채 보지를 벌려 보이며 음탕하게 웃었다. 이시현은 그제야 한숨을 쉬면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너는 눈앞에 존재하는 회색의 존재를 잊는다.”

“잊었습니다. 저의 주인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세 번째 존재에 관련된 모든 사항을 잊고 그에 대한 의문을 느끼지 않는다.”

“이해했습니다. 저는 세 번째는 없고 무조건 주인님뿐이랍니다.”

“태양그룹의 회장과 나눴던 대화는 지극히 일반적인 것이었으며, 싸움도 없었다.”

“사랑싸움은 제게 사치입니다. 범해주세요, 이 보지를, 관장도 해주세요. 저는 오직 주인님만을 위한 암캐랍니다.”

“흑공자 씨발 새끼, 도대체 어떻게 길들였기에 이런 여자가 이렇게…….”

이시현은 완전히 넋을 잃고 엉덩이로 춤을 추는 김유나를 바라보다 한숨쉬었다.

퀘스트가 잘 해결되었다는 홀로그램을 보며 이시현은 피식 웃었다. 그녀가 보지를 벌리고 음탕하고 색스럽게 노래한다. 이시현이 피식 웃었다. 이 여자 그러고보니 제법이었지?

“빨아.”

이시현이 지퍼를 내렸다. 트렁크 안쪽의 불뚝한 자지를 바라보며 김유나가 침을 줄줄 흘렸다. 그녀가 즉각 무릎을 꿇고 기어오더니 팬티의 단추를 풀고 뺨을 때리는 자지를 사랑스럽다는 듯 애무하다 입안에 넣었다.

쭈웁, 쭙, 쭙, 쭈붑.

“으하, 하으, 히아아, 아흐으음.”

“크, 젠장. 이건 뭐……완전히 뱀이잖아.”

잭 더 리퍼에게서나 느꼈던 혼이 빨리는 듯한 쾌감을 이제야 다시 느낄 수 있다.

강주희와 남민아로서는 느끼지 못했던, 진정한 성욕을 해소하기 위한 도구가 움직이고 있다. 더 이상 참지 못한 이시현이 그녀의 입안으로 정액을 밀어 넣는다.

“삼켜. 맛있게.”

“하음, 으, 흐응, 마시써요……더, 더 주세요…….”

“유방 드러내. 다리 벌려.”

그녀는 즉각 그렇게 했다. 이시현은 핸드폰으로 김유나의 음란한 사진을 찍었다. 축 늘어진 자지를 빠는 모습도, 유방 사이에 자지를 끼우는 모습도, 보지와 클리토리스를 주무르고 애액을 싸는 모습도 찍었다.

“옷 입어. 그리고 이 모든 일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해. 그리고 기억하는 순간 잊어버리도록.”

이시현은 완벽히 정리를 마쳤다.

김유나를 향해 몇 번이고 재조정을 했다. 황금의 침으로 강화된 능력이 낮아지는 것을 느낀다. 혈액, 타액, 정액. 삼 단계의 체액을 통해 세뇌작업을 받은 그녀는 이제 모든 것을 잊은 기색이 되었다. 그녀는 언제 이시현의 자지를 빨았느냐는 듯 느긋하게 걸음을 옮겼다.

“길을 모른다고 하셨죠. 저를 따라오세요.”

“이 병원이 너무 넓어서 말이지요.”

“이 나라 최고의 병원이니까요. 저쪽으로 가서 사무계에게 물어보길 바랍니다.”

이시현은 길을 잃어버린 사람으로 취급되었다.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던, 그래서 원장인 그녀가 직접 길을 가르쳐주는 것으로 완벽히 기억이 조작되었다. 남은 것은 이시현의 기억, 그리고 휴대폰으로 남은 영상 뿐.

김유나는 이시현이 걸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잘 생기긴 했지만……그래도 주인님만큼은 아니지. 주인님만큼 대단하지도 않아 보이고.”

김유나는 흑공자의 날카롭고 요염한 모습을 떠올리며 빙그레 웃었다.

차가운 얼굴이 무너진 것이 매우 요염한 요부 같았다. 흑공자는 그녀의 주인이다. 그리고 그녀를 새로이 살게 한 자다. 그를 위해서 그녀는 존재한다.

“뭔가……좀 이상한 게 있는 것 같지만, 응.”

뭔가 이상한 게 있지만 알게 무언가.

흑공자를 생각하며 김유나는 화장실을 찾았다. 얼른 자위를 하고, 흑공자에게 달려가 냉정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흑공자는 그녀의 차가운 얼굴을 무너뜨리고 바보 같이 헐렐레한 모습을 만들어, 그녀를 알몸으로 만들고 병원을 걷게 하는 등으로 쾌락을 느낄 것이다.

그걸 위해 그녀는, 일찌감치 자위하며 성욕을 해소했다.

물론 흑공자의 앞에 가서는, 다시 금방 요부가 될 테지만.

어쩔 수 없는 무장의 숙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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