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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세계를 지키기 위하여-23화 (23/141)

< -- 23 회: 3> 배고픔. -- >

흑공자가 눈을 떴다.

제 어머니인 측천이 게인의 자지를 빨고 있다가 시선을 들어올렸다.

영화를 보다가 잠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3D영화니 뭐니 해도 눈은 아프고, 시끄럽기만 하고 별로 재미도 없던 탓이다. 어스 엠파이어의 초절한 기술력으로 제작된 미디어를 보다가 이런 걸 보니 정신이 나갈 것 같다. 21세기 사람이 구석기 시대 사람들이 돌을 깨고 노는 것을 구경하는 꼴이다.

백공자 샤를에 동영상 점수가 뒤처졌다. 그게 너무 열이 받아 이 시대의 기술을 확인한 후 다음 동영상을 제작하려고 했는데, 그만 잠들고 말았다.

킬 더 킹에서 포(包)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측천을 내려다보던 흑공자는 그녀의 머리를 붙잡고 앞뒤로 흔들었고 웁웁 소리를 내면서 자지를 흡입하던 측천은 이내 사정된 정액을 입안과 목구멍 전체에 덮어씌우고 배시시 웃었다.

여왕의 이름을 딴 오만함과 미모, 그리고 잔인함 모두를 갖추고 있는 여성. 그녀의 주인이었고 그녀의 아들이었던 흑공자는 탐닉의 군주 휘하로 들어가면서 그녀를 진상했다. 그리고 후계자 선정의 전쟁에서 다시 돌려받았다.

“정액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먹다니 더없이 음란한 돼지군.”

“꿀꿀, 이 못난 측천은 암퇘지예요, 꿀꿀, 꽥꽥.”

“이런 돼지에게서 길러진 나도 우습군. 꼴사나운 돼지년. 감히 주인의 정액을 남기지 않고 혼자 독식했으니 그 값어치는 해야겠지.”

“꿀꿀, 꿀꿀.”

“유인나가 이상을 전해왔다. 추적해라. 그리고 적이라면 따라가서 죽여. 아, 흰둥이를 쳐 죽이는 것도 용납하지.”

츄릅, 침이 흐르는 입가를 훔치며 측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측천은 흑공자가 하는 게임의 장기에서 포의 역할을 맡았다.

체스에서는 존재할리도, 존재해서도 안 되는 말인 포.

장군인 그녀를 포의 자리에 배치한 것은 신의 한수라고 할 만 했다. 그 덕분에 백공자라고 자처하는 쓰레기 또한 두문불출하며 집구석에 처박혀 있는 게 아니던가. 그녀가 포병으로서 획득한 능력은 ‘여자의 몸속에 든 정액의 주인 앞으로 날아간다’.

여자를 넘어갈 수 있는 말로 여기고, 정액의 주인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순간이동으로 추적할 수 있는 힘. 그 덕분에 백공자는 자신이 품은 여자의 뱃속을 청소하지도 않고 게임의 말로 내보냈다가 측천의 목표가 되었다.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그는 측천을 정면에서 마주했고 극심한 부상을 입고, 가장 노출해서는 안 될 비장의 무기인 퀸(Queen)까지 보이고 말았다.

“큭큭. 병신 쓰레기 같으니.”

백공자의 질린 얼굴을 떠올리며 조소하던 흑공자는 문득 고개를 기울였다. 다리를 벌리며 보지가 축축하게 젖은 것을 드러내는 측천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떠나기 전에 박아 달라 그건가?

정말로…….

“쓰레기 같은 음란 암퇘지가. 정말 안 되겠군. 벌려.”

측천이 기쁜 얼굴로 몸을 일으키고 다리를 넓게 벌린 후 보지의 균열을 넓혔다. 털 한 가닥 나오지 않게 밀고 배꼽에서 보지까지 하얀 피부에는 그의 문장과 함께 측천을 비난하는 저열한 문신이 새겨져있다. 그의 문장을, 문신을, 그리고 아래의 균열 속으로 흑공자가 손가락을 밀어넣었다. 손이 닿을 때마다 전율하던 측천이 이윽고 손가락 네 개가 들어가자 고개를 젖히고 혀를 빼물었다.

“우긱, 쿠욱, 꾸, 꿀!”

***

백공자 샤를은 선택받은 인생을 살아왔다.

그에게 있어 인생이란 자신의 뜻대로 굴러가는 장기판 말이다.

위대한 128가의 가주,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있는 이들.

5조에 이르는 인류의 최정상에 위치해 있는 이에게서 그는 태어났다. 덧붙여 이미 후계자로서 낙점되어 있었다.

백공자 샤를은 탐닉의 군주를 낳은 여자를 어머니로 두고 있다. 물론 탐닉의 군주는 그 사실을 모른다. 탐닉의 군주는 자신을 낳은 여자에게서 자식을 보았고 그게 백공자 샤를이라고 믿고 있으니까.

즉, 백공자는 탐닉의 군주와는 아버지와 아들 사이가 아니라 형제 사이다. 그 더럽게 꼬인 가족관계는 현 탐닉의 군주에게 지위를 빼앗기고 죽음을 맞이한 전(前) 탐닉의 군주가 심어놓은 비장의 수단. 이 모든 것은 탐닉의 군주라는 군주의 위를 빼앗으려는 진짜 아버지의 심모(深謀).

백공자는 순조로이 현 탐닉의 군주 아래서 우수한 교육을 받았고 누구보다 탐닉을 즐기며 남을 조소하고 희롱했다. 자신의 즐거움을 우선하고 선행에 뿌듯해하기보다는 타인의 실패에 박장대소하며 즐겨왔다.

타인의 불행이 자신의 즐거움.

자신의 즐거움은 온전히 타인을 구렁텅이로 빠트리고 얻는 것.

탐닉이란 가장 조악하고 사악한 즐거움을 추구하는데서 비롯되고, 스스로를 구하는 선행으로 인한 즐거움은 탐닉에게 있어 가장 큰 죄악이 된다.

덕분에 백공자는 누군가를 배재하고 적으로 삼아 쓰러뜨리며 성장한 흑공자와는 달리 기품 넘치고 선량하고 자상하며 우아한 망종이 되었다.

128가의 귀족은 세 명의 황제에게서 채취한 유전자로 만들어졌다. 어스 엠파이어의 주민들과는 기원은 같지만 능력은 차원을 달리한다. 그리고 그 능력은 모두 황제에게서 기인하는 바, 능력을 빼앗아 황제에게 다가가고 싶어 하는 마음은 모든 남성들의 목표일 터였다.

어스 엠파이어를 지배하는 세 명의 황제.

그리고 그 아래 128개의 가문.

그 가문 내에서 일어나는 분쟁과, 다른 이들의 권능을 빼앗고 지배하고 싶어 하는 욕구와 그로 인한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행동은 감히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사악하고 사악한 제국. 오직 인간만을 위해 존재하는 세 명의 황제 아래서 귀족도, 일반 평민도 진저리치는 사악함에 빠져들었다.

백공자는 아버지인 탐닉의 군주 아래서 후계자로 컸다. 그는 인큐베이터에서 기품 있게 자란 것이 아니라 아버지인 탐닉의 군주를 낳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탐닉의 군주의 아들이다. 그러나 사실 그는 만에 하나 있을 사태를 우려하여 탐닉의 군주를 낳은 어머니에게 보관해준 전 탐닉의 군주의 자식이다. 즉 그는 아버지의 자식이자 아버지를 낳은 어머니이자 장군에게서 태어났으며 사실은 아버지와 항렬이 같은 형체와 다름없는 사이라는 것이다.

개족보도 이런 개족보가 없다.

제국 어스 엠파이어에서도 이렇게 꼬인 관계는 좀처럼 없다.

백공자는 자신의 처지를 간단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냥저냥 잘 자라서 탐닉의 군주가 되면 된다. 그것뿐이다.

물론 그는 자신 있었다.

탐닉의 군주가 후계자를 뽑는 게임을 하자고 했을 때 제일 처음 응했으며 제일 처음 승리했다.

10년. 사실상 영원을 사는 어스 엠파이어의 주민들에게는 턱없이 짧은 시간.

그 10년이라는 시간동안 게임을 했고, 압도했다. 단 한 번도 패배한 일 없고 단 한 번도 궁지에 몰린 적도 없다. 그의 우월함은 타고난 것이다.

그런 그의 앞에 나타난 흑공자.

그 또한 쉽사리 물리칠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전혀 다른 곳에서 성장했고, 갑작스럽게 후계자 중 하나라고 소개받았지만 ‘그게 뭐? 어때서? 어차피 뒈질 텐데.’ 그런 감정이었으니까. 하지만 아니었다. 흑공자 게인. 그 소년 또한 타고난 뭔가가 있었던 것이다. 탐닉의 군주가 하는 말을 듣고서야 깨달았다.

흑공자는 탐닉의 군주가 만들어낸 또 다른 괴물 같은 자식이라고.

백공자 샤를과 별로 다를 바 없는 혈통에, 장군이 어머니인 어스 엠파이어에서도 제법 축복받은 환경이었던 것이다. 백공자와 마찬가지로. 흑공자의 피를 타고 흐르는 능력 중에는 탐닉의 군주가 사용할 수 있는 권능도 담겨 있을 것이다.

라이벌.

인정하기는 싫지만 흑공자는 라이벌이었다.

물론, 라이벌에게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싶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백공자 샤를은 그런 식으로 성장하지 않았다.

“……언제더라.”

장서현. 근래에 받아들인 여성의 양가슴 위에 발을 얹고서 샤를이 고민에 빠졌다. 샤를의 몸을 애무하고 혀로 닦아주던 여성들이 머리를 갸웃했다. 샤를은 자신의 자지를 빠는 여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손을 꾹 눌렀다.

“그 개새끼를 적이라고 생각하게 된 게 언제인지 생각하고 있는 거야.”

그 개새끼.

샤를이 그런 식으로 말할 상대는 흑공자 게인 밖에 없었다.

근래에 백공자는 흑공자에게 거하게 뒤통수를 얻어맞은 적이 있었다.

AV를 버서버섯에 올리는 것으로 나름의 평가를 받았다. 그때에는 가볍게 승리했다. 그곳을 이용하는 이들의 기준에는 조금 부족했지만, 이쪽의 영상기술력을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 어스 엠파이어의 시대에서 겨우 2D로, 냄새도 감각도 안 느껴지는 영상은 정말로 오래 전의 것이니까.

일찍이 이런 기술력을 알아채고 그나마 노력한 결과 흑공자를 누르고 백공자가 승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음날 흑공자는 기습을 해왔다.

놈이 선택한 장기의 장기짝 중 하나인, 포를 이용한 것이었다.

포의 자리를 맡은 것은 흑공자의 어머니이자 그의 장군인 측천.

그녀는 백공자가 이곳저곳에 뿌려두고 거점을 마련하고 있는 폰 중 하나를 추적했고, 불가사의한 능력으로 폰을 넘어서 백공자의 코앞에 나타났다.

황금의 욕조에서 느긋하게 목욕을 하고 있던 백공자 앞으로 측천이 순간이동으로 날아온 것이다. 지금에서야 포의 능력을 생각해보고 이해할 수 있는 거지만, 당시의 백공자는 이게 무슨 일인가 경악했다.

추태를 부릴만큼 놀랐다. 이게 어떤 일로 일어난 건지 이해도 못했다.

그렇게 백공자는 인생을 마감할 뻔 했다.

백공자는 측천에게 강력한 최면을 걸었다. 물론 그녀는 저항했다. 백공자 샤를의 최면이 매우 강력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측천은 주인이 있는 장군이었다. 장군은 ‘만에 하나라도 정신관련으로’ 제어를 뺏거나 할 수 없게 조치되어 있었다. 그래서 하늘과 땅을 울리는 초능력자도, 삼라만상을 바꾼다는 마법사들도, 육체와 뇌의 제어를 빼앗는 기생생물도 장군의 정신체계를 흔들지는 못했다.

백공자의 최면은 당연하다는 듯 무시됐다. 무엇보다 측천은 백공자를 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녀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다만 멈칫하긴 했다. 아마도 흑공자와 백공자는 ‘같은 혈통’의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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