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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세계를 지키기 위하여-22화 (22/141)

< -- 22 회: 3> 배고픔. -- >

3> 배고픔.

흑공자 게인은 자신의 과거를 되짚어보면 꽤 괜찮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의 태생이 일반 서민이었다는 건 군주의 후계자로서 큰 흠집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모체가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아버지에 대해선 별다른 기억이 없다. 그 아버지를 죽인 것은 흑공자 본인이니까. 하지만 단 하나, 자손을 보기 위해서. 혹은 다른 목적으로라도 흑공자가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허락했다는 건 마음에 들었다. 제국 소속의 남자들의 경우 자신의 여자가 남자를 낳는 것을 무척 싫어하니까.

물론 귀족들은 다르다.

귀족은 어떻게든 아이를 낳는다. 그게 여자든 남자든. 애초에 여자를 낳을 리가 없지만 남자가 느는 것은 곧 귀족의 세력이 커진다는 의미니까.

평민은 다르다.

어스 엠파이어는 ‘반드시’ 한 명의 남성에게 한 명의 여성을 붙여주는데 그 여성은 다름 아닌 무장이다. 평민조차도 자신을 섬기는 무장을 하나씩 거느리는데 남성이 무장이 붙는 건 나이를 조금 먹었을 때다. 즉 평민 남성은 남자 아이를 낳으면 몇 년간은 그 아이를 기르기 위해 자신의 소유인 무장을 아이에게 빌려주어야 한다. 그것이 싫어서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잘 키운 자식이 무장을 하나 받아오는 상황이 되면 상황은 조금 달라진다. 가족애에 대한 감정이 희박하지만 동류의 이익을 위해서 힘을 합칠 수가 있으니까. 더욱이 셀(Cell)을 구하기가 조금 더 수월해진다.

셀은 어스 엠파이어의 화폐 단위다.

이 셀이란 결국 무장, 혹은 장군을 만들 수 있는 특정한 유전자를 거래한다는 의미. 무장이 여럿 존재한다면 셀을 채취할 때 더욱 많은 셀을 획득할 수 있다. 셀은 어스 엠파이어라는 사회의 화폐였고, 무장을 통해서나 구할 수 있었다.

흑공자 게인을 낳은 주천장군 측천은 장군이었다.

흑공자의 아버지는 평범한 서민이었다.

그는 제국 로또를 통해서 생애 다시없을 기적을 맛보았다. 128개의 숫자 가운데서 12개에 해당하는 정답을 맞춘 것이다. 로또 1등의 상품은 장군. 그것도 황제가 보유하고 있는 장군이 상품이었다. 그녀만으로도 귀족들이 긴장하게 될 정도의 세력 취급을 할 정도의 강자였다.

주천장군 측천은 그런 여성이었다.

그녀는 한 명의 남성에게 복종하면서 그 남성의 가치를 한없이 올려주었고, 그의 씨를 받아 장군의 미모와 기량이 섞인 남성을 잉태했다. 그게 바로 현재 흑공자라 불리는 소년이다.

측천이 낳은 아이는 무척이나 영리했다.

어스 엠파이어의 남성들은 여성의 자궁을 빌려 태어난다는 것을 큰 모욕으로 생각하여, 태어나기 전에 특수한 인큐베이터에서 8년 가량 성장하지 않고 지식 주입을 받고 유전자 개조를 받으며 지낸다.

하지만 여성이 장군일 경우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장군의 자궁은 일반 무장과는 달리 터무니없이 튼튼하고, 여러 항체를 제공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도 태어나기 전에 인큐베이터 속으로 들어가 8년 동안 ‘태어날 준비’를 갖추기는 하지만, 장군의 자궁과 일반 무장의 자궁에서 태어나는 아이는 눈에 띌 만큼의 차이를 보였다.

흑공자 게인은 태어났을 때부터 아버지의 재능을 능가했다.

고귀하고 우아한 외모에 칠흑으로 물든 머리칼과 창백한 피부는 어딘가의 왕자를 연상케 했다. 측천이 외도를 행했을 리는 없다. 어스 엠파이어의 여성이 ‘주인’을 제외한 다른 이에게 몸과 마음을 준다는 건 불가능했다. 그게 절대 진리였으니까.

그는 아버지가 자신과는 다른 완전 한심이라는 사실을 태어나고 난지 얼마 안 되어 깨달았다. 본래부터 잘나지 않은 사람이었다. 일생에 한 번 찾아올 운으로 측천을 가진 것은 좋았지만 그게 그의 전부였다. 그래서 흑공자는 그를 죽였다.

인큐베이터에서 성장한 시간을 제외하고, 즉 ‘어스 엠파이어 식으로 태어나고’ 3개월. 흑공자는 아부아부 거리면서 자신의 무장에게 아버지를 죽이라고 명령했다.

그는 아버지가 죽고 미쳐 날뛰는 측천을 가졌다. 주인을 잃은 측천을 가지기 위해 수천, 수만 명의 남성들이 움직였지만 흑공자는 아버지의 한심함을 조금도 물려받지 않았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측천과 자신의 무장을 너무도 능수능란하게 지휘했다.

그렇게 수 년.

측천과 자신의 무장 리아, 그리고 아버지가 받았던 무장 엘렌을 시작으로 급격한 세를 불린 흑공자는 마치 귀족의 대권에 도전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귀족들은 손쉽게 그들을 밟아버릴 수 있지만, 황제가 그런 식으로의 제압은 하면 안 된다고 못 박았기 때문에 방관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 평민들 중에는 그런 식으로 성장하여 씨족을 불린 후 귀족에게 공세를 전환하는 경우도 있었고, 실제로 그렇게 귀족의 지위를 찬탈한 이들도 드물게 있었다.

이를테면 반역의 군주라거나 피투성이의 군주 같은 경우. 그들은 수백 년간의 계획 끝에 귀족들을 밀어내고, 그들을 몰살시킨 후 지위에 오른 바 있었다. 물론 만에 하나, 억에 하나 정도로 작은 일례다. 하지만 귀족들은 어쩌면 자신들이 당할 수 있다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흑공자도 그런 식으로 성장할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귀족들은 자신들이 직접 싹이 발아하기 전에 처바른다는 계획을 사용할 수 없으니, ‘다른 평민’에게 무력을 제공하여 그를 방해케 했다.

흑공자는 능수능란하게 귀족의 지원을 받는 이들을 받아쳤다. 과연 일반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게다가 그에게는 측천이 있었다.

무측천. 역사상 측천무후로 알려진 자의 이름을 딴 장군.

세 명의 장군을 상대로 동시에 싸워 이길 수는 없지만 지지도 않는 전투를 벌이고, 능력이 싸움에만 치중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듯 따르는 여성들조차 강화하는 특이한 장군. 실로 다재다능한 특기에 실력. 그녀와 흑공자의 앞을 가로막는 것들은 모두 분쇄되었다.

그런 흑공자의 앞에 어느 날 가문의 가주가. 군주의 장이 나타났다.

탐닉의 군주.

휘하를 따르는 장군들. 즉 소염장군(小廉將軍) 아그리피나, 살인장군 잭 더 리퍼, 간음장군 루크레치아 등을 이끌고 참전했다.

이건 황제의 명령에 반하는 게 아닌가, 흑공자는 측천의 뒤에서 긴장했지만 탐닉의 군주는 싸울 생각이 없어 보였다. 흑공자가 입꼬리만 올려 웃는 것처럼 그 또한 기이하게 입술꼬리만 비틀어 웃고는 말했다.

“찾아왔다, 아들아.”

“……뭐?”

“찾아왔다고. 아들을.”

탐닉의 군주가 낄낄거리면서 웃었다.

“무슨 말인고 하면 너는 내 아들이라는 소리다.”

측천이 처녀로 주어진 게 아니었다는 사실에 흑공자는 조금 놀랐다. 그런 방법이 가능한 건가?

의아해하면서도 서서히 납득하고 말았다. 무능력한 아버지와는 너무도 다른 자신. 그리고 지금 생전 보는 탐닉의 군주의 얼굴이 자신과 닮았다는 점. 목소리가, 성향이, 걸어갈 미래가 닮았다는 걸 흑공자는 직감하고 있었다.

“측천이 처녀로 가공되어 네 가짜 아버지에게 보내졌지. 그걸 나는 낚아챘어. 우선 측천을 배달하는 회사를 샀지. 여섯의 무장이 호위하는 회사의 요원들을 다 죽이고 내 부하들로 위장했어. 그리고 택배지연을 가장한 후 주인을 맞이하기 위해 기능정지되어 잠들어있는 측천을 낚아챘지. 그리고 범했다. 아, 과연. 황제의 장군이라 맛이 끝내주더군. 물론 뒤처리도 깨끗이 했어. 내가 싸지른 정액을 측천의 자궁 깊숙한 곳에 넣어두고 임신을 위해 몸이 활성화하면 그 정액을 사용하도록 조치했거든. 준비 땅, 하고 네 아버지가 싸질러도 이미 자궁에 기생해 있는 내 정액이 훨씬 빨랐지. 하핫.”

“미친놈이군.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유? 이유가 필요한가? 그럼 말해주지. 굳이 같다 붙이자면…….”

탐닉의 군주가 한없이 입꼬리를 올리며 눈을 휜 채로 끄득끄득 웃었다.

“재밌으니까!”

어이가 없어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흑공자는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입가를 매만졌다. 자신이 지금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지는 않을까?

확실히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또한 아버지라 자처한 탐닉의 군주와 마찬가지로 웃고 있던 것이다.

“생각해봐. 이게 재미없는지 말이야. 황제의 장군을 먹을 기회가 있었지. 신상(新商)을 훔쳐 처녀를 가질 수 있었고. 주인이 정해진 년을 강간했다는 즐거움도 있지. 아버지를 죽일 피가 다른 자식을 만들 수 있는데. 내 피를 이어받은 녀석이 비범한 능력을 발휘하여 여기까지 와 있다는 사실도 즐겁군. 자, 모든 일이 즐거운 것뿐이잖아? 말하는 것만으로도 사정할 것 같은데. 먹어 이 개년아!”

멍멍, 소리를 내면서 개처럼 분장하고 있던 아그리피나가 그의 바지를 벗기고 자지를 빨았다. 그녀의 머리를 깊이 밀어 넣고 몸을 덜덜 떨면서 컥컥 거리는 것을 무시하고 그대로 사정했다. 흉물스러운 자지를 드러내놓고 탐닉의 군주가 말했다.

“개년. 내 아들도 빨아주도록.”

“멍멍.”

아그리피나가 항문에 꽂힌 개 꼬리를 엉덩이와 함께 살랑살랑 흔들면서 네 발로 기었다. 측천이 막으려 했지만 흑공자의 표정을 보고 멈추었다. 아그리피나는 잔뜩 발기한 흑공자의 아기 자지를 빨았다. 아그리피나가 정액샤워를 하면서 멍멍, 즐거운 듯 울었다.

“아버지.”

“음? 말해보렴, 나의 애새끼.”

“이 일을 후회하게 될 거야.”

“후회?”

“나에게 그렇게 쉽사리 귀족의 자리를 준 것. 당신이 쾌락을 즐기기 위해 어떤 미친 짓을 저지르는지 가르쳐준 점. 그리고 이런 년을 몇이나 데리고 있다는 점. 나를 가문의 일원으로 받아들인 점. 그것들 모두가 너무나 즐거우니까. 더 즐겁기 위해서 나는 당신의 자리를 빼앗을 거야. 반드시!”

흑공자가 희열에 젖어 선언했다.

탐닉의 군주는 측천과 같은 장군을 다섯이나 가지고 있다.

그보다 많을 수도 있다. 모두 데리고 오지 않았을 것이 당연하니까. 그의 위세가, 그의 즐거움을 즐기기 위한 노력이, 그가 가진 모든 것이 샘이 났다. 빼앗아야 했다. 그것이 바로 흑공자가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탐닉의 군주가 킬킬대면서 웃다가 말했다.

“그런데 아들.”

“말해봐.”

“후회라는 단어가 뭐지?”

“뭐?”

제정신으로 묻는 건가. 그런 식으로 어이없이 반문한 흑공자는, 곧 그의 표정을 보면서 경악했다.

“후회 같은 단어를 익히고 있으면 절대로 나 같이 착한 사람은 못 된다고. 크히히히후후하하핫!”

정말로 모른다. 자신의 과오를 되짚거나 반성한다거나 후회한다거나. 그런 것이 조금도 없다. 진성 미친놈이다. 흑공자는 자신의 진짜 아버지가 이런 미친놈이라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다. 그리고 그리 되겠다고 결심했다. 반드시.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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