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8 회: 2> 첫 퀘스트. -- >
이시현은 남민아의 어깨에서 발을 내렸다.
남민아는 목숨이 살아나게 된 것에는 다행으로 여겼지만 새삼 끓어오르는 분노에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물론 이시현이 바라보는 곳이 아니라, 그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던졌을 때만 그랬다.
이시현은 시선을 허공에 던지고 있었다.
퀘스트 완료 보상이 두 개다. 물론 두 개 모두를 가질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두 개 중하나만을 택할 수 있었다. 탐지 권능. 그리고 폭력 권능. 전략과 전술의 다른 표현이었다. 이시현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하나를 선택했다.
후회하는 일이 없기를.
선택을 마친 이시현은 급히 찾아온 강주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한 명에게 좀 죄를 뉘우치게 해주지. 그러니까 넌 상황을 좀 정리해줘.”
“죄를 뉘우치게 해준다는 건……그런 건……결국…….”
강주희가 혼란스러워했다.
슨 의도로 그런 말을 한 건지 이해한 것이다. 이시현의 말은 무조건 들어주어야 한다. 하지만 심정적으로는 매우 싫다. 그런 감정이 부딪쳤다. 이시현은 그녀의 혼란을 순식간에 잠재워주기로 했다.
“강주희. 내 명령에 따라.”
달콤하게 귓가에 속삭이는 ‘명령’에 강주희의 혼란은 종식됐다.
“응. 알겠어. 명령이니까.”
“그래. 내 명령이야. 알아듣겠지?”
“물론. 네 명령인걸.”
강주희는 명령과 부탁을 거의 같은 의미로 알아듣고 있었다. 세뇌를 하루에도 수차례씩 걸어댄 것 때문이다.
“따라와.”
남민아는 이시현의 뒤를 따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강주희의 집으로 향했고, 부끄러워하면서 옷을 벗었다. 알몸으로 침대에 올라가 있었다. 이시현은 그녀를 내려다보면서 벨트를 풀었다.
남민아는 이시현의 벗은 몸을 보고 분노가 싹 사라지는 경험을 했다.
세상에, 뭐야 저 몸. 짐승 아냐. 아니, 짐승이라고 하기에는 울룩불룩한 게 적지만, 저런 잔근육들 좀 봐.
남민아는 야성남, 짐승남 같은 이미지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런 근육들 있다고 해서 최강의 인간이 되는 것도 아니고, 자기만족애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여자가 굶어가며 다이어트를 하듯이 남자 또한 단백질을 먹어가면서 몸을 만든다.
그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이 지금 깨지고 말았다.
조형미. 그리고 황금비율. 저 몸에서 나왔던 파괴력도 남민아의 기억에 또렷하게 박혀 있다. 몸만 단련한 것이 아니다. 발로 걷어찬 사람을 허공에서 세 바퀴 회전시킨 후 추락시킬 파괴력이 담겨 있었다.
남민아는 처녀상실을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이런 식으로 처녀를 잃고 싶지는 않았다. 즉각 관통당하고, 아파서 몸부림치다가 정액을 뒤집어쓰게 될 것이다.
첫 경험은 조금 더 부드럽고, 조금 더 무드 있는 것이길 바랐다.
물론 이뤄 질리는 없겠지만.
그때 이시현이 남민아의 다리를, 발목을 잡고 벌렸다. 꺅, 소리를 내고 말았다. 부끄러움이 밀려올 것이다. 틀림없이 그렇겠지. 강주희에 비해 털이 훨씬 적은 보지를 손으로 가리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시현은 강주희에겐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서비스를 해주기로 했다.
첫 만남은 뭐 같았지만 결국은 잡힌 물고기나 다름없다.
화는 나지 않았다. 도리어 퀘스트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퀘스트를 통해 받은 권능을 써볼 생각만 만연할 뿐. 게다가 처녀는 처음 안아본다. 본인의 성경험이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앞으로는 많아질 것이 틀림없다. 처녀를 안는 것은 처음.
봉사를 조금 해주자.
세뇌를 통해서 자신에게 목 메다는 것처럼 만들어도 좋겠지만, 강주희를 통해서 실험은 끝났다. 이제는 권능 없이 자신의 매력으로, 기술로 남민아를 홀려보자. 어차피 강주희와 같은 결말이 되겠지만 일단 처음 보는 처녀이기도 하고.
발목을 붙잡고 들어 올리면서 동시에 벌린다.
“치워.”
손을 치우도록 명령하고, 주춤주춤 치우자 헝클어진 음모와 함께 꼭 닫힌 보지를 핥았다. 꽤 이상한 냄새가 나지만 참을만했다. 꼭 닫힌 균열을 혀로 문지르면서, 클리토리스를 살짝살짝 건드린다.
“아앙, 흑, 흣. 흐윽.”
여자의 음부를 애무하는 걸 이시현의 두뇌 어디선가 거부한다.
뇌가 이딴 짓 안 해도 빠지게 할 수 있지 않냐고 경고한다. 어스 엠파이어의 주민. 자신은 그렇게 불릴 자격이 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는 지구의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뇌가 알리는 거부감을 무시하고 무시하고 보지를 핥는다. 애액이 흐른다. 그의 기교는 그리 대단할 게 없었지만 상황과 그의 끊임없는 태도와 남민아 본인은 몰랐던 마음에 보지의 균열이 벌어진다. 애액을 흘리고, 클리토리스가 충혈되고, 굳이 손가락으로 벌리지 않아도 반짝이는 음모사이에서 틈을 벌렸다.
이시현은 조용히 미소 짓고는 보지 전체를 삼킬 것처럼 입을 벌려 입안에 밀어넣었다. 까슬까슬한 음모가 그리 기분 좋지는 않지만 입안 전체에서 보지를 문지르자 남민아의 허리가 튀었다. 하지만 그녀가 도망가게 놔두지 않는다. 남민아의 가는 발목을 양손으로 나눠쥔 이시현은 도리어 자신쪽으로 끌어당겨 더욱 깊이 물었다.
“흐앗, 학, 하으으으윽! 그, 그만! 그만!”
“후웃.”
보지에서 입을 떼어내고 몇 가닥 달라붙는 음모를 뱉어낸 이시현이 대답했다.
“너는 괴롭히는 사람이 그만두라고 할 때 그만뒀냐?”
“아, 으, 흐윽. 나, 나는 괴롭히지 않았어!”
“일진이잖아. 아, 요즘엔 좀 다르게 표현하나?”
“그, 그건! 일진은 혹시나 내가 당할까봐 우려해서……! 난 일진 같은 애들이랑 안 놀아!”
“흠 양아치가 아니라고?”
수치스러운 자세로 보지를 빨리면서도 그녀는 사실을 말했다.
“그, 그래! 그래요, 나는……혹시나 당신이 다른 마음 먹고 강간 같은 걸 하면 그걸 말리려고 일진 애들을……!”
“일진을 뭘로 구슬렸는데?”
“도, 돈이 있으니까…….”
“아, 세상은 과연 돈이지. 물론 돈 보다 중요한 것은 여럿 있지만.”
이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처녀의 그것 같지 않게 빨갛게 충혈해 틈이 벌어진 보지를 재차 핥았다.
“히약, 흐, 으하, 하아앗! 아파, 흑, 흐윽!”
“아프다는 건 농담이겠지. 뭐 그래도 충분히 젖은 것 같고.”
이시현이 그녀의 발목에서 손을 떼어냈다. 그리고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다리 사이로 무릎을 집어넣어 벌리게 했다.
“기념할만한 첫 경험이지. 만남이 좀 그랬긴 하지만 나보다 괜찮은 남자는 찾기 어려울걸. 네 처녀를 줄 사람치고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물론 지금이라도 그만두라고 하면 그만두지.”
이시현은 그녀의 앙증맞은 가슴을 주물렀다. A컵 정도. 남민아의 가슴은 평균적인 고교생이었다. 가슴을 주무르는 리드미컬한 손가락의 놀림에 바르르 떨던 그녀가 한쪽 뺨이 퉁퉁 부은 얼굴로 말했다.
“저, 정말로? 그만두고 돌아가고 싶다면 보내줄 거예요?”
“물론.”
“이렇게 해놓고……?”
“그래. 아, 뭐 나름의 약속 정도는 할까. 입을 함부로 놀리지 않는다던가 그런 걸로. 상관없는 일이지만 일이 번거로워지는 건 귀찮으니까.”
“귀찮다니, 겨우 그런 게 귀찮을 리가……난 미성년자고 학생인데!”
이시현이 피식 웃었다.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해보면 그런 건 재난도 뭣도 아냐.”
그가 태연하게 내뱉는 말이 나름 자극이 된 모양이었다.
“무슨 일을 하는데?”
“게임.”
“게임?”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었기 때문인지 남민아가 눈살을 찌푸렸다.
“반은 뭉개졌다고 하지만 예쁜 이마에 주름 그리지 마.”
이시현은 아무런 사심도 없이 생각하는 그대로를 말해 남민아를 당황시켰다. 그리고는 쓴웃음과 함께 팔짱을 꼈다. 그는 침대에서 내려와 창문 쪽으로 몸을 옮겼다.
“일반적인 게임은 아니지. 확실히 아니야.”
“게임이라니 뭔데? 장르가?”
“보드 게임.”
“부루마불 같은 거?”
“음? 그것도 보드 게임인가. 라이벌이 하고 있는 건 장기와 체스다.”
“라이벌이 하고 있는 게 한 개가 아닌 거야? 장기와 체스, 그걸 한다는 게 뭐예요?”
이시현은 패닉에 빠진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 하는 시선을 던졌다. 잭 더 리퍼. 그녀가 보고 싶다. 자신에게 완전히 새로운 기회와 전혀 다른 세계를 가져다 준 그녀가. 그녀가 있다면 이런 게임은 벌써부터 끼어들어 시작하고 있었을 텐데.
“나는 무슨 게임을 선택해서 끼어들지 생각중이야. 뭐 그런 문제도 있고…….”
창문 밖을 내려다보던 이시현이 눈을 가늘게 떴다.
말하려다 멈춘 그의 표정에서 남민아는 수컷 특유의 흉포한 야성을 읽었다.
“뭐, 뭐야? 무슨 일……?”
“너 일진 아니라고 그랬지?”
“응. 진짜로. 맹세해요.”
“일진……뭐 그런 놈들이 좀 기어온 것 같은데.”
빌딩 아래쪽에 별 상관도 없는 학생들이 뭉쳐 있었다. 어떻게 도망친 일진의 일부가 그네들과 비슷한 족속들을 불러 모은 듯 했다. 이시현에게 린치라도 가하려고 했던 걸까. 들어오려고 하는 듯하지만 빌딩의 위세를 보고 질린 눈치다.
“귀찮네. 정말로. 짜증나. 내가 저런 놈들과 푸닥거리를 해야 하나.”
회색 머리를 긁적이며 이시현이 옷을 챙겨 입었다. 그리고 알몸의 남민아를 바라보았다. 가늘게 뜬 눈매가 남민아의 몸을 굳게 만든다.
“네 책임도 일부 있어. 그러니까 넌 달아나지 마.”
“주, 죽일 거야?”
죽인다는 말이 이렇게 쉽게 나오는 거던가. 남민아는 그의 눈빛에서, 온 몸에서 배오나오는 폭력의 기세에 짓눌려 더듬거리며 물었다.
“설마. 죽이진 않아.”
이시현은 덤덤히 대답했다.
“다만, 차가운 현실을 알려줘야지. 퀘스트도 있었으니 좀 과하게 해도 그쪽에서 알아서 정리할걸?”
양미간에 주름이 있나 없나 살피면서 거울을 바라보던 이시현이 서늘하게 미소 지었다.
“그놈들이 가진 폭력과 내가 가진 폭력의 단위가 다르다는 정도는.”
“구, 구경해도 돼요?”
“구경? 갑자기 웬 헛소리……뭐 상관없을까.”
이시현은 빌딩을 내려왔다. 그리고 1층의 입구에서 빌딩의 경비원들에게 막혀 머뭇거리는 이들에게 다가갔다. 얻어터진 다음 자존심에 금이 가서 몰려온 건 좋은데, 결국 현실의 벽에 막혀 있다. 그네들이 상대하는 건 태양그룹의 영애가 사랑하는 사람. 그네들이 폭력을 사용하고 싶다고 해도, 상처 입은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다고 해도 그것들 전부를 쓰레기처럼 구겨버릴 수 있는 이들이 있다. 이시현은 그런 이들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저, 저 새끼야!”
누군가가 이시현을 손가락질하며 외쳤다. 이시현의 모습을 보고 일진들은 죄다 질린 표정이었다. TV속 포스 쩌는 모델이 현실로 그대로 나타난 듯한 모습이니 기가 눌릴 만도 하다.
“점심시간은 지났을 텐데 여기서 뭐하냐, 양아치들.”